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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은 주한미군 철수 원치 않는다

김정일은 주한미군 철수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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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정상회담은 주한미군을 딜레마에 빠뜨렸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된 후에도 미군은 한국에 계속 주둔할 것인가. 그렇게 된다면 주한미군의 성격과 목적은 어떻게 변할까.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의 속셈은? 》
“남북한 관계가 진정으로 개선된다면 광범위한 전략적 맥락에서 미국은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다.”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던 6월14일, 일본 외신기자클럽에서 미국 조지 워싱턴대학의 해리 하딩 교수가 남북한과 미국의 삼각관계를 분석한 내용이다.

성사된 것 자체에 의의를 뒀던 남북정상회담이 자주적 통일원칙을 골자로 하는 ‘6·15 남북공동성명’이라는 성과를 올리고 남북한에 해빙무드가 급류를 타면서 남북한 문제에 대한 시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반도 분단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4강(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이 어떠한 시각에서 한반도 문제에 접근할지, 2차대전 이후 50여 년간 태평양을 누비며 아시아의 세력 균형자를 자임해온 아시아 주둔 미군 입지는 어떻게 될 것인지, 특히 주한미군의 향방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애치슨 라인의 교훈

미국 군대와 한반도의 인연은 1882년부터 시작됐다. 미국은 한국이 최초로 수호통상조약을 맺은 서양 국가이기도 하다. 당시 미국이 한반도로 눈을 돌린 것은 한반도 자체에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일본과 중국과의 교역에서 미국의 상업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다분히 지정학적인 위치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그후 2차대전이 끝나면서 1945년 9월 존 하지 중장이 이끄는 제7 보병사단이 한국에 상륙한 이래로 주한미군의 역사가 시작됐다. 현재의 주한미군은 1953년 워싱턴에서 이승만 대통령과 덜레스 미 국무장관이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근거로 주둔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1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은 지정학적 관점에서 미국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 일본에 둘러싸인 한반도가 어떠한 세력이나 국가에 주도되기를 원치 않는다.

막대한 비용 문제를 일으키는 주한 미군 철수나 감축에 대한 논의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왔음에도 미국이 지금껏 3만7000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애치슨 라인’이 준 뼈아픈 교훈 때문이다.

1949년까지만 해도 김일성의 남침계획을 무시했 던 스탈린은 1950년 초 돌연 전쟁 계획을 수락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 이유는 다양하지만, 미군 철수와 함께 한국이 미국의 방위 라인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1949년 3월 맥아더 장군은 한 인터뷰에서 극동지역의 미국 방위선에서 한국 배제를 표명했다. 이어 국무장관이던 딘 애치슨은 워싱턴 기자클럽에서 ‘아시아 위기’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미국의 극동방위선에서 한국이 제외됐음을 공식 발표했다. “미국의 동아시아 방위선(defense parameter)은 알류샨-일본-류큐(琉球)이며 한국과 대만은 UN의 책임 하에 둔다”는 모호한 발표를 듣고 이승만 정부는 선언 취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50년 전쟁이 발발하기 한달쯤 전에 미 상원의원 탐 코넬리가 애치슨 장관에게 소련이 남한을 침범할 가능성에 대해 질의하자 애치슨은 “그것은 소련의 편의에 의한 것으로 미국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김일성이 소련의 무기 지원과 중국의 직접개입 약조를 받아내고 남침을 강행하자, 북한의 남침을 소련의 대리전으로 인식한 미국은 유엔군의 이름으로 즉각 개입했다. 미국은 6·25 때 150만 명의 미군을 투입했으며, 그중 5만4000명이 전사하는 대가를 치렀다.

6·25전쟁은 한반도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4대 강국의 국익이 충돌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미국에게 각인시켰으며, 한국과 미국 양측에 ‘주한미군 철수=전쟁 발발’이라는 묵시적인 경고를 남겼다.

