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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수지는 알아도 수지킴은 모른다”

수지킴 사건 특종 이정훈 기자 vs 은폐혐의 구속 이무영 전 경찰청장

“분당 수지는 알아도 수지킴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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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국정원의 대공수사국장은 경찰청 외사관리관실에서 수지킴 사건을 수사하려고 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습니까.

“나중에 안 사실인데, 홍콩 경찰 자료를 입수한 직후인 2월12일부터 14일 사이 외사관리관실 산하 외사3과에서 국정원에 수지킴 자료를 제공해 달라고 세 번이나 요청했던 모양입니다. 외사3과에는 국정원에 자료 제공을 요청했던 근거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러자 국정원의 대공수사국장이 역으로 협조를 요청하겠다며 저를 찾아왔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외사관리관실과 국정원 사이에 벌어졌던 일이라 당시에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대공수사국장이 찾아와 홍콩 어쩌고 하기에 저는 외사관리관실과 협조하라고만 하고 밖으로 나갔던 것입니다. 역시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국정원은 거꾸로 외사관리관실에 경찰이 홍콩에서 입수한 수지킴 자료를 달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찰이 입수한 수지킴 자료가 국정원으로 넘어가게 된 것입니다.”

-국정원은 그 자료를 돌려주지 않았습니까.

“복사하고 돌려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찰에서는 계속 수사를 해도 되는 것 아닙니까.

“이기자, 다 알면서도 묻는 것 아니오. 국가기관 등에 대한 협조 요청을 규정한 국가정보원법 제15조의 내용이 무엇입니까(기자 주: 국가정보원법 15조는 ‘원장은 이 법이 정하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필요한 협조와 지원을 관계 국가기관 및 공공단체의 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 때문에 국정원은 경찰 등 타 국가기관에서 다루는 사건을 얼마든지 가져갈 수 있습니다.

국정원은 경찰청 훈령인 범죄수사규칙 75조에 따라서도 경찰이 수사하는 것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기자 주: 범죄수사규칙 75조는 ‘경찰관서장은 … 기관에 이송 또는 인계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여기서의 기관은 국정원 등을 가리킨다). 국가정보원법에 의거한 정보 및 보안업무기획 조정 규정, 이것은 비밀 지침(3급 비밀)인데, 이것에 의해서도 외사를 포함한 보안(대공) 정보는 국정원에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법 조항 때문에 경찰은 국정원에게 수지킴 사건을 넘겨준 것입니다. 경찰은 수지킴 사건의 수사를 덮은 적이 없습니다.”

힐튼 호텔서 김 전국장 만나

-김승일 국장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셨죠.

“아는 분입니다. 과거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인사를 나눈 적은 있지만, 사적으로 만나는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김국장 하고 가까운 사이면 그날 제가 그를 그렇게 박절하게 내보냈겠습니까. 나는 그의 고향이 어디인지도 몰라요”

-그리고 김국장을 다시 만난 것이 1년 9개월 후인 2001년 11월15일이지요? 서울지검 외사부가 수지킴 피살 사건 피의자 윤태식씨를 기소한 것이 11월13일이었으니, 그 이틀 후에 김국장을 만나셨군요. 그때 김국장은 국정원을 퇴임해 보험공사에 감사로 가 있었고, 이청장께서도 경찰청장을 퇴임한 다음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경찰청장에서 퇴임한 다음인 2001년 11월9일 김국장이 제 집으로 전화를 걸어와,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바쁘다는 것을 핑계로 피하려고 했는데, 부득불 만나자고 해서 11월15일 오전 11시쯤 힐튼호텔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손해보험협회에서 제게 감사패를 주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경찰청장 재임 중에 안전띠 매기 운동을 벌였습니다. 저로서는 자랑스러운 일이라 배경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OECD 가입국 중에서 교통사고 사망자 1위 국가입니다. 한국은 자동차 1만대 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7.4명이고, 일본은 1.2명입니다. 이런 상태로 2002년 월드컵을 치르면 한국은 일본과 너무 비교돼 국가적으로 창피를 당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찾고 있었는데 너무도 당연하게 안전띠 착용을 생활화하자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2000년 4월2일부터 계도기간을 거쳐 안전띠를 매지 않은 운전자를 집중단속했는데, 이것이 엄청난 성과를 가져왔어요. 23.4%이던 2001년 2월의 안전띠 착용율이 98%까지 치솟은 것입니다. 그리하여 2001년 11월 초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전년에 비해 2001명이나 줄자 손해보험회사가 ‘만세’를 불렀습니다. 2000년의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만236명이었으나 안전띠를 매게 한 지 6개월 만에 20% 정도 줄어든 것입니다.

