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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꽃놀이패 ‘원안 수정 없다’

‘세종시 논란’ 여권 차기주자들의 대권 셈법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

박근혜는 꽃놀이패 ‘원안 수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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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원안 수정을 둘러싼 논란은 이명박 대통령 집권 중반기 정국 풍향과 국정 운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메가톤급 이슈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 원안 수정에 총대를 메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앞장서 반대하는 것으로 대결구도가 짜이면서 세종시 논란은 여권 차기 대권주자들의 대선 전초전 성격으로 비화됐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월 공식 출범하기 전 대통령직인수위 시절에 세종시 수정안을 완성해뒀다고 한다.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은 “최근 만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인수위가 행정부처 이전 완전 백지화를 골자로 하는 수정안을 만들었지만 그해 봄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때를 놓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힘이 실린 정권 출범 초기에 세종시 원안 수정을 밀어붙이려 했지만 ‘촛불정국’ 때문에 말도 꺼내지 못하고 실기(失機)했다는 설명이다. 인수위에서 세종시에 행정부처를 옮기지 않는 대신 충청권의 민심을 달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검토해 보고서 형식으로 만들었다는 말은 정가에 파다하다.

정권 초기에 세종시 수정을 강행했다면 지금보다는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임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야권이 전열을 정비한데다, 여권 내에도 ‘친박’이라는 비주류 세력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 세종시 문제를 풀어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정운찬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총리에 지명한 직후, 세종시 수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자연스레 ‘포스트 MB’ 후보군으로 부상했다. 학자 출신인 그가 세종시를 타고 정치인으로 대변신하기 위한 모험을 감행한 것처럼 보인다.

세종시 총대 정운찬 총리

언뜻 보기에는 고향인 충청권의 반발로 대권 가도에 큰 타격을 입을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충청과 수도권에서 모두 대중적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길이 마련됐다는 기대 섞인 해석도 있다. 정 총리의 한 측근은 “세종시 대안이 나오면 원안 수정에 반대하던 박 전 대표는 머쓱해지고 정 총리가 호평받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행정부처를 옮기지 않게 되면 정 총리가 수도권의 환영을 받고, 대신 충청권 주민들이 만족할 수준의 대안이 나오면 고향에서 그의 인기가 올라갈 것이란 설명을 곁들였다.

물론 이런 경우라도 정 총리는 충청을 제외한 다른 지방에서는 비판의 대상이 된다. 전국 10곳에 조성되는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도 원안이 수정되든지, 그대로 추진되더라도 혁신·기업도시에 갈 수 있었던 수도권의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세종시로 빨려들어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 입장에서도 세종시 문제는 하나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다만 정운찬 총리가 잠재적 대권 경쟁 상대로 부상하고, 다른 잠룡들이 세종시 논쟁에 참여하는 것은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 경쟁 상대들이 하나 둘씩 링에 오르면서 긴장감을 갖게 되고 차별화를 시도할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 그의 한 측근은 “세종시 문제를 다음 대선과 연결시키지는 않지만, 굳이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나쁠 게 없는 구도”라고 말했다.

다만 박 전 대표에게는 큰 부담이 하나 있다. ‘세종시 원안+α’라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퇴로를 봉쇄해버린 점이다. 박 전 대표는 ‘국민과의 약속’과 ‘원칙’을 강조했지만 정부의 수정안이 나오기도 전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우려는 친박 진영 안에서도 나온다. 친박 계열의 한 의원은 조심스럽게 ‘작전상 후퇴론’을 제기했다.

“세종시 원안 수정과 관련한 여론을 세밀히 살펴보면 지식층과 수도권, 30~50대에서 수정을 찬성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 ‘박 전 대표가 너무 완고한 게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이 (친박 내부에서도) 꽤 많다. 국가 지도자로서 정책의 유연성과 적절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굳이 원안이 아니더라도 행정부처 일부가 이전한다는 조건이 붙으면 수정안을 받아들이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이른바 ‘출구전략’도 검토해야 할 시점이란 고언(苦言)이다. 다른 친박 의원도 “당초 계획대로 9부2처2청을 다 옮기는 것이 아니라 세종시를 교육과학복합도시로 만들겠다면 그와 관련된 몇 개 부처가 가는 방안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TV 생방송 국민과의 대화 이후 전국을 순회하다시피 하며 세종시 원안 수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여권 주류가 총출동해 대(對)국민 설득에 나서 이미 여론전에서 밀렸다는 자체평가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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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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