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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은 민주당보다 훨씬 좋은 한국의 친구”

<인터뷰> 대릴 플렁크 美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공화당은 민주당보다 훨씬 좋은 한국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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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행정부가 한반도정책을 재검토하는 데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까?

“그다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은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우선순위가 매우 높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중동, 중국, 일본, 아마 그 다음이 한국이 되지 않겠어요? 한국은 경제적으로 미국의 7번째 교역상대국입니다. 또, 독일과 일본 다음으로 많은 미군 병력을 한국에 주둔시키고 있어요.”

최근 보도에 따르면, 부시 새 행정부는 북한에 경수로 2기를 지어주기로 한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를 고쳐 경수로 1기 대신 북한 각지에 화력발전소 6기를 지어주는 것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 제안을 작년 한·미·일 대북정책 조정그룹(TCOG) 회의에서 이미 제기했고, 부시 행정부가 이 안을 이어받아 검토하리라는 것. 정권교체기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예전과는 다르리라는 것을 말해주는 게 아닐까?

─북한에 경수로 대신 화력발전소를 지어주자는 얘기는 사실 몇 년 전부터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이 제기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사실 경수로 대신 화력발전소를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는 제가 쓴 헤리티지재단 보고서에서 처음 나온 겁니다. 1994년 제네바 합의가 서명된 지 2주일이 채 못됐을 때 제가 그 보고서를 썼어요. 그 때부터 저는 ‘경수로는 잘못된 형태의 지원이며, 재래적인 에너지 지원 형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무튼 이 문제도 앞으로 부시 행정부에서 깊이있게 검토되리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결정이 어느날 갑자기 미국 독단으로 이뤄지지는 않을 겁니다. 워싱턴은 반드시 서울과 충분한 협의를 거칠 겁니다.

화력발전소 안은 북한도 이득을 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봐요. 사실 정치적·외교적 측면을 떠나서 북한에 경수로를 건설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습니다. 북한은 경수로에서 생산된 전력을 타 지역으로 보내는 송·배전 설비 능력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경수로를 지어봤자 쓸모없는 것이 돼버릴 가능성이 많아요. 또, 북한에 핵기술을 이전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뜨거운 이슈가 될 소지가 커요. 경수로 자체는 남한이 건설하지만, 그 라이선스는 미국이 갖고 있거든요.”

“남북대화가 미북대화에 앞서야”

─지금까지 많은 한국인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았겠지만, 작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의심할 나위없이 역사적이고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봅니다. 그런 일을 성사시킨 김대통령에 찬사를 보냅니다. 저는 한국정부 초청으로 김대통령의 취임식에도 참석했었지만, 97년 12월 선거 다음 날 김대통령이 한 연설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그 때 김대통령은 ‘서울은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서 선도적인 자리를 되찾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김대통령이 미국에 머무르던 1983년부터 그분을 알고 지냈습니다. 그때 그분이 미국에 온 지 1주일이 채 못 됐을 때 만났던 것 같아요. 그 후 우리는 미국의 정책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눠왔는데, 그래서 저는 그 분의 생각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어요.

클린턴 행정부의 한 가지 문제는, 제네바 합의에 서명하는 일에 너무 열중하느라 서울을 뒷자리에 앉게 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서울과 평양 사이에 미국이 서는 구도는 평양이 원해 오던 바로 그 구도예요. 이렇게 됐기 때문에 1994년부터 작년 6월 정상회담 전까지 남북한 간에 실질적인 협상이 이뤄지지 못했던 겁니다. 클린턴 행정부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가 바로 그것, 남북대화를 6년간이나 지연시켰다는 점입니다. 김대통령은 당선 후 이런 상황을 바로잡고, 서울이 다시금 앞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그 앞자리를 양보하는 것에 대해서 미국인들은 불만이 없나요?(웃음)

“아니오. 이건 제 생각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공화당원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해요. 우리는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 한반도에서 평화에 이르는 길은 평양과 워싱턴 사이에 나 있는 게 아닙니다. 서울과 평양간에 나 있는 겁니다. 물론 미국은 중요한 부분이지만, 긴장완화는 전적으로 남북간의 대화에 의해서만 이뤄질 수 있는 겁니다. 바로 이 점을 클린턴 행정부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고, 그래서 실수를 저지른 겁니다.

이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현 시점에서 볼 때 솔직히 말해서 정상회담의 결과가 약간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건 전적으로 평양 탓입니다. 김정일은 실제적인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를 조금씩 조금씩 해나갈 수밖에 없는 처지이거든요. 제한적인 이산가족 상봉, 문화교류, 금강산 관광…, 이런 일들은 물론 바람직한 일들이지만, 아직 충분하지는 않아요. 우리는 군사문제를 논의하고, 1991년 총리급회담에서 합의했던 내용을 실행에 옮기는 단계까지 가야 합니다.”

“남북기본합의서 실천돼야”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 중에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반비례 관계, 서로 상충적인 관계가 아닌가 생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 다시 말해서 미국과 한국, 일본은 모든 카드와 지렛대를 다 갖고 있어요. 북한은 냉전시절의 경쟁에서 이미 졌습니다. 북한이 남한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거지요.

그런 점에서 저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게 있는데, 레이건 시절에 미국은 남북한 교차승인 구도를 지지했었습니다. 기억하세요? 소련과 중국이 서울 정부를 승인하면, 미국과 일본은 북한정부를 승인하겠다는 게 당시 미국의 정책이었다는 말입니다.

이제 모스크바와 베이징은 오래 전에 서울을 승인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문제가 없는 겁니다. 물론 연락사무소 등 단계적으로 나아가야 하겠지요.

그렇지만 저는 미북관계 정상화도 남북대화 진전에 연계돼서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몇몇 한국 전문가들은 6월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주변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이런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물론 두 지도자가 사상 처음으로 만났다는 건 패러다임의 변화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큰 그림에서 보면, 남북관계의 의미있는 진전은 매우 더디고 점진적으로 이뤄져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예컨대 90년대 초반 남북 총리급회담에서 남북기본합의서가 체결됐을 때에도 사람들은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됐다고 했습니다.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들 했어요. 그런데 그 후 어떻게 됐어요?

지금 김정일은 확고하게 권력을 장악하고 있고, 성급한 개방이 체제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김정일은 매우 서서히, 점진적으로 나올 것이고, 그런 점에서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는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총리급에서 대통령급으로 한 단계 올라오는 데에 10년이 걸렸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다음 단계, 즉 남북이 군사문제를 논의하는 단계까지 가는 데에는 몇 년이 걸릴지 모릅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 비무장지대에서 양측이 병력을 철수하고, 군사정보를 교환하고, 군사당국간에 교류하고, 궁극적으로 병력감축까지 이어지는 데에는 또 몇 년이 걸릴지 몰라요. 물론 그 사이에 북한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그렇게 보면 한·미·일 공조체제는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과제가 되겠지요. 이와 관련해서 요즘 몇몇 사람들은 김대중 정부와 부시 새 행정부 사이에 인적 네트워크가 약하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저만 해도 개인적으로 김대통령 뿐 아니라 한국 정부 각료와 중진급 국회의원들을 여러분 알고 있습니다. 또, 김대통령과 측근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헤리티지 재단을 방문해왔고, 그 때마다 민주당이건 공화당이건 의회 지도자들이나 행정부 인사들과 만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지금까지 한·미·일 공조는 아주 잘돼왔어요. 그 점에서는 클린턴 행정부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물론 잘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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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홍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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