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것은 산 밑에 바로 붙어있는 지역의 경우 포물선으로 날아오는 포탄이 떨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청와대. 멀게는 북한산 남장대(해발 716m)와 비봉(536m), 가깝게는 북쪽의 북악산(342m), 서쪽의 인왕산(338m)이 포탄을 상당부분 막아주는 구실을 한다. 북한의 장사정포는 40도 이상의 고각사격이 어렵기 때문에 탄도학적으로 포물선을 그리면 청와대를 타격할 수 있는 각이 매우 좁다. 특히 유효사거리를 보면 어떤 포도 청와대를 ‘맞춰서 때릴’ 수는 없으므로, 쏟아붓는 방식의 ‘눈먼’ 포탄은 상당부분 산봉우리를 때릴 공산이 크다.
청와대에서 멀지 않은 정부중앙청사와 국군기무사령부 등 경복궁 일대도 비슷하다. 청와대보다는 각이 두 배 가량 넓지만 역시 도달률은 다른 구역에 비해 50% 미만이라는 게 탄도학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외교부·국방부 장관 공관, 각국 대사관, 주한미군 영외숙소 등이 있는 한남동도 정도는 훨씬 작지만 남산(262m) 덕분에 비슷한 효과를 얻는다. 관악산(632m) 밑의 과천 정부종합청사도 마찬가지다. 산 밑에 있는 이들 시설의 위치는 우연이 아니다.
앞서 170mm 자주포가 시간당 600발, 240mm 방사포가 6400발을 포격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그렇다면 이는 서울에 어느 정도 피해를 줄 수 있을까.
사거리연장탄을 사용한 170mm 포의 경우 포탄에 로켓추진체를 실어 사거리를 늘렸기 때문에 탑재 가능한 화약은 7~8kg에 불과하다. 240mm포의 경우는 12발 혹은 22발의 자탄 하나가 수류탄 1개 위력으로 분석된다. 한국군이 보유한 다련장로켓발사시스템(MLRS)이 1회 발사시 축구장 1~2개 넓이 개활지를 초토화하는 것으로 미루어, 240mm 방사포는 1회 22발 발사에 80×80m, 170mm 자주포는 20×20m 범위에 피해를 준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에 총 포탄 수를 곱해 시간당 총 피해면적을 산출하면 240mm 방사포가 대략 1.4×1.4km 범위, 170mm 자주포가 500×500m 범위로 합치면 2.5㎢가 된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남대문 일대를 포함하는 넓이다. 단순하게 계산하자면 서울의 평균 인구밀도는 제곱킬로미터당 2만4000명, 중심가의 낮시간 활동인구는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으므로 1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단순계산이 의미가 없다는 데 동의한다. 우선 240mm 방사포 자탄의 경우 콘크리트 관통력이 거의 없어 실내에 있는 사람을 살상하기 어렵고, 포격이 이뤄지면 시민들이 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내 곳곳에 있는 주유소와 도시가스 배관에서 일어날 화재와 폭발사고는 인명피해를 늘리는 요소지만 이 또한 추산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장사정포가 서울 등 민간인 지역만을 목표물로 삼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군 관계자들은 “전술적으로 민간시설 공격에 장사정포 상당수를 사용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전방의 한국군 부대와 주요 포병전력, 군사시설을 공격하는 대신 서울에만 포를 쏜다면 한국군으로서는 인민군 전력을 훨씬 효율적으로 궤멸할 수 있게 되므로 고마울 따름이다.
그렇다고 서울을 공격할 이유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비정규전에서 기습적으로 혼란을 일으키려는 경우이거나, 정규전에서도 주요 정부시설이나 용산 일대 군 시설 등은 표적이 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한국군이 수립한 작전계획이나 모의훈련은 개전 초기 장사정포가 서울 일부를 타격해 적잖은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 장사정포는 어떻게 막나
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장사정포가 아무런 해도 입지 않고 포격을 계속할 가능성은 0%라는 점이다. 한·미 양국군은 막강한 위력의 대응체계로 초기에 장사정포를 무력화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놓았다. 10월18일 국정감사에서 윤광웅 장관은 “장사정포가 구체적인 포격 움직임을 드러낼 경우 240mm 방사포는 6분, 170mm 자주포는 11분 이내에 격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제부터 살펴볼 내용은 한·미 양국군이 어떻게 장사정포를 무력화하는지, 이른바 ‘대화력전(對火力戰)’이 어떻게 수행되는지에 관해서다.
대화력전 임무는 현재 미 2사단이 담당하고 있으나 지난해 시작된 FOTA(미래 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를 통해 수년 내에 한국군이 인계받는 것으로 논의되었다. 미 2사단 대화력전 수행본부에는 인공위성에서부터 레이더까지 각종 장비가 수집한 정보를 다루는 분석통제반,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장사정포를 어떻게 타격할지 조정하는 화력지원반, 실제로 대응공격을 가할 MLRS 등 포병부대를 통제하는 포병여단 OCC, F-15E 전폭기 등 공군전력을 담당하는 항공지원대가 핵심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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