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킴벌리가 최근 진행한 액티브 시니어 비즈니스 스쿨 워크숍.
#2 서울 송파구 잠실에 사는 주부 이정남(52) 씨는 댄스스포츠를 5년째 배우고 있다. 40대 중반까지 60kg을 육박하던 체중은 그 사이 52kg으로 줄었고, 출산 후 부쩍 늘었던 군살도 쏙 빠졌다. 이 씨는 어딜 가든 제 나이로 안 본다며 “이게 다 댄스스포츠 덕분”이라고 했다.
“아이 둘을 모두 대학에 보내고 나니 인생 뭐 있나 싶더라고요. 치맛바람 날리며 과외공부 시키고 같이 밤잠 설쳐가면서 원하던 대학에 보내놨더니 엄마 고마운 줄도 모르고…. 남편도 애들도 만날 늦게 들어와서 집 지키는 강아지 신세였는데 댄스스포츠를 배우면서 모든 게 달라졌어요. 몸매가 예뻐진 건 작은 변화에 불과해요. 사는 게 한결 재밌어지고 뭘 해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빵집 사장님 박 씨와 주부 이 씨처럼 50대에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최근 부쩍 늘었다. 액티브 시니어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연장자라는 뜻.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 교수 버니스 뉴가튼이 “오늘의 노인은 어제의 노인과 다르다”고 말한 데서 유래한 신조어다. 보통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1차 베이비부머 세대를 가리킨다. 현재 액티브 시니어의 인구는 714만여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4.3%를 차지한다.
1000만 흥행 이끈 주역
액티브 시니어는 건강과 외모에 관심이 많고 소비와 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한다는 점에서 실버 세대와 구분된다. 경제적 기반이 탄탄해 경기 영향을 덜 받고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구매욕이 큰 것이 특징. 이들은 △미용과 운동을 통한 자기관리 △외국어와 컴퓨터 활용 교육을 통한 자기계발 △여행이나 공연관람 같은 문화생활을 즐겨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어 올 초 개봉한 ‘7번방의 선물’로 이어진 1000만 관객 돌파 행진 뒤에는 액티브 시니어의 힘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평론가인 심영섭 한국영상응용연구소장은 “최근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선 50대 액티브 시니어를 사로잡아야 1000만 고지를 밟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며 ‘50대의 특수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심 소장의 부연 설명은 이렇다.
유통업계 경쟁 불붙여
“50대는 정서적으로 시대에 뒤처져 있지 않고 영상 문화가 낯설지 않다. 문화에 대한 향수가 강하며 사회 정의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세대다. 30~40대엔 아이를 키우느라 집에서 비디오로 영화를 즐겼지만, 경제력과 시간적인 여유를 다 갖춘 50대 액티브 시니어는 극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관람하는 문화생활을 즐긴다. 이들은 사회성 짙은 영화, 이를테면 ‘부러진 화살’‘도가니’ 같은 영화에 열광한다. 삶의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웃음과 해학과 품격이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