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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PD교수’ 주철환의 방송 바로잡기

“얼굴 몸매 학벌의 3대 차별을 없애라”

  • 김보선 자유기고가

“얼굴 몸매 학벌의 3대 차별을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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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는 좋았지만 실패했던 ‘TV청년내각’은 그렇다 치더라도 ‘스타 PD 주철환, 기성세대로부터 10대의 가요편식을 부추긴다는 비난(그런 주장이 맞는 것인지는 차치하더라도)을 받고 있는 ‘음악캠프’의 기획자였다는 데에는 조금은 의아해진다. 스타PD의 명성에 걸맞게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일 거다. 더욱이 그는 굉장한 음악 마니아에 전문가다. 방송사에 입사해 조연출로 처음 참여했던 ‘모여라 꿈동산’이나 ‘퀴즈 아카데미’의 주제곡을 그가 직접 작사·작곡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지식도 만만찮은 사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아쉽다.

―기획자로 오랫동안 담당했던 ‘음악캠프’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가? 요즘 ‘음악캠프’가 10대의 댄스음악 일색이라는 비난이 많은데?

“10대 댄스음악 일색이라는 게 과연 그렇게 나쁜 건가? 음악을 듣는 10대에게 어떤 해를 주는가? 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그런 지적을 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주장으로 나를 설득한 사람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10대가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인 주말 오후에 그들을 위한 놀이터를 제공해주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음악캠프’는 항상 시청률 10~20%대를 유지한다.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나는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최선의 프로를 만들지 못하는 한 시청자에게 결정적인 상처를 주지 않는 프로를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음악캠프’가 그렇게 결정적인 피해를 준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프로의 생산자와 또다른 생산자(음반제작자 등을 말하는 듯)가 어떤 커넥션을 가지고 의도적인 음악틀기에 나선다면 그건 나쁜 일이고 용서해서는 안될 일이다.”

―10대에게 특정 음악을 편식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옛날을 생각해 보자. 70년대 젊은이들은 모두 통기타와 포크송에 열광했다. 60년대에는 이미자 문주란 등에 열광했다. 어느 시대나 주류는 있는 법이다. 요즘 주류는 댄스나 발라드일 뿐이다. 다양성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 댄스음악도 힙합이나 라틴, 최근의 테크노까지 자세히 들어보면 조금씩 다르다.”

―그럼 편식이 아니란 말인가?

“난리를 떨 만큼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는 얘기다. 댄스에 열광한다고 해서 나중에 문화를 보는 시각이 왜곡되지는 않을 것이다. 트로트나 포크를 좋아한 기성 세대라고 시각이 왜곡됐는가? 아니다. 기성세대들이 생각하듯 10대 모두가 댄스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뭉뚱그림의 오류’라는 말을 즐겨 쓴다. 남자들은 어떻다, 여자들은 어떻다, 오락프로 PD들은 어떻다, 전라도 사람·경상도 사람은 어떻다는 식으로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것은 근본적인 모순에 빠진 말들이다.

댄스음악 일색, 그렇게 나쁜가

―그래도 10대를 겨냥한 댄스음악이 90%를 차지하는 것은 문제 아닌가?

“큰 주류가 댄스일 뿐이다. 트로트, 포크, 팝송에 이어 지금은 댄스 전성기라는 얘기다. 댄스가 우리나라에서 주류가 되기 시작한 게 91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아직 10년도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댄스가 영원한 주류가 될 것인가? 절대 아니다. 또다른 대중문화 영웅이 나타나면 새로운 주류음악이 형성될 것이다. 다만 댄스를 좋아한다고 해서 트로트를 좋아하는 사람을 무시하면 안 된다.”

―왜 10대가 댄스음악에 빠진다고 생각하나?

“10대에게 댄스음악은 두 가지가 맞아 떨어진다. 우선 컴퓨터의 영향이다. 컴퓨터의 등장은 속도가 주는 즐거움을 주었다. 원고지에 글쓰기를 하던 세대에게 기존 음악이 어울리듯이 컴퓨터 자판의 빠른 속도는 댄스의 빠른 리듬과 잘 어울린다. 또 하나는 비주얼의 영향이다. 컬러와 영상에 젖은 세대에게 음악은 단순히 듣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보는 즐거움도 충족시키는 대상이어야 한다. 춤과 어울려지는 댄스곡이 비주얼 욕구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노래는 추억의 일기다.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던 노래를 우연히 들으면 마치 오래된 일기장을 한 장씩 펼치듯 가슴 속에 남아 있는 추억을 하나씩 떠올리게 된다. 얼마 전 김건모는 어느 인터뷰에서 “요즘 댄스곡 중에는 10여년이 지난 뒤 추억을 되새길 마음의 노래가 없다”며 이제는 세월이 흐른 뒤에도 가슴에 남는 노래를 불려야 하는 게 자신의 몫이라고 말했다. 사실 요즘 댄스곡들은 트로트와 포크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는 멜로디를 기억하기는커녕 노래방에서 따라 부르기도 힘들 정도다.

