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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리더십과 김정일 리더십

김대중 리더십과 김정일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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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분·논리’에 기초한 김대중 대통령의 리더십과 ‘활달·감’에 기초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리더십이 대조와 조화를 이루며 남북공동선언의 결실을 거두었다. 리더십 유형 분류에 따르면 김대통령은 적극·부정형, 김위원장은 적극·긍정형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 자체다. ‘6·15 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낸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정착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렇게 회담을 이끌어낸 김대통령의 노력은 역사적으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김위원장의 파격과 변신에 크게 놀랐다. 그동안의 인식과는 달리 TV를 통해 우리에게 생생하게 다가온 ‘신선한 김정일 바람‘은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김위원장은 공항에서 자유분방하고 격의없는 태도로 김대통령을 영접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또 그동안 자신이 은둔해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농담을 섞어 말했다. 이어 목란관에서 열린 만찬에서도 이희호 여사가 헤드테이블이 아닌 다른 자리에 않자”이산가족이 되면 안된다”고 하면서 ”그래서 김대통령이 이산가족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라고 재치 있게 말했다.

특히 남북공동선언 서명이 끝난 뒤 김대 통령과 건배할 때는 단숨에 잔을 비우는 호기를 보였다. 고별 오찬에서는 자신의 술 실력을 두고 “모두들 ‘역시 김정일 위원장의 술 실력이 날카 롭다’고 하더구만”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산주의자도 도덕과 예의를 안다”며 정상회담 내내 김대통령을 깍듯이 예우하고 여유 있게 회담을 이끌어갔다. 이러한 김위원장의 모습은 그동안 우리가 막연히 생각해오던 바와 크게 달랐다.

김정일의 ‘젊은’ 리더십



특히 김위원장의 모습은 철저하게 반공교육을 받고 자라난 우리 젊은 세대를 당황케 했다. 왜냐 하면 김위원장은 귀하게 자라고 예술에 심취해, 성격이 까다롭고 괴팍하며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지도자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TV화면을 통해 여유가 넘치는 그의 모습에서 상당히 호방하고 솔직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더욱이 일부에서는 1인 보스정치에 얽매여 소신과 패기없이 그저 말 바꾸기만 하는 우리 정치인들과 비교해 김위원장을 ‘통이 크고 도량이 넓은’ 인물로 영웅시하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김위원장의 독특한 이미지 관리는 영화광에다 TV 등 언론매체에 밝은 그의 리더십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있다. 즉 정상회담 일정을 하루 연기해 우려를 자아내게 한 후 의표를 찌른 공항영접 등으로 극적 반전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김위원장의 자신감 넘치는 행동도 관심의 초점을 자신에게 맞추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다.

실제로 정상회담 과정에서 김위원장은 예상과는 달리 협상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우선 대화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적극성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협상에서 주도권 잡기는 김대통령의 장기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선 오히려 김위원장이 대화를 주도했다. 김대통령은 주로 듣는 자세로 일관했고 다소 위축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어떤 면에서는 젊고 패기 있는 김위원장의 자세가 김대통령의 논리와 치밀함을 압도하는 느낌을 주었다. 즉 김위원장은 ‘젊고 패기 있는 리더십이란 이런 것’임을 보여준 셈이다. 특히 2박3일간의 짧은 정상회담이었기에 리더십에 기초한 그의 순발력이 더욱 빛나 보였다.

결과적으로 김위원장은 이번 회담을 통해 단숨에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공산권의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하였다.

