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호

“창조적 반란 통해 정치개혁 싹 틔울것”

386 정치인들의 정치개혁 실험

  • 정리·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입력2006-10-10 1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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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튀고 싶어하는 정치 신인들의 치기인가, 국민의 ‘바꿔’ 열망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젊은 지사(志士)들의 용기 있는 도전인가. 1인 보스식 정당운용을 공개비판하고 당리당략적 정쟁을 지양하자는 정치풍토 쇄신운동이 여야의 젊은 국회의원(당선자)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번져가고 있다. 386으로 불리는 ‘젊은 피’들이 앞장서 불을 붙인 이와 같은 논의는 당지도부의 일방적 권위나 지시를 거부하고 여야 경계를 초월한 연대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등 정치권 전체에 적잖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해 각당 지도부의 시선이 곱잖은 것은 물론 이미 유사한 기치를 들었다가 좌절 또는 변절한 선배의원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어서 이들의 움직임에 회의적·냉소적 시각도 있다. 여야 정당의 386 출신 의원과 전문가 등 4인이 한자리에 모여 386이 기치를 든 ‘정당민주화 운동’의 알맹이와 껍데기를 적나라하게 파고들었다.》
    유시민:우선 제가 두 분 당선자들께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386이라고 해서 특별히 주목받는 데 대해 당사자들은 어떻습니까? 부담도 있을 텐데요.

    김영춘:386이라는 말은 언론이 상업적 필요에 의해 쓴 측면이 많은 것 같아요. 386세대라고 해도 똑같지 않고 하나의 실체로 지칭되기는 어렵지 않나요? 또 정치적으로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으로 좁혀서 얘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만 민주화운동했던 것도 아니고 선배 후배가 다같이 고생하고 다같이 고민했는데 일부만 집어서 386이라 하는 것은, 우리를 좁게 한정지어 버리고 폭넓은 연대를 이루는 데 제약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송영길:386이라 할 때는 역사성이 빠진 느낌이 듭니다. 4·19세대나 6·3세대처럼 우리도 5·18세대나 6월항쟁 세대라고 불린다면 역사성과 의미가 부여되겠죠. 그러나 또 그런 식으로 불러버리면 운동권으로 규정되는 측면이 있어요. 요즘 386이라고 할 때는 ‘운동’했는가에 관계없이 다 386이라 하는데 말이죠, 개그맨도 성악가도 다 386이라고 그러잖아요. 요즘 조수미씨도 386이라고 그러데요.

    정대화:언론이 386이라고 쓸 때는 꼭 본질적 개념을 잡아서라기보다는 좀 두드러져 보이고 튀게 만들어내려니까 그런 거겠죠. 가령 386이라는 용어 이전에는 모래시계라고 썼죠? 다만 7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그 나름대로 살아온 방식이 있고 8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운동을 했든 안 했든 전체적으로 80년대의 세례를 받았다는 공통점은 있죠.

    유시민:그러나 누가 어떤 용어를 만들어냈는데 그게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고 많이 쓰인다는 것은 거기 뭔가 있다는 거예요. 386이라는 그 세대에 대해 뭔가 사회적으로 바라고 인정해주는 게 있다는 거죠. 80년대의 그 어려운 시기를 자기희생을 치르면서 고뇌하면서 그 시대를 통과해왔던 그 세대, 그런 정신으로 앞으로도 계속 간다면 뭔가 할 수 있지 않으냐는 거겠죠. 그런 점에서 꼭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에요.



    “길들여지지 않겠다”

    정대화:이번 16대 총선이 끝나고 보니까 세대교체가 많이 됐다는 느낌이 들어요. 초선이 111명으로 41%가 됩니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정계에 입문해서 초선을 형성하는 그룹은 큰 의미는 없다고 봐요. 변호사를 했건 벤처를 했건 개별적인 지위보다는 386으로 특징되는 이런 그룹이 새로 들어온 데에 의미가 있다고 봐요. 80년대의 역동적인 민주화 시대의 동질성이랄까, 하나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거죠. 80년대 제도권 밖에서 또는 학교 밖에서 자신의 상당한 삶을 헌신적으로 바치면서 투쟁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제도권 정치 안에 들어와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봐요. 그 정열과 헌신성을 갖고서 이제 국민들이 바라는 바를 해줄 거냐, 특히 정치를 바꿔 줄 거냐, 이런 기대와 바람이 있는 것 아닐까요?

    유시민:그런데 김영춘 당선자, 아니 이제 의원이시죠, 요즘 당선된 정치 신인들이 ‘1인 보스 정치다’ 막,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러고 다녀도 괜찮아요? 안 다쳐요?

    김영춘:괜찮습니다.

    유시민:송영길 의원도 얼마 전에 라디오프로에 나와서 ‘국회의원을 뭐하러 273명 뽑느냐, 2명만 뽑고 말지’ 그렇게 얘기하던데 총재한테 혼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송영길:(웃으며) 문제 없습니다. 얼마 전에 우리당 김옥두 사무총장이나 권노갑 고문께서 386들과 식사하는 것을 보고 ‘군기를 잡았다’ ‘길들이기 했다’고 언론에서 그러는데, 전 그렇게 안 느꼈는데요. 제가 머리가 나빠 그런지 감각이 무뎌서 그런지 전혀 그런 느낌이 안 들고, 본래 그런 걸 한다 해도 위축될 저도 아니지요. 군기 안 잡혀요. 우리가 뭐 1학년 3반인가요? 30만 명 가까운 지역구에서 심판을 받아 올라온 사람들인데 누가 군기를 잡는다는 말이에요?

    유시민:벌써 물들어서 문제를 못 느끼는 것 아니에요?(일동 웃음)

    정대화:요즘 민주당에서 ‘개혁연대’와 한나라당에서 ‘미래연대’ 사람들이 보스정치 문제와 크로스 보팅 실시 등에 대해 발언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보스정치가 타파될 수 있는 구조나 힘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어요? 요즘 정치를 새로 시작하는 386의원들이 ‘정치가 엉망이다, 바꿔야겠다’는 데 동의하고 그런 의지도 있을 텐데 과연 그런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조건이랄까 구조가 없지 않으냐 이거죠. 당선되고 나서 1~2개월, 초선 때 몇 달 그러다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들어요.

    김영춘:사실 지금 386세대한테 과도한 기대들을 하고 있다고 봐요. 정치적 세대로서의 386이라고 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 공히 실제 국회에 들어와 있는 수는 아주 제한돼 있어요. 양당 합쳐서 20~30대 젊은 의원들은 13명 정도밖에 안돼요. 더구나 연령이 비슷하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각오가 다 비슷한 것도 아니죠. 좀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386한테 기대한다고 할 때는 운동권 출신들한테 기대를 하는 건데, 과연 불이익을 감수하고 옛날 운동할 때의 정신이나 각오로 정치 안에서도 바꾸기 위해서 도전하고 두들겨맞으면서도 다시 일어나서 덤비는 그런 자세를 갖고 가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그런 면에서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대화:그럼 그런 사람이 없나요?

