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호

해외 이슈

‘좌향좌 우향우’ 광풍 속 아웃사이더 돌풍

미국 대선 어디로?

  • 김영준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

    입력2016-02-25 11: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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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미국 대통령후보 경선에서는 전 퍼스트레이디, 사회주의자, 부동산 재벌, 히스패닉계 등 미국 정치에서 보기 드문 면모를 가진 후보들이 혼전을 치르고 있다. 아웃사이더로 불리는 후보들이 약진하는 민주·공화 양당의 경선 양상을 이해하려면 주요 후보들의 성장 배경과 정치 지형의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예일대 재학 시절 만난 남편인 빌 클린턴이 1978년 아칸소 주지사에 당선되며 공인의 삶을 시작했다. 그녀는 빌 클린턴의 대통령 재임 시절 ‘미세스 프레지던트’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정책에 영향력을 발휘해 구설에 올랐다. 1993년 힐러리가 야심차게 추진한 의료 개혁법안은 대실패로 끝났으나, 아동 보건 및 보호 관련 법안을 다수 제정하는 업적을 남겼다.
    이후 힐러리는 뉴욕 주 상원의원을 두 번 맡고 2008년 도전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했으나,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맡아 4년간 대외정책을 지휘했다. 국무장관 재임 때 힐러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오바마 대통령과 보조를 잘 맞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임기 말 리비아 벵가지에서 4명의 미국 외교관이 테러로 사망한 것은 국무장관 경력에 큰 오점으로 남았다.



    黨籍 여러 번 옮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1941년생으로 주요 후보들 중 최고령이다(그래도 힐러리보다 6세, 트럼프보다 5세 많을 뿐이다). 유대계인 샌더스는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한 후 연인관계이던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있고, 이후 현재 부인인 제인 샌더스와 결혼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정치적 비주류의 행보를 거듭했다. 시카고대 재학 시절에는 사회주의 청년연맹(Young People's Socialist League) 소속이었고, 1971~1979년 사회주의 성향의 진보 정당 자유연대당(Liberty Union Party) 소속으로 버몬트 주의 공직에 몇 차례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1981년 버몬트 주 벌링턴 시장에 무소속으로 도전해 당선되면서 첫 공직생활을 시작해 시장직을 3차례 연임했다. 1988년 역시 무소속으로 도전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16년간 의원 생활을 했고, 2006년에는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으며 2012년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5월 민주당에 가입해 대선 후보 경선전에 참여했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1946년 부동산 개발업을 하던 아버지 밑에서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당시 미국에서 부동산학을 개설한 몇 안 되는 대학 중 하나이던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첫 직장인 아버지의 부동산 개발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이후 택지 개발, 골프장·호텔 건설 등 다양한 부동산 관련 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일궜다. 하지만 사업이 언제나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어서, 4번의 파산 경험도 있다.
    트럼프의 다양한 관심사 중에는 정치가 늘 포함됐으나 당적은 여러 차례 바꿨다. 젊은 시절엔 민주당 당적을 가졌다가 1987년 공화당에 입당했으나 1999년 개혁당(Reform Party)으로 옮긴다. 2001~2009년엔 다시 민주당 소속으로, 2009~2011년엔 공화당, 그리고 잠시 무소속으로 지내다 결국 2012년에 공화당에 복당했다.
    선거 출마 의사도 여러 번 밝혔다. 대선 출마 의사를 처음 밝힌 것은 1988년이며, 2004년에도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고, 2006년에는 뉴욕 주지사 출마를 거론했다. 2012년엔 다시 대선 출마, 2014년에는 뉴욕 주지사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이번에 드디어 대선 경쟁에 뛰어들었다.



