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10년 뒤 뚫리거나 말거나 지하철… 尹, 총선용 포퓰리즘 타깃도 오조준

[조귀동의 정조준] 정부發 역대급 불황, 자산가 지향 정책으로 돌파?

  • 조귀동 ‘이탈리아로 가는 길’ 저자·정치경제 칼럼니스트

    입력2024-03-1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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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시 첫 1%대 성장률, 재정 기여도 최저

    • 불황 오면 확장 재정이 상례이거늘…

    • 블루칼라 임금·자영업자 매출, 공히↓

    • 역대급 저성장, 보수 지지율 끌어내려

    • 부동산·주식 호재 정책, 표심 영향 미지수

    • 경기 위축 피해자와 자산보유자 간 괴리

    윤석열 대통령이 2월 6일 경기 화성시 동탄역 GTX 열차 안에서 열린 광역교통 국민 간담회에서 수도권 지역 주민, 전문가 등과 광역교통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월 6일 경기 화성시 동탄역 GTX 열차 안에서 열린 광역교통 국민 간담회에서 수도권 지역 주민, 전문가 등과 광역교통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1월 25일은 윤석열 정부가 ‘먹고사는 문제’에서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고, 정치적 위기로 발화되지 않도록 어떻게 대응하는지 압축해 보여준 날이었다. 이날 오전 8시 한국은행은 2023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라고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강타한 2020년(-1.2%)이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함께 휩쓸린 2009년(0.8%)보다는 낫지만, 평상시에 1%대 성장률을 기록한 건 사상 최초다. 성장률 중 정부 지출이 기여한 몫은 0.4%포인트(P)로 2014년 이후 가장 적었다. 불황에도 정부가 돈을 쓰지 않았다는 얘기다.

    오전 10시 윤 대통령은 경기도 의정부시청 대강당에서 ‘출퇴근 30분 시대, 교통격차 해소’라는 주제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참석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D·E·F 노선을 신설해 2035년 개통하고, A·B·C 노선은 각각 시·종점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도권 국민의힘 예비 후보들은 발표를 듣고 부랴부랴 자신의 지역구에 광역철도 노선이 생긴다며 카드뉴스를 만들어 배포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윤석열 정부의 근본 문제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갈등이 아니다. 바로 경제 성적표다. 수출이 죽을 쑤면서 기업 실적과 투자, 가계소득과 소비가 곤두박질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가마저 급등했다. 불황이 오면 확장 재정을 하는 게 상례지만, 이번 정부는 도리어 세수 감소에 맞춰 가능한 한 지출을 줄였다. 문재인 정부의 방만한 재정지출과 대비되는 균형재정 고수란 프레임을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더불어민주당과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동기가 숨어 있다. 국채 발행을 위해서는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데, 대치 정국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을(乙)의 입장에 설 수 없다는 얘기다.

