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호

한국도로공사 류철호 사장

“교통정체, 환경오염 없는 녹색도로 만들겠다”

  • 백경선│자유기고가 sudaqueen@hanmail.net│

    입력2010-02-01 14: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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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패스 도입으로 요금 정산 시간 5분의 1로 단축
    • 이산화탄소 흡수하는 1000만 그루 로화수(路花樹) 식재
    • 지능형 교통체계 갖춘 ‘스마트 하이웨이’구축
    • 19개국 26개 기관과 교류협정 체결한 공기업 해외 진출의 표준모델
    한국도로공사 류철호 사장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는 지난해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올해는 국토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가 개통(1970년 7월7일) 40주년을 맞는 해라 더욱 의미가 깊다. 도로는 종종 인체의 혈관에 비유되곤 한다. 우리나라는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한 여러 대동맥을 바탕으로 지난 40년간 빛나는 경제 기적을 일궜다. 1월7일 경기 성남시 도로공사 본사에서 만난 류철호(62) 사장은 “경부고속도로 없이 한국의 오늘이 있었겠느냐”며 “도로공사의 한 구성원으로서 경부고속도로 개통 40주년이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마침 그를 만난 날은 수도권에 우리나라 기상 관측 사상 최악의 폭설이 내린 지 3일 뒤였다. 지난 며칠 동안 많이 바빴을 것 같다고 첫 인사를 건네자 그는 의외로 “저야 바쁠 것 없었죠”라고 답했다.

    “제가 뭘 했겠습니까. 우리 직원들이 고생 많이 했어요. 새해 첫 월요일인 1월4일부터 320여 명이 도로로 나가 제설작업에 앞장섰습니다. 가끔은 우리 직원들이 노력하는 것에 비해 국민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민간기업에 근무하다 2008년 6월 도로공사 사장에 취임한 그는 “공기업은 정년이 보장돼 있고 월급 안 나올 걱정 없는 좋은 직장이기 때문에 민간기업에 비해 서비스가 떨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공기업 직원들의 능력이나 노력 역시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빠르고 편안하고 안전한 도로



    류 사장은 도로공사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선진 기업으로 발돋움하도록 하기 위해 3가지 경영 방침을 세웠다. 섬김 경영, 숫자 경영, 윤리 경영이 그것이다.

    “섬김 경영의 기본은 도로의 고객인 국민을 항상 섬기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경영 활동의 목표를 ‘국민의 쾌적한 도로 이용’으로 삼는 것이지요. 사실 도로공사가 존재하고, 이곳에서 일하는 우리가 생활을 꾸릴 수 있는 것은 모두 국민 덕분 아닙니까. 국민을 섬기는 건 당연한 일이자 공기업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숫자 경영은 경영 목표 수립부터 업무 추진, 성과 측정, 피드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구체적인 수치로 표현하는 것을 가리킨다. 류 사장은 “평소 공공부문의 업무 목표가 다소 추상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가시적인 성과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숫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리 경영은 말 그대로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 활동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것을 뜻한다.

    류 사장은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 계획에 따른 조직 운영 효율화와 서비스 효율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조직 운영 효율화의 경우 이미 정원 감축, 조직 개편, 휴게소 운영 개선 방안 수립 등 3개 과제를 마쳤다. 앞으로는 민간 위탁 확대, 자산 매각, 출자회사 정리, 직무급 확대 등 4개 과제를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그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빠르고 편안하고 안전한’ 도로를 만드는 것이다.

    “국민이 고속도로에 기대하는 게 바로 빠르고 편안하고 안전한 것 아닙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많은 분이 정체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죠. 제가 도로공사 사장에 취임한 뒤 가장 역점을 기울이는 분야가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것, 바로 고속도로 정체를 해소하는 일입니다.”

    류 사장은 ‘빠른’ 고속도로를 만들기 위해 하이패스 보급 확대, 갓길 차로제 확대 등을 추진했다. 최첨단 무정차 요금 시스템인 하이패스 제도는 고속도로 통행의 혁명이라 불릴 만큼 정체 해소에 큰 구실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도로공사 자체 조사에 따르면 운전자가 고속도로의 일반 차로를 통과할 경우 요금 정산에 14초가 걸린다. 하지만 하이패스 차로를 이용하면 3초 만에 정산이 가능하다. 차량 통행시간이 5분의 1로 단축되는 셈이다.

