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대에 195억 현금 기부…110억 남아
- “전임 김인세 총장 등이 기부 목적 어기고 유용”
- 채무부존재 소송 패소…“부산대에 유리하고 조작된 증거만 채택”
- “전임 총장, 기부자 추천서 도용해 건물공사 수의계약”
- 신임 총장과 교수회 “전임 총장이 잘못…사과한다”
- “부산대 진심 어린 공개 사과하면 남은 110억 원 낼 것”
- 전임 총장 측 “법원 판단이 옳다, 기부자가 억지 주장”
송금조 태양그룹 회장(왼쪽)과 진애언 경암교육문화재단 상임이사.
이 사건의 진실을 알아보기 위해 5월 7일 부산 서면로터리 부근에 있는 경암교육문화재단 사무실을 찾아 송 회장 부부를 만났다.
경암교육문화재단은 2003년 10월 부산대에 기부약정을 한 후 이와 별도로 송 회장이 1300억 원의 기금을 출연해 만든 곳으로, 매년 5개 부문의 경암학술상 수상자를 선정해 국내 최고의 상금(각 부문당 2억 원)을 수여하고 각종 교육문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송 회장은 이 재단의 이사장이다. 그는 1985년 부산 경혜여고를 설립하기도 했다.
송 회장 부부는 인터뷰 도중 지난 일을 떠올릴 때마다 복받치는 감정 때문에 힘들어했다. 기부금의 사용목적, 기부금의 전용을 두고 공방을 벌인 김 전 총장과 그 측근들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는 끓어오르는 분노로 치를 떨었다. 10여 년 동안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책 몇 권 분량이 될 법하지만 송 회장 부부의 주장을 중심으로 사건의 경과를 정리해본다. 굵은 서체로 쓰인 부분에 나오는 단어나 표현들은 ‘신동아’의 주장이 아니라 송 회장 부부의 말과 표현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우리’는 송 회장 부부이며, ‘나’는 부인 진애언 이사를 가리킨다.
2003년 10월 15일(공식 기부금 출연식 기준) 우리는 김인세 당시 총장과 ‘부산대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으로 쓸 목적으로 305억 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하고, 2006년 8월까지 총 약정 기부금 305억 원 중 195억 원을 100억 원, 5억 원, 50억 원, 40억 원 등 4회에 걸쳐 현금으로 납입했다. 그런데 김인세 총장이 기부금 출연식이 있기 이틀 전인 10월 13일 기부목적 란에 ‘캠퍼스 건설 및 연구발전기금’이라고 쓰인 부산대 직인이 없는 임시(가짜) 약정서를 받아간 게 문제의 발단이 됐다. 약정 날짜도 빈 칸으로 써 온 뒤 김 총장 측이 ‘10월 8일’이라고 소급해서 써 넣었다. 우리 측 약정서에는 김 전 총장의 요청에 따라 송 회장이 10월 8일로 써 넣었다.
거짓말, 또 거짓말
나는 기부금 약정서의 내용을 대학 측이 일방적으로 써 온 점, 기부금 란의 기부목적이 ‘부산대 양산캠퍼스 부지 매입’이라고 쓰이지 않은 점, 변호사가 입회하지 않은 점을 들어 이의를 제기해 재작성을 요구했지만 김 총장은 “급한 일을 처리하는 데 필요하니 우선 서명해주면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으로 명시한 약정서를 언제든지 다시 가져오겠다. 믿어달라. 서명만 해주면 내가 아들 노릇을 하겠다, 맏상주가 되겠다”며 서명을 재촉했다. 내키지 않아 하던 우리는 동석한 김상훈 당시 부산일보 사장이 “내가 증인이 되겠다”고 해 임시 약정서에 서명을 해줬다.
우리는 비록 임시로 작성한 약정서이지만 기부목적 란에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이라고 쓰이지 않은 것이 못내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김 총장과 그 측근들은 우리가 의문을 가지고 궁금해 할 때마다 온갖 말을 지어내 안심을 시켰다. 2004년 11월(3월부터 제작)에는 부산대 본관 앞에 송금조 회장 동상을 세우고, 동판엔 ‘305억 원 기부금이 양산캠퍼스 부지 매입대금’이라고 써 넣으며 기부목적이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나의 계속된 의심에도 김 총장은 온갖 변명으로 회피하며 정식(진짜) 계약서를 써주지 않았다.