그로 인해 자동차 보험료 지급 등으로 적자를 봐온 손해보험회사들이 2001년에는 1741억원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흑자로 반전되자 주가까지 따라 올라, 손해보험회사는 희색이 만면해질 수밖에요. 그래서 손해보험사협회가 감사패를 주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바로 11월15일로 예정돼 있었습니다.

그날 저는 비서실장을 한 길병송 경정도 힐튼호텔로 불러냈습니다. 오전 10시에 먼저 약속한 사람을 만나고 있는데, 11시쯤 김국장이 커피숍으로 오더라고요. 먼저 손님을 보내고 그를 맞았습니다. 김국장은, 수인사를 나눈 후 제게 ‘기억하실 지 모르겠습니다만 수지킴 사건이라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곤란하게 됐는데, 국정원의 고 엄익준(嚴翼駿) 2차장이 전화해서 처리한 것으로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래요.

저는 이 사람이 무슨 일로 인해 조사를 받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도 저는 수지킴 사건에 대해서 전혀 모를 때라, ‘무슨 소리를 하느냐. 나는 경찰을 떠난 사람이다. 나는 돌아가신 엄차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일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얼굴이 벌게져서 돌아갔습니다.”

여기서 동석한 길병송 경정이 당시 상황을 덧붙여 설명했다.

“그때가 국정원 김은성(金銀星) 2차장의 사표가 수리된 시점이었습니다. 한때 이청장께서 김은성 차장 후임자로 국정원에 간다는 얘기가 있어, 그 일 때문에 김국장이 찾아왔는 줄 알았어요. 옆자리에 있었는데 이청장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김국장이 허둥지둥 나가더라고요. 두 분이 만난지 5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그러자 이청장이 ‘병송아, 수지킴 사건이 무슨 사건이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정보 보고도 받지 않았다”

이 전청장에게로 질문을 돌렸다.

-엄익준 2차장과도 잘 아는 사이시죠.

“그분은 전주 북중 3년 선배입니다. 제가 왜 그분의 인격을 깎아내리는 일에 가담합니까? 참….”

-좋습니다. 그렇다면 왜 수지킴 사건을 놓고 이무영 청장의 이름이 거론됐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수지킴 사건과 관련해서 저와 경찰은 곁가지입니다. 이 사건은 국정원이 연루된 사건이지 저나 경찰이 개입될 사건이 아닙니다. 검찰이 본줄기를 치기 위해 곁가지를 건드리는 것인지 몰라도…, 아무튼 저는 이 사건 수사를 중지하라고 한 적이 없어요.”

-외사관리관실에서도 그렇게 말하는가요.

“김국장을 만난 며칠 후 ‘한국일보’에 수지킴 관련 사건에 경찰 간부가 연루돼 있다는 보도가 나왔기에, 2000년 2월 당시의 외사관리관이었던 김병준 치안감에게 전화를 걸어, ‘어떤 경로로 이런 기사가 나오게 되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김치안감은 ‘청장님은 잘 모르실 겁니다. 당시 국정원의 실무자 몇 명이 찾아와 경찰이 홍콩 주재관을 통해 수사하고 있는 사건은, 1987년부터 국정원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이므로 이첩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실무자들과 법적으로 검토한 후 이첩해도 법률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돼 국정원으로 이첩했습니다. 그후 구두로 청장님께 이첩 보고를 한 것 같습니다만, 청장님께서는 경찰 개혁 100일 작전을 하느라고 정신이 없어 기억하지 못하실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김치안감은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후 김치안감은 제게 전화를 걸어와 ‘저도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청장님께서는 저에게 국정원 협조사항에 대해 검토해 보라고 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검토한 후 사건을 국정원에 이첩했고 청장님께 이첩한 것을 구두로 보고한 것 같습니다. 그후로는 자세한 보고를 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김치안감의 전화를 받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것을 제외하고는 수지킴 사건 수사와 관련해 부하로부터 보고받은 사실은 없습니다.”

-경찰청 정보국에는 각종 언론보도를 분석하는 팀이 있습니다. 2000년 초 주간동아와 SBS가 연속해서 수지킴 사건을 보도했으면 당연히 정보국에서는 수지킴 사건에 대한 정보 보고를 올렸을 것입니다.

“정보국이 입수한 정보가 전부 청장에게 올라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수지킴 사건에 관한 정보 보고를 읽은 기억이 없습니다. 수지킴 사건은 검찰이 윤태식씨를 기소하고, 이어 신동아에서 수지킴 사건 전말기를 밝힌 후 저도 비로소 처음 안 사건입니다. 국정원에서 대공수사국장이 찾아오고 할 때도 무슨 일인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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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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