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하고 정도 걷는 나, 이재명 꺾을 유일 후보
이재명 1위, 일종의 착시현상
분산된 여권 후보 지지세, 한곳에 모이면 달라질 것
여당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마음에 새겨야
탄핵 둘러싼 갈등 불가피한 상황이었으나
조기 대선 맞아 전략적으로 협동해야
신념 앞세운 올바른 정치로 국민과 소통하겠다

21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지호영 기자
리얼미터가 4월 9~1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6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서 김 전 장관 지지율은 10.9%로 여권 1위였다. 하지만 대권으로 갈 길은 멀다. 야권 대선 후보에 비하면 지지율이 낮기 때문이다. 같은 조사에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은 48.8%. 김 전 장관 지지율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4월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그는 “부패한 공직자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12가지 혐의로 재판받는 피고인 이재명을 상대하기에는 가진 것 없는 ‘깨끗한 손’ 이 김문수가 제격이 아니겠습니까”라고 외쳤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공직자 정기재산변동사항 신고 내역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의 재산은 10억7000만 원. 배우자 명의의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4억8000만 원)와 예금 5억4060만 원(본인 8226만 원, 배우자 4억5837만 원)으로 국민의힘 대선주자 중 재산이 가장 적다. 이 전 대표(30억8914만 원)와 비교하면 20억1914만 원 적다.
평생 청렴하게 살아온 후보
‘신동아’는 김 전 장관의 대선 출마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을 듣기 위해 4월 14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전 장관은 자신이 “이 전 대표를 꺾을 유일한 후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대선후보로서 본인만이 갖는 강점이 있다면.
“나는 이 전 대표를 꺾을 수 있는 유일한 (보수정당계) 후보다. 이 전 대표를 꺾으려면 그와 가장 차별화된 상대를 내세워야 한다. 단 한 점의 비리도 없는 청렴하고 깨끗한 사람, 현란한 말 바꾸기보다는 뚜벅뚜벅 묵묵히 실천으로 말하는 사람, 욕설과 꼼수 그리고 불법을 당당하게 거부하고 정도의 길을 걸어온 사람을 내세워야 이긴다. 평생을 청렴하게 살아온 나 김문수야말로 이 전 대표를 이길 수 있는 후보다.”
이 전 대표와 지지율 차이가 크다. 이 격차는 어떻게 좁힐 계획인가.
“현재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이 전 대표는 사실상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반면 국민의힘은 10명에 가까운 후보가 난립하는 형국이다. 따라서 지금의 여권 후보는 지지세가 분산돼 있다. 내가 (경선을 거쳐)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결정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어떻게 달라지는지….
“김문수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다면 (보수 진영 지지자들의) 결집력과 구심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한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0.73% 차이로 승패가 갈렸다. 이번 대선 역시 (김문수로 보수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면) 간발의 차이로 승부가 갈릴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여권 내부에서도 찬반이 갈렸다. 대선 경선에도 영향을 줄까.
“여당은 지금 ‘조기 대선’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탄핵을 둘러싼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 국민의힘이 직면한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자칫하면 야권에 나라를 넘겨줄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황 아닌가. 국민의힘은 크나큰 대의(정권 재창출) 앞에서 당 내부 갈등을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하고, 전략적 선택을 실천해야 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경구를 마음에 새기고 대선에 임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선후보로서의 강점만 언급했는데 약점은 없나.
“지나치게 진지하고 (정치인으로서의) 신념만 우선시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김 전 장관은 대선 출마 선언 전에도 본인의 신념을 밝히는 일에 거침이 없었다.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국회 현안 질문 3일 뒤인 지난해 12월 14일 기자는 김 전 장관을 만났다.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으로서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그는 고용정책 관련된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밝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4년 3월 9일 청와대에서 신임 민주자유당 지구당위원장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이 때부터 보수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동아DB
좌-우-중도 두루 경험한 ‘와이파이’ 정치인
당시 대기업에서도 업무 중 부상·사망 사고가 발생하는데 처벌 사례가 전무한 이유에 대해 묻자 김 전 장관은 “(고용노동부가) 대기업이라고 해서 조사를 소홀히 하지는 않는다”며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을 시작했다.“공무원이 그런(특정인이나 회사를 봐주는) 일은 없다.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수사보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관련) 수사를 더 열심히 하지 않나. 대한민국이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김건희 여사도 대통령 부인이 아니라면 그렇게 (여러 의혹에 연루되는 등의 상황을) 당하겠나.”