2007년 2월 말 참다못한 우리는 여러 통로를 통해 부산대 교수, 직원, 병원장 앞으로 우리가 낸 기부금이 기부목적과 다르게 쓰인다며 수차례 호소했다. “기부금을 유용하고 있다”는 김 총장 측근의 제보도 잇따랐고 양산캠퍼스 부지대금 납부기일이 돌아왔는데도 대금이 납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총장과 측근 교수들은 계속 이런 사실을 부인하다 대학 구성원들을 상대로 한 나와 일부 교수들의 의혹제기가 계속되자 3월 20일 기부목적을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으로 명시한 부산대학교의 로고와 직인이 찍힌 정식 약정서를 써줬다. 날짜도 임시 약정서와 동일하게 소급해 10월 8일로 썼다. 예우서도 정식으로 다시 작성했다. 이에 더해 “195억 원 중 다른 곳에 전용한 75억 원은 곧 채워놓은 후 9월 말까지 별도 계좌로 관리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약속했다.
5월 18일에는 김 총장의 측근 교수들로 구성된 부산대학교발전기금이사회 이사 10명이 만장일치로 ‘송 회장 부부의 기부금은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임을 확인한다. 이 기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된 점에 대해 도의적으로 적절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며,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의결서를 작성해 보내왔다.
부산대의 모욕과 폄훼
2007년 3월 20일 기부목적을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으로 명시하고 부산대학교의 로고와 직인이 찍힌 정식 약정서(왼쪽). 오른쪽은 그해 5월 18일 부산대학교발전기금이사회 이사 10명이 만장일치로 송금조 회장 부부의 기부금이 양산캠퍼스 부지 대금임을 확인하고 이 기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된 것을 확인한 의결서.
우리가 3월에 작성한 정식 약정서를 공개하자 김 총장과 측근 교수들은 “두 번째 약정서(정식 약정서)는 기부자가 갑자기 변심해서 기부목적을 바꾸어달라고 해 예우 차원에서 부득이 바꾸어준 것”이라며 “2003년 10월에 작성된 약정서(임시 약정서)가 유일한 약정서이며 이를 근거로 기부금을 지출한 것은 합법적이었다”고 주장을 바꿨다. 또한 약정서 작성과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약정서를 자신들이 작성해 가지고 와서 임시로 서명을 받아간 것임에도 “약정서는 기부자가 작성하여 대학에 주는 것이지 대학이 작성해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우리는 김 총장과 집행부가 쓴 의결서 내용까지 공개했다. 그랬더니 김 총장과 측근 교수들은 이번에는 언론 보도자료와 통신망, 회의 발언 등을 통해 “남은 기부금을 내기 싫어서 억지를 부린다” “총장선거에 개입해 김인세 총장을 낙선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기부한 돈이) 탈세한 돈이다. 더러운 돈이다”라는 둥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궤변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런 변명과 거짓말이 통하지 않자 김 총장과 선거참모 교수들은 “서류상으로는 기부목적을 캠퍼스 건설 및 연구기금으로 했지만 심정적으로는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으로 이해한 것 같다”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우리는 그래서 공식 통로를 통해 “기부자로서 기부목적을 제대로 밝히고 그에 따라 기부금을 쓰라고 촉구하는 것에 대해 총장선거 개입으로 매도하는 것은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구순을 바라보는 노령에 일점혈육도 없는 우리 부부는 총장선거에 개입할 이유도 없고 개입한 사실도 없었음은 물론 부산대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할 필요나 의도는 더더욱 없었다”고 밝혔지만 기부자에 대한 비난과 비판은 오히려 더해만 갔다.
그해 6월 초 어느 밤에는 김 전 총장의 측근 교수가 집으로 전화를 해 “송 회장이 기부한 돈은 탈세한 것 아니냐, 세무조사 받아야 하지 않느냐”고 막말을 퍼부어 그 말을 전해 들은 송 회장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평생을 법 없이도 살아왔고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한 기부자의 가슴에 대못질을 한 것이다. 송 회장은 “참 나쁜 사람들이다. 내가 그 돈 모으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얼마나 피땀 흘려 고생했는데, 부산에서 소득세 납세자 1위로 선정되기도 했는데…”하며 슈퍼마켓에서 사온 소주 두 병을 그 자리서 다 마셔버렸다. 그만큼 화가 난 것이다. 우리는 도대체 이런 고생을 우리가 왜 해야 하는지 몰랐다. 이민 갈 생각까지 했다.
