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고공지지율…與 지지” vs “권력 비대…서울이라도 野밀어야”
종로·을지로, “기대 이상 이재명” vs “빈익빈 부익부 심화”
명동 상인들, “관광객 늘었어도 물가 너무 올라 힘들어”
신촌·홍대 2030, “청년정책 와닿지 않아…심판보다 생존”
여의도·강남 “문재인 때보다 심각…무주택자도 대출 힘들다”
여야 지지층 “與 입법 독주는 잘못, 野 대안 세력 안 보여”

3월 13일 오후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서울 명동 거리. 지호영 기자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여당에 대한 기대와 함께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야권의 무능에 대해서는 탄식을 쏟아내기도 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들은 공통적으로 “내 삶의 질을 높일 서울시장감은 누구인가?”에 대한 저마다의 답을 찾고 있었다. 3월 10일부터 나흘간 서울지하철역과 주변을 돌며 확인한 시민들의 마음을 기록한다.
을지로·종로 “기대 이상 이재명” vs “빈익빈 부익부 심화”
3월 13일 출근 시간을 피해 오전에 방문한 종로와 을지로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민생 드라이브’에 대한 효능감과 ‘분배 불균형’에 대한 불안감이 충돌했다. 오전 10시, 을지로입구역 내 호두과자점 주인 이모(45) 씨의 손놀림은 멈출 줄 몰랐다. 호두과자를 주문하며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을 평가해 달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자 이 씨는 그제야 움직임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사실 지난해 대선 때는 김문수를 뽑았어요. 근데 이재명 대통령이 생각보다 잘하고 있어요. 서민을 위한 정책에 신경을 쓰는 것이 느껴져요.”
을지로3가역 인근 인쇄 골목에서 만난 상인 최모(65) 씨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대통령을 안 찍었는데 막상 하는 거 보니까 추진력 하나는 인정해 줘야겠더라”며 “골목상권 살리겠다고 밀어붙이는 거 보면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반면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둔 종로3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탑골공원 인근에서 만난 주부 이모(61) 씨는 앞서 만난 시민들의 생각을 전하자 격앙된 목소리로 반박했다.
“정부가 잘한다고들 하는데, 내 눈엔 빈익빈 부익부만 심해진 거 같아요. 강남 아파트는 갖고만 있어도 벼락부자가 되게 만들고, 우리 같은 서민이 사는 동네는 (몇 년이 지나도) 계속 교통도 불편하고 낙후돼 있죠. 친중 정책도 믿음이 안 가요.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잠이 안 와요.”
이번 6·3 지방선거의 의미를 두고 ‘정부 심판론’과 ‘정부 안정론’이 부딪치기도 했다. 스스로 “이재명과 조국을 좋아한다”고 밝힌 종로3가의 한 금은방 주인은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높은데 여당을 밀어줘야지”라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듣던 ‘보수 우파’ 상인(70대)은 “중앙 권력이 비대하니 서울이라도 야당(국민의힘)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같은 날 낮 12시, 서울지하철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 앞은 평일에도 활기가 넘쳤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K-꼬치’를 먹기 위해 줄지어 서 있고, 거리에는 다양한 푸드트럭이 관광객을 맞았다. 그럼에도 “경기가 좋아졌다”고 말하는 상인은 찾기 어려웠다. 고임금·고물가에 매출의 절반 이상이 경비로 나가는 현실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서 그나마 버티는 거지, 사실상 돈 쓰는 내국인은 별로 없어요. 물가는 미친 듯이 오르는데 손님 끊길까 봐 음식값도 못 올려요. 인건비에 상가 임차료 떼고 나면 내가 ‘알바(아르바이트)’하는 게 나을 정도예요.”(60대 식당 사장 엄모 씨)
“말뿐인 민생은 지겹다”는 현장의 외침은 집권 여당과 현직 시장 모두에게 던지는 엄중한 경고로 들렸다.
신촌·홍대 2030 “청년정책 와 닿지 않아…심판보다 생존”
청년세대가 즐겨 찾는 신촌 대학가도 우울하긴 마찬가지였다. 취재차 접한 많은 대학생이 “정권 심판보다 취업이 급하다”고 말했다. 3월 10일 오후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4학년 취업준비생 박지민 씨의 쓴소리가 잊히지 않는다.“정부에서 청년정책이라고 내놓는 것들이 정작 우리한텐 피부에 와닿지 않아요. 당장 취업은 안 되고, 일자리는 점점 줄어드는데 정치권은 만날 자기들 이익을 위해 싸움만 하고 있잖아요. 우리 세대의 고민을 아는 후보가 있긴 한 건지 의문이에요.”
6·3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거냐고 묻자 그는 “정당이나 인지도가 아닌 공약을 보고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법학을 전공하는 휴학생 김지아 씨는 “졸업해도 취업하기가 힘들 것 같아 알바를 하며 학비를 벌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인공지능(AI) 때문에 취업이 더 힘들어졌어요.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직군 중 하나가 변호사예요. 로스쿨을 졸업해도 법무법인에서 신입을 잘 안 뽑는대요. 정부가 AI 시대에 걸맞은 청년정책을 심도 있게 고민해서 내놔야 한다고 생각해요.”
해 질 녘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정모 씨와 몇몇은 “정권이 바뀌어도, 시장이 그대로여도 내 월세와 점심값은 여전히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들은 이념보다 실리를 추구하며 ‘반값 교통비’나 ‘주거비 지원’ 같은 피부에 와닿는 공약을 내놓는 후보가 시장이 되길 바랐다.
