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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분당·천안 멀티캠퍼스로 뜬다

서울·분당·천안 멀티캠퍼스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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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선이사가 파견되면서 빚은 계속 쌓여갔고 대학은 결국 부도사태로 치달았다는 것이 장이사장의 설명이다.

흔히들 개혁은 리스크(risk)를 동반한다고 하지만 대체로 대부분의 개혁작업은 위험이 적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방안을 찾아 이뤄진다. 그런데 단국대의 역사를 훑어보면 발견되는 특징이 하나 있다. 다른 이들이 꺼려하는 일과 리스크가 많은 일에 과감히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첫째로는 천안캠퍼스의 건립을 들 수 있다. 천안에 대학을 세우게 된 배경도 흥미롭다. 단국대는 정부에서 새마을 운동을 시작하기 이전부터 앞장서 농촌봉사활동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단국대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곳은 충남 청양군 장곡마을. 당시만 해도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 중 하나였다. 당시 총장이던 장이사장은 학생들과 함께 서울과 청양 사이를 오가며 우리나라의 교육, 문화시설이 서울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음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래서 구상한 게 대학의 분교(分校)를 지역에 설립하는 것이었다.

천안캠퍼스에 대한 장이사장의 설명이다.

“천안지역 인사들을 만나 ‘천안에 대학을 세우겠다’고 하니까 모두 웃더군요.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馬)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옛말도 있는데, 쓸데없는 짓을 한다는 것이었죠. 오히려 지역에 반듯한 대학이 있어야 인재가 양성되고, 그래야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고 설득했습니다. 요즘에는 지역에 대학을 세운다고 하면 주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겠지만 당시에는 주민을 이해 시키고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단국대 천안캠퍼스가 세워진 것은 1978년. 우리나라 대학으로서는 최초의 지방캠퍼스 건립이었다. 단국대 천안캠퍼스를 시작으로, 지금 천안에는 10여 개의 대학이 들어서 대학촌(大學村)을 형성하고 있다. 천안캠퍼스의 건립은 천안지역의 경기활성화에도 도움을 주었고, 단국대가 재학생 2만여 명의 거대 종합대학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현재 단국대는 교수·학생 수, 각종 시설 등 학교 규모면에서 전국 10위권 안에 들어 있다.

천안 단국대병원의 건립도 위험을 무릅쓰고 진행된 것이다. 1989년 착공해 1994년 개원한 단국대병원은 2만7100평의 부지에 연건평 1만9674평의 규모로 600병상을 갖춘 충남 최대의 의료기관이다. 이 병원을 건립할 당시에는 재단 내부의 반대의견이 거셌다고 한다.

수도권에 병원을 세우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텐데 왜 굳이 지방에 세우려 하냐는 것이었다. 병원을 건립하는 데 소요된 1800억원의 예산이 1990년대 들어 대학재정을 위태롭게 한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장이사장은 병원에 대해서도 “대학이 돈을 벌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단국대학의 설립이념은 민족교육과 국가부흥에 있지 재산증식에 있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간다”

손익을 따지지 않는 이러한 우직한 모습은 ‘동양학(東洋學)연구소’에서도 엿볼 수 있다. 1970년 설립된 동양학 연구소는 한국문화를 중심으로 동양문화 전반을 연구하는 곳이다. 단국대 동양학연구소의 활동 중 특기할 만한 것이 ‘한한(漢韓)대사전’ 편찬사업이다. 1977년부터 시작된 한한대사전 편찬 작업은 2006년 완간을 목표로 현재도 진행중이다.

총 15권으로 완성될 대사전 중 2001년 12월 현재 세상에 빛을 본 것은 4권. 아직도 17명의 전문요원과 외부 인력이 배치돼 원고의 주석·교열·윤문·교정 작업에 여념이 없다. 15권이 모두 출판될 때까지 소요되는 예산은 120억원 정도.

