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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력·홈이점 살리면 16강 보인다

축구전문가 11인 한국팀 정밀진단

  • 육성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ixman@donga.com

조직력·홈이점 살리면 16강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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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무 2패.
  • 냉정하게 볼 때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축구공은 둥글고 월드컵은 '안방'에서 열린다. 한국이 홈팀의 이점을 살 살린다면, 16강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역사적인 2002 한·일공동월드컵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전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조추첨에서 한국은 포르투갈 폴란드 미국과 D조에 포함됐다. 한국축구는 지금까지 다섯 차례의 월드컵에서 4무10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남겼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1승달성과 16강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축구전문가 11인의 분석을 토대로 한국축구의 운명을 가늠해보았다. 인터뷰에 응한 축구인은 다음과 같다(가나다 순).

강석진(고등과학원 교수), 고용국(‘붉은악마’ 대외협력국장), 김덕기(‘스포츠투데이’ 축구전문 대기자), 김흥국(가수·월드컵조직위원회 문화홍보사절단장), 신문선(SBS 축구해설위원), 이태호(대전 감독·월드컵 2회 출전), 이회택(전남 감독·전월드컵대표팀 감독), 조광래(안양 감독·월드컵 1회 출전), 최순호(포항 감독·월드컵 2회 출전), 하석주(포항 선수·월드컵 2회 출전), 허승표(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1. 조편성에 대한 평가

12월1일 조추첨에서 한국은 내심 ‘신의 선택’을 기대했다. 그것은 유럽 1국, 북중미 1국, 남미 1국과 예선을 치르는 경우였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으로 나타났다. 북중미 1국을 만나긴 했지만, 유럽팀이 둘이나 포함됐다. 그것도 북중미에서 가장 까다로운 미국, 우승후보로 꼽히는 포르투갈 등이 D조에 포함돼 예선 전망이 매우 불투명해졌다.

축구전문가들도 대체로 한국이 주최국이지만 조추첨의 혜택을 받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최순호 포항 감독과 이태호 대전 감독은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월드컵에 나온 32개국 가운데 한국이 만만하게 볼 팀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어느 조에 속했더라도 상황은 비슷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회택 전남 감독도 조추첨의 행운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감독은 “월드컵에서는 쉽게 상대할 수 있는 팀이 없다. 매스컴에서는 미국을 1승 상대로 얘기하는데 방심하면 큰코 다칠 것이다. 상대팀의 전력보다 중요한 건 우리의 실력이다. 우리팀이 강하면 이기는 것이고, 약하면 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역대 월드컵에 비해 조추첨이 잘됐다는 평가도 만만치않다. 근거는 대체로 두 가지. 하나는 한국이 주최국으로서 시드를 잡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D조 1위가 확실시되는 포르투갈과의 일전이 마지막에 잡혀 있다는 점이다.

신문선 SBS 축구해설위원은 “많은 사람들이 포르투갈을 두려워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엄청난 행운이다. 조별 예선에서는 확실한 1위팀이 있을 때 더 유리하다. 복잡한 ‘경우의 수’가 줄어들고, 처음부터 확실한 ‘2위’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포르투갈이 16강 토너먼트를 앞두고 벌어지는 한국전에 최선을 다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따라서 한국이 폴란드 전만 승리한다면 조 1위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위원의 주장은 다소 ‘황당하지만’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한국은 1승1패 상황에서 칠레와 마지막 경기를 벌였다. 당시 칠레는 8강진출이 확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주전을 빼고 한국과 맞섰다. 이렇게 해서 한국은 강호 칠레를 1대0으로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포르투갈은 우승을 노리기 때문에 컨디션 사이클을 16강 이후로 맞출 가능성이 높은데, 이럴 경우 미국과의 예선 첫 경기에서 의외로 고전할 수 있다. 포르투갈이 폴란드와의 2차전까지 16강진출을 확정짓지 못한다면 한국은 마지막 경기에서 ‘호랑이’를 만나는 셈이다.