9월 김 총장이 재선에 성공하자 부산대 일부 교수들은 우리에게 “(김 총장이 재선됐으니) 더 이상 기부금 문제를 거론하지 말라”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뿌리는가 하면 직접 e-메일을 보내왔다. 일부 교수는 “더러운 돈”이라며 기부금을 돌려줄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는 일반 구성원들까지 김 총장과 측근들의 주장에만 귀를 열고 우리의 순수한 기부 취지를 훼손하자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
재선된 김 총장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우리가 기부금 유용에 대한 이의제기를 멈추지 않자 LH공사와의 양산캠퍼스 부지 매매계약을 변경해 2013년 12월 27일까지로 되어 있던 부지대금 잔금 납입기한을 2009년 12월 27일로 당겨버렸다. 김 총장은 3월 정식 약정서를 쓰면서 약속한, 또한 5월 18일 의결서를 통해 공식화한 “195억 원 중 다른 곳에 전용한 75억 원은 곧 채워놓은 후 9월 말까지 별도 계좌로 관리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얼마 후 벌어진 재판 과정에서 “195억 원 중 75억 원을 전용했다”는 김 총장의 주장조차 거짓으로 드러났다. 양산캠퍼스 부지대금 1차분 34억 원을 제외하고 161억 원이 건물 신축, BK21 대응 투자금, 교수연구 지원비 등으로 전용된 것이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부산대와 부산대 교수회의의 자체 조사결과 사실로 밝혀진 내용이다.
기부자 명예훼손
2008년 6월 16일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부산의 한 월간지에서 ‘부산대 기부금 소란, 통큰 기부정신이 요구된다’는 제목 아래 ‘송금조 회장 부부가 양산캠퍼스 부지 일부(5000평)를 경암교육문화재단 명의로 등기할 것을 요구했다’ ‘부산대 총장선거에 사실상 개입했다’ ‘경암 동상 건립 위치를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부산대학교 60년사 첫 면에 송금조의 기부 사실과 사진 등을 배치할 것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대학 행정에까지 개입하려 했다’ ‘각종 비하 발언으로 부산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의 기사를 낸 것이다.
이 월간지의 발행인은 김 총장의 대학동기이자 친구였고, 자료는 정황으로 보아 김 총장의 측근 중 측근이었던 모 교수가 준 게 뻔해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바로 명예훼손혐의로 소송을 걸었다. 3심까지 올라간 대법원의 재판 결과 이 모든 사실이 거짓말임이 확인됐고 그 월간지는 위에 밝힌 사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정정보도를 게재했다. 월간지 대표와 기자에게 각각 500만 원씩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정정보도 게재 후 한 달도 안돼 부산대 김 총장은 이 월간지 대표에게 ‘자랑스러운 부산대인 상’을 수여했다.
우리는 기부금이 기부목적과 달리 유용된 것을 알고 적법 이행을 촉구했지만 잘못이 개선되기는커녕 되레 기부자의 명예를 훼손당하는 상황에 이르자 명예훼손 소송과는 별개로 ‘피고(국가)의 기부약정 위반으로 남은 기부금 110억 원의 잔존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을 월간지 보도 2주 후인 7월 3일 부산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실질적으로는 부산대 총장과 측근의 소송이었지만 우리가 기부를 한 곳은 부산대였고 부산대가 국립대학이었으므로 피고는 ‘대한민국’이 됐다.
다음해인 2009년 5월 7일 1심 소송이 기각됐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기부약정이 수증자(기부자)에게 채무를 부담시키는 부담부증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주장을 더 나아가 살필 필요조차 없다는 취지’로 청구를 기각했다. 기부약정 자체가 부담부증여가 아니므로 기부목적이 무엇인지, 채무가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조차 가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1심 판결에 따르면 우리는 나머지 기부금을 굳이 내지 않아도 됐지만 기부금의 사용목적을 정확히 하고, 김 총장과 부산대 측이 기금을 유용한 것을 밝히는 게 소송의 목적이었으므로 그해 5월 25일 항소했다. ‘이 사건 기부약정은 기부금의 구체적인 사용목적 내지 용도가 약속된 부담부증여이자 해제조건부증여에 해당하며, 피고인 부산대의 이행불능에 따라 기부약정이 적법하게 해제됐다’는 취지로 항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그 후 2010년 11월 9일까지 진행된 2심 재판은 정말 이상했다. 조정재판부에선 ‘기부금이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임을 인정하고 이미 기부한 195억 원 중 상당 부분을 목적과 다르게 전용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것과 ‘피고는 그동안 실행하지 못한 예우를 성실하게 실행하라’는 취지로 조정결정을 하더니 우리가 ‘사과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다’는 이유로 조정을 거절하자 바뀐 재판부는 ‘원고들과 부산대 간의 명확한 의사 합치에 따라 기부금 사용용도가 캠퍼스 건설 및 연구발전기금으로 지정되었고, 따라서 부산대가 기부금을 용도에 맞게 집행하였다’는, 조정결정과는 정반대의 취지로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선고와 동시에 언론에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결국 1심 재판부는 기부금의 목적이 무엇인지, 기부금 유용이 있었는지 살펴보지도 않았고, 2심 재판부는 조정결정에선 기부금의 사용목적이 양산캠퍼스 부지매입임을 인정하고 기부금을 목적과 다르게 전용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힌 반면, 2심 판결에서는 기부금 사용용도가 “캠퍼스 건설 및 연구발전기금”이었음을 인정해 부산대의 손을 들어줬다. 잘못 작성된 약정서와 부산대 측의 거짓말에만 귀를 기울이고 진실을 외면했다.