    왜 아웃사이더에게 환호할까

    플로리다 주 하원을 거쳐 2010년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쿠바계 마르코 루비오는 의회 내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받으며 2012년 대선에서 부통령감으로 거론된 바 있다. 의회에서 일관되게 보수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활동해왔다. 하지만 2012년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 사이에 연방정부 예산안을 둘러싼 대결이 벌어졌을 때는 ‘영세 사업자와 노동자 보호’를 명분으로 행정부 편을 들어 보수층의 비난을 받았다.
    상원의 초당적 모임인 ‘8인의 갱(Gang of Eight)’ 멤버인 루비오는 민주당 의원들과 다수의 법안을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 그가 보수 색채를 명확히 하면서도 초당적 활동을 벌인 점, 상원에서 외교위원회와 정보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한 점을 보면 대권을 향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저조한 의회 출석률 및 표결 참가율, 공금 유용 등의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역시 쿠바계인 테드 크루즈는 프린스턴대에서 공공정책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온 뒤 텍사스 주 법무차관을 지내는 등 공직과 대형 로펌을 넘나들다 2012년 도전한 연방 상원에 당선돼 정치인의 삶을 시작했다.
    트럼프와 샌더스라는 아웃사이더들의 돌풍이 이번 대선의 최대 관심사다. 한 사람은 이념의 오른편 극단에, 다른 사람은 왼편 극단에 서 있는데도 높은 지지를 받는 현상의 원인은 바로 후보들의 발밑에 있다. 트럼프와 샌더스가 디디고 올라선 미국 정치 지형의 변화가 원인인 것이다.
    퓨리서치가 1994년부터 10년 주기로 미국인의 정치 성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1994년에는 중도적 민주당 지지자보다 더 진보적 성향을 띤 공화당 지지자가 조사 대상 공화당 지지자 중 36%였는데 2014년 조사에서는 8%에 그쳤다. 마찬가지로 중도적 성향의 공화당 지지자보다 더 보수적인 민주당 지지자는 1994년에는 조사 대상 민주당 지지자의 30%인 데 비해 2014년에는 6%로 나타났다. 정치적 중도층이 확연하게 줄어든 것이다.
    정치적 중도층 감소 현상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다. 첫째는 중도층 감소세의 가속화다. 1994~2004년 중도적 민주당 지지자보다 더 진보적인 공화당 지지자는 6% 감소했으나, 2004~2014년엔 22% 감소했다. 중도적 공화당 지지자보다 보수적인 민주당 지지자는 1994~2004년 2% 증가했으나 2004~2014년엔 28% 감소했다.


    강경 보수들의 선동

    티파티를 중심으로 한 극우 보수층의 반오바마 공세에 이용된 이슈 중 하나는 총기 소유권이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때부터 보수층에서는 그가 총기 소유권을 제한하려 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고, 이는 총기 사재기로 이어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바마의 첫 임기 시작인 2009년 1월 한 달 동안 팔린 총기류는 110만 정에 달하며, 재임 첫 해인 2013년 1월에는 200만 정이 팔렸다. 2000년대 들어 이같이 비정상적으로 판매가 증가한 시기는 9·11 테러 직후인데, 당시 팔려나간 총기는 75만4000정으로, ‘총기 소유를 원하는 미국민은 테러보다 오바마를 더 무서워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류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한 것은 올해 1월이다. 합법적 소유 총기에 의한 대량 살상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후에 나온 조처라 오히려 때늦은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공화당은 보수층이 민감해하는 총기 소유권과 관련해 반오바마 정서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근거 없는 루머가 퍼지는 데 직간접적으로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이민자 정서도 비슷한 사례다. 9·11 테러, 보스턴 테러 등으로 고조된 반이슬람 정서에 편승한 강경 보수층은 “IS의 등장이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 때문”이라고 비난하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렸다. 또한 교육수준이 낮은 저소득층 백인들을 의식해 “이민자들 때문에 테러 위협이 증가할 뿐 아니라 미국인들의 직업마저 뺏을 것”이라고 선동하기도 했다.
    이렇듯 보수층의 우경화는 반이슬람 및 반이민자 정서, 흑인 대통령에 대한 백인 주류 보수층의 반감, 테러에 대한 공포 등을 티파티가 세력 확장에 적극 활용하며 일어난 현상이다. 트럼프는 이 토양을 기반으로 극우적 발언을 쏟아내며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지지를 얻고 있다. 앞서 언급한 로이터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은 사안이 이민과 테러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주요 후보들의 대외 정책관 중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아시아 및 한반도에 대한 정책이다. 힐러리는 기본적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계승하려 한다. 따라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유지하며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함께 하는 강온 양면 전술을 쓸 것이다. 대북 정책에서는 북한의 변화가 없는 한 오바마 행정부의 현 대북 정책기조와 다른 자세를 취하길 기대하긴 어렵다. 반면 샌더스는 진보적 가치관에 입각해 중국과 북한 모두를 인권, 언론자유 등의 이슈에서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對北 유연책은 없다
    트럼프는 군사력 증강에 힘을 쓰면서도 자신의 친기업적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경제적 견제를 더 강화하려 들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더 큰 기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루비오는 북한을 범죄집단으로 규정한 전력을 볼 때 강력한 대북제재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우리에게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분명한 선택을 요구할 것이다.
    이들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당분간 북한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취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우리가 북핵 문제를 어떻게 발전적으로 끌고 나갈 것이며 미국을 포함한 주변 강대국들에게 우리의 처지를 어떻게 설득해나갈지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김 영 준
    ●    1973년 전남 순천 출생
    ●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    미국 클레어몬트대학원대 박사(국제정치학)
    ●    現 한국국제정치학회 기획이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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