    김영춘:있기야 있겠죠. 다만 너무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겁니다.

    정대화:두 분 386의원께서 앞으로 4년동안 이것만은 꼭 해나가겠다는 것은 있을 것 아닙니까?

    김영춘:저의 경우는 선거공약에서도 내세웠지만 ‘공정한 경쟁이 확보되고 투명한 절차가 보장되는’ 정치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저희들은 16대 국회에서는 뭔가 정치를 좀 바꿔라, 이런 요구를 받고 당선된 사람들이니까요. 이제까지 국회 자체가 규칙과 절차에 의해 지배되는 공간이 아니었는데 16대 국회도 그렇게 갈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봐요. 권력을 독점한 보스들의 자의(恣意)에 의해 움직이고 지배당하는 국회, 그런 정당의 모습을 탈피시키는 일을 꼭 하고 싶은 겁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개혁해야 할 일이 많지만 우선 우리 정당과 국회만이라도 그렇게 바뀌어야겠다는 거죠.

    “1인 보스 정치 타파해야”

    송영길:비슷한 얘기지만 저는 특별히 국회가 정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회라는 게 입법이나 국정통제기능 예산기능 등을 갖고 있지만 입법기능도 좀더 보완돼야 할 것 같아요. 실제로 지금 국회가 갖고 있는 역량이란 게 행정부에 비해 상대가 안되는 거 아녜요? 앞으로 감사원도 국회로 와야 한다고 봅니다. 아무튼 국회가 실질적으로 정치를 산출하는 데가 돼야죠. 청와대나 다른 외부 기관보다는 국회 내부에서 담론이 만들어지고 해결되는, 말하자면 로마시대의 원로원 같은 지혜의 중심이 돼야죠. 다음으로 우리의 정당은 기속력이 너무나 강해서 의원 개개인의 헌법기관으로서의 개념보다는 정당원으로서의 성격이 너무 큰 것 같아요. 국회의원이 동원 대상이고 표결의 머리 수 채우기 대상에 불과하다면 정치가 발전이 될 수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크로스 보팅 얘기도 하는 거고 의원 각자가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게끔 당의 기속력을 최소화시키자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유시민:두 분 말씀이 참 좋은 말씀인데요. 재야 또는 운동권 출신들이 국회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게 88년 13대 총선 때입니다. 당시 평화민주통일연구회, 일명 평민연이라 해서 문동환 박사가 이사장을 하시고 거기에 이해찬 임채정 박상천 유인태씨 등이 참여했는데 저는 그 평민연이 무력화되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그때도 ‘국회의원이 동원대상이냐’ 이런 얘기가 나왔어요. 그런데 결국 12년이 지나도록, 그 사이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이렇게 변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 뭔가 그 원인이 있지 않겠어요?

    국회의원을 동원대상으로 여기는 권력시스템, 1인 보스정치, 이런 것들이 존재하는 한 아무리 좋은 뜻을 갖고 들어와도 결국에는 다 깨지고 말아요. 이번에도 민주당 원내총무 등 당직 경선이 있고 한나라당도 전당대회가 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어요. 친정(출신)이 비슷하다고 해서 국회에 들어와서도 모임을 만들었는데 실제 표결에 들어가서 보면 서너 갈래로 흩어지고 말더라고요. 친정이 같다는 구심력보다는 정당에 들어와서 맺고 있는 인적 관계에 따른 원심력이 더 크게 작용하는가 봐요. 이번에 새로 들어온 386들이 기존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분열의 압력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아까 김옥두 총장이나 권노갑 고문의 압력을 압력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제가 볼 때는 그렇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정당권력이란 게 당수와 그 당총재의 신임을 받는 극소수 지도부가 당을 전일적으로 지배하면서 소속의원들을 동원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권력구조거든요. 그런데 이걸 바꾸겠다는 것은 기성의 당권력에 도전하고 그 해체를 추진하겠다는 건데, 그 사람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정대화:지난 91년 당시 야당의 모의원이 ‘신동아’에서 ‘이 당으론 정권교체 못 한다’고 했다가 92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고생한 적이 있어요. 분명 현재의 정치구조는 정당중심의 구조예요. 국회 중심의 정치가 돼야 한다고 누구나 얘기하지만 구조가 그래요. 그런 구조를 누가 어떻게 깰 거냐 이거죠. 지금 우리 국회엔 개혁적인 사람들이 꽤 많이 들어와 있어요. 정당에도 그래요. 개혁적인 정당인에 반(反)개혁적인 정당, 개혁적인 국회의원에 반개혁적 국회, 이렇게 구조와 개인 사이에 모순이 있어요.

    김영춘:정치를 하는 목적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정치를 바꾸자고 들어온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속한 당, 자기가 충성을 바치고 있는 보스, 그게 대통령이건 총재건, 이런 것에 대한 충성심이냐,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가치에 대한 충성이냐, 개인적으론 그 딜레마 때문에 고민하다가 애초에 내가 왜 정치를 하려 했는지 차츰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자기를 상실해버리면서 정치인으로 변질돼버리는 것 같아요. 정치를 바꿔보려고 들어온 정치운동가가 아니라 정치인이 돼버리는 게 아닌가, 내용으로 볼 때는 다른 정치인과 별 차이가 없는 그런 정치인이 돼버리는 것 같아요. 아니면 돈키호테처럼 고함이나 한번 꽥 지르고 앞으로 돌진하다가 쫓겨나거나 망가지는 거예요.

    문제는 정치운동을 통해서 사회를 바꾸겠다는 사람들끼리 세력화가 안된다는 거예요. 정치에 들어와서 처음에는 같이 좀 모이고 고민하다가 조직의 중심, 특히 보스가 빨아당기는 힘이 워낙 강하게 작용하면서 모조리 해체돼버리는 거죠. 해체되어 기존 중심으로 다 빨려들어가버림으로써 세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속으로는 쓰라린 고뇌를 하면서도 기존의 조직논리에 굴복하고 따라가 버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정치운동가로 규정하면서 이를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자세와 또 한편으론 세력화하는 게 필요한 거죠. 전 그게 당 안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내가 여기서 정치를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내 전부를 바쳐서, 내 영혼을 바쳐서 도전하겠다는 자세가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유시민:다음번에 공천 못 받더라도 말이에요? 송영길 의원에게 하나 묻고 싶어요. 특히 민주당에는 (386의) 선배들이 많잖아요. 4선급으로는 이해찬 박상천 의원이 88년에 들어왔고 3선만 해도 장영달 임채정 이상수 의원 등이 그런 멤버고 재선에도 신계륜 의원 등 좋은 분들이 많지만 당은 철저히 1인 지배 정당 아닌가요?