법원의 잘못된 증거 채택
2011년 7월 7일부터 2012년 10월25일까지 진행된 대법원의 판결은 2심 판결을 답습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증거와 증언들을 모두 외면하고 부산대가 우리를 속여 서명을 받아간 임시 기부약정서(2003년 10월 13일 작성)와 2일 후인 기부금 출연식 환담(부산대는 기자회견이라고 주장) 때 송 회장이 김 총장이 시키는 대로 “총장님에게서 잘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도 되지 싶습니다”라고 한 말(녹취록)을 들어 기부목적이 ‘캠퍼스 건설 및 연구지원 기금’이라고 시인한 것으로 인정했다.
당시 자리는 김 총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공식적인 기자간담회가 아니라 기부금 출연식에 모인 사람들이 서로 환담하는 자리였으며, 김 총장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의 지인 교수들은 근접도 하지 못하게 하고 기자인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질문을 하면 송 회장의 귓속에 대고 “총장이 알아서 한다고 대답하세요”라고 말했다. 송 회장은 질문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김 총장이 시킨 대로 말한 것뿐인데 그때 녹음된 녹취록이 3심 재판의 증거로 채택된 것이다.
정말 어이가 없고 대한민국 법원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상대방의 동의를 받았다 해도 녹취록은 증거로 잘 인정하지 않는 법조계 관행에 비춰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증거 채택이라 할 수 있다. 법원이 기부문화를 파괴하려고 작정을 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또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산대 측은 양산캠퍼스 부지매입대금으로 192억2810만 원을 지급해 기부자의 바뀐 의사에 부응했다’고 밝혔지만 192억2810만원이 어떻게 산출됐는지 근거도 없을 뿐더러 이 돈은 우리가 낸 기금으로 낸 것이 아니라 우리 돈은 다른 곳에 유용한 후에 학생들의 기성회비(등록금)와 대학병원의 수익금을 끌어들여 낸 것이다. 이런 증거를 법원이 인정한 것은 대법원이 김 총장의 배임행위를 용인한 것이다.
기부자 주장 뒷받침하는 증거들
여기까지가 송 회장 부부가 주장하는 ‘부산대 기부사건’의 큰 줄기를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10여 년을 끈 공방 속에서 일어난 일들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김 전 총장과 측근들이 애초에 기부금을 유용할 의도를 가지고 기부금 사용목적을 ‘캠퍼스 건설 및 연구발전기금’으로 바꿨다”고 주장한다.
▼ 애당초 기부금의 사용목적을 ‘부산대 양산캠퍼스 부지매입’으로 정한 이유가 뭡니까.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으로 기부금 사용목적을 특정한 것은 처음부터 부산대였습니다. 2003년 2월에서 6월 사이 당시 박재윤 부산대 총장(김영삼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 재무부 장관, 통상산업부 장관 역임)이 수차례 찾아와 ‘부산대 열림캠퍼스(양산캠퍼스) 부지대금 304억1000만 원이 모자라니 기부를 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습니다. 한평생 근검절약해 모은 재산의 사회환원을 고심해온 우리는 다른 곳도 아닌 고향 양산(송 회장의 고향)에 부산지역의 최고 명문대학이 들어선다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이 부분은 기부금의 사용목적이 처음부터 ‘부산대 양산캠퍼스 부지매입’이라는 또 다른 증거이기도 합니다.”
송 회장 부부는 당시 박재윤 총장이 기부를 부탁하며 직접 건넨 양산캠퍼스 부지 조성 조감도(○○광장 및 ○○대학로 브로셔 35page)와 친필 서명이 들어간 편지를 보여줬다. 그곳에는 기부금의 사용목적이 ‘양산캠퍼스 부지 매입 대금 부족분’이라고 분명하게 쓰여 있었다. 자료들 중에는 박 당시 총장의 기부금 약정과 관련해 활동했던 보직교수가 김 전 총장의 측근 교수에게 쓴 편지도 있었다. 물론 송 회장 부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었다.
