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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한국인 주류는 바이칼호에서 온 북방계 아시안”

유전자로 밝혀보는 한민족의 뿌리

  • 이홍규·서울대 의대 교수·내과

“한국인 주류는 바이칼호에서 온 북방계 아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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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70~80%가 북방계, 20~30%는 남방계, 그리고 일부 유럽인 그룹으로 구성된 한국인 유전자 풀
  • ● 북부아시아인의 유전자 풀 원천은 마지막 빙하기 시기의 바이칼 호수
  • ● 인류의 아프리카 원조설과 네안데르탈인의 돌연변이론
  • ● 아메리카 인디언은 한국인과 한핏줄
이 글을 보는 독자들은 우선 당뇨병을 치료하는 내과의사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우리 민족의 뿌리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고백하자면 필자는 당뇨병 연구를 하다가 우리 민족의 뿌리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는 1980년대에 ‘1형 당뇨병’과 조직적합성 유전자(Histo-compatibility antigen, HLA)와의 관련성을 한창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어떤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보기 드문 1형 당뇨병에 잘 걸린다는 것을 알고 그 상관 관계를 확실히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던 중이었다.

이 때문에 1986년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국제회의에도 참석하게 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의학자들의 발표 자료를 보니 지역별로 유전자들의 빈도가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특히 중국 북부지역 사람들과 남부지역 사람들의 차이가 뚜렷이 나타났다. 또 일본인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전자들은 아주 비슷하며, 중국 북부인들과 우리나라 사람들도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의학적으로 여러가지 병을 앓는 사람들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대조군이라고 부름)과도 같이 비교해보아야 한다. 그래야 어떤 유전자가 병을 일으키는지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국제회의에서도 건강인들의 자료를 따로 모아서 지역별로 그 분포를 분석하는 논문, 즉 인류학 연구 부분의 보고가 특별히 마련돼 있었다.

그런데 그 결과를 보니 당시 필자 같은 인류학의 문외한도 “아! 유전적으로 보면 한국인·일본인·중국 북부인은 비슷하고, 중국 남부인과 기타 남방 지역의 사람들과는 다르구나” 하는 점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필자는 이 대회를 마친 후 한국으로 돌아와서 질병과 유전자 간 관계를 좀더 깊이 연구하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전자 배경(뿌리)을 파악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일환으로 여러 학자들을 만나 주변 정보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단국대에서 고대사를 연구하는 윤내현 교수를 만나 필자의 의도를 설명하고 배움을 청하는데, 오히려 윤교수는 무슨 내용인지 (한민족)학회에 한번 발표를 해달라는 것이 아닌가. 혹 떼려다 혹 하나를 붙인 셈이었다. 결국 거절하지 못하고 성신여대 박경숙 교수의 도움을 받아 논문을 써서 한민족학회지에 발표하는 ‘외도’를 하고 말았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결국 당뇨병의사로서 한민족의 뿌리를 밝히는 일에 매달리게 된 것이다.

아무튼 필자는 당시 한민족학회지에 발표한 글을 기초로 하고 최근의 연구 성과를 덧붙여 한민족의 유전적 뿌리를 좀더 세밀하게 찾아보고자 한다.

모든 동물들 중에서 원숭이와 인간이 가장 비슷하다는 것은 동물원에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면 원숭이, 침팬지, 고릴라 중 어느 것이 인간과 가장 가까울까. 지금 우리는 분자유전학적 연구를 통해 인간은 침팬지와 가장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후 지금은 멸종된 많은 중간 단계의 유인원들과도 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리키 등의 연구로 알게 되었다.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

다윈과 헉슬리는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발생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사람과 비슷한 원숭이와 고릴라 등이 아프리카에 가장 흔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고고 인류학적 연구 결과 인류의 기원은 약 600만년 전 침팬지의 조상과 분리된 후, 오스트랄로피테신을 거쳐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가 출현한 뒤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가 나와 지금으로부터 3만년 전까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살았다고 추정하고 있다. 학자들은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자바원인, 북경원인, 아슐리안토기를 만든 프랑스원인 등 호모 에렉투스가 세계 각 지역에서 살았으며, 이른바 네안데르탈인(Homo neanderthalensis)을 거쳐 현대 인류가 각 지역에서 진화하였을 것이라는 ‘샹델리아 모델’을 생각하고 있었다. 가령 우리 한반도의 선조는 수십만년 전부터 한반도에 살았고, 유럽에 살던 사람들과는 조상이 아주 다르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영국의 고인류학자 크리스토퍼 스트링거와 미국의 앨런 윌슨은 각각 두개골 화석을 비교하는 방법과 분자유전학적 방법(분자시계)으로 현대 인류가 약 15만년 전 동아프리카의 사바나 지역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발생한 후 이 후손들이 세계 각 지역으로 이주하여 모든 인류의 부모가 되었다는 ‘노아의 방주 모델(또는 Out of Africa theory)’을 주장하였다. 지금은 수많은 자료가 이 이론과 합치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은 현 인류(크로마뇽인)에 의하여 ‘대체’되어 사라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윌슨이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하여 얻은 결과와 부합된다.