    송영길:우리 민주당 같은 경우는 이제 대통령의 공천권 행사가 끝났기 때문에 앞으로 1인 지배는 아무래도 약화되지 않겠습니까? 한나라당 같은 경우는 이회창총재가 대세론을 앞세워 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개연성이 있다고 봅니다. 우리 당은 김대중 대통령이 또다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설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포스트 DJ를 바라보는 새로운 세력들이 나설 경우 훨씬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당내 여건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영춘: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각 분야에 영향력 있는 386세대

    유시민:근데 이번에 들어온 (386)사람들과 당내에서 친정이 비슷한, 말하자면 한때 개혁을 표방하고 정치권에 들어왔던 선배의원들과는 논의가 있어요?

    송영길:아직 논의는 안 해봤습니다. 이상현 민주노동당 대변인이 그러더군요. 소위 386들이 왜 진보의 세계로 가지 않고 딴 당에 붙어서 국회의원이 되려 하느냐고. 그러나 김영춘씨도 저하고 생각이 비슷하겠지만, 저희는 공천을 받기 위해 보스들 쫓아다니지 않았고 지역에 토대를 가지고, 그동안 고생한 데서 얻은 힘으로 공천받았다고 생각합니다(송영길 의원은 김영춘 의원과 함께 84년 각각 연세대와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 민주화운동을 함께 주도했던 사이다-편집자)

    또 아버지가 날 낳아주셨다고 해서 우리가 다 아버지 말씀을 듣는 것은 아니잖아요. 국회의원이란 게 공천을 받았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고, 어느 한 사람 때문에 국회의원이 되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사람의 피와 땀과 애정과 스킨십을 모아서, 즉 민심을 모아서 된 겁니다. 그야말로 국민의 대표로서 자기 정체성(Identity)을 찾아야죠. 아까 13, 14, 15대 때도 평민연을 비롯해서 선배님들이 나름대로 한다고 나섰는데 왜 정치를 못 바꿨느냐고 하셨는데 지금은 과거와 여건이 다르다고 봐요.

    유시민:무엇이 다릅니까?

    송영길:우선 ‘더 이상 이런 정치를 눈뜨고는 못 봐주겠다’는, 인내의 한계랄까 임계점에 도달한 국민의 여론이 있고, 둘째는 우리 386이라는 30대가 상당히 세력화돼 있다는 거예요. 그냥 정치권에 있는 몇 명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 대단위로 끼어 있어요. 87년 6월항쟁 때 사회변혁 흐름에 대중적으로 참여해서 승리를 확인한 세력들이죠. 제가 있는 법조계만 해도 3분의 1은 돼갑니다. 판사나 검사들 사이에도 이게 쌓이고 있어요. 물론 조직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거대한 흐름으로 되고 있어요. 또 이 세대는 경제적 부(富)도 없는 게 아니에요. 벤처기업가군을 보면 오히려 구시대 기업가들을 능가하는 부를 축적한 사람도 있어요. 하나의 사회적 힘을 갖고 있는 세력이에요. 30대는 벌써 다른 세대보다 빨리 힘을 갖게 된 세력이 뒷받침돼 있는 세대예요. 원내 의원수는 비록 적지만, 이 386에 부여된 긍정적 시대정신과 시대적 과제를 과감히 담당해보겠다고 나선다면, 시니컬하게 보고 있던 사람들도 ‘아, 이게 진짜 되는 거다’라며 지원해줄 거예요.

    유시민:지금 사실 운동권 출신이 아주 많아요. 최대 세력이에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대학생활 때 징역살고 같이 데모하러 다니고 밤새워 술먹고 눈물로 부대끼고 살았던 사람들이 (금)배지 달고 나면 바쁘고, 자기만 잘났어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와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일단 배지를 달면 옛날의 동지애라든가, 이념적 결속이라든가 이런 것은 찾을 수 없어요. 그냥 공천받을 때 자기를 영입했던 실세라인 또는 어려울 때 돈으로 도와준 사람, 그 다음에 상임위원회라도 하나 배정받고 당직이라도 하나 맡으려면 그걸 배정해주는 사람에게, 결국 정당 내부 권력시스템에 끌려다닌단 말이에요. 그렇게 1년 지나고 2년 지나면 발언도 슬슬 눈치보기 시작하고 사람 만나는 것도 달라져요. 가령 A라는 사람이 한쪽에 콱 찍혀 있으면 그 사람하고 술도 잘 안 먹으려 해요. 얼핏보면 이 사람들이 모여서 뭘 하면 잘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과거 우리가 민주화운동하던 때를 생각해보면 조직을 만든지 한 달 또는 세 달이 지나면 조직의 발전방향과 앞으로의 과업과제를 토론하고 전략전술을 만들었잖아요.

    김영춘: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력화의 관점을 견지해야만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선배들이 뿔뿔이 개인으로 흩어져서 기존 조직의 구심력에 빨려들어갔던 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이라도 새로 들어온 초선들과 먼저 들어온 재선 3선 선배들, 그 위에까지도 ‘야, 이건 아닌데, 내가 왜 여기 와있나’ 고민하는 선배들을 다시 모아야 해요. 하나의 세력으로서,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저는 우리가 주류의 입장에 서면 절대로 안 된다고 봐요. 우리가 정치를 바꾸고 변화시키고 개혁하는 그 정신을 끊임없이 실천하기 위해서는 비주류의 관점에서 세력화해야 할 겁니다. 과거 (91년 민주당에서) 이해찬 의원이 당에 관해 언론에 대놓고 쓴소리한 것 때문에 공천을 못 받을 지경에 처하니까 노무현 의원이 ‘그럼 나도 탈당한다’고 나선 적이 있었죠. 이런 정도의 동지적 결속만 있다면, 우리가 주류로서 정치를 이끌어나가지는 못하더라도 정치를 바꾸고 개혁해내는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차적으로는 여기에 목표를 두어야 할 것 같아요. 욕심을 너무 많이 부리면 실패할 수 있다는 거죠.

    송영길:그래서 저희도 지속적으로 던지는 메시지가 정책적 분파를 만들자는 거예요. 당도 그걸 인정해야 해요. 지금까지는 분파라는 게 한계가 있었어요. 국민정치연구회는 김근태, ‘젊은 한국’ 하면 김민석, 이런 식으로 어느 한 개인의 입지를 위한, 또는 그 밑에 또 하나의 유사한 모조품 비슷하게 되어버리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단 말이죠. 중요한 것은 횡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정책적 분파를 만드는 거예요. 우리 386이 만들고 선배그룹들도 만들고 같이 목소리를 내고 공동연구하고 그러자는….

