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비리·부도덕으로 점철된 후보 지지하지 않을 것
尹 전 대통령과 방휼지쟁 관계 李, 대통령 못 돼
尹 개인에 대한 탄핵이지 국민의힘 탄핵 아냐
재조산하(再造山河) 자세로 국호 빼고 다 바꿔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4월 14일 ‘신동아’에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온갖 비리와 부도덕으로 점철된 후보에게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박해윤 기자
12·3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도전의 시기가 예상보다 빨리 다가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러진 2017년 19대 대선을 온몸으로 겪은 그로서는 이번 대선 상황이 불편할 법도 했다. 하지만 홍 전 시장은 4월 14일 ‘신동아’ 서면 인터뷰와 2월 11일 대면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온갖 비리와 부도덕으로 점철된 후보에게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무대홍’ vs ‘어대명’ 대결 펼쳐질까
당내 경선은 막 시작했지만 홍 전 시장은 벌써부터 ‘경선 이후’를 고민한다. 그는 연일 ‘“반(反)이재명 빅 텐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명 연대’ 없이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느껴지지만, 당내 경선은 너끈히 통과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실제로 세계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4월 10~11일 전국 성인 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3자 대결(이재명 vs 국민의힘 후보 vs 이준석)에 따른 선호도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한 결과 홍 전 시장은 29%의 지지율을 얻으며 당내 유력 대선후보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동률을 기록했다.홍 전 시장의 선거캠프 이름은 ‘무대홍’이다. ‘무조건 대통령은 홍준표’라는 의미다. 그가 경선에서 최종 승리하게 되면 ‘무대홍’ 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의 대결이 펼쳐질 공산이 크다. 인터뷰는 관련 질문으로 시작했다.
야권의 유력 주자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본인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첫째, 부패와 비리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다. 둘째, 공직과 정치 분야에서 30년의 경륜이 있어 국정 난맥을 극복할 만한 후보라는 점이다. 반면 이재명 전 대표의 경우 국정 난맥의 한 축이었다. 마지막으로, 국내외 비상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꼽고 싶다.”
홍 전 시장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이다. 그의 화법에 “소탈하다”며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지나치다”고 평가하는 이도 있다. 홍 전 시장은 최근 이재명 전 대표를 두고 부쩍 “양아치”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4월 13일 공개된 인기 예능 프로그램 ‘SNL 코리아’에 깜짝 출연해 이 전 대표를 동일하게 부르기도 했다.
사실 홍 전 시장이 이 전 대표를 이렇게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월 11일 ‘신동아’ 대면 인터뷰에서도 이 전 대표에 대해 이같이 진단하며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한창인 때다.
야당 입장에서는 “정권 교체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생각할 법한 상황이다.
“그런다고 자기한테 정권이 갈까. 이재명 전 대표는 절대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고, 오직 자신만을 위해 정치하는 사람이다.”
이 전 대표는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4일제 얘기도 꺼내는 등 중도 및 보수층을 겨냥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죽도 밥도 되지 않는 행보다. 지지자의 투표 열기마저 식히는 잘못된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보수우파 지지자는 절대 이 전 대표를 찍지 않는다. 결국 혼자서 왔다 갔다 할 뿐, 별다른 성과가 없을 것이다.”
이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지 못하리라 생각하는 이유가 뭔가.
“딱 한 가지만 얘기한다면 ‘양아치 정치’다. (정치에도) 등급이 있다. 조폭 정치, 건달 정치, 양아치 정치…. 이 가운데 가장 등급이 낮은 게 양아치 정치다.”
홍 전 시장은 ‘방휼지쟁(蚌鷸之爭)’이란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이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를 추가로 설명했다.
“‘어부지리(漁夫之利)’ 앞에 있는 고사성어가 ‘방휼지쟁’이다. 도요새가 조개 속살을 파먹으려고 조개 안으로 부리를 집어넣으니까 조개가 입을 닫아버려 조개도 도요새도 꼼짝 못하는 상황이 바로 방휼지쟁이다.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관계가 꼭 그렇다. 방휼지쟁 결과가 뭔가. 어부(漁夫)가 와서 둘 다 잡아가는 어부지리다. 윤 전 대통령과 방휼지쟁 관계에 있는 이 전 대표는 절대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것이다. 국민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청산하는 ‘어부’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4월 15일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선진대국시대’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찬탄·반탄 얽매이지 말고 대선 승리를 위해 뭉쳐야
홍 전 시장과 대담한 후 두 달이 지났다. 그사이 헌법재판소는 윤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그는 계엄과 탄핵 모두 반대했다. 이에 대해 홍 전 시장은 “탄핵에 반대한 것은 계엄을 옹호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부연해 왔다. 그는 “계엄 행위에 대한 사법적 판단과 별개로 우리가 만든 대통령을 내쫓는 탄핵 방식에 함께할 수 없었다”며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거대 야당의 국회 폭거를 막기 위해 모두 힘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홍 전 시장은 “찬탄·반탄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대선 승리를 위해,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야 한다”는 입장이다.윤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탄핵은 윤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탄핵이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러진 17대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지지율이 4%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반대다.”