이 사전이 완성되면 6만여 개의 한자와 50만여 개의 어휘를 수록한 세계 최대의 한자사전이 탄생하게 된다. 한두 달 만에 논문 한 편, 책 한 권을 뚝딱 만들어내는 세상에 책 하나를 내놓는 데 100억이 넘는 예산을 투자하고 연인원 수만 명을 동원했다고 하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한대사전 역시 경제성만을 따지는 사람은 ‘부질없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한대사전엔 손익계산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 중요한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 민족문화의 태반이 한자로 기록돼 있음에도 이를 해독하는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합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학자들이 타계하면 이를 계승, 발전시킬 길이 없어집니다. 이분들이 살아계실 때 어떻게든 자료를 종합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석(一石) 이희승(李熙昇) 박사를 비롯한 대학자들을 모셔왔습니다. 막대한 예산과 인원이 투입되더라도 민족을 위해 언젠가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김승국(金承國) 총장의 설명이다.

남들이 쉽게 가려고 하지 않는 길을 개척하려는 정신은 대학 운동부의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단국대는 다른 대학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비인기 종목의 팀을 꽤 많이 만들었다. 현재 대학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럭비부가 1955년에 창단됐고, 테니스 복싱 체조 조정 스키 빙상 씨름 등이 단국대가 지난 50년 동안 육성해온 종목이다.

학교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인기종목을 육성하면서 무리한 스카우트로 구설수에 오르는 이른바 명문 사립대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특히 동계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전무하던 1970년대 중반 탄생한 빙상부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을 중흥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배기태를 비롯해 나윤수, 김기훈, 이준호 등이 단국대 출신이다.

국내 유일의 몽골어학과

단국대에 설치된 전공학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특수교육학과와 몽골어학과다. 단국대는 1971년부터 특수교육학과를 설치, 장애아동의 교육을 담당하는 특수교사를 양성해왔다. 현재까지 16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졸업생들은 장애인학교,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장애인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1997년에는 특수교육대학원을 한국 최초로 신설해 한국의 특수교육을 선도할 특수교사와 전문가를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양성하고 있다. 몽골어학과는 역사적·인종적으로 우리민족과 같은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몽골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을 염려한 장이사장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학과다. 현재 국내에서 몽골어학과가 설치된 대학은 단국대뿐이다.

스포츠과학 분야도 단국대가 의욕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학문 분야다. 단국대가 스포츠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유치한 국가는 ‘스포츠 과학 세미나’를 열게 돼있었는데 당시로서는 이를 담당할 연구센터나 대학이 없었다.

각종 대회의 성적에만 관심이 있었지 선수와 지도자를 양성하고 관리하는 데는 큰 관심이 없었던 때였다. 더구나 스포츠마케팅이나 생활체육, 스포츠의학분야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장이사장이 서울올림픽 조직위원을 맡고 있어 이러한 역할을 할 학교로 단국대가 선정됐고 이때부터 스포츠과학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현재 천안캠퍼스에 있는 스포츠과학부는 생활체육학 전공, 운동처방학 전공, 스포츠경영학 전공으로 세분되어 있으며, 2000년 3월에는 스포츠마케팅, 스포츠의학, 레저지도 등을 다루는 스포츠과학대학원이 문을 열었다.

대학들이 ‘세계화’를 기치로 내걸면서 세계의 유수대학들과 자매결연 맺기에 바쁜 때에 단국대학은 다른 대학들이 소홀하기 쉬운 중남미 국가들과의 결연에 큰 힘을 쏟고 있는 것도 특색 있는 부분 중 하나다. 한국과 중남미 15개국을 잇는 다리가 되자는 취지로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중남미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삼고 있다.

2000년에는 ‘문학을 통해 본 중남미’라는 주제로 매월 1∼2개국을 선정해 연중 중남미문학에 대한 발표·토론회를 개최했고 지난해에는 ‘음악과 춤을 통해 본 중남미’라는 주제로 15개국 대사(大使)를 매월 한 명씩 초청해 강연회를 열었다.

1993년과 1998년 두 차례 위기에 처했을 당시 단국대에 대한 여러가지 음해성 소문이 나돌았다. ‘서울캠퍼스를 모두 처분할 것이다’ ‘단국대병원을 외국기업에 매각할 계획이다’ ‘신(新)캠퍼스도 백지화될 것이다’라는 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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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대중·자유기고가가 bitdori21@ke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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