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해외뉴스

부패한 ‘카르자이들’ 탓에 탈레반만 신난다

국제 원조의 불편한 진실

  •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저널리스트

부패한 ‘카르자이들’ 탓에 탈레반만 신난다

2/3
“내가 관리하는 구역에 병원을 하나 짓는다 치자. 지방정부가 예산을 받는다. 물론 그 돈은 외국에서 온 원조금이다. 병원 건설용으로 책정된 돈을 모두 병원 짓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병원은 대충 지으면 그만이다. 병원을 짓고 남은 자금 중 일부가 내 몫으로 떨어진다. 이렇게 몇 년 하면 유럽이나 미국으로 이민 갈 수 있는 돈이 생긴다.”

경찰관을 뽑을 때도 매관매직으로 돈을 벌 수 있다. 일개 경찰서장이 이럴진대 중앙정부 관리의 부조리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다른 관료에 대해 얘기할 것도 없다.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인 카르자이 일가는 부패 분야의 최고봉 격이다. 칸다하르에서 벌어진 막장 드라마 같은 사연을 소개한다.

“나라 전체가 범죄 소굴”

나셈 파시툰 샤리피 씨는 외국에서 살다 2000년대 초반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와 사업을 시작했다. 야외간판 설치 회사인 아라코지아 애드버타이징을 운영했으며 칸다하르에서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슈가 위클리의 편집장으로도 활동했다. 국제 원조기금을 쌈짓돈 삼아 활동하는 외국 NGO(비정부기구)를 도우며 외국 군대로부터 일거리 주문을 받았다. 그는 광고회사로 출발한 기업을 명실 공히 칸다하르 최대 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통령의 친구이던 칸다하르 시장이 그에게 엄청난 세금을 내라고 요구했다. 그간 그가 납부하던 세금은 순이익의 6%였는데 칸다하르 시장은 순이익의 60%를 요구했다. 그가 강하게 항의했더니 회사 관련 시설물이 방화로 파괴되는 일이 벌어졌으며 경찰로부터 협박도 받아야 했다. 그는 결국 아프가니스탄을 떠났다. 그가 키워놓은 비즈니스를 누가 차지했을까? 그의 회사는 카윰 카르자이 씨가 차지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동생이다.

카윰 씨 외의 다른 동생들도 부정부패로 악명이 높다. 칸다하르에서 ‘마약왕’으로 불리던 왈리 카르자이 씨 역시 부패의 대명사 격이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연합군을 호송하는 일을 하는 보안회사와 결탁해 거액의 재산을 모았다. 사방에 적을 만든 그는 결국 암살됐다. 다른 형제들 역시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돼 있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나토군의 한 관계자는 “재건 사업 입찰 서류에서 카르자이라는 이름을 찾아내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미군 장교들은 “카르자이 가문이 저지른 비리 탓에 칸다하르 주민의 다수가 반군 편을 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하원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원조금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벌통치 체제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미국이 제공한 원조물자가 탈레반으로 넘어가는 일도 빈번하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군에 지급한 무기가 탈레반으로 넘어가 미군을 죽이는 데 쓰이기도 한다.



부패로 인해 민심이 탈레반 지지로 향하는 것을 보는 미국은 곤혹스럽다. 막대한 원조를 제공했으나 ‘부패 덩어리’ 정부 탓에 재건 속도는 게걸음이다. 탈레반 소탕 작전도 만만찮다. 칸다하르에서 근무하는 한 미군 하사는 “탈레반이 아니라 부패와 싸우는 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카불에서 경찰을 훈련시키는 일을 하는 민간 경호회사 직원 데이비드 레텔 씨는 “아프가니스탄 경찰을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도둑을 교육시키는 기분이다. 이들은 훈련보다 앞으로 받을 뇌물에 더 관심이 많다”고 꼬집었다.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가니스탄 재무장관도 “나라 전체가 범죄 소굴이 됐다”고 한탄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마셜 플랜은 이렇듯 실패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국제구호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지방정부 및 현지 부족과 접촉해 자금을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같은 정책 전환은 그동안 미국이 세계 여러 나라를 원조하면서 경험한 실패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독재자 돕는 원조

아프리카에서도 아프가니스탄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원조가 독재를 강화하는 부작용이 일어난 것이다.

에티오피아는 미국이 가장 많은 식량 원조를 하는 나라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정부는 야당 지지 주민에게는 식량지원을 해주지 않는다. 원조 물자 배급 우선순위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 우간다의 사정도 에티오피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조젯 가뇽 휴먼라이츠워치(HRW) 아프리카 담당 국장은 “에티오피아 등의 나라에 대한 개발원조는 오히려 독재를 지원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면서 “엄격한 조건을 붙여 인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인도적 지원에 정치적 조건을 내거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으냐를 두고는 논란이 있다.

그간 아무 조건 없이 아프리카를 돕던 국제사회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말라위에서 벌어진 일화 한 토막. 올해 7월 말라위에서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다. 각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아프리카 최대 행사다. 그런데 말라위 정부가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이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돼 있었는데,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다르푸르 학살 등에 개입한 혐의로 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법대로라면 ICC 회원국인 말라위는 그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체포해야 한다. 빙구 와 무타리카 당시 말라위 대통령은 ICC의 체포 요청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무타리카 대통령 역시 악명 높은 독재자였다. 국제사회는 말라위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면서 압박에 나섰다. 과거 말라위를 식민 지배했던 영국이 가장 먼저 원조를 중단해버렸다. 말라위는 국가 예산의 40%를 원조로 충당한다. 외환과 에너지 부족으로 경제가 신음하기 시작했다. 무타리카 대통령은 경제난에 속을 끓이다 4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후 여성인 조이스 반다 씨가 대통령직에 올랐는데, 그는 전임자의 정책을 뒤집었다. 바시르 수단 대통령이 말라위 땅을 밟는 순간 체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아프리카연합 정상회의 개최를 포기한다는 성명도 발표했다. 성명을 발표한 6월 7일 국제통화기금(IMF)은 1억5700만 달러의 차관을 말라위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2/3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저널리스트
목록 닫기

부패한 ‘카르자이들’ 탓에 탈레반만 신난다

댓글 창 닫기

2019/09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