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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봉의 종횡무진 中國탐험 ⑫

주잉제 주한 중국문화원장이 말하는 중국인·중국문화

‘포커페이스’, 스펀지 문화, 보신주의, 食敎 숭배

  • 대담·황의봉 동아일보 출판국 부국장·전 베이징특파원 heb8610@donga.com

주잉제 주한 중국문화원장이 말하는 중국인·중국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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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모호성이 분명히 있습니다. 상대방이 저한테 ‘원장님 이러이러한 걸 도와주십시오’라고 했는데, 그때 제가 가타부타 대답하기 곤란하면 ‘커이바 차부둬’(可以? 差不多)라고 해버립니다. 그런데 이 말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아주 모호한 대답이지요. 한마디로 ‘대강주의’라 할 수 있어요. 중국말에 이런 모호한 표현이 많은 것은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더라도 자기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요령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옛날부터 전쟁이 많아 혼란스럽고 곤궁한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에 자연히 이런 보호본능이 생긴 게 아닌가 합니다. 또 자신이 없을 때 그런 모호성이 나타납니다. 어떤 일을 스스로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으면 그런 식으로 얼버무려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사실 저희 중국사람끼리도 상대방의 진정한 의중을 판단하기 힘듭니다.”

‘만만디’는 신중의 의미

-중국인 하면 ‘만만디(慢慢地)’를 떠올릴 정도로 한국에서는 중국인이 느긋하고 느린 기질을 가진 민족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가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이런 만만디 현상도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한 통계를 보면 중국인이 운전하는 자동차의 브레이크 패드 마모율이 한국인이 운전하는 경우보다 30%나 높다는 것입니다. 급브레이크나 급회전이 심하다는 것이지요. 만만디 기질도 이제 변한 것인가요, 아니면 그동안 잘못 알려졌던 겁니까.

“이런 질문을 참 많이 받는데요. 제가 보기에 중국 사람들이 일할 때 결코 만만디하게 하지 않습니다. ‘만만디’라는 게 느리게 한다는 뜻이 아니라 신중히 처리한다는 뜻이에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그동안 사용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면 주위 사람들이 ‘만만디 보십시오, 만만디 처리하십시오’라고 거듭니다. 이게 무슨 뜻인가 하면 그 새 제품에 대해 잘 모르니까 신중히 조작해라, 잘 작동시켜봐라는 것이지 천천히 하라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동작을 만만디 하라는 말이 아닌 것이지요. 이처럼 ‘만만디’는 아주 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침착하게 잘 처리하라는 의미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만만디’라는 말의 의미가 잘못 전해져 중국인의 행동이 느린 것으로 오해하게 된 게 아닌가 합니다.”

-중국인이 권모술수에 매우 익숙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래서 1920년대에 중국인의 권모술수와 모략에 관한 이면적 사고들을 종합해 체계화를 시도한 리쭝우(李宗吾)의 ‘후흑학(厚黑學)’이 지금도 중국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라는 것입니다. 중국인의 권모술수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또 중국인이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바둑이나 마작을 즐기는 것도 이 같은 권모술수의 기질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권모술수와 연결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중국 사람들이 바둑이나 마작을 좋아하고 삼국지나 손자병법 같은 각종 지략이 출몰하는 책을 좋아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바둑이라는 게 천 번, 만 번을 둬도 똑같은 경우가 한 번도 없거든요. 변수가 너무나 많고 거기에 따른 대처방법과 임기응변이 다양하기 짝이 없는데 이런 걸 중국인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지략을 짜내는 일에 흥미를 느끼는 게 사실인 듯합니다.”

-바둑과 마작 이야기가 나온 김에 중국인의 일상생활에서 이런 오락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아마 중국인의 거의 대부분이 마작을 할 줄 알 겁니다. 바둑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 많이들 하지요. 농촌이건 도시건 저녁에 할 일이 없을 때는 네 명이 만나면 마작을 하는 게 아주 흔한 일입니다. 밤을 새우면서 말입니다. 한국인들이 고스톱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그런 경우겠지요. 재미있는 건 바둑전문대학이 있고, 두뇌운동이라고 해서 스포츠로 간주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신문을 보면 스포츠면에 바둑기사가 실립니다.”

중국인의 시간관념·공간관념

-땅이 넓은 탓인지 시간관념과 거리관념도 한국과는 크게 다른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 여행을 하면서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물어보면, “아주 가깝다” “다 왔다”고 하는데도 실제로는 두세 시간 이상 걸리기 일쑤거든요. 일상생활에서 중국인의 시간관념과 거리관념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시간과 거리에 대한 감각이 한국인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제 고향이 북쪽의 하얼빈인데요, 도시와 도시 사이가 보통 차를 타고 4, 5시간은 가야 닿을 정도로 떨어져 있습니다. 마을과 마을도 멀리 떨어진 경우가 흔하고요. 그런 상황이니까 두세 시간 걸려 갈 수 있는 곳이면 가깝다고 여기는 것이지요. 그래서 중국인에게 서울서 대전까지의 거리 정도면 아주 가깝다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며칠 전에 영화배우 송일국씨를 만났는데, 그 분이 중국 신장(新疆)지역에 가서 영화촬영을 하고 왔다고 해요. 그런데 한번 촬영하려면 차 타고 8시간씩이나 걸리는 곳에 가기 일쑤라는 겁니다. 중국에서는 이런 일이 보통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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