    “정치운동가의 입장에 서야”

    정대화:그러나 의원이 돼서 1년 정도 해보면 기존의 사회적 관계나 인간관계와는 다른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될 겁니다. 또 관료조직을 느끼게 되고요. 저도 그런 친구들과 얘기해보면 그런 느낌이 들어요. ‘야, 정대화, 네 말이 다 맞아, 나도 옛날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더 큰 문제가 있어’ 이렇게 되는 거예요. ‘나 옛날에 운동권 때는 요런 걸 가지고 목숨을 걸었는데 지금은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를 내가 다루고 있어. 그런 걸 갖고 얘기하면 못써. 나도 옛날엔 그랬어’ 이러는 거예요.

    교제범위가 넓어지다 보면 세계가 넓어지는 거예요. 우리 사회의 힘을 가진 제도권(establishment)과 만나게 되는 거예요. 국회의원은 굉장한 권력자거든요. 게다가 본인의 생각이 변할 수 있어요. 과거의 생각을 버리는 것은 아니에요. 말하자면 ‘아, 내가 참 좁았구나’고 자각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본인의 시각이 적어도 운동권 시각보다는 훨씬 넓어지고 희석돼요.

    우선 개혁적 인사가 당선됐을 때 어떤 힘을 갖고 당선됐느냐를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어요. 말하자면 내 권력의 원천은 뭐냐, 첫째는 공천이에요. 공천을 받았으니까 당선된 거예요. 둘째는 일정한 정당대결구도, 특히 지역대결구도에서 당선됐어요. 이 두 가지 구조가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거라는 걸 알게 돼요. 또 국회에서 초선으로서 4년 동안 일하다 보면 수많은 결정에 부딪히는데 이 수많은 결정 하나하나가 개인적으로는 풀어나갈 수 없는 거예요. 상임위 배정도 그렇고 당직을 맡는 것도 그리 쉽지 않아요. 하나하나에 대해 의원끼리 상호관계를 하게 되고 상의하게 되고 부딪히게 되는데 이때마다 만나 얘기할 사람이 생겨요. 그게 누구냐, 과두적 힘을 형성하고 있는 당의 고위관료란 말이에요. 한 1년쯤 지나고 나면 다음 선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내가 공천받을 수 있느냐, 당선될 수 있느냐, 이런 게 목전의 최대 과제가 되죠. 그러다 보면 본인의 생각을 사실상 바꾸지 않을 수 없어요. 이런 구조에서는 말이에요.

    그러면 자기의 생각을 유지하면서 국회의원을 할 방법은 없느냐? 있어요. 하나는 운동권 마인드를 견지하는 거예요.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운동가, 또는 개혁가의 입장에 서는 거예요. 나는 이 방식으로 정치하겠다, 공천을 못 받으면 지역구민에 호소해서 지역구민의 지지를 받겠다, 그래도 안되면 이번으로 끝내겠다, 이런 생각이 있으면 돼요. 그런데 이게 웬만한 결심이 아니면 유지하기 어려워요. 개인적으론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이럴 때는 집단적으로 나가면 돼요. 예를 들어 민주당 내에서는 개혁적인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탈당하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힘이 있거든요. 그런데 실은 못해요.

    유시민:왜 못하냐 하면, 3김 시대엔 그게 불가능해요. 3김 시대엔 10명 20명이 나가도 조만간 다 아웃이에요. 공천은 지역대결구도나 돈과 관련돼 있는데 이게 모두 당총재와 관련있는 문제들이에요. 실제 누군들 굴욕적 처우를 받으면서, 동원대상으로 전락하면서 그렇게 정치를 하려고 하겠어요? 그런데 실제 (당을) 뛰쳐나가면 다 끝나버리는 거잖아요. 이미 우리가 다 경험한 예로 박계동씨나 ‘꼬마민주당’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전 여기서 송영길 김영춘 두 의원에게 정말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아까 얘기한 ‘투명한 절차, 공정한 경쟁’ 이런 것 당 안에서 돼야 하고 국회에서도 돼야죠. 그런데 이런 것은 절차의 문제예요. 또는 환경적 문제랄까. 근데 문제는 노선이에요. 나는 386에게 뭔가 있다는 걸 인정해요. 진보적이고 개혁적이고 합리적 마인드도 있고 경험도 소명의식도 있다고 봐요. 그런데 지금 386들이 지금 양당에 나눠져 있어요. 이 386들이 추구하는 것 중에 정당개혁 정치개혁과 관련해서 ‘투명한 절차, 공정한 경쟁’ 이런 것은 어디서나 할 수 있어요. 각 당 안에서 다 할 수 있어요. 386들이 각 당 안에서 각자 열심히 해서 두 당을 전부 투명하고 공정한 당으로 만들었다 칩시다. 그 다음은 뭐냐는 거예요.

    옛날에 재야민주화 세력은 주로 ‘DJ당’과 같이했어요. 다른 당과는 같이할 수가 없었어요. 지금은 이게 세력으로 양(당)쪽으로 나뉘어 있는데 크로스 보팅 얘기가 나오잖아요. 그럼 ‘너희들, 당 선택은 뭐냐, 너희가 소속된 당은 아무것도 아니냐’ 이런 말이 나올 수 있어요. 이들이 각 당에 흩어져 있다는 것을 지금 사람들이 용인하는 이유는 노선문제를 따지기 전에 정치구조를 민주화하고 투명화하는 것이 선결과제이기 때문이라고 칩시다. 그런 과제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난 다음엔 하나의 정치적 목표 아래 결속할 수 있을까요?

    김영춘:한두 해가 아니라 길게 본다면 필연적으로 그런 분열과 재결합의 과정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송영길:저는 그게 쉽지 않을 것으로 봐요. 지금의 양당구도가 단순히 지역적 요소에 의해서만 구성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단순히 경상도당 전라도당이 아니라는 거죠. 이번 총선에서도 느낀 건데 돈 많은 아파트단지에서는 민주당을 절대 안 찍어요. 공정한 룰과 투명한 경쟁이 확립되고 난 뒤엔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나올 건데, 그때 각자가 어느 쪽에 설 것인가는 쉽게 단정키 어렵다고 봐요. 386이 걸어온 진보의 길만 보고 곧바로 진보의 세계로 갈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가는 사람과 가지 않는 사람이 분열될 거라고 봅니다.

    유시민:현재의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 자생적으로 이념과 노선으로 결합한 고전적 의미의 정당으로 새롭게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보세요?

    김영춘:아니라고 봐요. 봉건적인 붕당구조, 카리스마적인 1인 지배에 의해 움직이지 현대적인 정당구조가 아니에요. 제가 분열과 재결합, 재편성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현대정당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에 이념적으로 또는 지지계층에 따라 분화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정대화:말하자면 김의원은 정치적 재구조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보는 것 같은데 그럼 정치의 재구조화에 어떤 일을 하겠다는 거죠?

