- 조직 안정 자신있다.
- 외국계 주주 경영간섭 없다.
- ING 추가 투자 나도 모르는 일.
- 대기업은 은행돈 쓸 생각마라.
- 증권·보험, 리스, 뮤추얼펀드까지 못할 것 없다.
김행장은 후보선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합병은행이 2002년에 3조원 이상의 이익을 낼 것이며 3년 임기 안에 합병은행 주식의 시가총액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불려놓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김행장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도 시종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목소리로 합병은행의 미래를 낙관했다.
-합병은행의 최대 과제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두 조직의 융화입니다. 서울은행이나 한빛은행의 경우에서 보듯 국내 은행의 합병 후유증은 심각했습니다. 더구나 국민·주택은행의 경우 우량은행 간의 대등합병이라 갈등과 주도권 싸움이 치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십니까?
“우선 대화부터 해야겠죠. 조직 안정이 급선무니까. 지금은 좀 시끄럽지만 하루 하루 지날수록 조용해질 겁니다. 사람들이 사정을 다 이해하게 될 테니까요. 그 전에는 합병 자체를 반대하면서 스트라이크까지 했지만, 시간이 흐르니까 합병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까. 노동조합이야 자기들 역할이 있으니 저러는 것이고…. 시간이 좀더 지나 안정이 되면 직접 대화를 시도할 거예요. 어제, 그제도 김상훈 국민은행장과 식사하면서 도와달라고 부탁드렸더니 그러마고 하셨어요. 곧 그쪽(국민은행) 임원들도 만나야겠죠. 우리 임원들과 함께 앉혀놓고 ‘이제 우린 같은 은행이다. 서로 상의하고 책임져서 잘 해라’고 해야죠. 그 다음에는 부장과 팀장들도 만나고, 언젠가는 노조하고도 대화를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제가 주택은행에 온 지 3년이 됐는데, 그 동안 우리 직원 1만2000명 가운데 7000∼8000명쯤과 같이 식사를 했을 겁니다. 같이 밥 먹으면서 행장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은행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서로 대화하고 설득하는, 그런 다이렉트 커뮤니케이션을 통상적인 업무로 삼았어요. 그래야 다들 같은 방향으로 일을 해나갈 것 아닙니까. 똑같은 일을 국민은행 사람들에게도 할 겁니다.”
지점은 資産
-직접 만나서 대화하면 이해하고 따라올 것이라는 자신감입니까?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으니까요. 달리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요즘 세상에 빵 하나 더 주겠다며 달래고 어를 수도 없고….”
-조직문화가 다를 텐데요.
“조직문화가 다를수록 더 많이 얘기해야죠. 지금 저 사람(국민은행 직원)들은 저를 머리에 뿔달린 사람쯤으로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신문들이 이상하게 기사를 써댄 탓도 있지만….”
-칼자루를 쥔 것은 사실이잖습니까.
“제가 칼자루를 쥐고 있고, 그래서 사정없이 휘두를 것이라고 생각들을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보세요(손을 펴보이며), 제 손엔 칼자루고 뭐고 아무것도 없어요. 말씀하신 대로 우량은행 두 개를 합병하는 거니까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첫째, 강제로 퇴직시키지 않겠다. 이건 지금까지 계속 해온 얘깁니다. 둘째, 희망자가 있으면 명예퇴직만 시키겠다. 명퇴 희망자는 두 은행에 다 있어요. 결혼을 한다든지 해서 은행을 떠날 사람들이 몫돈을 받고 나가려고 기다리고 있거든요. 셋째는 국민·주택 직원들을 당분간 섞어놓지 않겠다는 겁니다. 지금 두 은행 직원들이 굉장히 불안해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들을 섞어놓으면 더 불안해 할 것 아닙니까, 낯선 곳에 혼자 내던져진 것처럼…. 그래서 교차 배치하지 않겠다는 거예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년 3월까지 현재의 경영진을 그대로 끌고 가겠다는 겁니다.
이 정도면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거죠. 그러니 동요하지 말고 현재의 비즈니스를 열심히 하라는 겁니다.”
-직원들은 구조조정을 안 할 바에야 왜 합병을 하겠느냐, 두 은행의 중복점포가 50%에 이르니 그 중 상당수는 정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 불안해 하더군요. 지금 당장은 합병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느라 “강제퇴직이 없다”고 하지만, 합병 이후에는 효율 제고, 생산성 제고를 위해 결국 ‘칼질’이 따르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왜 그런 관점에서 보는지 답답해요. 가령 어느 거리에 두 은행 지점이 나란히 붙어 있는데, 둘 다 수신고가 3000억원씩 된다고 합시다. 이 두 점포를 합쳐서 하나만 살리고 하나는 폐쇄할 경우 이 은행의 수신고가 6000억원이 될 수 있을까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저희 은행 지점 중에서 좀 큰 곳은 고객이 10만명이나 됩니다. 국민은행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런데 한 지점이 20만명의 고객을 커버할 수 있겠어요? 불가능해요. 중복점포를 하나로 줄인다는 것은 고객들더러 나가라고 하는 말이나 같습니다. 우리는 합병하면서 고객을 한 사람도 잃지 않는 것이 목표예요. 지점 줄여서 고객 쫓아내려면 뭐하러 합병을 하겠습니까, 더 늘리자고 합병하는 것인데.
