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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동향보고’ 관료들이 떨고 있다

‘막강파워’ 국정원 경제단

  • 신동아 특별취재팀

공포의 ‘동향보고’ 관료들이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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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른바 ‘3대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국정원 경제단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간부들의 잇딴 비리의혹으로 ‘상처투성이’가 된 국정원 경제단. 그 실체를 파헤쳤다.
2001년 9월11일 미국 뉴욕에서 테러사태가 터진 직후 국가정보원 경제단 경제1과 거시경제팀에는 비상이 걸렸다. 뉴욕사태를 계기로 국정원이 국내에서 테러가 발발할 가능성과 대비 태세를 점검하기 위해 머리를 싸맨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테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경제1과에 비상이 걸린 것은 뜻밖이다.

이는 거시경제팀이 2001년 9월 초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든 ‘경제 활성화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비롯됐다. 당시 우리 경제는 ‘도대체 경기 바닥이 언제냐’는 논란이 일 만큼 추락을 거듭하는 상황이었으므로 이 보고서는 나름대로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그러나 막상 대통령 주례보고 때 신건 국정원장이 이 보고서를 가지고 가지 않으면서 사단이 생겼다. 이런 경우 국정원은 보고서를 폐기처분하지 않고 보관하면서 그때그때 업데이트한다. 원장이 언제든 대통령에게 보고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는 것이다. ‘경제 활성화 방안’ 보고서도 이런 운명에 처했는데, 공교롭게도 이때 9·11 테러가 터진 것이다.

9·11 테러는 그렇지 않아도 침체한 미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다보니 경제상황도 ‘경제 활성화 방안’ 작성 당시와는 천양지판이 됐고, 거시경제팀 직원들은 이를 감안해 새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휴일에도 출근하는 등 초비상이 걸렸다.

국정원 경제단의 기능과 역할 등을 어느 정도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 국정원 대공정책실 산하 경제단은 국내 경제정보를 총괄, 국정원 정보보고의 ‘유일한 독자’인 대통령에게 필요한 보고를 올리는 곳이다. 경제단 외근 직원(IO·Intelligence Officer)들은 과천 경제부처와 정부 산하 공기업 및 산하단체, 금융권, 대기업, 벤처기업 등을 출입하면서 정보를 수집한다.

경제부처 등 출입하며 정보수집

경제단은 대공정책실의 다른 단과 마찬가지로 2급인 단장 밑에 1, 2, 3, 4과로 구성돼 있다. 과장은 통상 3급으로 보임한다. 1과는 2, 3, 4과에서 수집한 정보를 분석하고 분류하는 분석과, 2, 3, 4과는 통상 ‘경제1, 2, 3과’로 불린다. 경제1과는 경제부처 가운데 재정·금융, 경제2과는 건설교통 및 정보통신, 3과는 농림 등을 맡는다.

경제단은 신문사 경제부와 기능 및 시스템이 비슷하다. 출입처도 겹치고, 경제부처를 상대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같다. 신문사 편집부의 경제담당 편집자가 경제부에서 출고한 기사를 비중에 따라 분류하듯, 경제단 분석과도 2, 3, 4과에서 수집한 정보를 취합·분류하고 보충 ‘취재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과거 안기부 시절 분석과는 101실(기획판단실) 소속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개혁 차원에서 부서를 통폐합하면서 101실과 102실(대공정보실)을 대공정책실로 통합했고, 천용택 원장 시절에는 내부기능을 조정하면서 분석과를 각 단 산하로 흩어놓았다. 정치·경제·사회 등 각 영역별로 수집과 분석파트를 한데 묶은 단을 만들어 효율적인 정보 수집 및 분석을 가능케 하기 위함이었다.

경제단 IO는 석간신문 경제부 기자들과 활동패턴이 비슷하다. 석간신문 기자는 아침 일찍 출근해 주로 그 전날 오후에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해 출고한다. 경제단 IO들의 일과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기자는 기사거리가 없을 때 기사를 쓰지 않아도 되지만, 경제단 IO는 다른 단의 IO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하루에 2건 이상의 ‘기사’를 써야 한다는 점.

출입처가 겹치다보니 경제부 기자들과 경제단 IO들은 서로 ‘필요’에 따라 어울리는 경우도 있다. 한 중앙지 경제부 기자는 “같은 부처를 출입하는 국정원 IO가 인사를 건네면서 ‘특종기사를 쓰는 경우 미리 귀띔 좀 해달라’고 부탁하더라”면서 “IO들은 신문에 나온 내용을 미리 파악하지 못하면 내부에서 엄청 ‘깨진다’고 들었다”고 했다.

다시 처음의 얘기로 돌아가서, 신건 원장이 왜 처음 작성된 ‘경제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청와대에 가지고 들어가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다른 보고서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신원장이 경제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다는 게 국정원 소식통의 전언. 국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신원장의 주례보고를 받으면서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즉시 질문을 하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검찰 출신인 신원장은 특히 경제분야에서 말문이 막힐 때가 많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경제관련 정보는 보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문에 ‘유효기간’이 지난 보고서들을 일일이 업데이트해야 하는 경제단 직원들은 업무 강도가 점점 더 세질 수밖에 없다.”

‘동향보고’의 힘

경제단 IO들은 경제부처나 정부 산하기관 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국정원 IO들이 쓰는 보고서의 최종 독자가 최고 통치권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3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들은 이들이 올리는 동향 보고가 공직 인사에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이 이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IO들이 올린 고위 공직자들의 동향 보고는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직보된다. 이 가운데 범법혐의가 있으면 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 책임하에 경중을 가려 검찰에 이첩하거나 해당 부처에 통보, 인사 자료로 삼도록 한다. 가벼운 비위나 나중에 인사 자료로 참고할 만한 내용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관리하는 존안파일에 기록된다.

존안파일이야말로 고위 공직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고위 관계자도 “민정수석실에 힘이 있는 이유로는 여러가지를 들 수 있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존안파일을 관리하는 공직기강비서관이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고위 공직자들은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 파일에 기록된 내용 때문에 인사에서 번번이 좌절을 맛보는 경우도 있다.

1998년 정권교체 후 모 공기업 감사로 옮겨간 전 감사원 감사관 C모씨의 사례가 대표적인 경우. C씨는 자녀를 결혼시킬 때 절친한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에게 청첩장을 보낸 게 화근이 됐다. 당시 이 공무원의 방에 우연히 들렀던 국정원 IO가 “감사원 감사관이 담당 부처에 결혼 청첩장을 뿌려 ‘관폐’를 끼친다”고 보고를 올린 게 존안파일에 기록돼 승진에서 누락됐다고 한다.

김대중 정부에 입각했던 학자 출신의 모 부처 장관은 재임기간 중 끊임없는 루머와 투서에 시달리다 단명으로 끝났다. 결재도 미룬 채 외부 강연에만 열중하고, 조직 장악력이 없다는 게 주 내용이었는데, 이 장관 측근들은 이것이 국정원 등을 통해 청와대까지 보고된 것으로 파악했다.

경제부처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정원 IO들의 ‘힘의 원천’은 동향 보고만이 아니다. IO는 해당 부처 장관과 언제라도 독대할 수 있기 때문에 관료들로서는 IO가 자신들의 인사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IO에게 힘이 있으니 주변에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기 때문에 정보가 모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부처나 정부 산하기관과는 달리 재벌기업은 경제단 IO들도 ‘취재’하기 힘든 곳이라고 한다. 한 관계자의 설명.

“재벌기업 임원들은 총수에게만 잘 보이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정보를 얻기가 힘들다. 물론 기자들보다는 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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