    김영춘:먼저 이런 형태의 지역구조가 깨져야 한다는 겁니다. 이게 살아 있는 한은 어떠한 현대적 정당구조도 확립할 수 없어요. 둘째는 정치권 안에서 내가 어떠한 철학을 갖고 어떤 계층을 대변해서 정치를 하겠다는 개인적인 결단을 내려야 하겠죠. 아직 우리나라는 후진적 시스템, 시스템도 아닌 후진적 상태에서 얼기설기 가건물을 지어놓은 상태니까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현대적 국가로 제대로 확정해가는 것이 필수가 아닐까요? 제가 들어와 있는 곳이 정치니까 우선 정치부터 그런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을 해내는 게 우리가 할 일 아닌가….

    유시민:구조 얘기가 나왔는데 과거 평민당 시절에 당원들의 90% 이상이 호남이더군요. 지금 두 분 지구당은 어떻습니까?

    김영춘:저희 지구당원중에는 호남은 거의 없고 영남 충청 중부권이 비슷합니다.

    송영길:저희는 호남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젊은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게 특징입니다.

    유시민:송의원은 특이한 경력을 거쳐서 그렇겠는데, 일반적으로 민주당은 호남사람이 압도적이고 한나라당은 영남사람이 많죠. 타지 사람들은 어디 낄 데가 없어요. 그래서 의원들도 불쌍해요. 중앙당에 가서는 당에 치이죠. 당이란 게 민주당은 지금 호남 출신의 동교동계가 다 잡고 있고 한나라당은 이회창 총재가 들어온 후 좀 달라지긴 했지만 영남이 확고한 기반 아닙니까? 의원들이 지구당으로 돌아오면 그 지역 일색뿐인 지구당 당원들한테 치여요. 그러면서도 일일이 결정을 해야 하는데 거기서 내가 속한 당의 밑바닥 구조와 달리 갈 수 있겠어요? 갈 수 없다면 기존 정당을 수리해서 현대적 정당으로 만들어야하는 데 그럴 수 있겠어요?

    김영춘:그러니까 당장엔 안되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뜯어고쳐야죠.

    정치자금 모금의 문제점

    유시민:두 분은 앞으로 (정치)자금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물질적으로 독립해야, 지구당이 튼튼하고 물질적으로 뒷받침돼야 당총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건데, 그게 없으면 다 망하는 거 아닙니까?

    송영길:당총재가 자금 줍니까?

    유시민:안 줘요?

    송영길:에이, 안 줘요. 우리(지구당에) 한 달에 250만원밖에 안 내려와요. 그거 갖고 사무실 임대료 주고 여직원 월급 주고 하면 아무것도 없어요.

    김영춘:저 같은 경우는 한푼도 안 내려 오는데…. 저는 원외지구당위원장 생활을 6년여 해봤고 특히 야당에서도 약 2년 원외를 해봤는데 자금 문제는 보스한테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이런 문제로 많이 고민하는데 저는 어떻게 이 문제를 풀었는가 하면 지역에서 소액후원회를 만들어서 해봤어요. 선배들은 관리비용만 많이 들어간다고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방법밖에는 없어요. 한 달에 1만원 이상 내는 후원회원들을 몇백명 모았어요. 1만원부터 2만원 내는 사람도 있고 많이 내면 10만원도 내요. 중간에 제가 미국에 1년 정도 공부하러 갖다 왔는데도 그동안 우리 지구당은 빚 없이 굴러가고 있어요. 저는 아주 중대한 희망의 싹을 발견했어요. 물론 그렇다 해도 갑자기 목돈이 들어갈 때가 있잖아요. 당원들한테 연하장을 보내야겠다, 큰 행사를 하나 해야겠다, 뭐 그럴 때가 있잖아요. 이때는 합법적인 자금 모금의 한계를 깨야겠다는 유혹에 부딪히는 게 솔직한 심정이에요. 특히 야당이 후원금을 받고 영수증을 써주겠다고 하면 몇백만원 도와준 선배가 영수증 안 받으려고 해요. ‘내가 왜 괜히 이거 받아가지고 흔적을 남기느냐’ 이거죠. 친구들도 안 받으려 해요. 꼬리를 남기기 싫다 이거죠. 괴로우니까. 그럴 때 합법적 자금확보 방식이 흔들리게 되는 거예요. 합법적으로 자금을 확보해야 운용도 투명하게 할 거 아녜요. 그게 제일 딜레마예요. 앞으로도 그게 제일 큰 고민일 겁니다.

    유시민:여당은 좀 낫겠죠?

    송영길:저도 당비 납부 운동을 해서 조금씩 확대시켜 가고 있어요. 아직 미미합니다만, 당비를 내는 당원을 확대시켜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요. 당비라는 의무를 다해야 상향식 공천이고 뭐고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김영춘씨의 말대로 저도 소액 후원금 같은 걸 많이 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대화:(386들이) 앞으로 처음의 참신한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어떤 경우에도 지역구민들에 지지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놓으면 충분히 자기 생각을 굴절없이 표출할 수 있다고 봐요. 지금 말한 당비라는 것도 지금의 정당구조를 전제로 한 것이거든요. 혹시 내가 이 정당, 내가 속한 정당과 싸우게 될 경우 그래도 당(지구당)이 잘 운영될까, 최악의 경우 내가 만약 탈당할 경우에도 당원들이 따라와줄까. 당과 결별하고도 충분히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두 분이 갖고 있는 생각이 정말 가감없이 정치개혁으로 표출될 거라고 봐요.

    유시민:아니, 이제 막 들어온 분들한테 당에서 탈당하라는 비감한 상황을 가정하면 어떡하란 얘기예요? (일동 웃음)

    정대화:결국 굴절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힘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니까,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지역구민들에게 내 입장과 소신을 밝히고 지지를 끌어당길 수 있다면 소신 있는 행동이 가능해요. 또 하나는 이게 혼자만 있는 게 아니에요. 내 뜻에 따라올 수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수평적 연대랄까, 당을 뛰어넘든 당내부든 이런 구조가 갖춰지면 다른 문제는 다 해결되는 거예요.

    ‘묻지마 투표’ 구조 깨야

    유시민: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그 구조가 잘 안 갖춰진다니까요.

    송영길:그러나 전에 비해서 가능성이 조금은 있다는 거예요. 국회의원 개개인의 의지와 양심에 의존하는 게 아니고 객관적 힘의 토대가 변화돼야 상황이 돌파되는 거니까, 이번 16대 국회에서는 우리 의원들이 목적의식적으로 그런 토대를 만들어야죠. 지구당운영이나 국회에서 일관되게 그런 메시지를 관철해가야죠. 지금은 양김시대 이후 정치인과 대중 간의 새로운 정체성(Identity)이 형성돼갈 수 있는 과도기예요.

    이번 선거 때 보니까 예컨대 호남 출신,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 중에 제가 가면 ‘아, 송영길, 이름도 알 필요 없다, 2번 무조건 찍을 테니까 빨리 다른 데나 가봐라’ 이런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내가 ‘아니, 내가 송영길인데, 누군지는 알고 찍어야 할 거 아니냐’고 화를 낸 적도 있어요.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정말 문제의식을 느끼게 되죠.

