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밖이었던 연평도가…
특히 지난해 11월23일 연평도 포격을 전후해 이 일대를 촬영한 목록을 꼼꼼히 분석해보면 매우 흥미로운 단서들이 확인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연평도 자체에 대한 촬영 기록. 해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이 지역은 위성 카메라가 자주 주목하는 곳은 아니다. 두 회사가 보유한 4대의 위성이 2007년부터 2010년 4월까지 찍은 사진이 석 장밖에 없을 정도다.
관심 밖에 놓여 있던 연평도에 갑자기 렌즈 세례가 쏟아진 것은 2010년 5월말부터다. 먼저 디지털글로브의 퀵버드 위성은 5월24일과 27일, 6월1일 세 번에 걸쳐 연평도를 촬영했다. 이 위성이 해당지역을 지날 때마다 촬영을 거듭한 것이다. 첫 번째 사진은 구름이 완전히 화면을 뒤덮어 성과가 없었고, 두 번째 사진은 구름 면적이 22%였다. 6월1일 촬영에서야 드디어 깨끗한 사진을 얻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다시 말해 누군가 이 지역에 대해 완전히 깨끗한 사진을 주문했고, 퀵버드 위성은 집요한 촬영 끝에 이를 완수한 셈. 비슷한 시기인 6월4일 지오아이의 아이코노스 위성 역시 이 지역을 촬영한 기록이 남아 있다.
더욱 흥미로운 기록은 연평도 포격 직전인 2010년 11월초에 발견된다. 아이코노스가 11월4일부터 11월10일까지 이 지역을 모두 네 차례 여섯 장을 집중적으로 촬영한 것이다. 4일에 두 장, 5일에 두 장, 7일에 한 장 촬영한 사진은 그러나 모두 55~100%가 구름에 가려져 있었다. 11월10일, 드디어 이 위성은 완벽하게 깨끗한 영상을 얻는 데 성공하고 촬영을 완료한다.
앞서 말했듯 이들 회사의 촬영기록에는 주문자에 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는다. 따라서 5월말~6월초와 11월초에 이들 지역을 집요하게 촬영했던 주문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이미 만들어져 있던 영상을 놔두고 굳이 신규 촬영을 주문했던 것이나 애초에는 연평도에 대한 위성사진 수요가 거의 없었음을 감안하면, 11월23일 연평도 포격과 관련해 쉽게 지나치기 힘든 이상 징후다.
고해상도 영상정보의 활용은 정밀포격의 전제조건 가운데 하나다. 정찰위성이 없는 북한이 연평도에 대한 포 사격을 사전에 계획했다면, 연평부대 군사시설과 배치된 무기체계의 정밀좌표를 얻기 위해 위성사진을 구매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뒤집어 말하자면 해당 시점에 연평도에 대한 정밀 위성사진이 필요했을 다른 수요는 북한을 제외하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특히 11월초 아이코노스 위성이 네 차례 촬영한 사진의 경우, 같은 1m급인 아리랑2호 위성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정부가 주문했을 개연성도 별로 없다. 아이코노스는 최근 발사된 같은 회사의 다른 위성에 비해 가격이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지오아이측은 ‘신동아’의 e메일 질의에 대해 “회사 정책상 정부기관과 민간회사를 막론하고 북한에는 위성사진을 판매하지 않으며, 아이코노스의 11월 연평도 일대 촬영분도 마찬가지”라고 답변해왔다. 그러나 서두에서 밝혔듯 위성사진의 구매에는 특별한 실명확인 절차가 없고, 개인의 경우에는 국적별 제한이 없으며, 대리인을 통한 구매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해당 사진이 북한측에 의해 간접 주문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정보활동의 특성상 그 편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고 말할 수도 있을 듯하다.
만약 5~6월과 11월의 촬영이 북한을 대리하는 누군가의 주문에 의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는 “연평도 포격은 남측의 포 사격훈련 도발에 따른 대응사격이었다”는 그간 북측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사건 이전부터 연평도 지역을 포격하기 위해 용의주도하게 준비해왔음을 의미하기 때문. 이렇게 놓고 보면 5~6월 촬영은 계획 수립을 위한 사전 검토작업으로, 11월 촬영은 작전에 임박해 이뤄진 최종점검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문제의 촬영 리스트가 큰 파괴력을 지닌 ‘주요 정보’로 탈바꿈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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