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호

“개헌으로 새 시대 넘어가는 ‘시대 교체’ 이루겠다”

[특집 | 대선후보 11人 연쇄 인터뷰 & 정밀분석] ‘계엄 책임론’ 자유로운 한동훈 전 대표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5-04-19 0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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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권 모두 공유하는 정서 “이재명은 안 된다”

    •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공약

    • 개헌 성공한다면 3년 뒤 대선 출마 않을 것

    • 새 시대 주인공 아닌, 구시대 문 닫는 문지기

    • 국민은 새로운 시대 열망하는 ‘시대교체’ 선택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4월 10일 국회 광장 분수대 앞에서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했다. 동아DB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4월 10일 국회 광장 분수대 앞에서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했다. 동아DB

    버림받은 ‘소통령’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한동훈(52) 전 국민의힘 대표 이야기다. 2022년 5월 윤석열 전 대통령 집권 초기만 해도 그의 별명은 ‘소통령’이었다.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윤석열 정부를 떠받칠 대들보가 될 줄 알았다. 

    우호적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4월 22대 총선을 거치며 한 전 대표와 윤 전 대통령은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총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부터 삐걱거렸다. 한 전 대표가 영입한 김경율 회계사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언급은 두 사람 간 갈등으로 번졌다. ‘약속대련’으로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으나 총선 패배 후 소통령과 대통령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됐다. 

    그럼에도 한 전 대표는 살아남았다. 지난해 7월 치러진 제7회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변곡점이었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빚은 불화에도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다. 친윤계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나경원·윤상현 의원이 대항마로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한 전 대표는 과반(62.8%) 득표하며 이들을 압도적으로 제압했다. 

    당권을 쥔 기간은 길지 않았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비슷한 시점에 직을 잃었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여야는 12월 1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윤 전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을 비웠고, 한 전 대표도 대표직을 잃었다. 친윤계는 한 전 대표가 계엄 선포 반대, 탄핵안 찬성 등 해당 행위를 했다며 한 대표의 당대표직 사퇴를 밀어붙였다.

    헌법재판소가 4월 4일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며 조기 대선이 열렸다. 윤 전 대통령과 반목했던 과거는 한 전 대표의 차별점이 됐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11명의 후보 중 계엄 반대, 탄핵 찬성 의견을 표명한 인물은 한 전 대표와 안철수 의원 2명뿐이다. 다만 친윤계 등 당내 주류의 마음을 잃었다는 약점도 있다. 과연 한 대표는 이를 극복하고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신동아’는 4월 15일 한 전 대표의 대선 출마 이유와 비전을 듣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임기 줄여서 야당 설득, 협치 나서겠다

    대선후보로 나선 이유에 대해 듣고 싶다. 

    “수명을 다한 87년 체제를 끝내고 개헌으로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는 ‘시대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다. 시대교체는 정치교체와 세대교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87년 체제에는 어떤 한계가 있나.

    “87년 체제는 위대한 체제였다. 그러나 이 체제를 만들 때 전제한 ‘절제’는 계엄과 30번의 줄탄핵으로 무너졌음이 드러났다. 그래서 87년 체제가 수명이 다했다고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사람만 바뀐다면 한국은 똑같은 일을 더 잔인하게 겪게 될 것이다.”

    개헌은 과거 대선 때마다 논의됐지만 결국 이루지 못했다. 개헌을 이뤄낼 방안이 있나.

    “지금까지 개헌하자는 말만 무성하고 실천하지 못한 것은 시대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보다 권력자의 욕망이 컸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된다면 (내)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해서라도 개헌을 이루겠다.” 

    대통령이 당선 후 자신의 임기를 줄인다니…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번 대선에 당선된 사람은 개헌을 통해 새 시대를 열어야 할 사명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누구보다 먼저 희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희생을 내가 하겠다. 새 시대의 주인공이 아니라 구시대의 문을 닫는 마지막 문지기가 되겠다.”

    생각하는 개헌 방식이 있나.

    “4년 중임의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고칠 계획이다. 내가 대통령이 돼 중임제 개헌에 성공하더라도 차기 대선엔 출마하지 않겠다. 국회 권력에도 손을 대야 한다. 한 번의 바람으로 모든 힘을 손에 쥐고 국회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상·하 양원제를 도입할 생각이다.”

    양원제를 도입하면 국회의원이 늘어날 수도 있다.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면 전체 의원 수가 늘지 않는다. 상원은 중대선거구제로 뽑아 한쪽이 압도적 의석을 갖기 어렵게 하겠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지역에서 여러 명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지방자치단체 기초의원의 경우 이 방식으로 선출한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공약한 바와 같이 3년 만에 대선이 열린다. 민주당은 2년이나 빨리 정권을 잡을 기회를 갖게 된다.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개헌에 동의할 것이다. 이렇게 야당과 협치를 시작할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새벽 국회 로텐더홀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동아DB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새벽 국회 로텐더홀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동아DB

    “나는 이재명 이길 유일한 후보”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계엄 선포에 반대하고 탄핵에는 찬성했다. 