이 인터뷰에서 김 전 장관은 민주노총 등 노조 관련자가 파업을 하면서까지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하는 것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동부 공무원들이 발언을 제지할 정도였다. 당시 그의 인터뷰는 이랬다.
“파업은 근로조건을 고치려는 일종의 노동쟁의다. 이를 정치적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합법적이지 않은 태도다. (그런데도) 경찰이 이를 지켜만 보고 있다. 아직 (불법 파업으로) 연행된 사람은 내가 볼 때 없는 것 같다. 경찰부터가 벌써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법치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김 전 장관은 줄곧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고수하면서 지지율이 오른 측면이 있다, 탄핵에 찬성한 유권자는 어떻게 설득할 계획인가.
“나는 삶 속에서 좌·우·중도 진영의 정치를 모두 치열하게 경험한 사람이다. 현존하는 정치인 중에 나 같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좌든 우든 다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980년대 노동운동의 거두’였는데 노동운동을 그만둔 이유는 뭔가(노동운동가 출신 정치인인 심상정 전 정의당 의원은 “동지로 지내던 시절 김문수는 전설이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공산국가들이 붕괴되는 것을 보고 혁명가의 길을 포기했다. 대신 현실 정치를 통해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하며 정치를 시작했다. 1994년 집권 여당(신한국당, 국민의힘 전신)에 입당한 이래 3선 국회의원, 재선 경기지사를 지냈고, 2022년 1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내면서도 늘 국민 행복을 염두에 두고 일했다.”
김 전 장관은 노동운동가 이력을 강조하며 중도층에 ‘어필’하고 있다. 그가 출마 선언 하루 뒤인 4월 10일 대선주자 첫 행보로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을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김 전 장관은 “노동운동을 시작한 직접적 계기가 ‘전태일 분신’이었다”며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걱정하고 도와주는 정신이 ‘전태일 정신’”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2월 ‘신동아’ 인터뷰에서 전태일 정신을 ‘우파 기독교 정신’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과거 한 토론회에서 “전태일은 노동자판 예수다. 자기를 위해 죽은 게 아니다. 불쌍한 여공들이 다락방에서 피 토하며 죽어가는 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인물이다. 그런 사람을 도와주는 게 우파”라고 말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그렇다.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 있는 전태일의 묘비명만 봐도 그가 좌파 이념과는 무관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4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전태일기념관을 찾아 전태일 동상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전태일 묘비명에 담긴 뜻
묘비명이 무엇인가.“전태일의 묘비명은 ‘기독청년 전태일’이다. 그는 기독청년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 봉사, 헌신의 삶을 산 사람이다. 예수가 인간의 죄를 사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며 헌신한 것처럼, 전태일은 근로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분신으로서 헌신했다.”
헌신하는 삶은 좌파보다 우파에 가깝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좌파는 혁명을 통해 자산가를 타파하자고 주장한다. 사회체계를 뒤집는 혁명을 통해 근로자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겠다는 사상이다. 반면 우파는 사랑과 희생, 봉사로 힘든 사람을 돕는다. 전태일의 삶은 좌파 활동가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희생정신이 투철한 기독청년에 가깝다.”
기독교는 김 전 장관을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다. 그는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기독교계 인사와 관계가 깊다. 대표적 예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다. 2020년 1월에는 전 목사와 함께 자유통일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4월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전 목사와 어떤 관계인지를 묻는 질문에 “열심히 애국한다고 전 목사가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만난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전 목사와 함께한 이유는 뭔가.
“좌파들이 반미를 민족주의로, 사회주의를 보편적 복지로, 현금 살포 및 포퓰리즘을 경제 살리기로 둔갑시키는 모습을 보며 누구든 힘을 합쳐 싸워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 목사를 만난 적 없다.”
대통령이 된다면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복안인가.
“현재 한국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소통 부족의 해결이다.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니 정치, 행정, 경제 등 사회 전 분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는 창구를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합이든 대연정이든 가리지 않고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