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상회담이 남북관계 개선에 얼마나 기여할 것으로 보십니까? 또 북한의 체제개방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우선 정말 반세기만 에 남북정상이 만나는 기회를 텄다는 데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얼마만큼 남북문제 해결에 도움을 가져올지, 이것은 앞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끌어가는 두 정상에게 달려있다고, 특히 우리 김대통령에게 많이 달려 있다고 봅니다. 남북문제는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남북간 에 긴장해소, 즉 전쟁위협의 해소입니다. 남북간에 서로 공존하지 못하는 그런 전쟁위협을 해소하는 것이고, 이는 직접적으로는 북한이 갖고 있는 대량살상무기의 위협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북한의 개혁 개방과 연결돼 있습니다. 북한이 지금 강성대국을 지향 하면서 이런 미사일이나 핵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는 한은 전쟁위협 해소나 북한의 개방·변화는 기대할 수가 없죠. 이런 전쟁위협 해 소나 북한의 개방·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게 남북정상회담의 가장 큰 의미여야 한다고 봅니다.”
─남북간에 이번 정상회담의 기조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또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제적 교류협력에 관해 적극적 논의가 있는데 혹시 우려되는 점 이 있다면 어떤 게 있습니까?
“그게 바로 우려하는 점입니다. 제가 여야영수회담에서 대통령한테 3원칙을 요구도 했지만, 많이 주면 줄수록 북한은 더 적극 응하고 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막연한 환상입니다. 그런 환상은 버려야 합니다. 우리 국가재정에 부담이 되고 국민세 금에 부담이 되는 경협을 하는 이런 마당에는 정말 냉철한 머리로 따질 건 따지고 ‘비용에 대한 효과’라는 것도 엄밀히 측정하면서 대할 필요 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상호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북한측에 지원이나 경협을 하는 것은 북한의 변화나 개 방으로 말미암은 전쟁위협의 해소와 이산가족 상봉 같은 민족 숙원에 대한 희망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에 어떤 지원이나 경 협을 할 때는 그에 상응하는 북한측의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총재께서 상호주의를 여러번 강조하시는데 이걸 두고 너무 소극적이고 경직된 등가주의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 것 같은데요. 현실이 등가(等價)적 대가를 받기가 어려운데 말이죠.
“꼭 얼마 주고 뭘 받 고 이런 것보다도, 막연히 ‘주면 뭔가 얻어질 것이다’는 생각은 전혀 전략적이지 못하고 효과적이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같은 위협을 감소시키는 일에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거예요.
─김대중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노벨평화상과 연계시키려는 사람도 제법 많은 것 같습니다. 항간에서는 김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이총재께서는 김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는 다면 축하해주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웃으며)“우리나라 사람이 노벨평화상을 받는다는데 그건 축하할 일이죠.”
우리당 386은 저쪽 386과 달라
─이회창총재의 통일방안은 과연 뭔가 하는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령 노태우 김영삼 전대통령 때만 해도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골격을 이뤘는데, 이총재의 경우 이렇게 하면 안된다, 우려된다는 신중론이랄까 점진론은 있는데 적극적으로 뭘 해나가자는 형성적 프로그램이랄까 틀은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노태우대통령이든 김영삼대통령이든 김대중대통령이든 포용정책의 기조 위에 서있는 정책이라는 점에서는 대차가 없어요. 그걸 어떻게 포장하는가의 차이일 뿐 포용과 대화협력의 정착 위에 평화통일을 지향한다 는 점에서는 큰 차가 없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 한나라당의 통일정책 기조도 같은 방향에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내세우는 것은 ‘전략적 포용’이 돼야 한다, 즉 단지 포용을 위한 포용이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전쟁위협을 해소하고 평화통일로 가는 확실한 기초를 닦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하는 ‘선택적 포용’이 돼야 한다는 거죠. 대화와 협력으로 상호간 불신을 헐고 다음에 평화공존의 형태를 거쳐서 평화적 통일단계로까지 올라서는 것을 말합니다.”
