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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생생한 재구성 ‘범죄학 강의 콘서트’

“세상에 완전범죄는 없다 수사 실패가 있을 뿐”

범죄의 생생한 재구성 ‘범죄학 강의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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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생생한 재구성 ‘범죄학 강의 콘서트’

범죄학 강의 콘서트를 기획한 표창원 경찰대 교수.

끝내 미궁에 빠진 사건들이 있다. 일명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과 화성연쇄 살인사건.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은 1991년 대구 성서초등학생 5명이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건이다. 실종된 지 11년여가 흐른 뒤 산속에서 아이들 유골이 발견돼 전국을 또 한 번 충격에 빠뜨렸다. 1980년대 경기도 화성군 일대에서 9명의 여성이 무참하게 살해된 화성 연쇄살인사건 역시 진범이 잡히지 않았다. 이 두 사건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후유증을 남긴 채 공소시효가 지나 영원한 미제로 남게 됐다.

끔찍하고 잔인하게 부녀자를 살해한 화성 사건의 진범은 누굴까, 그는 왜 아무런 원한관계나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죽였을까. 남자아이 5명을 한꺼번에 살해해 암매장한 범인은 한 명일까, 동네 지리를 잘 아는 아이들은 왜 위험한 순간에 도망치지 못했을까.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채 끝나버린 사건은 갖가지 궁금증을 일으킨다.

2000년대 들어서는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 사건,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서래마을 영아살해유기 사건 등 세상을 발칵 뒤집은 잔인한 사건이 많았다. 2004년 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수도권에서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연쇄살인범 정남규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부자를 더 해치지 못해 안타깝다” “살인에 대한 배고픔이 여전하다”고 말해 지켜보는 이들을 경악케 했다. 법정에서조차 태연히 살인 욕구를 내비친 그의 머릿속엔 대체 뭐가 들었을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이처럼 범죄에 대해 갖가지 호기심을 품은 사람들이 매달 셋째 주 금요일 저녁 서울 서초동에서 열리는 ‘범죄학 강의 콘서트(이하 콘서트)’에 몰려들고 있다.

‘김길태’ 이름 바꾼 까닭

한국경찰과학연구소(KIPS·소장 조권탁 변호사)가 주최하는 콘서트는 지난해 9월 이창무 한남대 교수의 ‘패러독스 범죄학-상식 속에 가려진 범인의 진짜 얼굴’ 강의로 문을 열었다. 10월에 열린 2회 강의는 KIPS 부소장인 경찰대 범죄심리학 담당 표창원 교수가 맡았다. 자신의 저서 ‘한국의 연쇄살인-희대의 살인마에 대한 범죄수사와 심리분석’을 토대로 강의에 나선 그는 이날 연쇄살인범의 심리와 시대 변화에 따른 살인범죄의 경향, 영화 속 연쇄살인범과 현실의 연쇄살인범의 차이점, 국내 대표적 연쇄살인사건 사례에 대한 분석 등을 소개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당시 화성경찰서에서 1년간 현직 경찰로 근무했던 그가 직접 겪은 사건 뒷이야기, 미궁에 빠질 뻔한 전북 고창 남매살인사건 수사에 대한 감춰진 얘기를 실제 현장기록 사진을 보여주며 풀어놓자 객석은 열띤 반응을 보였다.



실질적으로 콘서트를 이끄는 표 교수는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사건의 내막과 배경을 알고 싶은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이코패스에 의한 연쇄살인사건이나 ‘묻지마 살인’ 같은 흉악범죄는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법원에 따르면 부산 여중생 납치 성폭행 살해사건의 범인 김길태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 중 14명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름을 바꿨다. 연쇄살인범 강호순과 동명이인 19명도 개명했다. 잔혹한 살인범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껴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만큼 살인사건의 여파가 사회에 남기는 후유증이 큰 셈이다.

KBS 드라마 ‘아이리스’를 쓴 드라마 작가 김재은씨는 지금껏 열린 네 번의 콘서트 중 표 교수 강의를 포함해 3번 참석했다. “김태희씨가 맡은 아이리스 주인공의 직업이 프로파일러였는데 드라마 속에서 그 부분을 충분히 다루지 못해 아쉬웠다. 앞으로 범죄 관련 드라마를 쓰기 위해 취재 중인데 이번에는 프로파일러를 좀 더 잘 다루고 싶어 강의를 들었다”고 했다.

주부부터 대학교수까지

‘거룩한 속물들’ 등 여러 권의 소설집을 낸 오현종 작가는 “전문가들이 사건 현장을 생생히 보여주고 당시 상황과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까지 들려주기 때문에 나중에 범죄 관련 소설을 쓸 때 치밀한 묘사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범죄 영화를 준비 중인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 하준원씨도 “수사과정의 얘기를 전문가들로부터 듣다 보면 여러 가지 관련 지식이 쌓이고 그 안에서 자극을 받아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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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신동아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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