    한국도로공사 류철호 사장

    하이패스는 고속도로 요금 징수 시간을 5분의 1 수준으로 단축하면서 정체 해소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도로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운전자가 하이패스를 사용하면 출퇴근 시간대 통행료 50~20% 할인, 상시 5%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이 같은 하이패스의 편리함과 장점이 운전자들에게 알려지면서 하이패스 이용률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2007년 12월 전국 고속도로 나들목에 하이패스가 확대 설치된 후 1년 만에 이용 차량이 30%를 넘어섰고, 현재는 45%에 육박한다. 이 과정에서 고속도로 나들목 진출입 시간이 이전보다 최고 50%까지 줄어들면서 2009년 한 해 동안 2만9000t의 배기가스가 줄어드는 부대효과까지 얻었다. 자동차의 배기가스는 운행속도가 빠를수록 줄게 돼 있다. 일반 차로 요금정산소에서 정지할 때 일어나는 공회전은 배기가스 배출의 주범이다. 도로공사 자료에 따르면 하이패스 이용으로 연평균 7만7000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10년간 1088억원을 아끼는 셈이 된다.

    류 사장은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2017년까지 하이패스 이용에 따른 사회 경제적 편익 효과가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한국의 하이패스 시스템에 대한 외국의 관심이 늘고 있어 관련 사업의 해외 진출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불제 하이패스 시스템

    본선의 갓길을 임시차로로 활용하는 갓길 차로제 또한 도로 정체 해소에 일조를 했다. 류 사장은 취임 이후 갓길 차로제를 17개 구간, 총 길이 92km에 확대 실시했다. 그 결과 고속도로 운행속도가 최고 63%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3월25일 실시한 통행료 후불제는 ‘편안한’ 고속도로를 만드는 데 큰 몫을 했다. 기존의 고속도로카드는 1회용으로 사용이 끝나면 재구입해야 하고, 분실했을 때 보상받기 어려웠다. 이후 출시된 선불형 전자카드 역시 일정기간마다 충전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에 비해 후불형 하이패스카드는 일반 교통카드처럼 통행시에는 카드로 결제한 뒤 카드 결제일에 맞춰 고속도로 이용요금을 내는 방식. 하이패스 상시할인 5% 외에도 카드사별로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후불형 하이패스카드는 출시 4개월 만에 100만장, 9개월 만에 360만장이 발급될 정도로 고속도로 이용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 확충 문제도 도로공사에서 크게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외곽순환도로의 경우 1996년 개통 이후 13년간 휴게소가 하나도 없었어요. 지난해 이 도로에 휴게소를 세 곳 만들었지요. 도로공사는 휴게소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휴게소의 질을 높이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먹을거리 종류를 다양화하는 등 이용자의 편의 향상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겁니다.”

    미래형 첨단 고속도로

    ‘스마트 하이웨이’

    ‘안전한’ 도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캠페인과 제도개선 두 가지를 함께 추진 중이다. 도로공사는 2009년을 교통안전 선진화의 원년으로 삼고, 2012년까지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를 50%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경찰청과 협약을 맺고 교통안전 다짐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민·관·학·연의 교통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휴게소 예정부지 16곳을 운전자 휴식공간으로 개방하는 등 정책적 노력도 병행 중이다. 또 과속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영업소 간 운행속도 안내시스템을 시범운영하고 사망사고 발생지점 안내판을 시범 설치했다. 교통안전 동영상 CD를 제작 배포하고, 치사율이 높은 갓길 2차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삼각대 2만여 개를 나누어주기도 했다.

    “노면 요철 포장, 충격흡수시설 설치, 사고 다발지점에 대한 안전 진단 실시 등 안전시설 확충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형차량 사고시 통행차로 우선 확보를 위해 견인용 이동보조장치를 자체 개발하고, 노면 낙하물 수거작업 기계화도 추진 중입니다.”

