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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아들도 시장평가 받아야, 이재용이라면 뽑고 싶어”

IOC 위원 내정된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오너 아들도 시장평가 받아야, 이재용이라면 뽑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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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재벌총수로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IOC 위원으로 진출하게 된 박회장의 경영철학. 그의 ‘한국개조론’은 무엇인가. “월드컵을 충분히 활용하고 시민단체는 기업경영 간섭을 자제하라. 주5일제를 정착시키기 전에 공휴일부터 줄이자”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박용성(朴容晟·62) 대한상공회의소(상의) 회장은 재계에서 해외출장을 가장 많이 다니는 경영인으로 꼽힌다. 작년에 해외출장 143일에 대한항공의 마일리지만 270만 마일을 기록했다. 두산중공업(구 한국중공업)과 OB맥주의 회장을 겸하고 있으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국제유도연맹(IJF) 회장 등으로 육순을 넘긴 나이에도 재계와 스포츠계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다.

박회장은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이사회에서 IOC 위원으로 내정돼 2월6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정식으로 선임 절차를 밟는다. 한국은 김운용(대한체육회장), 이건희(삼성그룹회장)씨에 이어 세번째 IOC 위원을 갖게 되는 셈이다. 123명으로 구성된 IOC에서 3명 이상의 위원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 스페인 캐나다 독일 등 10개국에 불과하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선친 박두병(朴斗秉) 회장에 이어 2대째 맡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중소기협)·한국무역협회(무협)와 경제 5단체를 구성하는 상의 회장에는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직함만 90개가 넘는다.

그는 출장중에도 노트북을 들고다니며 모든 결제를 이메일로 대신한다. 그는 기업에서 수억 원씩 연봉을 받는 임원들이 결제를 받기 위해 회장 부속실에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것은 보기 흉한 비능률이라고 꼬집었다. 박회장은 중요한 이메일은 직접 답장을 쓴다.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는 이메일을 홍보실로 보냈더니 답장은 박회장에게서 날아왔다. 서울 남대문 옆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5층 회장실에서 그를 만나 체육-경제일반-두산그룹 순으로 화제를 이어갔다.



유도복도 입어보지 않은 柔道會長




-IOC 위원은 국제 스포츠인이면 누구나 되고 싶어하는 명예직이 아니겠습니까. 소감을 말해주시죠. 알려지지 않은 비화가 많을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보면 다시 없이 큰 영광이고, 그 동안 저를 뒷바라지해준 두산에 영예를 돌리고 싶습니다. 작년 12월12일 아침 비서실장의 전화를 받고 컴퓨터를 켜 IOC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도자료를 검색해보니 내 이름이 나와 있더라고요. IOC 집행이사회에서 추천 받은 후보는 총회에서 거의 그대로 인준을 받습니다. 작년 7월 모스크바 총회에서 IOC 위원을 다섯 명이나 가진 스위스가 명분도 없이 여섯번째 사람을 시키려다가 좌절된 적은 있지만….”

―자크 로케 IOC 위원장과는 언제부터 알고 지냈습니까. 지난해 7월 모스크바 총회에서 경쟁자였던 김운용 위원을 IOC 위원장으로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을 텐데…. 그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습니까.

“로케 위원장을 애틀랜타올림픽 때 처음 만났어요. 벨기에 유도가 강하거든요. 로케 IOC 위원이 유도경기를 참관하러 왔을 때 내가 호스트로서 옆에 앉아 얘기하다가 알게 됐습니다. 시드니 올림픽 때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지요. 외과의사 출신으로 5개 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는 인물입니다.

IOC에서 모든 국제경기연맹에 IOC 위원 후보를 추천하라고 해 작년 8월 초 IJF이사회를 통해 추천서를 보냈습니다. 이번에 80명 가량이 올라갔는데 자격심사위원회의 윤리위원회를 거쳐야 합니다. 뒷말이 없을 사람인가, 돈 문제에서 깨끗한가, 국제경기연맹 회장을 맡아 잘 했는가…. 이런 것들을 심사해서 IOC 집행이사회 최종명단에 들어간 거지요.”

태어나 지금까지 유도복을 한번도 안 입어본 사람이 대한유도협회 회장을 거쳐 IJF 회장까지 올라간 것도 새로운 기록이다. 그가 유도와 처음 맺은 인연은 완전히 타의에 의한 것이었다.