지점은 자산입니다. 현재 두 은행 합해서 고객이 2800만명이고, 지점은 1100개가 넘는데, 이게 다 소중한 자산 아닙니까. 지점이 1100개라는 것은 합병은행이 그만큼 많은 지역을 커버하고 있다는 뜻이므로 두 은행과 거래하는 고객들은 앞으로 전국에서 더 편리하게 은행을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은행이 한국에 국민·주택 합병은행밖에 없는데, 왜 그런 은행의 지점들을 없애버리겠습니까. 합병은행과 거래하지 않고는 한국에서 은행 거래를 할 수 없을 정도가 되는 게 합병은행의 목표입니다. 그래서 대화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서 직원들의 생각이 제 생각과 다르니까요.”
-중복지점을 단 한 곳도 폐쇄하지 않겠다는 말씀입니까?
“아주 불가피한 경우는 있을 거예요. 합병은행이 IT 통합을 이루면 두 지점을 하나로 줄여야 할 곳이 없진 않을 겁니다. 예컨대 인구가 3만명밖에 안 되는 시골 마을에 두 은행이 지점을 각자 하나씩 갖고 있으면 문제겠죠.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한 쪽을 완전히 문 닫게 할 것이냐, 아니면 지점은 하나로 통합하고 다른 곳은 사람을 1∼2명만 배치하는 무인점포 형태로 유지할 것이냐를 따져봐야겠죠. 100m가 떨어져 있든 50m가 떨어져 있든 기존에 거래하던 고객이 불편해서는 안되니까요. 이런 것은 전산통합이 완전히 이뤄진 다음에나 고려해볼 문제입니다.
어쨌든 분명한 원칙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고객을 놓치지는 않겠다는 겁니다. 그러려면 지점도, 직원도 가급적 많이 유지해야 합니다.”
-특히 국민은행 쪽에서는 김행장께서 주택은행 직원들을 20%나 감원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셔도 믿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때는 상황이 그랬어요. 제가 IMF 사태 직후에 주택은행에 왔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그때는 구조적으로 은행에 꼭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나갔어요. 그게 어떤 사람들이라고 얘기하면 그 사람들이 펄펄 뛸테니 설명은 못하겠지만…. 직원들에게 밥 사주면서 충분히 대화했습니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그건 다 당신들을 위한 일이었다고, 당신들이 그렇게 노력한 결과 은행 경영도 좋아지고 주가도 올라가지 않았느냐고.”
-합병은행의 주요 주주인 골드만삭스는 벌처펀드의 성격에 가깝지 않습니까. 그 쪽에서는 단기간에 합병은행의 주가를 올려 지분을 매각할 속셈일 테니 우선 인원이나 지점을 줄여서 합병의 효율을 높이려 하지 않겠습니까?
“그 사람들 생각이야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합병은행이 우리나라 은행이라는 사실입니다. 주주가 누구든 우리 국적을 가진 우리 은행이예요. 한국 사람이 경영을 한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봅니까? 그 사람들, 경영에 참여하지도 않아요. 주택은행 2대 주주인 ING도 이사 한 명만 보냈을 뿐입니다. 이사가 모두 15명인데 그 중의 한 명이 무슨 대단한 역할을 하겠어요? 의견을 내면 참고할 따름이지. 경영은 행장 이하 전 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하는 겁니다. 그러니 쓸데 없는 걱정을 할 까닭이 없어요.”
-합병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골드만삭스가 자기들 의사를 밝힌 적은 없습니까?
“그 사람들이 왜 의사를 밝힙니까. 잘못하다 욕만 잔뜩 얻어먹게요. 그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니면 저는 책임질 일이 하나도 없잖아요.”
-두 은행의 자회사 중에도 신용카드나 투신운용처럼 업역(業域)이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 이 쪽은 합병 후에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그 쪽에서도 많이들 불안해하고 있는데요.
“자회사 문제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은 ‘본체’에 신경 쓰기도 바빠요. 두 은행을 어떻게 잘 통합시키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죠. 자회사 중에는 같은 일을 하는 곳도 여러 개 있고, 세 군데가 같은 일을 하는 곳도 있는가 하면, 겉으로는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는 일이 다른 곳도 있어 각양각색입니다. 이걸 다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겠죠. 그 쪽은 규모도 작고 사람도 적으니 바쁠 게 없습니다.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잖아요. 동시에 일을 벌여서 뭐 득될 게 있겠습니까.”
ING 추가 투자는 미정
현재 국민은행의 1대 주주는 18%의 지분을 가진 골드만삭스다. 주택은행의 2대 주주는 지분 9.9%를 가진 ING다. 정부는 국민은행 지분 6.5%와 주택은행 지분 14.5%를 보유, 각각 2대 주주와 1대 주주로 올라 있다. 두 은행이 합병하면 합병비율에 따라 정부가 합병은행 지분 9.68%를 보유, 최대 주주가 된다.