    유시민:일종의 그 무시무시한 ‘묻지마 투표’군요.

    송영길:최근 부딪쳐보면 그런 사람은 줄어들고 있어요. 이번 선거가 끝나고 저희들과 좀더 자세히 알게 되면서 그쪽의 호남 출신 민주당 당원들이 민주당을 넘어서 송영길에게 애정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정치인으로서 그때 느끼는 기쁨이란 참 큽니다. 아, 여기서 실마리를 찾아야겠다, 독자적인 자기 메시지를 가지고 정말 분명하게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머리수 하나 채워주는 게 아니고 독자성을 갖고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거기에 동의하는 유권자들의 교감을 만들어갔을 때 상향식 민주주의의 교각이 하나하나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영춘:송영길씨가 얘기하는 그런 희망적 관심을 과신하면 안됩니다. 내가 정치를 조금 더 오래해봤다면 해봤는데 ‘민주당 후보 송영길’이라는 전제 아래서 송영길 개인에게도 애정을 갖게 되는 거지, 이 당을 떠나면 저 사람이 따라올 거냐, 아까 정대화 교수께서 말하셨듯 70~80%는 안 따라옵니다.

    유시민:그게 바로 지역구도에 의한 양당의 독과점 구조입니다.

    정대화: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하는 말인데, 우리가 지금 탈당을 하라는 것은 아니고 탈당을 할 경우에도 독자적인 신념을 가지고 정치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기반을 가져야 한다는 말입니다.(일동 웃음)

    송영길:그 여건이 과거보다 좋아지고 있어요. 해프닝이 아닌 사건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법조계에서 법조개혁과 관련, 한 판사나 한 검사가 돌출행동을 했다고 할 경우, 연전에 방희선 판사같은 경우도 있습니다만, 나름대로 의미도 있고 사회적 메시지도 있겠지만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납니다. 그러나 92년도 같이, 서울민사지법 판사들이 집단으로 의사표시를 하고 집단행동을 하는 경우는 다릅니다. 이건 하나의 사건입니다. 뭔가 결과를 남기는 역사적 의미를 갖게 되는 겁니다.

    정당 내부에도, 한나라당 내부에도 그런 긍정적 요소가 있어요. 그런 요소가 분명히 있으니까 내부에서 최대한 노력해야죠. 그런데 왕왕 개인의 성격 때문에 또는 개인의 소아적 이해관계 때문에 지나치게 튀는 수가 있어요. 튀어서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든지, 재선될 수 있다든지, 이런 이유 때문에 뛰쳐 나갈 수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부분적 동의밖에 못 받아요. 이와는 달리 분명한 명분을 가지고 ‘반란’을 일으킬 수 있어요. 이런 ‘창조적 반란’이란 누가 보더라도 상황이 무르익어 도저히 기존 체제와는 양립할 수 없어서 질적인 변화가 요청될 때 가능할 거예요.

    “초선할 생각만 하자”

    유시민:지금 양당 모두 선거바람이 있죠. 한나라당의 경우 지난 총선 공천파동으로 비주류 다수를 제거해버렸고 지금 총선승리의 여세를 몰아 비율상으로 70~80%가 이회창 총재에게 장악된 압도적 다수파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주류에서 총재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고 부총재 경쟁도 있어요. 민주당에서도 원내총무경선 같은 게 치러지는데 이런 계기를 통해서 송영길 의원이 얘기한 것과 같은 자그마한 사건들이 일어날 수도 있을 법하건만, 양당 내에서 주류 쪽의 압도적 승세가 확인돼버리고 끝나면 별볼일 없어지는 거죠. 그런 가운데서도 좋은 조짐, 크고작은 이변이 일어날 수 있는 희망적 징후가 보입니까?

    김영춘:저희당의 경우 이변은 없죠. 이회창 총재가 당선되는 데 아무 변동이 없죠. 3김씨가 끝나면 지역대결구도가 끝나고 당내에서 여러 세력들이 움직일 수 있는 여지도 많아질 거라는 낙관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안 봐요. 지역대결 구도가 희석되는 경향은 나타날 수 있지만 3김이 아닌 또 다른 보스가 당을 지배하면서 조직논리로 압박하고 이익이냐 불이익이냐 선택하라고 하는 권력독점구조가 계속된다면, 아무리 개혁세력이 들어가도 똑같은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봐요. 이 때문에 비주류가 상당한 역할을 하는 ‘이변’이 나타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방통행은 안된다, 당내에서도 견제가 필요하다는 자각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비주류의 입장에 섭니다. 당내민주주의를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거죠.

    송영길:김영춘 의원과도 얘기했는데 그거예요. 우리 초선할 생각만 하자, 재선 앞두고 (당지도부가) 공천 안 주면 유권자들 부탁처럼 정면으로 붙어서 승부를 보고, 그래서 안되면 또 시작하는 거죠. 제정구 선배처럼 ‘의미없는 재선을 하느니 불꽃처럼 장렬히 산화하겠다’는 말이 참 다가와요. 그런 자세가 필요할 것 같아요.

    정대화:이 구조를 극복하지 못하면 애당초 가졌던 초발심을 지키기가 어려울 겁니다. 그리되면 굴종하든지 튀든지 둘 중의 하나예요. 선배들도 생각이 없어서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예를 들어서 날치기에 동원된 한 의원이 날치기 하고 나서 괴로워 밤새 술을 먹었다고 하는 말을 누구한테 들었어요. 그래서 내가 ‘아니, 그럼 하지 말지, 왜 그래, 바보같이’ 그랬더니 ‘야, 그게 내 맘대로 되냐’는 거예요.

    날치기 상황이 올 수는 있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국회의원들이 엉망이라서가 아니라 정당간 대결구도에서 서로 감정이 격해져서 날치기가 정서적으로 용인될 수도 있어요. 한나라당에서는 ‘정부가, DJ가 우릴 죽이려 한다’ 이런 식이고, 민주당은 ‘정말로 중요한 국가 일인데 한나라당이 발목을 잡는다, 나라망치려 한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이죠. 날치기를 위한 심리적 동원 분위기를 만들어버리는 거예요. 자, 두 분은 날치기 상황이 강요되면 어떻게 할래요?

    김영춘:(싱겁게 웃는 얼굴로 송영길 의원을 보면서) 어떻게 할래? 날치기는 여당이 하는 거잖아?

    유시민:아니, 야당도 날치기할 수 있어요. 재작년인가 보니까 야당도 날치기 하려고 하던데. 국민회의 의원들이 적게 들어와 있는 거 보고 자기들끼리 표결해버리려다 난리가 났잖아요.

    정대화:날치기란 게 쉽게 말해서 상대당의 반대토론을 억제하는 거예요. ‘반대토론이 있습니다’고 하면 반대토론을 하게 해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없어? 땅땅’ 하는 거죠. 자, 두 분, 상대방이 반대토론을 제기하려는데 자기의 신념에 따라 ‘필요없어, 가’ 해버릴 건지….