▼ 김인세 전 총장은 언론과 대학 구성원들에게 기부금 305억 원을 자신이 유치했다고 자랑했습니다.
“아니죠. 사실대로 말하면 박 전 총장과 양산캠퍼스 부지매입 대금을 우리의 기부금으로 메우기로 이야기가 다 된 상태에서 김 전 총장이 총장에 당선(2003년 6월 12일)된 겁니다. 김 전 총장은 총장 당선 후 지인을 통해 6~7차례나 면담을 요청하면서 박 총장 임기 중에 기부를 하지 말고, 자신의 총장 임기가 시작(2003년 9월 1일)되면 해줄 것을 요구했어요. 박 총장은 퇴임을 한두 달 남겨둔 7~8월에도 기부 요청을 했어요. 송 회장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도 전화를 해 기부 요청을 했습니다. 김 전 총장이 취임 전 우리를 만나 기부 약속을 얻어냈다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그전에는 본 적도 없어요.”
“기부목적 변경한 이유 따로 있다”
▼ 김 전 총장이 취임 후 기부 제안을 할 때 기부금 사용 목적이 무엇이었습니까.
“김 전 총장은 9월 1일 취임 후 중순 무렵에 지인의 소개로 저(진 이사)를 만났어요. 그 후 두 차례 정도 만났는데 예우서와 송 회장의 호(號) 경암을 딴 도로명 및 건물명을 기재한 양산캠퍼스 완공 후의 건물 배치도를 주며 기부를 요청했어요. 양산캠퍼스 부지매입이 기부목적이 아닌데 왜 그런 것들을 우리에게 줬겠어요? 10월 2일 당시 김상훈 부산일보 사장과 김 총장이 인사차 집으로 찾아와서 기부 얘기를 꺼내자 송 회장은 땅값 대금 304억에 ‘4’자가 의미가 안 좋다며 기부금을 305억 원으로 올렸어요. 송 회장과 김 전 총장은 그때 처음 만난 겁니다. 김 전 총장은 기뻐하며 10월 15일 기부금 출연식을 하겠다며 돌아갔습니다.”
▼ 기부약정서가 2003년 10월 13일 작성된 임시 약정서와 2007년 3월 20일 작성된 정식 약정서 외에 더 있다고 들었습니다.
“10월 8일 김 총장이 사무실에 와서 기부 약정서를 가져다놓고 금방 돌아갔습니다. 그 기부약정서 기부목적 란에는 분명히 ‘부산대학교 열림캠퍼스(제2캠퍼스) 부지대금 잔금’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그런데 10월 13일 다시 찾아와서는 ‘지난번(10월 8일)의 약정서는 부산대 로고가 없는 용지라 정식 용지에 다시 작성해 가져왔다’며 서명을 부탁했죠.
약정서를 살펴보니 기부목적 란에 제2캠퍼스, 즉 양산캠퍼스 부지 대금이란 언급이 빠지고 ‘캠퍼스 건설 및 연구지원기금’으로 바뀌었어요. 저는 원래 기부목적대로 바꿔줄 것을 요구했지만 김 총장이 ‘아들 노릇’ ‘맏상주 노릇’ 운운하며 ‘급한 일 때문에 필요하니 우선 서명해주시면 원래대로 바꿔주겠다’고 하고, 또 그 자리에 동석한 부산일보 김상훈 사장이 ‘총장을 믿고 서명해주시지요. 제가 증인 아닙니까’라고 해 결국 서명을 해준 거죠.
이외에도 우리의 계속된 요구로 제대로 작성된 2007년 3월 20일자 정식 약정서와 이 약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소급 일자(10월 8일자)를 잘못 쓴 것(2007년 3월 12일 작성), 총장 직인이 없는 것(2007년 3월 14일 작성) 등 모두 5개의 약정서가 있습니다. 기부금 약정을 하는데 약정서가 5개 존재하고, 기부금 출연식은 10월 15일에 했는데 약정 체결 날짜는 10월 8일로 소급돼 있고, 정작 김 전 총장 측이 정식 계약서라고 주장하는 임시 약정서의 작성 날짜는 10월 13일입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거죠.”
▼ 모든 약정서는 약정 날짜가 10월 8일로 소급 적용돼 있습니다.