미국의 딜레마

필자는 미국의 한 고위 외교관에게 사석에서 “당신이 차기 한국대사로 지명될 가능성은 없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 외교관은 한국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 한국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어 실력도 탁월한 한국통이었다. 그런데 그는 단번에 “노(No)” 라고 대답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은 백악관의 특별관리 대상이며, 대통령이 한국 문제를 매우 각별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 따라서 정치권과 밀접하고 비중있는 인사를 파견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주한 미국대사는 제임스 릴리, 도널드 그레그, 제임스 레이니, 스티븐 보스워스와 같이 직업외교관이 아니라 행정부의 정보조직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거나 대학 총장급 학자 등 실세들이 파견돼왔다. 클린턴 대통령도 지난 8년 동안 직접 한반도 문제를 챙기고 있다.

신임 주한 미8군 사령관 토머스 슈워츠도 장기간 한국에서 근무한 한국 전문가로서 한국 문제에 대해 정확한 해석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냉전 이후 미국은 소련이라는 주적이 사라지면서 북한, 이라크와 지역 불량국가를 중점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안보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 미사일과 핵을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정부는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주요 세계전략으로 삼고 북한 핵 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1994년 제네바협약을 강행했다. 그러나 1996년부터 5년 동안 북한미사일 협상을 벌여왔지만, 미사일 발사 유예선언을 합의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또한 북한 등을 겨냥한 미국 방위전략의 핵심인 국가미사일 방위계획(NMD)의 제2차 요격미사일 발사 실험이 실패한데 이어, 남반구의 미사일 공격에는 무방비 상태라는 기술적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사일 방위체제 전체가 난관에 빠졌다.

NMD 구축 반대 대열에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강한 결속력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김정일의 중국 방문과 조만간 이뤄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한·미·일의 3국 공조에 북 ·중·러의 삼각축이 맞대응하는 형국을 조성할 것이다.

이러한 동북아 구도와 최근의 한반도 상황을 놓고, 북한과 제네바 핵합의를 도출한 당사자인 로버트 갈루치 등은 급진적인 남북한 관계 개선이 미국의 NMD 추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상회담의 결과 한반도가 평화단계에 진입할 경우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가 약해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미국이 겉으로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NMD 추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사실상 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어서, 북한이 대상에서 빠지게 될 경우 미국의 중국 저지에 구멍이 뚫리는 상황이 오리라고 우려한다.

변혁인가, 군사력 강화인가

미국에서는 냉전 종식 이후 국민들이 더 이상 군사비에 혈세를 낭비하는 것을 원치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매향리를 비롯한 주둔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미군의 아시아 주둔 환경도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시기적으로도 대선과 클린턴 임기 만료라는 두 가지 복병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 문제에서 산뜻한 결론을 얻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북한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할 경우 클린턴-고어의 대외 업적에 오점을 남기게 되고, 고어 부통령의 대선 레이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북한에 대한 결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국이 남북정상회담 성사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것은 그런 맥락에서다.

종전에 미국측은 북한의 남침을 억제하는 것이 주한미군의 주임무라고 생각해 왔지만, 주한미군을 포함한 10만 명의 미군은 북한의 남침 억제뿐만 아니라 동북아지역에서 미국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주한미군과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이 가닥을 잡을 것이다.

남북한 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두 축으로 나뉘어 북한에 대해 격론을 벌이고 있다.

북한 긍정론자들은 북한이 광범위한 변혁의 가장자리에 있으며, 남북정상회담이 이러한 과정의 첫걸음이고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으로 점친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조엘 위트를 비롯한 일군의 학자들은 앞으로 더욱 대담한 구상이 나올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지원하면 북한도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 문제를 협상을 통해 타결하고 군사적 긴장을 해소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다.

반대로 보수적인 학자들은 김정일은 결코 북한이 개방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으며, 오히려 북한의 일련의 움직임은 100만 대군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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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세종대 부총장 ·국제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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