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청원군 강내면 다락리에 자리 잡은 한국교원대학교 전경.
▼ ‘교실 친화적’ 교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교사를 말하나요.
“교육에 있어 획기적인 개혁이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문제는 해야 할 바를 제대로 안 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지 새로운 것을 하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게 아니거든요. 제가 25년 넘게 근무하면서 느낀 건, 여기서 아무리 체계적인 교수법을 가르쳐도 학생들이 막상 교단에 서면 자기가 고등학교 때 배운 대로 가르치더란 겁니다. 그래서 교사로서 학생들 앞에 섰을 때 실천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 내보내자고 하는 겁니다. 결국 좋은 교사, 학생들을 제대로 이끄는 훌륭한 교사를 양성하자는 얘기죠. 실상 모든 교대, 사대가 당연히 했어야 하는 건데, 그러지 못했어요. 우리 대학도 마찬가지고요.”
▼ 새로운 걸 제시했다기보다 응당 해야 할 바를 상기시킨 셈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추구하셨습니까.
“교수는 남의 말을 듣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총장이 아무리 소리 질러봐야 대단하게 생각 안 합니다.”
▼ 총장께서도?
“그렇죠, 허허. 자기가 최고니까, 누가 뭐라 해도 새겨듣지 않아요. 그런 교수들을 어떻게 움직일 것이냐가 관건인데, 특히 국립대 교수들은 국가공무원이라 총장이 쫓아낼 수도 없어요. 그러니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도입한 게 강좌개설권과 강좌선택권이에요. 강좌개설권을 교수에게 전적으로 일임했습니다. 원래 대학은 교육과정을 만들어놓고, 그 교육과정에 있는 과목들을 교수가 강의하도록 합니다. 새 강좌 하나 만들어 넣으려면 교육과정을 뜯어고쳐야 하고, 그러려면 굉장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교수가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해도 쉽지 않아요. 우리 대학은 교육과정의 경직성을 버리고, 교수가 강좌를 개설하면 그게 교육과정이 되도록 바꿨습니다. 비윤리적인 강좌가 아닌 한 무엇이든 가능하도록 열어뒀어요.
그러나 교수가 자기 편의에 맞춰 강의를 하면 곤란하지요. 그걸 막는 장치가 학생의 강좌 선택권입니다. 우리 대학은 필수과목을 모두 없앴어요. 모두 학생의 선택에 맡겼습니다. 교수가 마음대로 강좌를 개설하되, 학생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안 되는 겁니다. 학생들에게 얼마나 좋은 평가를 받느냐가 교수 업적 평가에 반영됩니다. 장기적으로 전체 교육과정이 학생들이 원하는 강좌들로 바뀌어나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런데 교수님들이 되묻습니다. 학생들이 좋아하면 교실 친화적인 강의냐고. 학생들이 학점 따기 쉬운 과목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지요. 저는 교실 친화적인 강좌를 완벽하게 구별해낼 방법은 없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강의 중에 교실 친화적인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중 80% 이상은 교실 친화적일 것이라고 가정하는 겁니다. 학생들도 향후 교단에서 활용하기 좋은 내용을 좋아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생각으로 강좌개설권과 강좌선택권을 도입해 상호견제하면서 점차적으로 변화를 꾀하도록 시스템을 만든 겁니다.”

유·초등·중등 교원을 양성하는 한국교원대. 학생들의 수업료와 기숙사비는 모두 국가에서 부담한다.
▼ 실제 교수님들의 참여는 어떻습니까.
“교수 업적 평가를 대폭 바꿨어요. 과거엔 논문에 비중을 두고 평가했는데, 이제는 교육에 더 비중을 둡니다. 논문 많이 쓰는 교수보다 잘 가르치는 교수가 더 좋은 평가를 받도록 한 거죠. 인센티브도 강화해서 교수가 개선의 노력을 조금이라도 하면 거기에 보상이 따르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보상체계로 다 되는 건 아닙니다.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교육연구원과 교수학습센터에서 모델 수업을 개발해 보급합니다. 교실 친화적이라고 할 만한 강의를 뽑아 시상도 하고, 실제 강의를 비디오 촬영해 공개하기도 합니다. 올해도 7~8명의 교수가 강의하는 모습을 촬영했어요. 앞으로는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좋은 강의를 직접 가서 배워오도록 하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교실 친화적 강의는 실험·실습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를 이론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실습 위주로 학생들이 직접 가르쳐보도록 하는 거죠. 구성주의 학습 이론이 이런 거라고 아무리 얘기해봐야 실제로 교실에서 구성주의 학습을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학생들이 직접 구성주의적으로 수업을 해보고, 교수가 수정·보완하는 워크숍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얘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