    송영길:아니, 당연히 저쪽 의견을 들어야죠. 반대토론을 묵살하는 건 말이 안 되죠.

    유시민:‘집합명령’을 받았을 때 갈 거예요? 날치기를 위한 집합명령을 받았을 때….

    송영길:아이, 그거야 당연히 안 가야죠.

    유시민:김문수 의원보다 훨씬 낫네, 김문수 의원은 가놓고는 나중에 잘못했다고 괴로워하고….

    김영춘:김문수 의원은 한번 그렇게 하고 나서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나’ 그렇게 느꼈다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앞으로 죽어도 (날치기 참여를) 안한다는 거 아닙니까?(일동 웃음)

    정대화:크로스 보팅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어떤 경우에도 나는 이러이러한 것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초선의원들이 해주는 것 아닐까요? 날치기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하지 않겠다 등등 말이에요.

    유시민:그거 문제 많아요. ‘야, 너만 잘났냐’ 바로 이렇게 나온다니까요. 14대 국회 때 보세요, 노동위 돈봉투 사건 때 김말룡 의원이 ‘나는 안 먹었다’고 기자회견 하니까, 사람들이 ‘아, 저 사람은 안 먹었구나’ 이렇게 얘길 하는 게 아니고 ‘넌 안 먹었어? 잘났다’ 이러는 거예요. 우리 정치풍토란 게 입바른 소릴 혼자 하면 ‘아, 저 사람 하는 말이 옳다’ 이러는 게 아니고 ‘야, 누구는 그게 맞는지 모르는 줄 알아?’ 이럽니다. 사실 기성 중진들의 냉소가 다 그래요. 그 사람들이 모르겠어요? 다 베테랑인데. 지금 항간에는 어떤 얘기가 있느냐, 양당 386들이 뭐 자기들끼리 모여서 술도 먹고 크로스 보팅 얘기도 하고 그러니까 중진들이 ‘쟤네들, 지금 놀게 내버려둬, 개원하면 다 잡으니까. 지금 당선된 기분에 좀 놀게 내버려둬’ 이런다는 거예요.

    정대화:386들이 모여서 이런 얘기도 하고 저런 얘기도 하는 것은 보기는 참 좋아요. 그런데 이번에 초선한 386말고 당내, 특히 민주당내에 개혁적 의원들이 있죠? 재선 3선 4선까지 죽 있죠. 이런 분들과의 연대에 대해 무슨 논의가 있나요?

    송영길: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어요. 일단 저희 초선의원 내부에 논의를 만들고 서로 이해를 도모하는 단계니까요. 앞으로 자연스럽게 논의될 거라고 봅니다. 어쨌거나 선배들이 어떤 생각으로 지금까지 해왔는지, 또 좌절의 느낌이 있을 거 아니겠어요? 조만간 김근태 의원 같은 선배 의원들과 얘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유시민:김근태 의원도 상당한 수모를 견디고 있는지 몰라요. 한나라당에도 이부영 총무도 있고 여러분이 있지만 거긴 민주당보다는 형편이 좀 나을 거예요. “야, 너네 나가주라, 자꾸 당내에 남아 엉뚱한 소리나 하고 그러는데 시끄러우니까, 싫으면 나가’ 그럴 거예요. 한나라당도 비주류가 떠드니까 회의장에서 끌어냈잖아요. 안 싸우면 그런 수모 절대 없어요. 싸우면 그런 상황에 부딪힐 수밖에 없거든요. 88년 4·26총선 때 재야가 당에 들어가서 선거 끝나자마자 초기에 독자계보를 만들기 위해 밤샘 작업을 엄청나게 했어요. 그래도 안됐거든요. 그런데 지금 카메라 기자들 앞에서 당선 축하연도 하고, 이런 정도로는 게임이 안 됩니다. 걱정이 좀 되네요.

    정대화:당시 평민연이 양평에서 많이 모였는데 적어도 평민연 내부 모임은 매우 강경하고 단단했어요. 근데 안되는 과정을 지켜봤어요. 평민연은 국민운동본부를 이끌다가, 정치권으로 바로 들어왔는데, 이번에 386은 나름대로 각광이랄까 관심은 받고 있지만 사실 그렇게 조직적인 정체성을 갖고 들어온 건 아니거든요. 들어와 보니까 이게 하나의 범주화가 돼 있는 거예요. 그 범주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건데, 조직적 힘이랄까 노력, 준비가 옛날보다 훨씬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평민연 당시엔 당에 들어온 사람들이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생각이 아니고 관점이 민주화에 있었죠. 이번에는 우리 국민들이 정치나 당, 국회가 정말 문제가 많다는 의사를 확실히 표시한 거잖아요. 나는 그런 의사표시에 대해 우리 초선의원들이 정말 확고한 프로그램을 갖고 결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시민:초선의원 두 분 모셔놓고 너무 과도한 요구를 하는 거 아니에요?

    김영춘: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하고 싶군요. DJ가 지배하는 여당, 이회창 총재의 압도적 영향력이 지배하는 야당, 이런 구조에서 몇 사람의 같은 세대가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난센스라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세력화인 것 같아요. 우리 주위에는 과거보다 훨씬 좋은 조건과 환경의 압력이 있어요. 지금 말씀하신 정치개혁이나 정당의 민주화를 힘있게 제기하고 추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주위의 거대한 사회적 압력을 잘 활용하면서 힘을 모아 나간다면 그렇게 비관적으로 볼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차분하게 가자, 집중된 목표를 향해 집요하게 노력하자는 거죠.

    당원이 아니라 향우회원

    송영길:사실 우리 민주당에도 386이라는 게 소위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이라면 저와 임종석씨와 이종걸씨가 전부입니다. 이종걸 의원은 사실 40대고 76학번이니까 386 출신으로는 저와 임종석 의원 둘밖에 없어요.

    김영춘:김민석 의원도 있잖아요?

    유시민:김민석 의원은 총재비서실장이잖아요. 주류예요. 경우가 좀 다르지. 운동권 중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됐지만 민주당에서 주류에 진입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은 설훈 의원과 김민석 의원 두 사람 뿐이에요. 좀 냉소적 표현일지 모르지만 그 두 사람이 주류에 진입하기 위해 어떤 대가를 지불했을까요. 이 문제를 한번 생각해봅시다. 주류에 진입하기 위해 얻는 이익 못잖게 어마어마한 코스트를 지불하고 주류가 됐다고 보는데, 그런 방식으로 뭐가 될거냐, 저는 매우 회의적이에요. 두 사람 아니라 열 명이 있다 해도 어렵다고 봐요. 저는 노무현씨 같은 경우를 눈여겨 보고 싶어요. 지금은 낙선해서 의원도 아니지만 그 사람은 큰 승부를 걸었다고 봐요. 만약에 운동권 출신 또는 개혁적인 정치인들이 노무현씨 정도의 큰 기백을 갖고 승부를 걸어나갔더라면 상황이 많이 변했을 거라고 봐요. 왜 이런 말을 하냐 하면 숫자가 적다고 의기소침할 일이 아니니 승부를 걸 때는 초선 재선을 떠나서 굵게 승부를 걸어나가는 정치인들이 좀 나와줬으면 좋겠어요.

