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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야, 놀자! ⑬

골프 대중화 시대 성큼 오나

“골퍼님 모셔라” 라운딩 권력의 무게중심 이동

  • 정연진 │골프라이터 jyj1756@hanmail.net

골프 대중화 시대 성큼 오나

  • 골프장 문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경기 불황탓에 중산층이 줄어드는 반면 골프장 수가 급증한 것이 주요 요인이다. 라운딩 권력의 무게중심이 골프장에서 골퍼로 눈에 띄게 옮겨가는 중이다. 골퍼들은 기회와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킹이 쉬워졌다. 비용 부담도 크게 줄어들었다. 골프업계에서 말하는 ‘대중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전통과 명예를 상징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세계 최고의 골프장이라는 데 딴죽을 걸 골퍼는 거의 없을 것이다. 오거스타가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은 데에는 마스터스대회가 혁혁한 공을 세웠다. 다른 메이저대회와 달리 마스터스는 오로지 오거스타에서만 열린다. 마스터스와 오거스타는 실과 바늘 같은 관계다. 선수들은 마스터스 참가를 ‘가문의 영광’으로 여긴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갤러리로 참가하는 것을 ‘평생의 소원’으로 삼는다. 2008년 이 소원을 이룬 사업가 김주환(58) 씨는 지금도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골프장에 들어서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자연이 빚은 한 편의 작품 같았다. 전통이 키워낸 아름드리나무와 정성으로 가꾼 화단, 양탄자 같은 페어웨이를 보니 더 는 표현할 말이 없었다. 잔디를 밟는 것 자체가 불경스러운 행동처럼 느껴졌다. 라운드를 돌고 싶다는, 불가능한 욕심이 생겼다. 오거스타에서의 경험은 내 골프 인생 최고의 자랑거리다.”

미국에 오거스타가 있다면, 유럽에는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가 있다. 골프코스가 제일 먼저 생긴 곳이라 골프의 고향이라 불린다. 디 오픈을 개최하면서 골퍼들의 머릿속에 각인됐다. 영국 골퍼들의 자존심인 이곳은 대중제 골프장이다. 하지만 라운드하기가 쉽지 않다. 워낙 인기가 높아 예약을 하고도 몇 달을 기다리기 일쑤다. 세계 골퍼들에게는 ‘성지순례’ 코스로 꼽힌다.

골퍼라면 누구나 선호하는 골프장이 있게 마련이다. 그 이유는 가지가지다. 어떤 골퍼는 베스트 스코어나 홀인원이 나온 골프장을 최고로 친다. 다른 골퍼는 동반자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 골프장을 꼽는다. 드물게는 내기에서 이겨 주머니가 두툼해졌던 골프장에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다.

국내외 언론은 해마다 골프장을 평가해 발표한다. 미국의 골프전문잡지 ‘골프다이제스트’는 최근 ‘미국을 제외한 세계 100대 코스’를 선정했다. 국내 골프전문잡지인 ‘서울경제 골프매거진’은 2년에 한 번씩 ‘한국 10대 코스’를 발표한다. 선정된 대부분의 골프장은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다. 골퍼에게는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솔깃한 뉴스거리이기 때문이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특한 바람을 밝혔다. 은퇴 후 세계 100대 골프코스를 돌고 싶다는 것이다. 마이클의 소망은 모든 아마추어 골퍼의 로망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세계를 돌아다니려면 시간과 비용, 부킹의 삼박자가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골프장도 한때는 콧대가 높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비용과 부킹 부담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벤트만 잘 활용해도 팀당 10만 원 이상 비용이 절약된다. 부킹 방법은 다양해 손꼽을 수 없을 정도다. 그만큼 골퍼에게 주어지는 선택과 기회의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경기도 여주의 한 회원제 골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산층 얇아지고 골프장 늘고