2. 한국팀 예선성적 예상

11명의 축구전문가 가운데 4명만이 한국이 D조예선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광래 감독은 “1승1무1패가 현재 수준이고, 2승1패도 가능하다. 미국보다 폴란드를 잡기가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선 위원도 “1승1무1패가 유력하다. 다만 포르투갈이 3차전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경우 한국이 포르투갈을 이길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98프랑스월드컵에 출전했던 하석주 선수(포항)도 “한국이 1승2무로 16강에 오를 것이다. 1승 상대가 폴란드일지 미국일지는 모르지만 한국이 한 팀은 분명히 잡을 수 있다. 한국은 홈에서 브라질도 잡았을 만큼 강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다수의 축구전문가들은 “객관적인 전력상 16강진출이 힘들지만, 플러스 알파가 작용할 경우 16강에 나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덕기 ‘스포츠투데이’ 축구전문 대기자는 한국이 홈팀의 어드밴티지를 얼마나 살리냐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김기자는 “외국팀들은 시차적응, 생체리듬, 환경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러한 변수들은 경기력의 최대 50%를 차지한다. 거기에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2무1패를 예상하면서도 16강에 희망을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회택·이태호 감독도 플러스 알파의 영향력에 따라 한국의 운명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두 사람은 “D조에서 포르투갈과 폴란드가 앞서지만, 한국이 홈팀으로서 자신있게 싸운다면 1승1무1패로 16강에 들어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허승표 전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최순호 감독은 한국팀의 성적을 1승2패로 전망했다. 두 사람은 “미국이든 폴란드든 한 팀은 이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 월드컵까지 대표팀 전력이 급상승하지 않으면 16강진출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강석진 고등과학원 교수도 “희망은 2승1패지만, 현실은 1무2패다. 16강에 포르투갈과 폴란드가 오를 것이 유력하다”고 예상했다.

3. 예선전 전략과 대응

최근 국내 매스컴은 6월10일 미국전이 16강진출의 승부처라는 기사를 자주 싣고 있다. 하지만 축구전문가들은 미국전보다 폴란드전이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것은 한국이 전통적으로 월드컵 첫 경기에서 고전했다는 기록에 근거한 분석이다. 94미국월드컵을 빼면 한국은 1차전에서 완패를 당한 뒤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예선 탈락했다.

최순호 감독은 “한국은 그동안 너무 소극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바람에 첫 경기를 그르쳤다. 전력이 떨어지는 한국이 16강에 오르려면 어떻게든 득점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폴란드를 맞아 적극적인 공격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석진 교수와 이회택 감독도 폴란드전에서는 공격 중심의 플레이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덕기 기자와 고용국 국장도 폴란드전이 사실상 한국의 16강진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기자는 “되든 안되든 폴란드전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 폴란드는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강하게 밀어붙이면 당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으며, 고국장은 “폴란드를 맞아 90분 동안 체력전을 펼칠 수 있냐가 관건이다. 미드필드부터 압박을 가하지 않으면 대량실점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하석주 선수는 ‘무승부를 위한 공격전술’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하선수에 따르면 폴란드와의 첫판에서 한국은 무엇보다 좋은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의식적으로 무승부를 노리면 패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기겠다는 각오로 싸우면 비길 수 있다는 것이 하선수의 분석이다.

미국은 한국과 더불어 D조의 ‘2약(弱)’으로 꼽힌다. 따라서 두 팀은 서로를 이기지 않으면 16강진출이 어렵다. 그만큼 두 팀의 경기는 격전이 될 수밖에 없고, 승부는 체력싸움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

조광래 감독·신문선 위원·김덕기 기자 등이 체력싸움의 중요성을 거론했다. 조감독은 “체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 조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으며, 신위원은 “미국의 주전 중 상당수가 노장이라는 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한국이 기동력에서 우위를 보인다면 승산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기자는 “체력의 열세를 극복하는 최선책은 자신감이다. 선수들이 기만 죽지 않으면 한국이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최순호·이회택 감독은 체력보다 기술과 조직력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감독은 “어차피 체력에서 미국을 꺾기는 힘들다. 그보다는 비교우위에 있는 기술로 제압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이감독은 “체력싸움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 빠른 패스와 조직력으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마지막으로 대결할 포르투갈전에 대해서는 모든 축구전문가들이 ‘열세’를 인정했다. 포르투갈이 16강전에 대비해 느슨한 플레이를 펼치지 않는 이상 ‘1패’가 거의 확실하다는 분석.

최순호 감독은 “포르투갈이 일찌감치 2승을 올리기를 바랄 뿐이다. 포르투갈은 한국이 근접하기도 어려운 상대”라고 평가했다. 조광래 감독도 “패싱능력, 경기운영 등에서 총체적으로 열세다. 하지만 처음부터 물러난다면 대패할 가능성이 있다. 이왕 어려운 거 전진수비를 하면서 맞붙으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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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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