그런데 주택은행이 ING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맺은 약정서에는 ING의 지분이 9.9%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전략적 제휴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90일 안에 원래 지분을 회복하도록 돼 있다. 주택은행이 국민은행과 합병하면 ING의 지분은 4%대로 떨어진다. 따라서 ING가 약정서대로 지분율을 계속 유지한다면, 다시 말해 합병은행에서도 9.9%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면 정부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 최대 주주가 된다.
김정태 행장을 인터뷰하던 날 아침, 한 경제신문은 주택은행 관계자의 말을 인용, ING가 정부 보유지분을 사들이기로 결정해 합병은행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정태 행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펄쩍 뛰었다.
“오보예요. 내가 신문사에 전화까지 했어요. 투자약정서에는 ING가 8∼9.9%의 지분률을 유지해야 전략적 제휴관계가 성립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ING가 더 들어오느냐 마느냐는 그 사람들 마음이예요. 그들은 이제 막 검토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런데 다 결정된 것처럼 보도했어요. ING도 우리도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는 만큼 이런 결정에 대해서는 공시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 보도를 믿고 주식을 샀다가 손해본 사람은 언론이 책임져야 해요.”
-ING가 추가로 투자할 경우 정부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까.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장내에서 그렇게 많은 물량을 사들이면 증시에 혼란이 올 것 아닙니까.
“지분은 장외에서 살 수도 있고, 주가가 올라서 골드만삭스가 내다판 지분을 사들일 수도 있고, 증자를 시켜주는 방법도 있어요. 정부는 팔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왜 정부 지분을 산다는 얘기가 나옵니까? 그건 정부한테 물어볼 일이예요.”
-정부가 민간은행 지분을 조속히 매각하겠다고 IMF를 비롯해 대내외에 천명하지 않았습니까.
“정부는 주택은행 주식을 주당 5000원에 샀는데, 4만원이 넘어가도 안 팔았어요. 무상증자도 하고 주식 배당도 했으니 실제 매입가는 5000원도 안 되죠. IMF 사태 난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누가 가진 지분을 사들이든 ING가 전략적 제휴를 계속하긴 하겠죠?
“계속할 수도 있고 깰 수도 있다는 게 지금 그 사람들 얘깁니다. 꼭 들어와야 된다는 법은 없는 거니까. 최종시한은 11월1일부터 3개월 후까지예요.”
-국민·주택 합병은행은 자산 170조원대의 한국 최대 은행입니다. 하지만 나라의 경제규모는 그대로인데 은행만 대형화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은행은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게 낙후돼 있습니다. 우리 경제규모가 세계에서 열한 번째니 열두 번째니 하는데, 우리나라에 그런 규모의 은행이 어디 있습니까. 경제개발 과정에서 은행은 자금을 조달하는 기능만 했지, 상업적인 마인드로 경영을 해본 적이 없다 보니 국제경쟁력이 가장 뒤지는 업종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래서 합병이 필요한 겁니다. 스위스나 네덜란드를 보세요. 경제규모는 작아도 ING그룹이나 UBS 같은 세계적인 은행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네덜란드는 인구가 겨우 1600만명입니다. 스위스 경제규모가 우리 경제규모와 비교가 되겠어요? 그러니 우리 경제규모에 걸맞는 선진화된 대형 은행이 꼭 필요합니다.”
-경제가 크게 발전하지 않는 상황에서 은행을 대형화하면 무모한 경영을 하기 쉽다는 우려죠. 자산을 운용할 만한 곳은 그대로인데 수신고는 넘쳐나니 돈 빌려줄 곳을 찾지 못해 투기적인 투자로 기울 위험이 높다는 얘깁니다.
“고객은 크게 개인고객과 기업고객으로 나눠집니다. 개인고객은 서민층(연소득 2000만원 이하), 중산층(2000∼4000만원), 부유층(4000만원 이상)으로, 기업고객은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지금까지 주로 서민층과 중산층을 상대로 영업을 했어요. 돈을 빌려줄 곳이 없다고요? 천만에요. 우선 개인고객 중 국민·주택이 취약했던 부분, 즉 부유층 대상 영업을 강화할 것입니다. 이런 고객은 1년에 두세 번밖에 은행에 나오지 않지만 커다란 수익을 안겨줍니다. 프라이빗 뱅킹을 통해 이 쪽 고객을 늘려가면 수익기반이 크게 확대될 겁니다.
기업고객 중에서는 견실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돈을 빌려주겠습니다. 이들에 대한 대출시장 규모는 대기업의 그것보다 몇배는 더 큽니다. 엄청난 시장이죠. 대기업 여신은 가급적 줄여갈 생각입니다. 대기업은 경영의 투명성이 아직 만족스럽지 못해요. 우리 사회가 의사결정 과정과 회계의 투명성을 계속 요구하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