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이회창 대세론’이 정가의 압도적 주제다. 지난 1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권을 벗어난 적이 없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최근 들어 아예 독주체제를 갖추자 그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선거가 1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야당 후보가 독주하고 있는, 보기 드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자 여권도 분주해졌다. 아직 여권의 대선후보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물밑에서는 대응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정가에 나돌고 있는 ‘이회창 大勢論 分析’이라는 제목의 정세분석 보고서도 그런 여권의 고민을 반영하는 문건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는 ‘이회창 대세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인식을, 둘째로 세력교체론과 대안부재론으로 대표되는 ‘이회창 대세론’의 논리체계 검토가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대세론의 확산을 막을 여권의 대응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문건의 뒷부분에는 이회창 총재의 국민 지지율 변화상황을 보여주는 각종 여론조사 자료들이 첨부돼 있고 ‘한나라당 대외협력위원회 주요 접촉단체’라는 제목으로 이회창 총재에게 관심을 보이는 지식인집단과 참여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문건 마지막에 첨부된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 현황.’ 여기에는 이미 알려진 한나라당의 현역의원·원외 지구당 위원장 중심의 위원회 외에 학자, 언론인, 기업인, 문화예술인들로 구성된 180여 명에 달하는 ‘자문위원’들의 명단이 공개돼 있다.
국가혁신위, 자문위원회뿐만 아니라 보고서에는 일부 지식인단체의 경우 사실상 이회창 총재와 한나라당의 ‘전위부대’라고 주장하는 등 지식주류층이 이회창 총재와 한나라당에 ‘흡수되는’ 최근 경향이 심각한 상태임을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이런 상황에 맞서기 위해 ‘우호적 지식인을 동원한 주류논쟁을 재현’할 것과 ‘이회창 대세론의 3대 약점을 집중 공략’할 것을 주문하는 등 세세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여권의 외곽조직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조직측은 “그 보고서는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반발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그런 보고서를 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정치권 소수 인사들을 상대로 한 만큼 일반인들에게는 지나치게 축약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이회창 총재를 그의 이름 한자 가운데 한자인 ‘昌’으로 압축해 표현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 사례. 보고서 원본을 충실하게 알린다는 의미에서 편집자의 자의적 가감을 가급적 억제했다. 다만 필요한 경우에 한해 죅 죆표 안에 보충설명을 달았다.
보고서가 작성된 시점은 2001년 11월 중순께. 따라서 그때와는 달라진 지금의 정치지형을 보고서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나라당 내 非昌세력 입지 축소’ 부분에서, 보고서는 박근혜 부총재의 경우 ‘경선출마 유보발언’을 했다고 적고 있으나 최근 박부총재는 공개적으로 당내 경선 출마선언을 한 상태다.
한편 보고서에 등장하는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의 명예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대목은 부분적으로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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