“기부금 약정서를 쓰면서 서로 의논해서 쓴 게 아니라 김 총장이 다 써 와서 서명을 했는데 이런 일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관행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김 총장의 측근 교수는 심지어 ‘기부약정서는 기부자가 써야 하는 게 아니냐’며 적반하장 격으로 우리를 괴롭혔습니다. 임시 약정서의 경우 약정 날짜도 빈칸으로 비워뒀다 김 총장이 직접 ‘10월 8일’이라고 써 넣었어요. 약정이 10월 8일에 이뤄져야 할 무슨 이유가 따로 있었겠죠.”
▼ 김 전 총장은 왜 기부 목적을 굳이 ‘캠퍼스 건설 및 연구발전기금’으로 바꾸려 했을까요.
“마음이 변한 거죠. 기부약정이 진행되던 2003년 10월은 부산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해 8개월쯤 됐을 때고 청와대 등 요직에 부산 인맥이 대거 등장할 때였죠. 김 총장은 처음 기부가 확정됐을 땐 양산캠퍼스 부지매입 대금을 납부하는 게 급했지만, 이건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LH공사에 토지대금을 지불 또는 할인하거나 연기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실제 김 총장은 노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수시로 과시하면서 ‘부지대금은 더 이상 낼 필요가 없다. 대통령께서 약속했다’고 수차례 말했습니다. 결국 불가능한 일로 밝혀졌지만요.
양산캠퍼스 부지대금 납부가 당장 급한 게 아니라고 판단한 김 총장은 오히려 본교에 건물도 짓고 후배 교수들에게 연구비도 뿌려야 총장 재선에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일찌감치 한 거죠. 실제 김 총장은 기부목적을 ‘부산대학교 캠퍼스 건설 및 연구지원기금’으로 임의 변경해 받아간 약정서와 우리의 서명이 들어간 추천서 사본을 도용해 본교에 건물을 수의계약으로 짓고 교수연구지원비로 썼습니다. 본교 건물 신축과 교수연구지원비 지불 등 기부금 전용이 2006년 말과 2007년 초에 집중됐는데 김 총장은 2007년 6월 총장선거에 재출마해 당선됐죠. 다시 말해 김 총장은 2003년 10월 13일 기부약정서의 기부목적을 바꿀 때부터 약정서를 바꿔 써줄 생각이 없었던 겁니다.”
기부자 추천서 복사해 수의계약?
▼ “추천서 사본을 도용해 본교에 건물을 수의계약으로 싸게 지었다”는 게 무슨 얘깁니까.
“학교 건물 신축에 기부자의 기부금이 사용될 경우 기부자가 건설업체를 추천하면 수의계약이 가능하고 조달물품을 20% 싸게 할 수 있다는 법 규정을 악용한거죠. 2004년 1월 22일 김 총장은 구정 인사차 방문해 S건설을 학교건설 공사 시공업체로 지정하기 위해 저희가 추천하는 것처럼 추천서를 작성해 가지고 와서 서명을 요구하거나 심지어 업체 명도 없는 백지 추천서를 제시하며 몇 건에 대해 서명을 받아갔습니다.
제(진 이사)가 잠깐 부엌에 가 있을 때 송 회장에게 기부자가 추천하면 싸게 지을 수 있다는 말을 하며 서명을 받아간 겁니다. 그래서 며칠 후 화를 내며 원본을 모두 회수했죠. 지금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기부를 한 건 우리 부부인데 송 회장에게만 서명을 받아간 것도 문제입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기부목적이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이었기 때문에 본교 건물을 짓는 데 건설업체를 추천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사리에 맞지도 않는 일이죠.
그런데 김 총장은 그 추천서의 사본을 미리 복사해뒀다가 썼습니다. 실제 부산대 내 건물의 건설공사를 S건설이 수의 계약해 진행했거든요. 그때 추천서에 기재된 날짜는 3개월 전인 약정서 작성일(2003년 10월 13일) 이틀 후인 10월 15일(기부금 출연식)이었습니다. 당시에 약정서를 시급하게 작성하고자 했던 이유가 결국 건설업체를 이미 임의로 선정해놓고 사후에 석 달이나 소급해 추천서를 받아 이를 합리화하려 했던 것입니다.
이는 김 총장이 학교 내 쇼핑몰인 효원 굿플러스 건축과 관련해 뇌물을 받고 구속된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게 우리 판단입니다. 이 문제는 지금의 부산대 집행부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부산대가 김 전 총장의 재임 시절 지어진 건축물에 대한 조사를 벌여 추천서가 쓰여진 것이 확인된다면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봅니다.”