─대통령(후보)의 자질 또는 스타일과 관련, 흔히 두가지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첫째로 ‘머리는 남에게 빌릴 수 있다, 지도자는 뛰어난 전문가를 주변에 포진시키고 그들의 의견을 듣고 대변할 수 있으면 된다’는 것이죠. 다음으 로 대통령 자신이 해박하게 공부를 해서 참모들을 감독하고 지도할 수 있는 스타일인데. YS가 전자라면 DJ는 후자로 분류하는 사람이 많 습니다. 이총재께서는 이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면 어느 유형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또 스스로는 어떤 유형이라 생각하시는지.
“ 그렇게 뚜렷이 두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자신의 최종적 판단과 용기있는 결정을 필요로 하는 자리 입니다. YS와 DJ를 비교하셨는데, 내가 YS를 특별히 옹호해서가 아니라, YS도 나름대로 지식과 판단에 의해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었 다고 봅니다. 그래서 어느 유형이 대통령자리에 꼭 필요한 유형이라고는 보지 않고요. 두 가지가 조화된 유형이 가장 좋겠다고 봐요. 또 근 본적으로 최고지도자라는 것은 자신의 판단과 용기에 의해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위치에 있다는 겁니다. 이 말을 좀 강조하고 싶군요.”
─요즘 20, 30대 사이에 아르헨티나 출신의 전설적 혁명가인 ‘체 게바라’ 평전이 폭발적으로 팔려 서울 대형서점에서 3개월째 베스트셀러랍 니다. 반독재투쟁이 한창이던 70, 80년대에 많은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체 게바라 열풍이 왜 지금 불고 있다고 보십니까. 또 조선시대 명의 를 극화한 TV드라마 허준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엄청난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체 게바라는 혁명의 이상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자신의 삶을 불꽃처럼 태우며 치열하게 살다간 사람입니다. 드라마에 나타난 허준도 사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이 오직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 자신을 바친 헌신적인 사람이고요. 이러한 사회개혁 공동선에 대한 희생적 삶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 아닐까요?”
─젊은 정치인들의 ‘5·17광주술판’이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는데 한나라당 의원들은 운이 좋은 건지 피해갔습니다만. 386으 로 통칭되는 젊은 의원들은 그동안 정당민주화와 국회개혁 등을 다짐해왔는데 이들에 대해 이총재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쎄, 그쪽(민 주당쪽) 386들의 성분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다만 우리(한나라당) 386들은 그쪽 386과는 좀 다르다는 거죠. 우리 386들은 매우 건강하고 전문직을 거쳤고 사회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건전한 활동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6·5 국회의장 경선결과를 두고 이총재께서는 민주당 386이 당초 다짐한 크로스보팅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셨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당내 386 등 소속의원들이 당론과 다른 크로스 보팅, 이른바 ‘소신투표’를 해도 화를 내지 않으실 건가요?
“나는 단지 여당 386 정치인들이 당론을 따랐다는 자체를 가지고 문제를 제기한 게 아닙니다. 당론이 옳을 때는 따라야죠. 그러나 이번 국회의장 선거는 정치개혁이나 의회쇄신 등 시대적 과제와 국민의 여망에 비춰볼 때 누가 더 적임자인지 분명했고 여론도 국회의 변화를 주도할 인물을 지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더구나 여당 386정치인들이 그동안 표방해 온 정치적 노선과 개혁의 이념을 보더라도 의장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 자명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을 보고 실망스 러운 마음에서 한마디를 한 것입니다.
─YS는 지난 5월호 신동아 인터뷰에서 2002년 대선에서 자신이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거명해 지지하 겠다고 이른바 ‘킹 메이커’ 역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YS의 그런 언급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분이야 그분 소신대로 말한 거겠지. 뭐”
─2년후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현재의 지지기반이나 정치세력으로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만일 새로운 기반이나 정치세력과 연 대가 필요하다면 어떤 쪽이 더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당연히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지역적으로나 계층적으 로 광범위한 국민의 지지를 받는 당이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겁니다.”
─여권의 대권주자로는 누가 가장 경쟁력있는 인물이라고 보십니까? 또 누가 나와도 이길 자신이 있으십니까?
“후보가 되지도 않은 사람이 어떻게 그런 평가를 할 수 있겠어요? 그때가서 상황이 어떻게 되느냐 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는가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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