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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공포·충격 보며 희열과 존재감 느껴

범죄심리학자가 본 ‘김수창 사태’와 성도착증

피해자 공포·충격 보며 희열과 존재감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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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공포·충격 보며 희열과 존재감 느껴

CCTV에 찍힌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하지만 법적으로 이 같은 행위에 적용하는 공연음란죄는 지속성을 담보로 하지 않으며 환상이나 충동만으로는 처벌하지 않는다. 노출증 행위자는 동의하지 않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성행위를 보여주려고 야외에서 성관계를 하기도 하고 행인을 자신의 차량으로 불러 자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노출증은 피해자가 드러내는 충격과 공포의 반응으로부터 자신의 존재감과 성적 희열을 느낀다.

그렇다면 비접촉 성범죄자는 차후 접촉 성범죄를 저지르게 될까. 이에 대해선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성범죄에 관한 발달사적 연구들은 이미 검거된 성범죄자들을 상대로 수행하는데, 약 30~40%가 과거 아동·청소년 음란물 중독이나 관음증, 혹은 노출증이나 물품음란증 등 성도착에 해당하는 문제행동을 보였다는 비공식적 보고가 존재한다. 즉 재범률이 낮지 않다는 것인데, 보다 학술적으로 엄격한 방법론을 적용한 연구들에선 그 비율이 10% 내외로 현저히 감소한다고 알려진다.

이런 연구 결과들은 성도착에 해당하는 비접촉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차후 접촉 성범죄를 저지를 것이란 전제는 적절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한 가지 연구는 눈여겨봐야 하는데, 강간 등의 접촉 성범죄를 이미 저지른 고위험 성범죄자군의 경우 가학적인 성적 환상은 재차 성범죄를 저지르는 데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는 성도착이라고 해서 모두 성범죄 재범으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 성도착의 내용이 무엇이냐, 그리고 정도가 어떠하냐에 따라 위험추구 행동의 양상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한다.

스트레스 심하면 뒤늦은 발병

그렇다면 이 같은 일탈적 성도착이 발생하는 원인은 뭘까. 정신분석학자들에 따르면 어릴 때 이른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심했던 경우 타인에게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려고 성기를 노출하거나 성적으로 접촉하려는 충동이 강해진다고 한다.



프로이트는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이성 부모에 대한 독점욕을 타고나는데, 3세 정도에 이르면 가족 내에서 동성 부모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며 이때부터 이성 부모에 대한 독점욕을 포기하는 대신 동성 부모와의 동일시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했다. 이때 부모의 태도가 과도하게 억압적이면 일종의 ‘소아 노이로제’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남아의 경우 이런 상태에서 경험하는 불안감을 거세불안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불안감이 성인이 돼서도 극복되지 않을 경우, 자신이 남성으로서 부적절하다고 느끼는 것인데, 이런 상태를 벗어나려고 남성성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가 성도착으로 발현된다고 했다. 피학대 아동에게서 관음증 등의 성도착 경향이 나타나는 것은 이 같은 주장을 지지해주는 결과다.

행동주의 학습심리학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기에 비정상적인 성적 흥분과 성적 공상을 일으키는 미디어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상황이 성도착을 유발한다고 본다. 소아청소년 시기는 충동 조절 능력을 배양하고 좋은 습관을 배워야 할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왜곡된 성, 즉 잘못된 성적 행동에 보상이 따르는 부적절한 장면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우 관찰학습이나 대리학습 과정에 의해 성적으로 도착적인 욕구나 행동이 습득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동음란물 중독이 아동성범죄, 즉 소아성애로 이어지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메커니즘이다.

性집착 부르는 가부장적 사고

성범죄자 중 성도착으로 진단받은 이들의 심리적 특성은 어떨까? 만일 그와 같은 특성을 변화·개선할 수 있다면 성적 도착의 경향성이 감소해 성범죄 재범 억제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관음증은 대개 15세 이전에 시작되고, 노출증은 18세 이전에 시작된다는 등 성도착은 주로 청소년기에 발병한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소아성애 등의 성도착을 고착형(fixated)과 퇴행형(regressed)으로 나누는 주장도 있다. 고착형은 청소년기에 이미 성도착 경향을 보이면서 장기간 지속되는 유형이지만, 퇴행형은 원기 왕성한 젊은 시절엔 이성과 정상적인 성관계가 가능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경우 뒤늦게 발병한다. 이는 바바리맨 중 다수가 기혼이거나 연인을 두고 있으며, 발기부전 등 약간의 성기능장애를 지니고 있음으로도 확인되는데, 일상적 스트레스의 가중이 성인기 성도착 경향을 뒤늦게 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양상이 어떤 것이든 성도착자들에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심리적 특성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성인지 왜곡이다. 성적 욕구를 억제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강한 믿음을 갖거나, 왕성한 성적 표현은 남성성의 발로라는 가부장적 사고가 성에 대한 집착을 부른다. 음란물 중독 등 과도한 성중독 행위가 성도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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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suej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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