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니더스 콘돔 생산라인. 유리막대 모양의 성형틀이 콘돔 모양을 만들어낸다.
성인인증을 받기 전까지는 아예 검색결과가 뜨지 않았다. 피해갈 방법이 없었다.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넣고 검색을 계속했다. ‘유니더스’라는 기업이 떴다. 콘돔판매에서 한국 시장 점유율 1위였다. 유니더스는 홈페이지에 한국 콘돔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전세계 조달시장(국제기구와 각국 정부 등이 대규모로 콘돔을 구매하는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라고 밝히고 있었다.
콘돔.
원하지 않는 임신을 방지하고 안전한 섹스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상품. 그렇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선 그 누구도 공개적인 장소에서 선뜻 말하기 힘든 단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며 인터넷 포털이 성인검색어로 분류하는 단어. 이런 한국에서 어떻게 해서 1등 콘돔 기업이 나올 수 있었을까.
2009년 12월1일 차를 타고 충북 증평에 있는 유니더스의 콘돔 공장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한 지 1시간 30분 정도 되자 공장이 나타났다. 교통접근성이 좋아서 원자재 확보나 물류 등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널찍한 부지에 자리 잡은 공장 자체는 오래된 건물이었다. 군대 사령부 건물을 연상시키는 실용적인 구조였다. 잔디밭을 포함해 공장 전체가 마치 병사들이 아침 청소를 방금 마친 것처럼 깨끗하게 잘 정리돼 있었다.
콘돔생산라인으로 향했다. 처음 간 곳은 ‘성형실’이었다. 천연고무로 콘돔 재료인 라텍스를 숙성시킨 뒤 음경처럼 생긴 수백개의 성형틀을 통과시켜 콘돔 모양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들어가자마자 강한 냄새가 진동했다.
안내를 맡은 이창규 유니더스 부장은 “라텍스 안정제 역할을 하는 암모니아 냄새”라며 “암모니아 배합은 콘돔의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암모니아 배합은 콘돔 제작에서 중요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겉으로 봐서 콘돔 제작 방식은 단순했다. 라인마다 달린 유리봉 모양의 성형틀을 액체 상태인 라텍스에 두 차례 담그면 유리봉에 고무가 달라붙어 콘돔 형태가 만들어진다. 유리봉의 형태에 따라 콘돔 모양이 달라진다. 모양을 만들어낸 뒤 콘돔을 튕겨내서 건조시킨 다음 검사에서 합격한 제품에 윤활제를 적당량 묻혀 포장하면 된다.
이처럼 콘돔은 다른 제품에 비하면 무척 단순한 제조공정을 거치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단순한 제작공정을 거치는데 다른 회사에 비해 어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콘돔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이 별로 높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회사라도 설비를 갖추고 균일한 품질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어떻게 중국이나 동남아 회사에 맞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유니더스의 정도식 이사. 김성훈 대표이사와 함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젊은 피’다.
이런 의문을 가지고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유니더스 본사에서 정도식 기획실 이사를 만났다. 정 이사는 창업자인 김덕성 유니더스 전 사장의 아들인 김성훈 유니더스 현 대표이사와 함께 유니더스의 변화를 주도하는 ‘젊은 피’다.
그를 만나자마자 콘돔시장에서 유니더스의 위상에 대해 물었다.
-유니더스가 국내 콘돔시장 점유율 65%로 1위인 것은 물론이고 전세계 콘돔시장에서 1위 기업이라는데 맞나요.
“사실 콘돔시장은 정확한 통계가 없습니다. 국내에는 콘돔 제작회사가 3개 있는데 유니더스의 시장 점유율이 아마 65%보다 더 높을 겁니다.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콘돔은 국가마다 자국 브랜드 점유율이 높습니다. 그런 점에서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한국은 불리합니다. 그렇지만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주도하는 조달시장에선 유니더스가 부동의 1위입니다. 일반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유니더스의 경우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수출에서 발생합니다. ‘수출기업’입니다. 국내 매출 비중은 30% 미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