    자영업자 가계소득, 코로나19 때보다↓

    총선을 앞두고 마냥 경제 문제를 놔둘 수는 없다. 대통령실이 꺼낸 카드는 투자자 포퓰리즘이라 할 만한 일련의 정책 행보다. 대규모 광역교통망을 건설하고,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화끈하게 풀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자산 대비 주가가 낮은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리겠다고 하는 증시 부양책도 이어졌다. 부동산시장이나 주식시장에 대형 호재를 던져 가계 자산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유권자의 마음을 사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자산효과를 겨냥한 정책이 표심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느냐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발표한 일련의 정책은 모든 국민을 겨냥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여당의 총선 승리에 필요한 유권자가, 필요한 수준으로 움직여야 한다. 특히 특정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뚜렷하지 않거나 2022년 두 차례 선거(대선,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에 투표했지만 이후 지지를 철회한 유권자의 생각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악화된 경제 여건에 대한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실질적 이득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체감경기가 얼마나 나쁜지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가 있다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자영업자 가구(도시 근로자 외 가구 기준) 소득 변화다. 2023년 1~3분기 가구주가 자영업자인 가계의 평균 소득은 월 339만 원(2020년 물가 수준 기준)으로 전년 동기(372만 원) 대비 8.9% 줄었다. 코로나19 대유행 한복판이던 2020년(4.3% 증가)이나 2021년(2.3% 감소)보다 자영업 업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핵심 원인은 소비 위축이다. 민간 소비 증가율은 2020년 –2.3%에서 2021년 1.7%, 2022년 1.9%로 약간 회복되는 양상이었다. 그런데 2023년 0.9%로 반토막이 났다. 소비가 얼어붙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기업 실적이 악화하면서 임금이 줄었다. 대기업 정규직이더라도 상여금이나 시간외근로 수당 등이 감소했다. 물가와 금리가 한꺼번에 뛰었다. 한국은행은 “청년층과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소득 대비 소비성향이 크게 저하됐다”며 소득이 적고 불확실한 연령대에서 소비심리가 더 강도 높게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실질임금(고용노동부의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 노동력 조사 자료를 소비자 물가지수로 실질화) 추이는 지난해 심각한 불황 국면이 왔음을 보여준다. 근로자의 평균 임금 총액(초과근무수당과 상여금을 합친 임금)은 1.1% 감소했다. 임금이 준 것은 통계가 집계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감소폭은 각각 상용직 근로자는 0.7%, 임시일용직은 2.4%였다. 다만 2020년 4.0%까지 올랐던 실업률이 2.7%로 낮아졌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인 측면이다. 한국은행은 심각한 불황 속에서 실업률이 낮게 유지되는 현상에 대해 “제조업 등 인력난이 심한 산업에서 기업들이 해고 대신 기존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경기 둔화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블루칼라·자영업자의 보수 지지 이탈

    지난해 10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5회 국무회의에 추경호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해 10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5회 국무회의에 추경호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물가가 뛰면서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양상까지 보인다.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야당 의원이던 2021년까지 매년 생활물가상승률과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일하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구직활동에 아주 적극적이지 않거나 추가 취업이 가능한 사람까지 고려해 계산한 실업률)을 이용해 ‘서민경제고통지수’를 산출해 발표했다. 2021년 서민고통지수는 16.5로 고용보조지표가 집계된 이후 가장 높았다. 당시 추 전 부총리는 “기업 규제에 코로나19 충격이 겹치면서 체감실업률이 높게 유지되고, 생활물가까지 오르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극에 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2022년 이 지수는 16.6으로 천장을 다시 한번 뚫었다. 확장실업률은 하락했지만, 생활물가 상승률이 2020년 0.4%→2021년 3.2%→2022년 6.0%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생활물가 상승률은 3.9%에 달한다.

    화이트칼라보다 블루칼라와 자영업자가 경기에 더 민감하다. 그리고 이들은 보수 지지세가 화이트칼라보다 더 강하다. 역대급 저성장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을 끌어내린 이유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의 정례 조사에서 2022년 6월과 2023년 11월의 직업별 대통령 지지율 변화를 보면 자영업은 53→31%, 기능노무·서비스는 46→28%, 사무관리는 38→24%로 각각 하락했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각각 10%포인트, 11%포인트, 7%포인트씩 빠졌다. 상당수 블루칼라와 자영업자는 민주당을 이탈해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찍었다. 그리고 1년 만에 다시 보수정당에 등을 돌렸다.

    경제학자들은 대개 현재 잠재성장률(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는 성장률)을 2% 안팎으로 본다. 1.4%의 성장률은 심각한 불황이라는 의미다. 2013~2022년 정부 지출의 성장 기여도는 평균 0.84%포인트다. 예전만큼 재정을 풀었다면 올해 성장률은 1.84%로 약간의 경기후퇴 수준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불황이 정부발(發)인 까닭이다.

