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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환자 생명연장·통증감소를 위한 한방秘術

말기암 환자 생명연장·통증감소를 위한 한방秘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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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치료는 어떻게 하는지 환자 사례를 통해 살펴보기로 했다. 후두암 말기 환자인 이태휘(62·서울 성도구 금호4동)씨의 경우 양·한방 협진으로 성공적인 치료를 했다고 해서 직접 확인해보았다.

이씨는 2000년 초 어느날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동네 근처에 있는 병원(한증엽 이비인후과)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았다. 의사는 후두 부분에 종양일지도 모르는 덩어리가 보이므로 종합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했다. 곧장 H대학병원으로 달려가 종합검진을 받은 결과 후두암 3기에서 말기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었다.

대학병원에서는 이씨에게 수술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술 성공률은 70%에 이르지만, 단 성대를 절제해야 하므로 앞으로 말을 할 수 없으며 목에 호흡기를 달고 평생 살아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생명이라도 건져야 한다는 대학병원측의 권유로 수술날짜까지 잡아놓았지만, 수술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씨가 오당한의원의 박원장을 찾은 것은 2000년 5월 초순. 이씨는 1단계로 한약 처방과 함께 쑥뜸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암세포가 섭씨 40도 이상의 열에 약하다는 사실에 착안해 한방식으로 응용한 쑥뜸요법의 경우도 일반적인 뜸과 모양이 다르다. 환자의 배 위에 대여섯 개의 주먹만한 쑥뜸 통을 올려놓고 살균치료를 한다. 쑥뜸요법은 그 열기가 미세한 암세포까지 찾아내 파괴하는 효과 외에 쑥뜸 특유의 견인력으로 암의 핵을 빨아내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한 지 일주일, 환자의 몸에 서서히 변화가 찾아왔다. 한방의 암 치료법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던 이비인후과 의사 한증엽 원장은 자신의 환자이기도 한 이씨의 상태를 내시경으로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검사를 위해 채취한 암 부위가 보들보들해져 있었다. 딱딱한 암세포가 부드러워졌다는 것은 뭔가 확실한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씨가 호전되는 것을 파악한 박원장은 본격적으로 약침요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복부 부위의 경혈에 약물을 투입해 후두암 부위의 암세포를 찾아가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후두암의 경우 암세포가 있는 부위에 직접 주사하는 것보다는 효과가 덜 나타났다는 게 박원장의 평가. 그렇지만 한방의 의료기기나 시설로는 후두 부위에 직접 주사하기가 어렵다는 난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양방의사의 참여

이 소식을 들은 한증엽 원장이 양·한방 협동으로 이씨를 치료해보자고 제안했다. 한의원에서 제공하는 씨앗 성분의 약물을, 이비인후과 의사가 직접 목 안의 환부에 주사로 주입해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양·한방 의사들이 공동으로 치료를 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2000년 8월 중순쯤 드디어 환자 이씨의 목소리가 트이기 시작했다. 내시경검사 결과 암덩어리로 가려졌던 성대가 형체를 드러냈다. 12월이 되자 암의 95%가 사라졌고, 호흡이 편해지고 음식도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이듬해인 2월에는 내시경 검사 결과 종양 덩어리가 보이지 않았다. 이씨는 수술하기로 했던 H대학병원에 찾아가 CT촬영을 받아보기로 했다. 검사 결과 종양이 보이지 않는다는 기적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2001년 12월 초 이씨와의 면담에서도 이씨의 목소리는 정상인처럼 분명했다. 그는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씨의 모든 병원기록 차트는 한증엽 원장이 보관하고 있다. 한원장은 후두암 환자 치료 사례가 더 축적되는 대로 학계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양방요법이든 한방요법이든 환자를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양방에서 못하는 것을 한방적 방식으로 치료해내면 그것을 연구해보는 것이 의사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오당한의원의 면역약침요법이 암치료의 완전무결한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암치료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이씨에 대한 암치료 이후 두 명의 후두암 환자를 같은 방법으로 치료하고 있다. 치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금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이씨보다 증상이 더 악화돼 있던 60대의 한 환자는 종양 덩어리가 조금 줄어들고 숨이 찬 증세가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으로 한증엽 원장은 약침요법을 시행할 경우 통증이 찾아오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씨는 이를 잘 참아낸 반면 중도에 포기한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당한의원 박치완 원장은 이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말기암에서 회복되는 과정에 있는 환자들은 면역체계와 암세포들과의 싸움으로 인해 몇 가지 공통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약침요법으로 치료를 받으면서부터 환자는 맥이 빠지고, 밥맛이 없으며, 오슬오슬 춥거나 열이 나며, 땀이 나는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그 이후에는 주사를 맞은 부위나 종양과 가까운 부위의 피부 표면이 벌겋게 부어오른다. 며칠이 더 지나면 부어오른 부위가 욱신욱신 쑤시고 아프면서 곪는다. 시간이 더 지나면 이 곪은 부위가 터져서 안으로 깊게 패면서 엄청난 양의 고름이나 진물이 흘러나온다. 혈액검사에서도 백혈구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을 한방에서는 명현반응이라 하는데, 이 고비에서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