홍 전 시장의 설명대로 보수정당의 상황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직후와는 다르다. 한국갤럽이 4월 8~10일 전국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주요 정당 가운데 가장 높았지만, 국민의힘 역시 30%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따라붙었다. 물론 좋은 상황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최악의 상황도 아니다.
왜 이러한 차이가 나타났다고 보는가.
“국민은 일련의 사태를 윤석열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탄핵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에 대한 탄핵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 만큼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 연장선상에서 국민이 대한민국을 온갖 비리와 부도덕으로 점철된 후보에게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앞선 대담에서도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우리가 아무런 준비 없이 당했지만, 그런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아마도 각 후보 진영에서 이미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며 “한번 당해 봤기 때문에 이번에 정권을 거저 넘겨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4월 15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에 ‘재조산하(再造山河)’를 적었다. 재조산하는 임진왜란 당시 실의에 빠져 있던 서애 류성룡에게 이순신 장군이 적어준 글귀로 “나라를 다시 만들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뉴스1
제6공화국 사명 끝나…나라 기틀 바꿔야
홍 전 시장은 4월 15일 ‘선진대국 국가대개혁 100+1’ 발표회를 열고 정치 부문의 개혁 구상을 발표했다. 그는 “30여 년간 국가 경영을 준비해 왔고, 이제 대한민국의 100년 미래를 설계하겠다”며 “‘재조산하(再造山下)의 자세로 제도와 시스템 그리고 국민 의식까지, 대한민국 국호를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재조산하란 임진왜란 당시 실의에 빠져 있던 서애 류성룡에게 이순신 장군이 써준 글귀로 “나라를 다시 만들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이 자리에서 홍 전 시장은 선제적으로 정치와 관련된 18개 대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 직선으로 ‘개헌추진단’을 설치해 개헌 논의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현재 정치 위기의 구조적 원인은 제6공화국 헌법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그 해법으로 4년 중임제, 국회 양원제 도입을 포함한 개헌을 대개혁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제7공화국에 대한 홍 전 시장의 구상은 급조된 것이 아니다. 그는 앞선 대담에서도 제7공화국에 대한 비전을 세세히 밝혔다. 당시 홍 전 시장은 “제6공화국이 시작된 지 40년이 다 돼간다”며 “그동안 민주화를 이뤘고, 정권교체도 경험한 만큼 제6공화국 사명은 이미 끝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선진국 시대에 걸맞게 나라의 기틀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전 시장은 제7공화국에 대한 구체적 구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헌법을 개정해서 나라 운영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예컨대 지명직 국무총리를 대통령 궐위 시에 권한대행을 맡도록 하는 것도 코미디다. 4년 중임 정·부통령제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미국처럼 상하 양원제를 도입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상하 양원제 없는 나라는 튀르키예와 한국뿐이다. 하원 하나만 있으니 극렬한 대립과 투쟁으로 나라 일이 되는 게 없다. 하원에서 치열하게 논쟁하더라도 상원에서 조정하도록 하면 된다.”
지방자치의 경우는 어떤가.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도 이제는 개편해야 한다. 지방자치제도를 전면 혁신해서 기초의원과 광역의원을 통합하고 대신 인원을 대폭 늘려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것이다. 자치단체 일은 지방의회에 맡기고, 국회의원은 나랏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의원 공천 때 국회의원이 개입해서도 안 된다.”
검·경 수사 구조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이전보다 커졌다.
“지금의 수사 구조는 잘못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없애고 국가수사청을 만들어 한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범죄를 국가수사청이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FBI를 만드는 것이다. 검찰은 국가수사청에서 검찰로 넘겨준 사건에 대해 공소 제기를 할 것인지, 무혐의 처분을 할 것인지 보완 수사 기능만 갖도록 하고, 독자적으로 인지 수사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경찰은 수사 기능을 국가수사청으로 넘기는 대신 경비와 자치경찰 업무에 전담토록 하면 된다. 누가 되든 다음에 대통령이 될 사람은 제7공화국의 골격을 만들어야 한다. 이 일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 좌우 통합이다.”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는 의미인가.
“그렇다. 비상계엄과 탄핵 등으로 초래된 위기 상황을 선진대국으로 가는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 좌우 갈등이 극에 달했는데, 하나의 진통 과정으로 봐야 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