    정대화:상향식 공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영춘:이번에 6·8지방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서 상향식 공천을 하는 모양인데, 그런 결정에 참가할 수 있는 당원은 대부분 한 지구당에 몇백 명 수준에 불과해요. 그런 규모로 상향식 공천을 한다면 지구당위원장의 뜻을 일방적으로 확인하는 것에 불과할 거예요. 적어도 (대의원) 규모가 몇천명 이상으로, 지구당위원장들이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규모로 명실상부한 당원들이 확보돼야 권력을 가진 측의 일방적 의사를 넘어서는 공천을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누가 봐도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진정한 당원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공천을 할 수 있게 해야죠.

    송영길:우리 당도 연전에 부천시장 후보공천 때도 보았듯 현재의 당원구조에서 원혜영씨가 상향식 공천에서 떨어졌잖아요. 서울 서대문갑의 우상호 지구당위원장이나 서울 구로갑의 이인영 지구당위원장이 그냥 상향식 공천을 했다면 공천이 됐겠어요?

    유시민:지금은 당원조직이 아니라 사실 향우회 조직이니까.

    ‘아니다’고 말해야

    송영길:그렇더라도 언제까지 그런 현실론으로 갈 거냐, 그건 안되는 거 아녜요? 처음에는 좀 부작용이 나고 엉망이 되더라도, 점차 실시하면, 당원구조가 개방되고 ‘아, 여기 들어가면 내가 실제 공천권한이 있구나’ 하고 느끼면 당원으로서의 의무(당비납부)를 강제할 수도 있고요. 이번에 설훈 선배가 6·8 지방의원 보선에서 시도하는 당원 전체 선거 같은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이것의 공과를 평가해가면서 점차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정대화:당비를 왜 안 내겠습니까? 당원의 의무와 권한이라는 게 당비를 내고 공직후보 선출 등에 참여하는 것인데, 지금 그런 것을 안 하고 있는 이유가 뭐겠어요? 지구당에 그런 실질 권한을 안 주니까 그런 거죠. 만일 지구당에 그런 실질 권한을 주고 사람들이 ‘아, 여기 참여하면 내 이해를 반영하는 후보를 뽑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참여할 거예요.

    김영춘:이제 마무리삼아 몇 마디 하겠습니다. 386에 대한 과도한 기대도 부담스럽지만 지나친 회의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섣부르게 많은 것을 시도하지는 않겠지만 과거의 일하던 경험과 세계관에 대한 반성과 기반 위에서 하나하나 힘을 모아나가고 세를 모아내면서 당장의 성과보다는 장기적으로 소금의 역할을 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송영길:국민들이 요구하는 창조적 과제를 얼마나 담당할 수 있느냐에 저희 신인들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봅니다. 그것 못하면 아무 의미도 없어요. 정말 국민이 요구하고 시대가 요구할 때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그때 안하고 있다가 나중에 술마시고 토로해봐야 아무 소용 없지요.

    노무현 선배처럼 바로 그때 ‘아니오’라고 해야 할 것은 ‘아니오’라고 해야지, 못하면 386 아니라 할아비래도 의미가 없어요. 그 시대의 모순과 싸워서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결절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냐, 아니면 그냥 이렇게 갈 거냐죠. 더 이상 국민들이 이런 정치를 참지 못하겠다는 열망이 극에 달했을 때, 그런 임계점에서 우리가 ‘창조적 반란’을 해내야지, 그것을 못하면 우리는 존재의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유시민:저는 ‘386 거품론’을 퍼부으면서 386 비판을 많이 해온 사람입니다만, 유신시대 또는 긴조(긴급조치권)시대 사람들은 386세대와 구별되는 특징이 있어요. 선비기질이 있어요. 희생을 통한 봉사예요. 나의 희생을 통해 사회가 잘 되길 바란다, 이런 의식이 강해요. 지금도 자기 자신을 드러내거나 성공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 것을 굉장히 꺼려요.

    그런데 386을 보면 자기 자신의 성공적인 삶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 이렇게 생각해요. 자신의 성공에 대해 별로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더군요. 긴조시대와 비교해보면 개인적 성공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차이가 많아요. 이게 바로 역사나 사회가 발전하는 거다, 이렇게 봐요. 왜 희생을 통해서만 사회봉사를 해야 돼요? 여건이 달라지면 내 자신의 성공을 통해서도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거예요. 그게 좋은 사회라고 봐요. 그것을 권력욕이라고 폄하할 이유는 없다고 봐요. 그런 장점은 살려나가야죠.

    다른 측면에선 아까 송영길 의원께서 말한 ‘창조적 반란’이 참 맘에 드네요. 왜 언론이 지금 386들의 연찬회, 연수회에서의 언행에 대해,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할 수 있는 그 반란에 관심을 기울이느냐, 결국 반란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에요. 그냥 허공에 삿대질하는 반란이 아니라 어떤 맥을 짚어서 딱 흔들어치는 반란이면 절대 환영이죠. 창조적 반란을 꿈꾸는 의지와 권력을 잡아보려는 의지, 성공해보려는 의지를 놓치지 말고 가면 10년, 20년 후에는 나라를 끌고 갈 수 있는 큰 인물이 나오리라고 봐요.

    정대화:얼마 전에 어느 신문에서 국회의원 중에 군 출신이 자꾸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됐는데, 뭔가 아쉬워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일동 웃음), 실제 우리 사회의 내용이 많이 바뀌고 있어요. 껍데기는 아직 단단하지만.

    386들이 80년대에 살아왔던 것처럼 역사적 민족적 과제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정치가로서 적어도 실패하지는 않는다고 봐요. 그런 식으로 정치적 모범을 보여주는 국회의원상이 몇 안되는 젊은 사람들에서 나와줬으면 좋겠어요. 정치는 신념과 힘의 결합이에요. 정치철학과 정치조직의 접합인데, 철학에 기초하다 보면 당위적 또는 선비적이 될 수 있고 조직에 기초하다 보면 자칫 신념은 버려버리고 힘만을 믿게 돼요. 당위나 도덕을 놓지 않되 항상 힘을 키우는, 또 조직을 강조하되 철학을 놓지 않는 그런 정치가 이젠 좀 가능하다고 봐요. 지금은 과거보다 초선의원들이 힘을 펼칠 수 있는 조건이 돼 있어요. 개혁적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연대하고 선배들과 연대하는 수평적 수직적 연대를 좀 이뤄주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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