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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뉴 아시아’에 코드 맞춰라

‘포린 어페어스’ 특약

미국은 ‘뉴 아시아’에 코드 맞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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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노골적으로 북한의 환심을 사려 했다는 점과 상호주의의 결여, 그리고 한국에 그릇된 안보관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지만, 그의 전략을 떠받치는 이념은 이미 뿌리를 내렸다.

한국은 경제력을 활용해 남북한 관계를 냉전시대의 대결 국면으로부터 조심스럽지만 평화로운 공존 상태로 이끌어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을 끈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한간의 빈번한 접촉은 많은 한국인들-특히 남한 국민-에게 전쟁에 대한 공포를 줄여줬다. 남한 국민들 가운데 곤궁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나 미사일 능력이 적어도 자신들에게 명백한 위협이 되리라고 믿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많은 남한인들, 특히 젊은 계층은 북한이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선의 대상이라고 여긴다.

북한은 남한의 선심성 정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제개혁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한국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데는 실제적·정치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선거운동 당시 김 전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현재 한국민들은 핵무기 대책이나 포용정책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보다는 북한의 붕괴를 더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균형상태는 여전히 가변적이다. 만일 김정일이 자신의 공갈과 핵도발-특히 그 부작용-에 대한 한국의 인내심을 과대평가한다면 그의 벼랑끝 전술은 결국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은 남북한 두 나라와의 관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신뢰는 1992년의 충격적인 한중수교 이후 다소 빛이 바랬지만, 중국은 여전히 북한에 대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영향력은 중국이 북한 수입 연료의 70∼90%를 공급하는 등 대규모 원조를 계속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그런가 하면 한중관계의 발전 또한 인상적이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가장 큰 수출시장으로 부상했다. 한국 기업들은 제3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로부터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한편으로 외국 기업들과 대중국 투자 행렬에 가세하고 있다. 또한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처하는 데 있어 양국의 이해관계가 다르지 않다 보니 한중간의 정치적·군사적 유대도 탄탄해지고 있다.

한미관계 균열은 미국에도 책임

이렇듯 한중관계는 강화되고 있으나 한미관계는 갈수록 어려워져간다. 지금과 같은 긴장상태는 비약적인 한국 경제 성장의 부산물이기도 하다. 경제성장은 한국인들에게 행여 북한과 다시 전쟁을 치를 경우 그 손실의 규모가 엄청날 것이라는 두려움을 안겨줬다. 한미관계는 과거에도 종종 갈등을 빚은 바 있지만, 두 나라 사이엔 북한의 위협이라는 공감대가 있기에 이견을 조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인들은(물론 한국인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위협을 더 이상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주한미군의 실체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지난 대선 기간 내내 출렁이던 반미의 물결은 다소 진정된 듯하지만, 여전히 많은 한국인들은 미국이 한국을 불평등하게 대우하고 자신들의 관심사를 무시한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미국의 행태 또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햇볕정책의 가치가 어떤 것이냐에 상관없이 부시 행정부는 애초부터 이를 탐탁해하지 않았다. 김정일 정권과는 어떠한 형태의 거래도 하지 않으려는 듯한 부시 행정부의 태도 역시 한미관계에 균열을 가져왔다. 더구나 지난해 10월 북한이 비밀리에 핵무기 프로그램을 진행시켜온 사실을 인정하면서 골은 더 깊어졌다. 처음에는 이 문제에 대처하려는 양국의 전략이 상이했던 것이다.

한국은 당장 대량의 재래식 무기로부터 수도 서울이 위협받고 있는 형편이라 핵 문제라든지 북한이 테러국가 등으로 핵 물질을 유출할 가능성(이것은 미국의 최대 관심사다)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이후 한미 양국은 최소한 수사(修辭)적으로나마 이견을 좁혀나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인들은 미국의 진정한 의도가 대화를 통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김정일 정권의 교체에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한다. 그들은 미국의 이 같은 접근방법이 전쟁 혹은 북한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둘 중 어느 경우든 한국이 지금껏 쌓아올린 모든 것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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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송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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