1981년 독일 바덴바덴에서 서울올림픽 유치가 결정돼 온 나라가 들뜬 가운데 올림픽조직위원회가 생겼다. 1982년 정부는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대한체육회 조직을 완전히 갈아엎었다. 기존 경기단체장들을 모두 물러나게 하고 기업인들에게 한 종목씩 떠맡겼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레슬링, 정몽구 현대 회장은 양궁, 이명박 현대건설 사장은 수영, 배종렬 한양 회장에게는 유도가 돌아갔다.

배종렬 회장 밑에서 일하던 그의 친구가 연락도 하지 않고 부회장으로 밀어넣는 바람에, 박회장은 유도와 첫인연을 맺었다. 부회장이지만 유도협회 일에 거의 관여하지 않고 있다가 1986년 봄 한양이 어려워지면서 체육부의 강권으로 회장을 맡게 됐다.

“처음에는 거절했는데 도저히 버틸 수가 없더군요.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압력을 넣는 바람에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은 심정으로 맡았어요. 유도협회 회장을 맡아 86아시안게임은 잘 치렀죠.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했고 일본은 선수선발을 잘못하는 바람에, 한국은 7개 체급에서 5개의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올해 월드컵은 16강이 목표입니다만, 서울 올림픽에서는 10위 안에 드는 것이 국가적 목표여서 유도가 금메달을 따줘야 했지요. 1988년 추석날 저녁 8시경 김재엽 선수가 금메달 땄어요. 전 국민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을 때 최고의 선물을 안겨준 거죠.

88올림픽이 끝나고 87만 달러의 배당금이 나왔는데 IJF 회장이 그 돈을 개인 호주머니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래서 세계 유도인들이 1989년 유고슬라비아의 베오그라드 총회에서 그를 내쫓았어요. 1991년에 바르셀로나 총회에서 스페인 사람이 회장이 됐는데, 나보고 자기가 하던 재무위원장을 맡으라고 하는 거예요. 1993년 IJF 총회가 끝나고 평소 얼굴을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현 회장이 인심을 잃었으니 회장에 나가보라”고 해요. 기왕 발을 들여놓은 김에 한번 도전해보기로 하고 그때부터 유도인들이 모인 곳에 열심히 나가서 밥 사고 얼굴을 익혔지요.

1995년 총회에서 현직 회장이던 스페인 사람하고 나하고 일본 회장이 3파전을 벌였어요. 일본유도협회 회장은 할아버지가 유도를 만든 사람이고 아버지는 초대 IJF 회장이었습니다. 힘든 싸움이 벌어졌는데 발을 너무 깊게 들여놔 그만둘 수도 없었지요. 1차투표가 끝나고 나니까 현직 회장이 24표를 받았어요. 내가 1등이고 일본사람이 2등이에요. 2차 투표에서 내가 88표, 일본사람이 69표였죠. 국제경기단체장을 맡았으니 당연히 IOC 위원 욕심이 생겼지요. 내가 열심히 하면 IOC 위원장이 내 공로를 알아서 언젠가는 시켜주겠지 하고 IJF를 위해 열심히 뛰었습니다. 국제스포츠계에서도 눈도장을 찍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년말 필드하키 회장이 여성이 됐는데, 이 여성은 되자마자 몇 달만에 IOC 위원이 됐어요. 나는 6년을 기다렸지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시켜주리라고 생각했는데 소식이 없었어요. 그 다음 총회가 모스크바였습니다. 모스크바에서는 김운용씨가 출마해서 유럽과 대판 붙었으니까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자크 로케 회장이 당선되자마자 축하를 보내고 10여 일 뒤 뮌헨에서 열린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 초청했더니 선선히 수락했어요. 뮌헨에서 나를 대하는 걸 보니 IOC 위원 시켜줄 것이라는 감이 오더군요. 나는 IOC 회장 선거에서 김운용씨를 밀었고, 그는 김운용씨하고 처절한 싸움을 했기 때문에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그때까지는 자신이 없었거든요. 서양이나 동양이나 사람 대하는 것을 보면 알아볼 수 있잖아요. 이심전심이죠.”

―혹시 이번에 IOC 위원이 되실 때 이건희 위원이나 김운용 위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으셨습니까.

“IOC 위원 추천은 옆에서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해요. 80명 추천후보 중에서 자격심사 등을 통해 떨어뜨리고 마지막 낙점 찍는 건 위원장이 합니다.”

―IOC 위원장이 거의 제왕적 권한을 갖고 있다고 봐야 되겠네요.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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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 동아일보 논설위원 >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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