한편 이번 회담은 김대통령에게는 대단한 정치적 결단이었다. 집권 3년째인 임기 중반을 맞아 여소야대 정국 아래서 정국의 주도권 확보와 안정적 유지를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일이 요구되던 김대통령으로서는 성공적인 정상회담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러므로 일정과 의제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 을 시도한 김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은 매우 도전적인 것이었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방북 일정이 하루 연기됐을 때 김대통령은 무척이나 긴장했을 것이다. 또 정상회담이 가시적인 성과 없이 끝났다면 대단한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정상회담 내내 김대통령은 무척이나 긴장하고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차분·논리 VS 활달·감

김대통령은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과장된 표현이나 제스처를 취하는 일 없이 차분하고 노련하게 대화를 유도했다. 김대통령은 원래 꼼꼼한 준비와 정연한 논리, 그리고 정확한 근거 제시를 통해 상대를 설득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그의 이러한 리더십은 100% 발휘됐다. 2박3일간의 짧은 정상회담을 통해 ‘차분·논리’에 기초한 김대통령의 리더십과 ‘활달·감’에 기초한 김위원장의 리더십은 대조와 조화를 이루며 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냈다. 이제 두 사람의 대조적인 리더십을 좀더 자세히 분석해 보자.

리더십에 관한 연구 중 가장 선구적이고 일반인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분석방법은 개인의 심리적 측면과 특성을 강조하는 ‘바버(James Barber)의 분석틀’이다. 바버는 대통령의 개성(personality)은 크게 성격(character), 세계관(world view) , 행위방식(style)을 포함하며 이러한 개성은 상당히 정형화돼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특정 대통령의 개성은 그가 직면한 국민의 기대감을 포함한 정치적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이러한 개성은 대통령의 행태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바버는 대통령의 개성이 그들의 ‘활동 에너지’와 ‘정치적 직무에 대한 태도’로 표출된다고 보았다. 활동 에너지는 개인이 얼마나 활동적이냐 비활동적이냐를 분석하는 것이고, 정치적 직무에 대한 태도는 그가 얼마나 정치적 생활을 즐기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기초로 바버는 먼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을 성격 또는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활동 에너지와 직무에 대한 태도를 중심으로 ‘적극-긍정형(active-positive)’, ‘적극-부정형(active-negative)’, ‘소극-긍정형(passive-positive)’, ‘소극-부정형(passive-negative)’으로 분류하면서 대통령의 심리적 특성과 국정운영 결과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적극적 대통령은 넘치는 활동 에너지를 갖고 있으며, 소극적 대통령은 쿨리지 대통령(꼭 11시간 잠을 자고, 낮잠을 즐김)처럼 근본적으로 활동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긍정적 대통령은 대통령직 수행에 큰 기쁨을 가지나, 부정적 대통령은 대통령직 수행에 최소한의 만족을 느낀다고 한다.

이러한 분석에서 중요한 점은 네 가지 유형 중 어느 유형이 다른 유형보다 좋다거나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라 유형마다 장·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 유형의 장점이 발휘될 때는 대통령의 개성이 국정운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단점이 드러날 때는 개성이 국정운영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바버는 이러한 분석틀을 이용해 지도자의 개성을 분석하면 향후 그의 국정운영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바버의 분석틀을 이용해 김위원장과 김대통령의 개인적 특성을 중심으로 리더십을 분석해 보자.

먼저 2박3일간의 김위원장 행동을 보면 그는 ‘적극-긍정형’ 리더십에 해당한다. 이러한 리더십 유형의 장점은 대체적으로 성취욕이 강하고 결과(results) 중심적 국정운영을 추구한다는 것이고, 단점은 끝맺음 없이 너무나 많은 일을 벌이고 단기적 시각으로 단기적 성과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이 유형에 속한 인물 중 성공적인 대통령으로는 미국의 제퍼슨, F. 루스벨트, 트루먼, 케네디 대통령을 꼽는다. 포드, 부시 대통령도 이 유형에 속한다. 반면 카터 대통령은 이 유형 중 실패한 대통령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김위원장은 김대통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고 패기가 있다. 적극적이면서도 긍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 때문에 성취욕이 강하고 결과중심적인 국정운영을 추구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일을 벌이게 되고 단기적 성과를 추구한다.

또한 자기 생각이 강한 탓에 그의 참모들은 종종 그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 정책집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김위원장의 경우 공개적으로 활달하고 솔직한 모습을 보이는 태도는 장점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최고지도자로서 다소 경솔하다는 인상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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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득 고려대 교수 ·대통령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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