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호

美 정부가 매긴 박근혜 대통령 방미 성적표

“Not great (썩 좋진 않음) Good enough (그럭저럭 괜찮음) Overshadowed by Mr. Yoon (윤창중 때문에 빛이 바램)”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3-05-24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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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정부가 매긴 박근혜 대통령 방미 성적표

    5월 8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미의회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연설하던 중 받수를 받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통해 큰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다. 다만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으로 그 성과의 상당 부분이 가려지고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워한다.

    그러나 윤창중 사태를 뺀 순수한 방미 성과에 대해서도 상반된 평가 내지 유보적 평가가 있는 게 사실이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전 민주당 의원)은 기자에게 “이번 방미 결과만 놓고 평가하긴 이르다. 곧 있을 방중 결과를 합산해 성과를 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의 회담 상대인 미국 정부 측에선 어떻게 점수를 매기고 있을까. 미국 행정부 및 의회의 주요 인사들과 자주 의견을 교환하는 다국적 컨설팅업체 대표 A(60) 회장을 최근 만났다. A 회장은 “미 정부의 일부 관리들로부터 박 대통령의 방미 성적표와 관련해 ‘Not great (썩 좋진 않음), Good enough (그럭저럭 괜찮음), Overshadowed by Mr. Yoon (막판 윤창중 때문에 빛이 바램)’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외교적 표현으로서 ‘great’는 ‘좋다’로, ‘good enough’는 ‘그럭저럭 괜찮다’로 한 단계씩 내려 해석하면 거의 정확하다는 게 A 회장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과 미 의회 연설을 통해 미 행정부와 의회에 좋은 인상을 준 점이 최대 성과였다고 한다. 다음은 이에 관한 그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영어로 진행한 미 의회연설에서 6·25 참전 의원 4명을 일일이 거명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에서도 아직 나오지 않은 여성 대통령이고 독재자의 딸이며 총탄에 부모를 잃은 드라마틱한 개인사를 갖고 있다. 그래서 미국 정치인들은 박 대통령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가장 멋있는 한국 대통령”

    그런데 이들은 박 대통령의 언행을 곁에서 직접 지켜보면서 미국의 정치 명문가 출신처럼 ‘품격 있고 신뢰할 만한 정치인’이라는 인상까지 받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미국을 방문한 한국 대통령 중 박 대통령이 가장 친근하고 멋있어 보였다는 이야기다. 박 대통령이 이번 방미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성과는, 한국인이 레이건 미 대통령을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했듯이,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한국 대통령의 이미지를 한층 향상시켰다는 점이다.”

    이어 군사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 한반도 안보 의지와 북핵 문제 공조를 이끌어내 대외적으로 공표케 한 점도 성과로 꼽혔다.

    그러나 실질적인 결과물로 만들어낼 만한 회담 의제가 많지 않아 합의 내용이 추상적, 개념적 수준에 그치는 기조였다는 게 미국 측의 분석이었다고 한다. A 회장은 “박 대통령의 서울프로세스(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대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공감 표명, 한미동맹의 아·태지역 핵심 축으로의 확대 역시 아직은 수사적(修辭的)이고 선언적인 성격 정도로 미국 정부 내부에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북핵 문제에 한미 양국이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우선이라는 점 때문에 상대국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얻어낼 논쟁적 의제들이 대부분 배제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양국 모두 정권이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점도 준비 부족의 원인이 됐다는 것. 미국 측은 7월 27일 6·25전쟁 휴전일 60주년을 기념해 워싱턴 DC에서 16개 참전국과 함께 다양한 행사를 벌인다. 박 대통령이 만약 이 무렵 미국을 방문했다면 미국과 세계로부터 훨씬 주목을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A 회장은 “미국과의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한국 측이 원자력협정 개정 이슈에 너무 몰입하는 것 같았다고 미국 측은 본다. 한국 측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여했으나 결과는 협상기한 2년 연장에 그쳤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핵 확산과 연계된 문제엔 미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적으로 볼 때 다른 분야에서 그에 준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 더 나았다는 이야기다.

    A 회장은 “미 정부도 우리 정부와 마찬가지로 윤창중 성추행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회담 성과에 과도하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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