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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예뻐져 놀랐나요? 저도 놀랐답니다”

성형 예찬론자들의 별난 세계

“제가 예뻐져 놀랐나요? 저도 놀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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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멍 들고 붕대 감았지만…

성형 경험자 F씨는 성형 직후 군데군데 피멍이 들고 붕대와 부목으로 일부가 가려진 자기 얼굴을 찍어 커뮤니티에 올렸다. F씨는 “붕대 뒤 내 모습도 예뻐 보여. 제 모습이 놀랍고 사랑스럽네요”라고 했다.

사실 성형 직후의 모습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F씨는 자신의 모습에 감격하며 일기를 쓰듯 하루하루를 기록해나갔다. “밋밋하던 눈에 쌍꺼풀이 생겼지 않느냐. 각 졌던 턱이 사라졌지 않느냐. 이런 사실이 무엇보다도 감격스럽다”고 적었다. 한 성형 커뮤니티 회원은 “이들은 상처뿐인 자기 얼굴에 무한긍정의 기대를 보인다. 성형 직후의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성형 커뮤니티의 실질적인 주축은 20~30대 여성이다. 커뮤니티를 즐겨 찾고 리뷰도 올린다. 10대는 외모 고민을 나누고 성형 사진을 보는 목적으로 커뮤니티를 활용한다. “졸업사진 어떡해?” “졸업선물로 쌍수(쌍꺼풀 수술) 해주세요. 엄마 효도할게요” 같은 말로 수다를 떤다.

이들은 커뮤니티에 올라온 남들의 성형사진을 보고 또 본 끝에 드디어 언젠가 성형을 단행하기로 결심한다. 다음은 커뮤니티 회원 G씨가 성형수술을 받은 뒤 감격에 겨워 쓴 글이다.



“사실 고등학생 때부터 여기 가입해서 이런저런 정보도 얻어두고 알바도 여러 개 뛰어보고 모아모아 저금도 하고… 그러다가 드디어 제 평생 천추의 한을 풀었어요. 우선 저는 안면윤곽(광대, 사각 턱), 눈(매몰, 뒤트임, 밑트임), 코(매부리, 콧대, 코끝) 이렇게 하게 되었어요.”

성형 사진을 올린 회원에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인다. 댓글 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정말 예쁘네요. 어느 병원, 어느 선생님이 해주셨나요?” “비용은 얼마나 들었나요?” 같은 질문 쪽지도 답지한다. 우리도 성형 사진을 올린 한 회원에게 성형 정보 제공을 부탁하는 쪽지를 보내봤다. 얼마 뒤 상세한 정보를 담은, 아래와 같은 답장이 왔다.

“제가 예뻐져 놀랐나요? 저도 놀랐답니다”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안녕하세요. 후기 정보 요청하셔서 쪽지 보내드려요! 어떻게 수술했는지랑 비용 알려드리면 되죠? ○○ 성형외과 ○○ 원장님께 수술 받았어요! 저는 눈이랑 코 둘 다 재수술이고 입술 필러했고요. 현금으로 700만 원에 했습니다~!”

성형 사진 공개는 이렇듯 성형 정보 공유로 이어진다. 이것이 성형 문화 확산에 기폭제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커뮤니티에 성형 사진을 올린 여성 H, I, J, K씨와 인터뷰했다. 이들 4명에게 e메일로 공통 질문을 보내 답변을 받는 식이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는 물론, 오프라인(실제 세계)에서도 거리낌 없이 성형 사실을 밝힌다”고 말했다.

▼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나요.

“뭐 친한 친구들한테는 다 말했어요.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H씨)

“처음에는 중·고등학교 친구들한테만 말했어요. 근데 이제는 그냥 말해요. 숨기려니 그것도 일이더라고요.”(I씨)

“주변에 친한 사람들은 다 알아요. 회사 사람들도 저 성형한다고 휴가 쓴 거 알아요.”(J씨)

“처음에는 수술한 거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얼굴이 너무 극적으로 변해서 말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굳이 숨길 필요가 있나요?”(K씨)

▼ 많은 사람이 보는 커뮤니티에 성형 사진이나 소감 글을 올리는 이유는.

“얼굴 윤곽수술과 귀족수술을 받은 뒤 자랑하고 싶어졌어요.”(H씨)

“코를 했어요. 잘못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는데 결과가 너무 만족스러워 후기를 올렸어요.”(I씨)

“달라진 내 얼굴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받아보고 싶어 올렸어요.”(J씨)

J씨는 “복코 성형과 이마 지방이식 후 그냥 올렸는데 반응이 좋아 계속 올린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잘됐다’ ‘예뼈졌다’ 해주시니까 자꾸 올리게 된다. 댓글 보는 재미가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별도로 인터뷰한 남성 성형 경험자인 L씨는 “코 수술 후 얼굴 사진과 코 수술 관련 학술정보를 올렸다. 사람들이 ‘멋있어졌다’고 칭찬해줄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 커뮤니티에 많은 사람이 성형 사진을 올리니까 자신도 올리는 것 아닌가요.

“그런 점도 있어요.”(H, I씨)

“얼굴 공개하는 사람이 많아서 첨엔 놀랐어요. 그런데 사진 없이 글만 있으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안 보는 것 같아요. 차츰 적응이 돼 따라 올렸어요.”(J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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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4학년 pdccn@naver.com 채유연 | 고려대 컴퓨터학과 3학년 cy78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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