진 이사는 회수한 추천서들을 보여줬는데 추천서에 송 회장이 서명을 했고 다시 돌려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김 전 총장 측이 추천서를 도용해 S건설과 수의계약으로 각 건물을 싸게 지은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선 학교 측에 질의서를 띄웠지만 답이 없었다. 이에 대해 김 전 총장의 측근 교수는 “전혀 아는 바 없다”고 답했다. 당시 사문서 도용 수의계약 의혹을 제기한 언론의 질문에 김 전 총장은 답변을 거부했고, 관련 직원은 계약서류를 공개하지 않은 채 “수의계약을 한 것은 맞지만 송 회장의 추천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진 이사는 김 전 총장이 건설업체 추천서 서명을 받아가기 20일 전인 2004년 1월 2일 있었던 일도 의혹의 눈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식은땀이 난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장이 신정인사 겸 티눈 제거 후 불편했던 발가락 치료를 위해 부산대 병원 방문을 제의했지만 우린 거절했죠. 티눈 치료하는 데 무슨 대학병원까지 가느냐고요. 하지만 총장 차로 부산대병원에 데려갔어요. 그런데 병원 관계자가 모였는데 마취과 전문의인 김 전 총장은 송 회장의 발 상태를 보더니 ‘발가락이 썩어들어가니 전신마취 후 절단해야 더 큰 탈이 안 난다. 1월 5일 월요일 수술을 해야 한다’며 간호부장에게 전화해 15일간 입원준비를 지시했습니다.
피부과 전문의도 아닌 마취과 전문의 출신인 김 전 총장의 진단을 믿을 수 없어 족부 전문병원인 서울 을지대병원 이경태 박사에게 진단을 받았는데 딱지가 앉았을 뿐 아무 이상 없다며 딱지를 제거하고 그냥 내려왔습니다. 그 이후 발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어요. 김 전 총장이 왜 그렇게 송 회장을 병원에 붙잡아두려고 했을까요?”
조정과 판결 정반대
▼ 기부금을 기부목적과 다른 데 쓰려면 교육구청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요.
“정말 가관입니다. 소송 중 부산대 측에서 낸 참고자료를 보면 교육구청에 낸 기부금사용 승인신청서에는 출연자인 우리 이름 대신 ‘독지가’로 기재하고, 기부약정서는 우리의 서명과 인적사항을 삭제한 채 첨부했습니다. 그런데도 해당 교육구청은 확인 없이 사용 승인을 내준 거죠. 심지어 2006년 12월 이후에는 부산대 발전기금재단이사장의 서명 없이 50억 원가량의 기부금 사용 승인신청이 이뤄졌을 만큼 부산대는 기부금을 자의적으로 사용했습니다.”
▼ ‘채무 부존재’ 소송에서 3심 모두 모두 패한 원인이 뭐라고 봅니까.
“3심까지 가면서 재판부가 6번 바뀌었습니다. 골치 아프고 곤란한 사건이니까 서로 안 맡으려 한 거죠. 국가가 피고이니 부담도 됐을 겁니다. 당초 기부의 목적이 ‘양산캠퍼스 부지매입’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그 많은 증거 중에 단 하나도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법원이 진실에 눈을 감고 김 전 총장의 짜맞추기식 증거를 채택한 게 문제입니다. 우리가 언론과 사회의 눈총을 무릅쓰고 법원에 소송을 낸 건 기부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힘으로써 기부문화를 제대로 정립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대법원 재판이 끝나고 주심 판사,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1580명의 판사에게 이런 실상을 알리는 편지를 보냈어요. 각 대학 총장들에게도 모두 썼습니다. 총장들에게 김 전 총장에게서 온 편지(기부목적이 양산캠퍼스 부지매입임을 인정한 내용)는 8번, 제가 김 전 총장에게 보낸 편지는 10번이나 보냈습니다. 많은 법관과 총장으로부터 격려편지를 받았지만 부산대는 아직 공개적으로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 법원에서 2번의 조정결정을 통해 송 회장 부부의 손을 실질적으로 들어줬는데요.
“저희도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1심 조정안에서는 ‘부산대 측은 기부자에게 사과하고 나머지 기부금 110억 원 청구를 포기하라. 기부는 현재 상태로 완료된 것으로 본다’고 했는데 우리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기부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것, 즉 기부목적과 기부금 유용을 밝히는 게 목적이라 거부했습니다. 2심 조정안은 김 전 총장 측이 기부목적을 임의로 바꾸고 기부금을 유용한 사실을 모두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사과내용이 없어 거절했습니다. 아마 조정을 두 차례나 거절한 것 때문에 괘씸죄가 적용된 것 같습니다.”
