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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사는 스턴트우먼 조주현

“‘넌 줄 전혀 몰랐어’가 최고의 찬사, 늙어서 더 못 뛸 때까지 액션 하겠다”

죽어야 사는 스턴트우먼 조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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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사는 스턴트우먼 조주현

조주현씨의 ‘다찌마와리’ 액션은 호쾌하고 힘이 넘친다.

드라마를 계기로 스턴트우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그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 하나 더 있다. “그런 거 하면 무섭지 않나요?” 역시 대답은 시원스레 나온다. “당연히 무섭죠.” 씨익 웃는 얼굴이 장난꾸러기 같다.

“저도 사람이잖아요. 야생마 타고 내리막길로 질주하는 장면 같은 거 찍는 날은 아침부터 바짝 긴장해요. 하지만 위험한 장면이 아니라면 저를 왜 쓰겠어요. 하다가 죽을 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있다는 거, 알면서 이 일을 택한 건 나거든요. ‘위험해 보여서 못 하겠어요’ 하려면 얼른 그만두고 딴 일 해야죠.”

미니스커트 입고 자빠지기

조씨는 2009년 드라마 ‘자명고’를 촬영하다 왼쪽 무릎 인대가 끊어져 수술을 받았다. 두 달에 걸친 치료와 재활 끝에 복귀한 첫날, 그는 다시 3층 높이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감독님한테 ‘저 두 달 만이에요. 박스 좀 많이 깔아주세요’ 하고는 그대로 뛰었어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때 좀 아찔하긴 해도, 뛰어내리는 연기는 힘들지 않다. 남자들과 뒤엉켜 치고받는 ‘다찌마와리’도 재미있다. 그가 어렵다고 느끼는 건 오히려 미니스커트 입고 ‘자빠지는’ 쪽. 특히 스쿠터 같은 걸 타고가다 넘어지는 액션은 꽤 아파서 달갑지 않다.

“스턴트 연기를 할 때는 여자 연기자랑 똑같은 옷을 입잖아요. 대부분 타이트하고 노출도 많아서 무릎보호대 같은 장비를 하기 어려워요. 맨몸으로 길바닥에 나동그라져야 하니 여기저기 많이 다치죠.”

이런 연기를 한 번에 깔끔히 마치면 굉장히 뿌듯한 이유다. 계단 위에서 구르는 연기도 마찬가지다. 조씨는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액션 연기가 뭐냐”는 질문에 ‘계단 구르기’라고 답했다.

“여주인공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장면이 많잖아요. 그런 걸 촬영할 때 보통은 일반 연기자를 먼저 찍어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찍은 뒤 저한테 ‘저 위치에 저대로 떨어져달라’ 하는 거죠. 처음에는 ‘내가 구르는 것부터 촬영한 뒤 떨어진 모습대로 여주인공을 쓰러지게 하는 게 낫지 않나’ 생각했는데, 현장이 제 마음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잖아요. 상황에 적응하다 보니 이젠 계단 길이와 각도만 봐도 대충 견적이 나와요. 실컷 구른 뒤 눈을 떠보면 감독님이 얘기한 그 자리에 딱 그 모습으로 떨어져 있죠.”

“그럴 때 내가 참 기특하다”며 자랑스러운 듯 웃는 모습을 보니 ‘속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기특하고 뿌듯하기에 앞서 일단 아프지 않은가.

“한 번도 안 굴러보셨죠? 아프긴 한데 의외로 할 만해요. 시작만 잘 하면 몸이 저절로 굴러가거든요.”

그는 스턴트 연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재미있으니까”라고 답했다.

“남은 평생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일을 일상적으로 경험하잖아요. 스턴트 배우가 아니면 어떻게 헬기에서 떨어지고, 온몸에 불을 붙이겠어요. 교통사고도 얼마나 다양하게 당해봤는지…. 8차선 도로, 시골길…, 아주 버라이어티해요.”

조씨가 처음부터 스턴트 연기를 했던 건 아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에어로빅 시범단에서 활동하다 우연히 캐스팅된 첫 작품은 아동 영화 ‘용호의 권’이었다. 이 영화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액션 연기를 하자 ‘긴급구조 119’ 등의 프로그램에서 재연배우 제안이 왔다. 얼굴이 드러나는 일반 연기자 생활을 잠시 했지만, 배우로 성공하는 건 쉽지 않았다. 사고 장면 촬영 등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그의 ‘몸 연기’를 본 관계자들이 스턴트 배우 쪽을 권했다. 그렇게 대역 연기의 길에 접어들었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어요. 스턴트우먼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할 때라 일이 거의 없었거든요. 여자 배우의 대역 연기는 대부분 몸집 작은 스턴트맨이 할 때라 일할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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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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