    “비상계엄 이후 탄핵에 이르기까지 오직 대한민국과 국민만 생각하며 고통스러운 결정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막겠다고 거리에 나선 사람들도 많았는데.

    “추운 겨울 광장에 나선 보수정당 지지자들의 마음의 밑바탕에는 애국심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의 애국심에는 공감한다.”

    대선후보가 되면 이들의 지지도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분들(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던 사람들)의 애국심은 나와도 공통된 부분이 있다. ‘가장 위험한 사람’인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집권만큼은 막아야 한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다른 의견을 가졌더라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 전 대표가) 망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는 공동의 목표와 열망이 있다.”

    한 전 대표는 “그 열망에 호소하겠다”며 말을 이어갔다.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의 전략은 뻔하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두고 ‘계엄당과 계엄당의 후보’라고 비난할 것이다. 그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한동훈뿐이다. 나는 12월 3일 밤 제일 먼저 잘못된 개헌을 막겠다고 선언한 사람이다. ‘저는 앞장서서 국회로 갔습니다. 그때 이 전 대표는 국회 숲에 숨어 있지 않았나’라고 되물을 수 있는 사람이 국민의힘 대표선수로 나서야 한다.”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여당 대선후보라 자신 있게 이야기했지만 한 전 대표의 지지율은 여권 후보 수위에 미치지 못한다. 리얼미터가 4월 9~1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6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서 한 전 대표의 지지율은 6.2%.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10.9%)에 이어 2위다. 범여권으로 지평을 넓혀보면 순위는 더 낮다.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권한대행 지지율(8.6%)이 오히려 더 높다. 

    지난해 9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담에서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동아DB

    지난해 9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담에서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동아DB

    민주당도 사실상 탄핵 선고받은 것

    지지율을 높일 복안이 있나. 

    “지금의 1위가 앞으로도 1위라는 보장이 없다. 리얼미터 4월 2주차 조사 중 ‘차기 대선후보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를 보면 ‘없음’ ‘잘 모름’이라는 유보적 태도를 보인 응답자 비율이 26.5%다. 현재 헌재 결정 전까지 판단을 유보하고 있던 당원과 지지층이 의사결정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조기 대선이어서 후보를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지자가 모이는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 후보 중에 본인만이 가진 강점이 있다면.

    “이번 대선은 비상계엄에서 비롯했기 때문에 계엄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 나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계엄에 반대했고, 국민의힘이 계엄을 저지하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힘썼다. 내 정치적 이해관계만 따졌다면 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손해를 보더라도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결정을 해왔다.”

    민주당 후보인 이 전 대표와 지지율 격차는 더 크다. 같은 조사에서 이 대표는 48.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전 대표와의 비교는 국민의힘 후보 경선이 끝나고 난 뒤가 진짜 시작이다. 우리 국민 중 이 전 대표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이 전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도 없다. 국민은 계엄으로 탄핵된 대통령의 빈자리를 30번 줄탄핵을 저지른 야당 대표로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않은 유권자가 이 전 대표가 아닌 한동훈을 선택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여야의 ‘공수(攻守)교대’에 불과하다.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열망하는 국민이 한동훈의 ‘시대교체’를 선택할 것이라 확신한다.”

    국민이 이 전 대표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이유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보면 ‘사실상 탄핵’된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이다. 8명의 헌법재판관은 모두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의 전횡을 구체적으로 비판했다. 30번의 탄핵소추는 물론 41건의 단독 입법 처리로 협치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약점은 ‘배신자’라는 이미지다. 동고동락했던 검찰 선배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한 전 대표를 법무부 장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중용했지만, 한 전 대표가 이를 배신하고 본인의 정치를 했다는 지적이다. 4월 10일 한 전 대표가 출마 선언을 한 국회 인근에서도 이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출마 선언이 끝나고 한 전 대표 지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국회 정문을 빠져나왔다. 정문 앞에는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남자가 휴대폰을 들고 서 있었다. 휴대폰을 보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개인 인터넷방송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 남자는 국회 정문을 빠져나오는 사람들을 휴대폰 카메라로 비추며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보십시오. 배신자의 지지자들이 국회를 나오고 있습니다.”

    한 전 대표도 이를 의식했는지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 배신자에 관한 이야기를 언급했다. “밴드에서 베이스 치던 로커가 랩과 댄스를 하는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시대를 바꾸는 ‘문화 대통령’이 됐다.” 가수 서태지 이야기다. 출마 선언문의 내용처럼 서태지는 록 음악계를 떠나며 팬들의 비판을 받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을 결성해 크게 성공했고, 문화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 전 대표도 서태지처럼 배신자의 오명을 벗고 대통령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급변하는 대선 정국에서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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