“예전에는 가만히 앉아서 고객을 맞이했다. 지금은 고객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주중에는 단체나 여성 골퍼 잡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적자를 면할 수 없다. 주중에 20~30팀을 채우기도 버겁다. 한 팀이라도 더 받으려고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건다. 이벤트나 할인행사를 해야 다른 골프장과 경쟁할 수 있다. 어깨에 잔뜩 힘주고 골퍼를 대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한때는 골프장 수에 비해 라운딩 수요가 넘쳐나 공급자가 우위에 서는 기묘한 관계가 형성됐다. 골프장에서 굳이 ‘호객행위’를 할 필요가 없었다. 반면 골퍼는 티업시간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주말마다 수도권 골프장을 중심으로 부킹 전쟁이 반복됐다. 수도권 주말 부킹권이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접대골프가 이런 상황을 부채질했다. 골퍼 처지에서는 라운드만 돌 수 있다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무게중심이 차츰 골퍼에게로 기울기 시작했다. 정확한 시기를 특정할 순 없다. 다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전후로 상황이 급반전된 것은 분명하다. 원인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환경에 큰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먼저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중산층이 얇아졌다. 지갑이 얇아진 골퍼는 라운드 횟수를 줄였다. 아예 클럽을 내다 판 골퍼도 적지 않았다. 반면 골프장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용인과 여주군은 ‘골프군’이란 말까지 나돌았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늘어난 결과다.

골프장의 시름은 깊어졌지만 골퍼로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예전처럼 내 돈 내고 골프 치면서 주눅 들 필요가 없어졌다. 티업 시간 잡기도 한결 수월해졌다. 이벤트만 잘 활용하면 왕복 주유비가 빠지고도 남았다. 지방으로 갈수록 골퍼의 어깨에 힘이 더 들어갔다. 주중 10만 원 내외로 라운드가 가능한 골프장이 수두룩하다. 1박2일 패키지는 20만 원대면 이용이 가능해졌다. 물론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은 예외인 듯했다. 하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골프회원권 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올여름 상징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업계의 리더 격인 골프장에서 손님을 유치하려고 이벤트를 벌인 것이다.

“그곳은 보수적인 경영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동안 이벤트나 할인행사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공식 이벤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인다. 인근의 경쟁 골프장에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골프장에서 골퍼로의 권력이동이 더 빠르게 진행되는 계기가 될 거다.”

골퍼들에게는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회원권이 없는 골퍼가 이른바 명문 골프장에서 라운드할 수 있게 됐다. 그것도 조금만 발품을 팔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다.

소셜 커머스 상품과 쿠폰 북까지 등장

‘트와일라이트(Twilight)’란 상품이 있다. 정규 시간대 이후 일몰 때까지 9홀 요금만 내고 골프를 즐기는 개념이다. 골퍼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골프장은 ‘영업 외 수입’을 올릴 수 있어 좋다.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은 트와일라이트를 다양한 형태로 활용한다. 정규 라운드 전후에 9홀 라운드 진행도 이미 일반화돼 있다. 새벽에 9홀을 돌고 출근하거나 퇴근 후 9홀을 도는 샐러리맨이 적지 않다.

요즘 제 돈 다 내고 골프 치는 사람은 바보 취급을 받는다. 조금만 옆을 보고 귀를 열면, 지갑을 많이 열지 않아도 된다. 대중제 골프장은 물론 회원제 골프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여름이나 겨울에는 골프를 더욱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계절적으로 비수기인 요인도 있지만, 불황이 이런 현상을 재촉했다.

최근 들어 골프장 홈페이지에는 ‘4인 내장 시 1인 그린피 할인’이나 ‘주중 그린피 파격 할인’ 등 행사를 알리는 팝업 창이 많이 뜬다. ‘시간대별 할인’ 같은 이벤트는 구문이 된 지 오래다. 골프장의 인터넷 회원이 된 골퍼는 빈 티업시간과 할인 가격을 제시한 문자를 매일 받는다. 어디 그뿐인가. 골프장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소셜 커머스 상품과 할인 쿠폰 북까지 등장했다. 한 골프전문기자의 전망이 의미심장하다.

“수익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일부 회원제 골프장은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기존의 전략을 고수할 것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골프장은 무한경쟁 시대에 내몰리고 있다. 올 하반기나 내년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경기불황은 골프장업계에 더 빠른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반면 골퍼들은 양손에 떡을 쥐고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이다. 골퍼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시기가 머지않았다.”

신동아 2012년 9월 호

정연진 │골프라이터 jyj17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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