강남·여의도 “문재인 때보다 더 심각…무주택자도 힘들게 만들어”
3월 11일 오후 서울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앞 재건축 확정 현수막 아래에서 만난 주민들의 화두는 단연 ‘부동산 사수’였다. 이재명 정부의 양도소득세 중과, 보유세 인상 등 강력한 과세 기조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특히 정부가 최근 다주택 임대사업자에게 보장하던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혜택 폐지’ 가능성을 언급해 그로 인한 불만이 폭발 직전이었다. 임대사업자라고 밝힌 김모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부동산 세율 강화요? 그게 결국 서민들 목을 죄는 겁니다. 규제가 심해지니 전세나 월세는 씨가 마르고 가격만 올라요. 서민 대출도 막혔어요. 무주택자들이 더 힘들어지는 구조인데, 이건 문재인 정부 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입니다.”
주부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압구정동에 사는 50대 주부는 “자산가치가 왜곡되면서 평범한 가정의 미래 계획이 다 틀어졌다”며 “세금 폭탄을 맞으면서 현 정권을 지지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압구정동 30년 거주자 박모(74) 씨는 “정부가 세금으로 압박해도 오세훈 시장이 70층까지 길을 터준 덕에 희망이 보인다”며 “시장까지 바뀌면 압구정은 다시 암흑기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제개편에 대한 갈망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 지역의 가장 강력한 투표 동력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옥죄며 개미투자자의 자금이 몰린 주식시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청담동에 산다는 30대 직장인은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하고 취임 1년도 되지 않아 달성한 코스피 5000 시대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보지 못하게 눈을 가린 색안경과 같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의 부연 설명은 이렇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서 코스피 5000은 말이 안 되는데 정부가 앞장서서 주식투자를 유도하고 있어요. 지금은 3000대가 적당한 수준이에요.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언제 급락할지 모르는데 너무들 들떠 있어 걱정이에요.”
금융과 정치의 심장부인 여의도에는 정부의 금융개혁에 대한 피로감과 오 시장의 ‘여의도 재구조화’ 계획에 대한 기대가 뒤섞여 있었다. 40대 증권사 직원은 “이재명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정책 등 금융 기조가 민생에는 도움될지 몰라도 시장 활력은 예전만 못하다”고 전했다.
한편 여의도의 한 재건축단지 주민들은 3월 8일 오 시장이 국민의힘 공천 신청을 보류한 것을 두고 “독자 노선을 걷더라도 행정 연속성은 지켜달라”고 입을 모았다.
지지층의 경고 “與 입법 독주는 잘못, 野 대안 세력 안 보여”
MZ세대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지하철 2호선 성수역 카페 거리. 이재명 정부의 핵심 지지층인 3040세대가 많이 찾는 이곳에서도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한 팝업스토어를 찾은 대학생 박모 씨는 “정부의 청년 지원금이 실제 생활비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며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임대료, 인건비, 물가 급등에 마음 편할 날이 없다”면서 “오세훈 시장의 화려한 도시개발도, 정부의 지원금도 우리 같은 영세업자에겐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지하철역과 그 주변에서 만난 시민들은 저마다 지지하는 정당을 향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30대 직장인 최모 씨는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우려를 표했다.
“이재명 정부를 지지하지만, 민주당이 국회에서 보여주는 입법 독주는 솔직히 눈살이 찌푸려져요. 지지자들 중에도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꽤 많습니다. 권력이 한쪽으로만 쏠리면 결국 탈이 나기 마련이니까요.”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당을 향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이 첫손에 꼽은 국민의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분열’과 자기 살길만 찾는 ‘이기주의’였다.
“민주당이 저렇게 독주하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합은커녕 매일 자기들끼리 자리싸움만 하고 있으니 안타깝죠. 대안 세력으로서의 면모가 전혀 안 보입니다. 지지하고 싶어도 정나미가 떨어져요.”(30대 직장인 윤모 씨)
“보수 우파지만 국민의힘을 보면 화가 나요. 한마음으로 뭉쳐도 모자랄 판에 제 살길만 찾는 모습이 정말 한심해요.”(20대 자영업자 김모 씨)
“김민석보다 정원오… 정치보다 행정 능력”
취재 과정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점은 서울시장 후보군에 대한 평가였다. 지하철역사에서 만난 시민 가운데 상당수가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여러 번 이름이 오른 김민석 국무총리보다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에게 호감을 보였다. 정 전 구청장은 3월 9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거리에서 만난 한 민주당 지지자는 “김민석은 정통 정치인 느낌이지만, 정원오는 진짜 행정가라는 인상이 강하다. 구청장 할 때 보여준 실력을 시장직에서도 발휘할 거라는 믿음이 있다”라며 그의 행정가로서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오세훈 시장에 대한 평가는 저마다 달랐다. 스스로 중도층이라고 밝힌 종로3가에서 만난 60대 자영업자는 “그동안 민생 안정을 위해 뭘 했는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보여주기식 행정에 급급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보수 우파라고 밝힌 70대 상인은 “오세훈 시장이 열심히 했다. 또 나와도 상관없을 것 같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나경원 의원이 나오길 바랐는데 안 나온다고 해서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광화문에서 만난 50대 사업가는 “조정훈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 서울시장으로 출마하길 바란다”고 말하면서 “국민의힘에서 뒷짐 지고 있으면서 단물만 취하려는 원로 정치인들은 이제 물러날 때가 됐다. 조 위원장 같은 합리적이고 진취적인 인물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정당보다 인물, 이념보다 실리, 정치가보단 행정가”가 표심을 가를 전망이다. “정치에 관심이 없고 먹고살기 바빠서 투표를 안 하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정치 구호가 아니다. 6월 3일 “내 삶이 어제보다 나아질 수 있는가”를 묻는 서울시민의 마음을 누가 가장 확실하게 사로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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