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초기엔 해수부와 해경 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분들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풀어졌어요. 가까워지기도 하고. 그래서 나중엔 사기를 북돋워 주고 그랬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진도에 왔을 때는 ‘이주영 장관과 해경청장은 서울로 부르지 마라. 그들이 없으면 의사결정이 늦어진다’고 당부하기도 했어요. ‘장관 불러다놓고 윽박질러댈 텐데, 그런다고 해결이 되냐’고. 보호해주고 싶은 심정도 있었고요. 특히 이주영 장관에겐 고마운 게 많아요. 이 장관은 단원고, 일반인 가리지 않고 가족 얘기를 잘 들어줬어요.”
▼ 세월호 특별법을 만드는 과정에는 어떤 식으로 참여했습니까.
“참여한 거 없어요. 그리고 그간 나온 법안은 전부 ‘세월호 특별법’이 아니라 ‘단원고 특별법’이에요. 여야 합의안도 마찬가지고요. 법안 내용이 주로 안산에다 희생 학생들을 위한 무슨 시설을 만든다거나 단원고를 특수목적고로 만든다는 것들뿐이에요. 특히 안산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이 낸 법은 정도가 심해요. 국회의원이 아니라 안산시 시의원이 낸 법안 같았어요.”
▼ 어떤 내용이 그런가요.
“일반인 희생자 가족의 의견을 수렴한 게 거의 없어요. 국회의원을 찾아다니며 우리 주장을 전달하고 호소문을 뿌렸지만 소용없었어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만나 ‘일반인 희생자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특별법을 공평하게 만들어 달라. 소수의 의견을 배척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더니, 자기는 공감하지만 새누리당을 설득하라고 하더군요. 황당했어요. 여당을 설득하는 건 야당이 할 일이지, 우리가 할 일인가요.”
대책위 양분된 계기
▼ 일반인 유가족의 요구안에는 어떤 게 있습니까.
“일반인 유가족 중에는 재산이 좀 있는 분도 있어요. 그런 분은 당장 상속세 문제가 발생합니다. 지금 상태라면 보상금을 받더라도 자기 돈을 더 보태야 상속세를 낼 수 있을 정도예요. 어떤 집은 가장이 사망하면서 당장 생계가 어렵게 됐어요. 빚을 진 가장이 사망한 경우 유가족은 남은 빚에 이자까지 감당해야 할 상황이고. 단원고 학생들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고민이죠. 그런데 ‘세월호 유가족이 세금 감면, 이자 감면까지 요구한다’고 알려지면서 국민으로부터 욕을 먹었어요. 국민이 볼 때는 유가족이 별걸 다 요구한다고 할 수 있지만, 정말 절실한 분이 많아요.”
▼ 대책위는 처음부터 단원고와 일반인으로 나눠졌나요.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닙니다. 저희가 같이 대책위를 만들자고 요구했는데, 단원고 측에서 분명한 답을 주지 않았어요. 그쪽에선 정부나 지자체에 뭘 해달라고 하면 거의 다 해줬으니 크게 아쉬울 것이 없었던 것 같아요. 청와대에서 불러주고 교육청이 나서서 해결해주고. 단원고 가족이 대통령 면담한 사실을 저희는 TV를 보고야 알았어요. 저희에겐 통보도 없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일반인 대책위가 만들어진 겁니다. 나중에 단원고 측에서 연락이 오긴 했지만 진실성이 없었어요.”
▼ 진실성이 없었다?
“각자 알아서 자기들 대책위로 들어오라는 식이었어요. 그리고 저희가 결정적으로 배신감을 느낀 사건이 하나 있어요. 국민성금 처리를 논의하는 회의에서 저희를 완전히 배제한 겁니다.”
▼ 국민성금 처리 문제는 아직 논의되지 않은 걸로 아는데.
“다들 그렇게 알고 있죠. 그런데 사실은 5월 말부터 단원고 대책위측은 모금기관, 관련 공무원들과 여러 차례 회의를 가졌어요. 저희는 전혀 몰랐고요. 단원고 가족이 요구해 열린 회의였어요. 회의에 참가한 모금기관, 정부 관계자들은 회의 자체를 다소 부담스러워하며 회의의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 걸로 압니다.
회의에서 단원고 측은 모금기관에 성금을 낸 개인과 기업의 명단, 금액, 기부 이유 등을 정리해서 달라고까지 요구했어요. ‘일반인 희생자 몇 명 때문에 성금 모금의 취지가 훼손돼선 안 된다’는 식의 말도 오갔어요. 성금 처리를 위한 특위를 어떻게 구성하자는 구체적인 안도 나오고. 그 얘기를 듣고 정말 화가 났어요. 그런데 제가 ‘왜 일반인 대책위를 배제하고 그런 회의를 하느냐’고 항의하면 그쪽에선 ‘그런 회의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요.”

6월 3일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49재 추도식이 거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