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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감동’시킨 옥중의 ‘소통령’

박지원: 구치소에서 검찰총장 판공비 ‘지원사격’|송광수: 판공비 국회 통과 후 “감사합니다” 인사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검찰총장 ‘감동’시킨 옥중의 ‘소통령’

  •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은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구치소에 수감돼 있을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의 ‘돈 문제’를 해결해주는 로비를 펼쳐 성사시켰고 그러자 송 총장이 감사의 인사를 했다는 일화가 정치권에 돌았다. 이윤수 전 의원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들어봤다.
검찰총장 ‘감동’시킨 옥중의 ‘소통령’

2004년 5월17일 구속집행정지 상태였던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현대비자금사건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휠체어를 탄 채 신촌세브란스 병실을 나서고 있다.

2003년 말 이윤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새천년민주당)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강원도에서 군복무중인 아들을 면회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비서. 당시 박 전 실장은 현대 비자금 15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중이었다.

“실장님께서 한번 면회 와달라고 하십니다.”

“나를? 왜?”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꼭 오셔달라’는 말만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박 전 실장과 이윤수 위원장은 모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이지만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다. 재야시절 9년간 김 전 대통령의 비서 노릇을 한 이 위원장은 “나는 박지원을 동교동계로 인정 안 해”라고 말한 적도 있고 박지원, 권노갑씨를 겨냥해 ‘인적쇄신’을 주장하기도 했으니 사이가 좋을 리 없었다.

며칠 뒤 이 위원장은 구치소를 찾아 박 전 실장을 면회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던 2002년 2월까지 ‘소통령’으로 불리며 실권을 행사하던 박 전 실장이었지만 수감생활에 지친 탓인지 초췌한 모습이었다. 박 전 실장이 먼저 인사를 했다.

“형님, 제가 좋은 자리에 있을 때 이것저것 형님 문제를 돌봐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 지난 얘긴데…. 그나저나 무슨 일로 나를 보자고 한 건지 본론을 빨리 얘기해보소.”

“제게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됩니다”

박 전 실장은 “검찰총장의 2004년도 판공비 말입니다. 한나라당이 대폭 삭감할 움직임이라는데 국회 예결위원장인 형님이 힘 좀 써서 막아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 이 위원장은 “그렇게 해주면 박 실장에게 도움이 되는가요?”라고 되물었다. 박 전 실장은 “여러 가지로 제게 도움이 됩니다”라고 했다.

2004년도 예산안 처리를 앞둔 2003년 말, 한나라당은 법무부와 검찰의 2004년도 예산을 대폭 삭감한다는 내부 방침을 밀어붙일 태세였다. 검찰총장의 판공비 역시 큰 폭으로 깎겠다는 것이 한나라당 계획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이 원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었으므로 한나라당이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도 아니었다.

이윤수 예결위원장은 한나라당 고위인사를 찾았다. 이 위원장은 검찰총장 판공비를 종전 규모대로 예산에 반영하자고 설득했다. 처음엔 완강한 태도를 보이던 한나라당도 예결위원장이 요청하자 결국 삭감계획을 철회했다. 이윤수 전 의원은 “법무부와 검찰의 고유 기능은 중요하다. 예산을 삭감하면 일을 하기 힘들어질 것 같아서 한나라당에 그렇게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총장도 판공비 문제가 해결되어 꽤 기뻤던 모양이다. 얼마 뒤 청와대에서 상임위원장 이상 중진 의원들과 고위 공직자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윤수 전 의원은 “그 자리에서 송광수 검찰총장이 내게 다가와 ‘판공비 예산 문제를 잘 해결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더라. 나와 송 총장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고 말했다.

신동아 2004년 1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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