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격언을 실천하기라도 하듯 자유총연맹은 그동안 여러 차례 비리, 부패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다. 2000년부터 자유총연맹을 이끌어오던 권정달 전 회장이 2008년 횡령혐의로 구속되면서 중도사퇴한 데 이어, 후임인 박창달 전 회장도 2013년 임기 중 자진사퇴했다. 이번에 김 전 회장까지 회장 3명이 연이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미스럽게 퇴진했다.
자유총연맹 이사회는 지난 8월 말, 윤상현(64) 부회장을 회장직무대행으로 추대했다. 위기에 처한 자유총연맹의 구원투수가 된 그를 9월 11일 서울 장충동 자유센터에서 만났다. 직무대행을 맡은 소감을 묻자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바쁘다. 추석을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 자유총연맹 사무실엔 매일 출근하나.
“일주일에 4일 이상 나온다. 회사(일신무역) 일은 급한 것만 처리하고 연맹을 정상화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 직무대행이 돼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인가.
“김명환 전 회장이 한전산업개발로부터 매달 활동비로 1000만 원씩 받은 게 문제가 됐다. 그 돈은 한전산업개발에서 대주주인 우리 연맹에 주는 보조금이지, 회장 개인에게 주는 게 아니다. 연맹 관리감독기관인 안전행정부와 조율해 한전산업개발로부터 받던 1000만 원을 300만 원으로 줄이고, 그 돈도 회장 활동비로 쓰지 않고 재정 상황이 어려운 지부에 지원하는 것으로 규정을 만들었다. 나머지 700만 원은 적자 상태인 한전산업개발이 경영 개선을 위해 사용하도록 했다. 앞으로 회장으로 어느 누가 와도 이 규정은 바꾸지 못하도록 했다.”
▼ 말도 많았던 한전산업개발과의 문제는 그렇게 해결이 되는 건가.
“우리 연맹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 자유총연맹에는 언제부터 참여했나.
“박창달 전 회장 재임 시절이던 2010년에 중앙이사가 됐다. 박 전 회장과 개인적인 인연은 전혀 없다. 그전에는 기업을 운영하며 여건이 되는 범위에서 공선협(공정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공동대표, 그린코리아포럼 대표 등 시민운동, 애국운동에 관심을 갖고 활동했다. 박 전 회장이 기업인으로서의 경험과 시민단체 활동 경험을 자유총연맹에 접목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를 추천했던 것 같다. 2012년부터는 부회장으로 일했다.”
윤 직무대행은 지난해에도 박창달 회장이 사퇴한 후 김명환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직무대행을 맡은 바 있다. 1년여 만에 또다시 직무대행이라는 어려운 책임을 떠안은 셈이다.
▼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처음엔 고사하려고 했다. 그런데 나를 믿고 추대해준 분들을 실망시키는 게 도리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4년여 동안 연맹 활동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게 많았다. 자유총연맹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비전도 나름대로 고민해보았다. 더구나 이번에 연맹을 바로 세우지 못하면 연맹뿐 아니라 대한민국 보수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부족하지만 연맹을 살리고, 보수를 살리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