    재정 지출 감소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예산안이 상정한 세수(400조5000억 원)보다 실제 세수가 56조4000억 원(국세 기준) 모자라는 사태가 발생했다. 수출 대기업의 이익과 해당 기업 임직원 소득이 감소하고 부동산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역대급 초과 세수(예산안보다 세금이 많이 걷힌 것)의 거울상 같은 현상이다. 이 세수 중 일정 부분은 지방정부 몫이기 때문에,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지출 축소가 도미노처럼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겠다며 ‘균형 재정’을 선언했다. 정부는 최대한 지출을 줄이고, 국채 발행 대신 한은 차입금을 늘리는 식으로 재정을 운용했다.

    10년 뒤에나 뚫리는 지하철, 가계 자산 중 3%인 주식 비중

    지난해 12월 31일 밤 부산신항 4부두의 HPNT(HMM부산신항터미널)에서 수출용 컨테이너를 선박에 싣는 모습. [부산=김도형 동아일보 기자]

    지난해 12월 31일 밤 부산신항 4부두의 HPNT(HMM부산신항터미널)에서 수출용 컨테이너를 선박에 싣는 모습. [부산=김도형 동아일보 기자]

    부랴부랴 대통령실은 1월 내내 여러 민생 대책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이 주관한 민생토론회만 7차례 열렸다. 그리고 여기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GTX 신노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이 발표됐다. 정부는 총선용이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자산효과를 겨냥한 정책이 실제 여당 지지로 이어지느냐다. 정부는 지난해 공매도를 오는 6월까지 금지한 데 이어 배당과 매매 차익을 합쳐 5000만 원 이상의 금융투자소득을 거둘 경우 2025년부터 부과될 예정이던 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적인 가계의 주식·채권·펀드 자산은 1682만 원에 불과하다. 가구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다. 자산 상위 20% 가구도 금융투자자산 보유액은 평균 5980만 원(전체 자산의 3.6%)이다. 주식시장 부양 효과를 고려해도 유의미한 경제적 이득을 볼 가계는 소수다. 정부가 예상한 금투세 과세 대상은 15만 명에 불과하다.

    GTX 신노선 발표도 효과가 미심쩍긴 마찬가지다. 통상 지하철 노선이 부동산에 미치는 효과는 계획 발표, 착공, 노선 개통의 3단계에 걸쳐 발생한다. 특히 실제 노선이 운행되고, 교통망 개선 효과를 체감할 수 있어야 가격이 많이 오른다. 단순한 기대심리의 효과는 크지 않다. GTX A노선의 경우 2009년 경기도가 처음 대심도 급행 전철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2013년 대략적인 중간역 위치가 결정되고, 2018년 공사가 시작돼 오는 3월 말 개통 예정이다. 이른바 ‘상급지’로 가려는 사람이 다수인 경기도 거주자들의 특성을 감안하면, 10년이 넘는 기간 주택을 보유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랫동안 묵혀둘 요량으로 땅을 매입했거나, 빌딩을 보유해 임대 수익을 받으며 버틸 사람이 아니면 기대심리를 갖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소유자 사회는 1980년대 이후 미국과 영국 보수정당이 내건 핵심 슬로건 중 하나였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대규모 임대주택 불하나 조지 부지 전 미국 대통령 시절 주택 소유 촉진 정책이 대표적이다. 금융투자 상품에 대한 세제 혜택이 도입된 정치적 배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자산을 보유할수록 변화를 꺼리고 작은 정부를 선호한다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미국에서 펀드 상품을 비롯해 주식을 보유한 유권자가 더 공화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선거 양상을 확 바꿀 만큼 표심 변화가 크지 않았고, 이념적 지향점을 바꿀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지적(Davis, Gerald and Natalie Cotton. Political consequences of financial market expansion. 2007)이다.

    현재 정부와 여당이 내놓고 있는 투자자 지향 정책은 유권자 다수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파급력이 커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2022년 국민의힘을 지지해 정권교체에 기여한 스윙보터는 자산가가 아니라 중소 자영업자나 블루칼라들이다. 투자자 포퓰리즘의 미래가 어두운 건 경제적 피해를 본 집단과 이익을 약속한 집단이 현격히 다르다는 데 있다. 잇따른 민생 행보에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선을 뚫고 더 내려간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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