    한국도로공사 류철호 사장
    도로공사에서 2017년 시범도로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미래형 고속도로 ‘스마트 하이웨이’는 류 사장이 꿈꾸는 ‘빠르고 편안하고 안전한’ 도로의 완성판이다. 도로에 폐쇄회로 카메라(CCTV)와 교통량 및 속도인식장치(VDS), 지능형교통체계(ITS) 등을 구축해 차량운행 속도를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은 줄이면서 안전사고는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방식. 이 도로 위에서 운전자는 전방에 차가 밀리는지 알 수 있고, 차가 밀릴 경우 소통이 원활한 다른 길을 찾아 돌아갈 수 있다.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도 미리 알 수 있다. 톨게이트를 지날 때는 하이패스를 이용해 막힘없이 통행료를 결제한다.

    “최근에는 휴대전화나 DMB 방송 등을 통해 누구나 실시간으로 교통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됐지요. 도로공사에서도 최신 도로기술에 첨단 IT기술과 자동차 기술을 접목해 이용자 중심의 미래지향적인 도로를 만들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차량 대 차량, 차량 대 도로 간의 쌍방향 통신 및 실시간 정보 제공을 가능하게 하는 이용자 중심의 정보통신 환경 구축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류 사장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구체적으로 차량의 주행 속도를 낮추지 않고도 통행 요금을 자동으로 징수할 수 있는 무정차 다차로 자동요금징수시스템, 안개 발생시 시정거리를 확보해 교통사고를 최소화하는 방무(防霧)시설, 노면 결빙 방지 기술 등 전천후 도로관제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기술이 완성되면 운전자는 언제 어디서나 도로교통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고, 악천후와 긴급 상황에서도 안전하고 쾌적하게 주행할 수 있다.

    로하스(LOHAS)+도로=‘로화수(路花樹)’

    도로공사는 ‘로화수(路花樹) 1000 프로젝트’를 통해 색깔 있는 도로(colorful road), 테마가 있는 도로(theme road), 건강한 도로(well-being road), 친환경적인 도로(eco-road)를 조성할 계획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으로 인해 초래된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정부나 시민단체 등 많은 곳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 공사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친환경 기업이 되기 위해 저탄소 녹색사업을 고민했죠. 그러던 중 로하스(LOHAS)라는 사회적 패러다임을 고속도로에 접목시킨 ‘로화수 1000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된 거예요.”

    ‘로화수 1000 프로젝트’란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수목 1000만 그루를 심는 녹색사업. 도로공사는 산림청과 ‘로화수 1000 프로젝트’ 공동추진 협약을 체결하고 시행 첫해인 2008년에는 155만그루, 2009년에는 297만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올해는 320만그루를 추가로 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1000만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홍보하고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하는 시민 참여 나무 심기 행사,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꽃씨를 나누어주는 사랑의 꽃씨 나누기 행사 등도 펼쳤다.

    류 사장은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새로 식재된 1000만그루의 나무가 기존의 수목 1300만그루와 함께 연간 23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거대한 탄소 흡수원이 돼 대기오염을 해소하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로공사는 베트남 고속도로 설계 사업 등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해외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미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스리랑카, 이라크, 라오스 등에서 원조 사업 및 해외기관 발주 사업을 수주하여 완료 또는 진행 중에 있다.

    “우리나라 유일의 도로 전문기업으로 40년 이상 축적한 기술력과 관리 능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덕분입니다. 예전엔 해외 진출이라고 하면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젠 우리의 앞선 지식과 기술력을 전수받기 원하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죠. 현재 세계 각국의 구애를 받고 있는데, 특히 개발도상국들은 우리의 고속도로 건설 기술, 하이패스로 대표되는 최첨단 운영 기술, 그리고 3500km에 달하는 고속도로를 국민이 24시간 안심하고 다닐 수 있게 하는 유지관리 기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도로공사 류철호 사장

    1970년 7월 완공된 경부고속도로가 올해로 개통 40주년을 맞는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 광경.

    현재 도로공사는 19개국 26개 기관과 교류협정을 맺고 협력 관계를 넓혀가고 있다. 개발도상국 도로기술자 초청 연수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도로 기술력을 외국에 소개하고 있고, 해외사업 전문가 육성을 위해 캄보디아 공공사업교통부에 직원을 파견하는 등 세계 각지에서 기술 지원 및 사업 개발, 인적 네트워크 구축 등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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