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은 시험 삼아 해보는 게 아닙니다. 국가경영 능력이 있는 인물이 맡아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CEO대통령’이 필요한 때입니다. 나는 판사와 대학교수, 그리고 지난 20년간 3선 국회의원과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대통령비서실장, 집권여당의 대표를 지냈습니다. 국정전반을 총괄하고 조정해본 경험과 능력이 있습니다.”
김중권(金重權) 민주당 상임고문은 국가운영에 실제 관여해본 경험이 자신의 결정적 자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거칠지만 자신감에 찬 어조로 당내 ‘젊은 경쟁자들’을 겨냥한 듯 “패기나 혈기만으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란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가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국가에 이득이 되고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희생의 자리, 봉사의 자리입니다. IMF를 극복했다고 하지만 아직 그 후유증이 큽니다. 이럴 때 패기나 의욕, 혈기만으로는 국정운영이 안됩니다. 영남과 호남간의 갈등, 보수와 개혁세력 간의 갈등,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간의 갈등, 중앙과 지방 간의 갈등이 심합니다. 나는 이같은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할 수 있는 적임자입니다. 나는 호남 분들이 좋아하는 영남사람이며 보수세력이 유일하게 안심하고 인정하는 개혁세력이고, 가난을 극복하고 커 온 소년가장 출신으로 서민들의 애환을 진정으로 아는 보통사람입니다.”
김고문은 만약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할 과제는 역시 ‘국민화합’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은 변화와 개혁의 시대였습니다. 민주화가 정착되고 인권이 존중되고, 개혁의 제도적 틀이 어느 정도 완성된 시기입니다.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를 맞아 우리는 무한경쟁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변화와 개혁의 흐름을 내실화하는 한편 국가경쟁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경제를 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화합과 단결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 정권은 ‘21세기 강한 한국, 하나된 민족’이라는 목표 아래 ‘화합과 전진’의 정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고문은 “김대중 대통령의 4대 개혁과 대북 햇볕정책의 방향과 큰 틀은 옳다”고 강조했다. “그 방법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한나라당이 집권했더라도 햇볕정책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고문은 자신의 최대 장점으로 ‘온건하고 합리적인 성품’을 꼽았다. 이런 장점을 근거로 김고문은 자신을 ‘21세기형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지칭했다. “토론과 조정력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요즘 ‘민주적인 것이 가장 강력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과 민주당 대표 시절에도 회의를 주재하면서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탁월한 결론을 유도함으로써 민주적인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인정받았습니다. 앞으로의 리더십은 한 사람의 지시에 의해 이끌려가는 방식은 통용되지 않고 함께 가는 리더십, ‘코리더십(co-leadership)’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고문의 좌우명은 ‘무거운 돌을 내가 먼저’이다. 그는 이 좌우명이 든든하고 묵직한 자신의 이미지와도 잘 맞는다고 자부하고 있다.
“나는 일단 결론이 내려지면 강력하게 밀고 나갑니다. 또 한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지키는 성품입니다. 국회의원 시절에도 보좌진을 바꾼 적이 없습니다. 함께한 비서진들은 지금까지도 저를 따르고 있습니다.”
자신의 단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고문은 ‘정이 많은 것’이라고 했다.
“남을 헐뜯지 못하고 남에게 악한 행동을 못합니다. 아무리 잘못이 있어도 스스로 반성하도록 유도하지 직설적으로 나무란 적이 없습니다.”
김고문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지난 9개월 간의 여당 대표시절을 돌이켜보면, 김고문은 인내심에 관한 한 일정한 ‘경지’에 도달한 것 같다. 대표 취임 직후 노무현(盧武鉉) 당시 해양수산부장관으로부터 ‘기회주의자’라는 비난을 들었을 때도 무덤덤하게 받아넘겼다. 2001년 5월 민주당 쇄신파동 때 일부 의원들의 비난 발언 또한 무표정하게 듣고 넘기는 여유를 보여줬다. ‘은근과 끈기’의 소유자이지만 그렇다고 고민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당내 경선 통과라는 ‘험악한’ 과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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