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호

‘정권 안정’ vs ‘기득권 타파’ 정면 충돌 속 ‘제3 후보 차출론’ 솔솔

[기획 특집 | 2026 빅 매치…광역단체장 누가 뛰나] 광주광역시장

  • 정병호 광주일보 기자 byounghoj@naver.com

    입력2025-12-2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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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기정 ‘고전’ 속 민형배 두각…‘확장 한계’

    • 문인, 이병훈, 이형석, 정준호…‘대안 세력’ 조국혁신당

    • 전략공천으로 민주당 구원투수 등판 가능성

    강기정 광주시장,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 뉴시스

    강기정 광주시장,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 뉴시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반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호남 정치의 심장부’ 광주광역시를 이끌어갈 차기 시장이 누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 특히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거쳐 들어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지방선거인 만큼 단순한 지역 살림꾼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광주시장 선거는 이제 막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안정론’과 지역 정치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건전한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변화론’이 정면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며 “경선 승리가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지배해 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앞둔 지역 민심의 기류는 예사롭지 않다.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강기정 시장이 각종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이, 강력한 도전자로 꼽히는 민형배 의원이 앞서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민 의원조차 압도적 ‘대세론’을 형성하지 못한 채 박스권에 갇히면서 향후 지역 민심이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된다. 지역 정가에서는 기존 후보군이 아닌 ‘제3의 인물’이 민주당 구원투수로 등판할 수 있다는 ‘전략공천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텃밭 광주, ‘경선 승리가 곧 당선’

    민선 8기를 이끈 강기정 시장은 광주의 숙원 사업이던 복합쇼핑몰 유치를 확정 짓고, ‘광주다움 통합돌봄’ 시스템을 구축해 전국적인 복지 모델로 확산시키는 등 굵직한 현안을 해결하며 정책적 성과를 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앞선 시장 재임 시절 시작된 지하철 2호선 공사에 따른 교통 불편, 임기 내내 이어진 불통 논란에 시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시민들이 강 시장의 소통 방식에 대해 마음을 닫은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단순한 지지율 하락을 넘어, 재선 가도 자체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현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는 이는 민형배(광주 광산을) 의원이다. 민 의원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보여준 선명성과 과감한 결단력을 앞세워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타 후보들을 압도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민 의원 캠프 내부 기류도 마냥 밝지만은 않다. 지지율이 30% 초반 박스권에 갇혀 더는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확장성의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민 의원이 항상 1등을 하고는 있지만, 민주당 내부와 지역 내 비토 여론이 만만치 않아 지지율이 답보 상태”라고 진단했다. 특히 중앙 정치에서 보여준 강성 이미지가 지방행정을 이끌어야 할 시장직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중도층의 우려와 함께 당내 경쟁 세력들의 견제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불안한 1위’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중앙당 안팎에서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현직 시장은 경쟁력이 뒤처지고, 1위 주자는 확장성에 한계가 뚜렷하며, 나머지 후보들은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자칫 기계적 경선을 치렀다가는 본선에서 낭패를 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제3후보 ‘전략공천’ 가능성

    특히 2024년 총선 비례대표 투표에서 광주 지역 1위를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켰던 조국혁신당이 호시탐탐 광주시장 자리를 노리는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확실한 승리를 담보할 카드가 절실한 시점이라는 것.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지도부가 기존 경선 구도를 깨고, 참신함과 중량감을 동시에 갖춘 제3의 인물을 ‘전략공천’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른바 ‘제3후보 차출론’이다. 전략공천 대상자로는 중앙 정치 무대에서 활약한 중진급 인사나, 경제·산업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과거 민주당이 광주에서 광역단체장 전략공천을 했다가 상당한 민심 이반을 경험한 적이 있어 ‘전략공천설’은 말 그대로 ‘설’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내 ‘양강’ 구도가 흔들리는 틈을 타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기존 제3후보군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문인 북구청장은 북구 예산 1조 시대를 여는 등 검증된 행정력을 앞세우고 있지만, 북구라는 지역 기반을 넘어 광주 전역으로 지지세를 확장하는 데 고전하고 있다. 중앙과 지방행정을 두루 거친 이병훈 전 의원(호남발전특위 수석부위원장) 역시 풍부한 경륜과 문화·경제 분야의 전문성을 강조하며 대안 세력을 자처하고 나섰지만, 양강 후보의 틈바구니에서 의미 있는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형석 전 의원과 ‘서민 변호사’를 자처하는 정준호 의원(광주 북구갑) 등이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존재감을 과시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가 혼돈에 빠진 사이, 조국혁신당은 ‘대안 세력’을 자처하며 표밭을 갈고 있다. 서왕진 원내대표 등 경쟁력 있는 인물을 내세워 ‘호남 정치 혁신’을 외칠 경우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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