▼ 1심 재판 때는 김 전 총장이 법정에서 무릎을 꿇고 모든 일을 사과한 일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1심 재판장이 방청객을 모두 물리고 원고, 피고 측만 있는 자리에서 ‘우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자.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하니까 김 전 총장이 우리 쪽으로 걸어와서 ‘회장님, 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꿇어앉아서 빌겠습니다. 돈은 안 내셔도 됩니다’라고 했어요. 우리는 그 자리에서 화해를 하고 소송을 끝마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틀 후 아무 내용도 모르는 부산대 학·처장들이 모두 나서서 김 전 총장이 법정에서 언급한 내용이 모두 사실이 아니고 사실이라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연기명 서명서를 제출해 화해가 무산됐지요.”
“공개 사과하면 110억 원 낸다”
김기섭 부산대 총장은 부산대 기부사건과 관련해 “송사가 벌어진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것은 현 부산대 집행부의 판단에 달렸죠. 우리가 110억 원의 기부금을 다 낸다는 생각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어요. 법원 소송과정에 공개하지 않은 기부금 전용 회계내역을 모두 공개하고 진심 어린 공개 사과를 한다면 언제든지 낼 수 있습니다. 다만 공개 사과는 중앙일간지 광고를 통해 세부적인 내용까지 담아 대대적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대법원에서 소송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1월, 2011년 8월 총장직에서 물러난 김 전 총장 후임으로 총장직에 당선된 김기섭 부산대 총장은 교내통신과 연설문을 통해 당시 진행 중이던 재판결과에 관계없이 기부금과 관련된 김 전 총장의 모든 행동에 대해 ‘부끄럽다’는 표현을 써가면서 사과를 했다. 또한 송 회장 부부의 ‘195억 원 기부금 사용목적이 양산캠퍼스 부지 매입대금이며 부지대금이 전용된 사실을 확인한다’는 발표를 몇 차례에 걸쳐 했다. 2011년 8월 치러진 총장선거에선 김 전 총장의 측근 교수가 당선됐지만 불법 선거운동 혐의(교육공무원법 위반)로 벌금형을 받고 물러났다.
대법원 소송이 끝난 직후인 지난해 11월 13일에는 부산대 교수회 평의회가 ‘발전기금 진상조사위원회’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으로 기부한 경암재단의 기부금을 기부자의 기부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았음을 확인했으며 소송에까지 이른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총장은 기부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기부문화의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기부금 관리체제를 재검토하고 투명성과 효율성을 확대하라’는 내용의 ‘교수회 입장’을 발표했다.
5월 7일 기자와 만난 김기섭 부산대 총장은 “그동안 송 회장 부부를 직접 찾아뵙기도 하고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누차 사과말씀을 드렸지만 만약 중앙지 광고를 통한 공개 사과를 원하신다면 적극 검토하겠다. 거기에 들어가는 문구는 잘 조율해 결정하겠다. 현재 대학 구성원들의 사과는 정말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진심 어린 사과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신동아’는 송금조 회장 부부의 인터뷰 내용에 대한 김인세 전 부산대 총장과 측근 교수들의 반론을 듣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5월 7일 부산교도소에서 형집행정지로 병원에 입원한 김 전 총장은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부산교도소 측은 김 전 총장이 입원한 병원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김 전 총장의 휴대전화는 정지 상태였고 지난 7월 구속된 후 이사를 가 자택을 찾기 어려웠다. 측근 교수들에게 김 전 총장의 반론을 들어달라고 부탁했지만 끝내 연락이 오지 않았다.
김 전 총장은 올 2월 1일 부산대 본관 맞은편에 지어진 교내 쇼핑몰 효원문화회관(효원 굿플러스)을 짓는 과정에서 1억4000여만 원의 뇌물을 받고 업체 편의를 봐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과 추징금 1억4600만 원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 수감됐다 5월 7일 지병을 이유로 형 집행이 중단됐다. 재판부는 중형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 “국립대 총장이 교내 쇼핑몰 시행업체 대표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개인적 치적에 대한 열망으로 사안(효원문화회관의 무리한 사업추진)을 안이하게 판단해 기성회계와 부산대병원에 재산상의 피해 위험을 초래해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전 총장의 측근 교수는 “현 부산대 총장과 집행부, 교수회에서 발표한 내용은 또 하나의 주장일 뿐이다. 지금 옛날 일을 왈가왈부하는 게 적당치 않지만 송 회장 부부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은 재판 결과가 잘 보여준다. 법원의 판결을 믿지 못한다면 도대체 소송은 왜 했는가. 법원의 판결조차 잘못됐다는 것은 억지 주장일 뿐이다. 김 전 총장은 지금 기부금 사안에 대해 반론을 펼칠 만한 상황이 아닐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