아무튼 면역약침요법을 시행하면 환자가 언제쯤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지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불안에 떠는 환자들이 그만큼 신뢰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르핀 없이 통증 견뎌

물론 오당한의원을 찾은 말기암 환자 모두가 이씨처럼 극적인 치유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면역약침으로 좋아지는 듯하다가 원래 상태로 돌아간 김모(37)씨의 경우를 보자. 2001년 10월경 회사에서 일하다 갑자기 쓰러져 종합병원 응급실에 실려간 김씨는 뜻밖에 간암 말기라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 병원에서는 종양 덩어리가 너무 커 수술할 수 없고 색전술을 받아도 6개월 정도밖에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생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 1차 색전술을 받았지만 패혈증 등 부작용이 우려돼 오당한의원을 찾았다. 12월 초 김씨가 보름째 한의원 치료를 받으러 온 날 기자와 우연히 만난 김씨의 가족은 환자의 병이 더 나빠지지 않고, 혈액검사상 APP 수치도 좋아지고, 얼굴빛도 맑아진다는 느낌을 주어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시 열흘이 지나 환자 가족과 연락이 닿아 근황을 물었을 때는 환자의 상태가 안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런데 같은 간암 4기말인 양모(63)씨는 2000년 4월 암이 콩팥 위에 있는 부신까지 퍼지고 복수가 찬 상태여서 3개월 정도밖에 살 수 없다는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면역약침요법으로 3개월간 치료받은 후 암세포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사형선고를 받은 지 1년이 훨씬 지난 현재도 그는 암으로 인한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않고 건강한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다.

이에 대해 박원장은 병원에서 이러저러한 치료법을 받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찾아오는 환자들의 경우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스테로이드 제제를 많이 먹고 오는 환자는 뼈가 이미 녹아버려 치료가 안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는 것. 이외에 암세포가 전신에 너무 많이 퍼져 있거나, 나이가 너무 고령이거나, 수술이나 항암제 후유증이 심하거나, 환자의 심리상태가 불안정할 때는 그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박원장이 한방으로 암을 치료하고자 하는 동기는 다른 데 있었다고 밝힌다. 병을 치료한다는 것은 1차적으로 완치가 목적이겠지만, 그는 말기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고 한다.

“암이 3기말부터 4기말까지 이른 환자들은 생존기간의 차이는 있으나 서양의학적 치료(수술, 항암제, 방사선 조사)로는 거의 100% 목숨을 잃는다. 암치료 선진국이라는 미국사정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부작용이 심한 항암제로 연명하며 모르핀으로 통증을 약간이나마 줄여보려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나는 항암제를 맞아가면서 암환자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은 우리나라 의료계가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에 취해서 비틀거리는 꼴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암환자가 항암제 사용 등으로 미국에 갖다 바치는 돈만 연간 3조원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우리가 미국 시스템에 빨려들어가는 꼴이다.”

박원장은 자신의 한의원을 찾은 말기 암환자의 70% 정도는 모르핀에 의존하지 않고 생활하고 있으며, 거의 사망에 임박한 4기말 암환자의 경우 세계 어느 병원보다 오랜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3기 암환자는 나이가 고령이 아니고, 대수술·항암제 투여·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았을 경우 서양의학적 치료에 비해 50% 이상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부작용이 양방치료에 비해 거의 없다는 것도 면역약침요법의 장점이라는 것.

세계를 겨냥한 한방 암치료법

그래서일까, 오당한의원의 입원실 안에는 “우리는 세계 최고 효율의 암치료를 행하고 있습니다”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웬만한 자신감 없이는 감히 말기 암환자들을 상대로 치료하면서 내걸 수 없는 말이다. 오당한의원을 찾는 암환자들 역시 이곳에서 마지막 희망을 찾으려는 듯했다. 박원장의 말.

“암은 충분히 나을 수 있고 설사 낫지 않더라도 암 특유의 고통이 없이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으면서 끝까지 투병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한방병원의 의료술은 세계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고 자부한다. 따라서 우리 의술을 세계에 선보여 외국인 환자들이 한국으로 찾아오도록 만들 예정이다.”

그래서 박원장은 그간 자신이 해온 면역약침요법을 정리해놓은 저서 ‘암을 정복한 면역약침 이야기’(밀알사)를 영문판으로 제작중이라고 한다. 또 오스트리아 출신의 한의사(Raimund Royer)와 함께 공동 진료를 하면서 그를 통해 자신의 의술을 세계로 알릴 예정이라고 한다.

신동아 200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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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배·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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