여기서 유전자 분석법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1995년 독일의 느봔테 파아보가 1856년부터 보존되어 있던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에서 뼈를 조금 떼내 유전자를 분석해본 이후 여러 사람들도 이와 유사한 연구를 한 바 있다. 그 결과 네안데르탈인들 사이에는 유전적 차이가 거의 없었으나, 네안데르탈인과 현 인류와는 그 차이가 상당히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유전되는 생물체의 특성은 기본적으로 DNA 염기서열에 의하여 결정된다. 생명체의 종(種)이 다르면 당연히 이 염기서열도 달라진다. 염기서열에 어떤 생명체의 청사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로 보면 요즈음 막 끝난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사람의 모든 염기서열을 밝혀낸 기념비적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평균 1300염기서열에 하나의 비율로 차이가 난다. 생명체 사이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염기서열의 차이도 크다. 즉 ‘염기서열이 다른 정도’가 크면 클수록 생물간의 차이도 커진다는 것이다. 생명체들이 원시적인 것에서 점차 진화해왔기 때문인데,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변화하려면 유전자들의 복잡성도 커져야 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세포내 물질인 미토콘드리아DNA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인류 사이에는 단지 8개의 염기서열 차이를 보이는 반면 네안데르탈인과는 무려 27개의 차이가 나타나고, 또 유인원과는 55개의 차이가 나타난다. 따라서 네안데르탈인과 인류 사이에는 염기서열에서 차이가 크므로 인류의 직계 조상으로 간주하지 않는 경향이 생겼다.

미토콘드리아와 분자시계

이러한 차이점들을 근거로 결론지어 말하면 인류는 어떤 ‘공동의 조상’으로부터 약 60만년 전에 나뉘었다고 계산되고, 아프리카에 있던 네안데르탈인의 일부가 유럽으로 이주하여 살다가 멸종되었고, 아프리카에 남아 있던 네안데르탈인에서 현 인류의 부모가 나타난 것으로 본다.

최근 들어서는 분자시계 개념과 DNA 돌연변이론으로 인류의 기원을 풀어보려는 연구가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1963년 주커칸들과 폴링에 의해 처음 제시된 분자시계 개념은 대략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진화에는 시간이 걸리고 환경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어떤 환경에 잘 적응한 생물은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나, 환경의 변화가 크면 그 지역에 살던 생물의 수는 줄어들고 새로운 형질을 가진 생물의 수가 증가할 기회가 부여된다. 이러한 현상을 뒤집어보면 새로운 형질을 가진 생물체가 많을수록, 즉 다양성이 증가할수록 그러한 진화가 진행된 시간이 길고 아마도 환경의 변화도 컸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떤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크면 클수록 진화가 일어난 시간이 오래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렇게 돌연변이에 의하여 나타나는 단백질의 변이(나아가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령하는 DNA의 변이)를 조사하여 진화가 일어난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는 ‘분자시계’의 개념은 이후 직접 DNA 분석자료와 지질학적으로 얻어진 자료들을 대비함으로써 확립되었다. 이러한 분자생물학적 방법들은 지금은 모든 생물학 연구의 핵심 기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분자시계 개념은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을 통해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소 같은 것으로, 우리가 먹은 당분이나 지방질들을 태워서화학에너지인 ATP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미토콘드리아는 수억년 전에 외부에 존재하던 어떤 미생물이 세포 안으로 들어와 공생을 하게 되면서 생긴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가장 그럴싸한 이유는 미토콘드리아에는 자체적으로 유전정보를 가진 DNA가 있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 DNA(mtDNA)는 세포질에만 있어서, 세포의 핵 DNA와 달리 어머니의 난자를 통해서만 유전된다(정자에 있는 mt DNA는 수정될 때 들어가지 않는다).

미토콘드리아는 극히 정교한 전자전달장치를 가동하여 에너지를 생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리(遊離) 전자가 나오고, 이것은 소위 (산화)스트레스로 작용하여 mtDNA에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더구나 mtDNA는 잘 보호되고 있지 않아서 나이가 들면서 돌연변이가 축적되고, 결국 이것이 산소호흡을 하는 생명체가 노화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다. 운동, 특히 유산소 운동을 하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활발해져 산화 스트레스를 같이 막아줄 경우 장수하는 것이다.

아무튼 1만6500개의 염기로 이루어진 mtDNA는 그 돌연변이가 핵 DNA에 비하여 훨씬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그 변이를 조사하면 정밀한 분자시계를 찾아낼 수 있다.

윌슨이 세계 각처 사람들의 mtDNA를 분석한 분자시계 이론에 의하면 피그미족을 포함한 모든 인류는 아주 적은 변이만을 나타냈다. 이 결과는 약 20만년 전 인류는 한 어머니에서 모두 갈라져 나온 것으로 해석될 밖에 없어서, 모든 인류는 한 어머니를 가졌다(미토콘드리아 이브)는 설명이 뒤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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