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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북한 생화학무기 압박 전략

  • 최영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cyj@donga.com

미국의 북한 생화학무기 압박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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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의 생화학무기 전력은 이미 미국의 도마 위에 올랐다 사실 북한의 생화학무기 문제는 핵과 미사일문제에 우선순위가 밀리던 주제였다. 하지만 9·11테러 이후 탄저균테러가 터지면서 이 문제는 전면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2001년 11월15일 미국 동부시각으로 오후 2시, 워싱턴DC 펜타곤에서는 김동신 국방장관과 럼스펠트 미 국방장관이 펜타곤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33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이었다. 9·11 테러사태 이후 열린 양국 국방장관의 회담 이후 열린 기자회견인 만큼 전반부는 테러리즘에 대한 공동 대처 방안들이 주로 언급되었다. 그러다 한쪽에서 민감한 질문이 나왔다.

기자: “양국 국방장관 모두에게 묻습니다. 평양이 알 카에다나 다른 테러리스트 그룹에게 생화학무기나 생화학 기술을 제공했다는 조짐이나 증거가 있습니까.”

럼스펠트 장관 : “저는 그 문제에 대해서 발표하고 싶지만, 발표할 만한 것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러 사건에 대한 스크랩을 조사했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귀하께서 그 특별한 국가에 대해서, 그 특별한 주제에 대해서, 그 특별한 조직에 대해서 사전적 의미의 ‘증거(evidence)’가 있냐고 물었다면 제 대답은 그렇습니다.”

기자: “그러면 다른 무언가는 있다는 말입니까”

럼스펠트 장관: “우리는 북한이 테러 활동과 관련되어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테러리스트 명단에 연루되어 있고, 다양한 기술을 가진 적극적인 테러리즘 전파자입니다.”

기자: “김동신 장관님, 이 문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김동신 장관: “글쎄요, 우리 양국 정부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군사 정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제 대답도 럼스펠트 장관과 같습니다.”

기자: “럼스펠트 장관님, ‘북한이 미 본토 서부(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를 대륙간탄도탄으로 공격할 능력이 있다’면서 미국이 2004년까지 미사일방어체제의 일부를 만드는 것이 합당하다고 봅니까? 김동신 장관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북한의 위협이 현실적이라고 보십니까”

럼스펠트 장관: “알다시피, 미국의 전략은 으름장을 놓는 전략에서 실제 능력을 보유하는 전략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탄 공격능력을 키우고 있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들이 여러 나라에 미사일 기술을 수출하고 있는 것 또한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분명합니다. 그 위협 정도는 매우 심각합니다.”

김동신 장관은 북한의 생화학무기 관련 질문에 명쾌하게 답하지 못했다. 럼스펠트 장관의 분명한 답변을 적당히 긍정한 채 얼버무리고 있다.

우리 국방부의 입장이 그렇다. 현재 국방부 관계자들은 북한의 생화학무기 전력에 대한 취재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외교통상부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열리는 북한 관련 각종 세미나에서도 정부 관련 부처 관계자들은 이 문제에 대한 논의 자체를 삼가고 있다. 정부의 이런 태도에는 이유가 있다.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확전이 예상되는‘테러와의 전쟁’불똥이 자칫 한반도로 튈 수 있기 때문이다.

BWC, 북한엔 무용지물

문제는 한국 정부의 염려와는 상관없이 북한의 생화학무기 전력이 이미 도마 위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사실 북한의 생화학무기 문제는 지금까지는 핵과 미사일 문제에 우선순위가 밀리고 있었다. 하지만 9·11테러 이후 미국 본토에서 탄저균 테러가 터지면서 이 문제는 전면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 끝난 지 나흘 뒤인 11월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제5차 생물무기금지협약(Biological Weapons Convention, BWC)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미 국방부 군비통제차관보 존 보튼은 “9·11테러 이후 미국에서는 생물무기 테러가 벌어지고 있다”며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가 저지르는 이런 테러의 배후에는 테러를 지원하는 깡패국가(rogue state)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국가로 맨먼저 이라크를 지목한 뒤 북한에 대해 언급했다.

“북한 역시 생물무기금지협약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생물무기 전력을 갖추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역량을 기울여왔다고 믿습니다. 북한은 결정만 내려지면 수주 안에 군사적 목적으로 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의 생물학적 매개물을 생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평양이 생물무기금지협약의 틀 속에 들어와 보조를 맞추기를 원하고 있지만, 중요한 사실은 생물무기금지협약이 북한을 진정시키는 데 별 구실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2001년 7월 BWC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일방적으로 BWC 수용을 거부한 바 있다. 이 협정에 구멍이 너무 많아 실제로 위반 국가를 다스릴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BWC는 지난 5차 회의에서 검정의정서 초안의 제도적 결함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북한의 협정 위반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북한을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세번째 국가로 지목했다.

1968년 ‘18개국 군축위원회’에서 화학 및 생물무기 금지를 의제로 채택하여 협의를 개시한 후 화학무기와 생물학무기를 분리하여 협약을 체결하자는 서방측안이 수용됐고, 1975년 3월26일 생물무기금지협약이 발효되었다.

이 협약에는 현재 14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데, 남북한은 각각 1987년 6월과 3월에 가입하였다. 이 협약 석상에서 미국이 특정국가를 지목하여 경고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에게 탄저균 개발 원료와 기술을 넘겨준 데 북한이 관여하고 있다고 간주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무기금지협약(Chemical Wea-pons Convention, CWC)은 1988년 화학탄에 의한 쿠르드족 학살사건을 계기로 화학무기 금지를 주장하는 국제여론이 높아지면서 탄생했다. 이로써 1968년부터 20년 이상 논의되던 CWC 협상이 결실을 본 것이다.

1992년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최종문안이 합의되었고, 1993년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136개국이 서명한 상태에서 화학무기를 전면 금지하기 위한 조약이 채택되었다. 이 협약은 165개국이 서명하고, 90개국이 협약을 비준하여 1997년 4월29일 발효되었다. 한국 정부는 1993년 1월 원서명국으로 협약에 참여했다. 북한은 현재 이 협약에 서명을 거부하고 있다.

북한의 생화학무기를 문제삼겠다는 미국의 입장은 이미 2001년 6월6일 부시행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다시 열겠다고 선언하면서 확인됐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북한과 협의할 세 가지 어젠더를 새롭게 제시했다. 첫째, 핵계획 동결에 관한 기본합의의 개선된 이행(improved implementation) 둘째, 북한 미사일 계획에 대한 검증 가능한 억제(verifitable constraints) 및 미사일 수출금지 셋째, 북한 재래식 군사력 태세의 완화(a less threatening North Korean conventional military posture)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위협을 새로운 의제로 포함시킨 점으로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한국 정부는 재래식 무기에 관한 한, 한국이 협상을 주도하겠다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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