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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NRDC의 한반도 핵폭격 시뮬레이션

“서울시민 125만 사망, 강남·서초·송파는 핵 낙진에 치명타”

美 NRDC의 한반도 핵폭격 시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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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대북 핵공격시 북한주민 25만~135만 명 사망
  • ■‘핵 벙커버스터’ 이용한 북한 군사시설 정밀폭격시 춘천·강릉까지 낙진 피해
  • ■용산 삼각지 핵 폭격시 국방부·합참·미군기지는 ‘증발’
  • ■국방부로부터 반경 1.8km 이내 초토화, 4.5km 이내 반파
  • ■정부중앙청사, 청와대도 직접 피해범위, 63빌딩은 붕괴
  • ■서울 중심가·마포·동작·반포·압구정 일대 40만명 즉사
  • ■과천·성남·분당·광주 등 수도권 남부 낙진 사망률 10%
  • ■김포·일산·파주·의정부 등은 비교적 안전, 은평·도봉·노원구도 피해 적어
  • ■서울 피해규모는 히로시마·나가사키 6~10배
美 NRDC의 한반도 핵폭격 시뮬레이션
11월7일 일요일 저녁, 일본 교토통신의 기획기사에 담긴 충격적인 소식이 연합뉴스를 타고 서울에 타전됐다. 미국이 유사시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에 핵무기를 사용하는 시나리오를 마련해뒀으며, 1998년 1월에는 실제로 미 본토에서 대북 핵공격에 대한 모의훈련을 실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워싱턴에 본부를 둔 반핵단체 NRDC(천연자원보호협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가 입수한 미 국방부 및 중앙정보국(CIA) 기밀문서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이날 한국의 주요신문과 TV 뉴스는 이 사실을 크게 다뤘지만 엄밀히 따지면 새로운 뉴스는 아니었다. 이미 2002년 9월 국내 언론도 이 기밀문서를 자세히 다룬 바 있기 때문이다. 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1958년부터 33년간 주한미군기지에 핵무기를 배치했다가 1991년 냉전종식과 함께 해외기지의 전술 핵을 전면 철수하는 과정에 한국에서도 모든 핵무기를 반출해갔다.

그러나 NRDC가 공개한 1998년 모의훈련 관련문서는 미국이 이후에도 본토에서 직접 핵무기를 공수해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타격할 계획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의 1998년 12월9일자 ‘제4전투항공단사(史)’ 문서에는 이 항공단이 그해 1월부터 6월까지 F-15E 전투폭격기 24대를 동원, ‘북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 상황을 명시하고 모의탄두 탑재 및 투하훈련과 검열을 실시했다고 기록돼 있다. 1차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검열에서 ‘불충분’ 평가를 받았으나 최종 검열에서 ‘우수’ 평가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대북 핵공격에 대한 기술적인 검토가 이미 완결됐음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한반도에서 핵이 사용될 또 하나의 가능성은 물론 북한의 핵공격이다. 2002년 이른바 ‘2차 북핵위기’가 불거진 이래 평양은 꾸준히 ‘핵 억제력 보유’를 공언해왔으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영변 핵시설에서 보관중이던 8000개 폐연료봉을 이미 재처리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후 세계 각국의 정부기관과 연구소들은 북한이 기초적인 형태의 핵폭탄 몇 개를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HPAC 컴퓨터 모델



한반도를 둘러싼 이러한 흐름은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이어진다. 미국이든 북한이든 한반도에서 핵을 사용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과연 피해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얼마나 많은 핵 낙진이 어디까지 퍼져나갈까. 그로 인한 사상자의 숫자는 어느 정도일까.

‘신동아’가 공개하는 NRDC의 ‘한반도에서의 핵사용 시나리오(Nuclear Use Scenarios on the Korean Peninsula)’는 이 같은 의문에 본격적으로 접근한 최초의 정밀보고서다. 지난 10월12일부터 중국 난징(南京)에서 열린 제9차 PIIC 베이징 국제안보세미나에서 발표된 이 자료는 NRDC의 토머스 코크란 박사와 매튜 매킨지 박사가 분석을 담당했다. NRDC 핵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코크란 박사는 1970년대 이후 미국과 소련의 핵 감축 과정에서 미 국무부의 여러 관련위원회에 참여하며 정부발주 과제를 수행한 바 있는 베테랑이다.

분석작업은 한반도 각 지역의 세부인구밀도와 기상정보, 핵무기 피해결과에 대한 데이터를 종합해 정밀하게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기에 사용한 분석틀 ‘HPAC(Hazard Prediction and Assessment Capability)’는 미국 정부가 대량살상무기의 효과를 산출할 때 사용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로, 미국 내에서도 극소수의 인사에게만 접근이 허용된다.

현재 미 국방부 산하 방어위협제거청(DTRA)가 관리하고 있는 이 컴퓨터 모델은, 국방부가 핵물질이 보관된 시설에 대한 타격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피해를 미리 검토하는 데 사용된다. 여기에는 수없이 반복된 핵실험을 통해 미 국방부가 수집한 데이터와 1945년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나가사키의 피해 분석결과가 바탕이 됐다. NRDC는 이를 기반으로 1970년대 이래 미국과 소련 사이에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피해규모와 방사능 낙진의 분포 등을 꾸준히 예측해왔으며 관련 노하우를 축적했다.

핵무기 피해 예측 데이터에 한반도의 기상정보와 인구밀도, 지형 및 주요시설의 위치와 도시화 정도, 건물의 종류 등 세부적인 자료를 결합하면 한반도의 특정지역에서 핵폭발이 있을 경우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핵폭탄의 위력, 투하된 위치, 폭발고도, 풍향, 계절 등에 따라 케이스별로 직접적인 폭발피해 규모, 방사능 낙진에 의한 피해지역 범위, 사망자 수가 자동적으로 산출되는 시뮬레이션 모델이다.

냉전 기간 내내 연구된 이러한 시뮬레이션 모델은 상상 이상으로 정밀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예를 들어 피해지역 내의 병원 숫자가 입력되어 있어 이들 병원이 파괴되어 응급조치가 어려워질 경우 인명피해가 얼마나 커질지까지 반영해 사망자 규모를 산출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코크란 박사는 이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을 검토했다. 하나는 미국이 북한의 핵심 군사시설을 폭격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 서울 용산 지역에 핵폭탄을 투하하는 경우다. 시기와 핵폭탄의 종류에 따라 수십 개의 시뮬레이션이 진행됐지만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것은 가장 개연성이 높은 10여 가지 상황이다. 이제부터 그 내용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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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민 원자력정책센터·핵공학박사 jmkang55@hotmail.com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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