서태지의 ‘환상 속의 그대’

―‘아침이슬’ 같은 노래는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386세대의 가슴 속에 남아 있다. 그러나 현재의 10대들이 커서 30~40대 기성세대가 됐을 때 과거 그들이 좋아하던 댄스곡을 기억이나 할까?

“안 남으면 안 남는 대로 크게 걱정할 일도 아니지만 분명 10대에게도 마음 속에 남는 노래는 있다. 댄스곡이 기성세대에게는 귀에 들어오지 않고 따라 부르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문제를 제기하는 기성세대의 시각일 뿐이다. 막상 좋아하는 10대는 그렇지 않다. 그들은 쉽게 댄스곡의 가사를 줄줄 왼다. 그런 곡 중에도 좋은 가사나 멜로디는 얼마든지 있다. 서태지의 히트곡 ‘환상 속의 그대’를 생각해 봐라. 이미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효한 곡이다. 난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 절로 흥겹고 서태지가 생각나 흥분한다. 요즘 최고 인기가수라는 조성모의 ‘투 헤븐’ 같은 곡도 10대에게 기억에 남는 노래가 될 것이다.”

―10대를 보는 기성세대의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닌데?

“기성세대의 노파심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노파심도 있어야 건전한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단지 ‘뭉뚱그려’ 매도하고 원천봉쇄를 하는 건 나쁘다.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가요는 곧 소멸해버린다. 스스로 충분한 자정작용을 할 수 있는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화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물론 폭력이나 담배나 마약을 부추기는 그런 자극적인 가사들도 있다. 기성세대가 할 일은 그런 노래들을 규제하는 것이다. 10대를 부추겨서 장사만 하려는 사람들도 문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고 인기 있을 때는 그들의 단물만 빼먹고 인기가 없으면 언제 봤냐는 식의 사람들이 있다. 인기가 사라진 뒤 방황하는 반짝가수들을 많이 봐왔다. 매니저들이 어린 가수들의 정신성장이나 교육적인 부분에 더 많은 배려를 해주어야 할 것이다.”

사실 기자는 그의 주장에 동의하는 쪽이다. 기성세대는 10대의 댄스음악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고 함께 호흡할 수 없는 곡들이어서 세대간에 벽을 쌓게 만든다고 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얼마 전 취재를 위해 가수 현미의 소극장 콘서트에 갔을 때 일이다. 2시간 가량의 콘서트가 끝난 뒤 인터뷰를 하기로 돼 있어 꼼짝없이 콘서트를 구경해야 했다. 기자가 태어나기도 전인 60년대 초반의 노래가 무슨 감흥이 있을까 싶어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현미의 구수한 입담도 즐거웠지만 제대로 들어보지도 못한, 제목도 생소한 60년대의 노래에서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반대로 요즘 노래에 대한 현미의 반응도 기자를 놀라게 했다. 할머니가 된 지 오래인 현미는 콘서트 중간에 최신 테크노댄스곡인 이정현의 ‘와’를 불려제꼈다. 그것은 단순히 아직은 나도 젊다는 것을 보이기 위한 쇼가 아니었다. 현미의 풍부한 성량이 가미된 ‘와’는 이정현이 부른 원곡보다 오히려 맛깔스러웠다. 50대가 대부분인 관객들도 ‘와’에 환호하고 몸을 흔들어댔다. 문제는 세대간 감흥의 차이가 아니라 관심의 차이 아닐까.

이상만으론 안 된다

―일부에서는 PD들이 댄스곡만 틀어주는 것이 편식을 강요하고 다른 음악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불만이 많은데?

“자세히 찾아보면 PD가 댄스만 틀어주는 것도 아니다. 어떤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각 공중파 방송을 보면 국악 프로도 있고 ‘가요무대’처럼 흘러간 노래를 들려주는 시간도 있다. 황금시간대가 아니라고들 하지만 방송사에서는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시청률이 낮다고 무시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위치인 PD의 실험과 도전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의 ‘음악캠프’나 다른 가요프로가 최선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나쁜 것만은 아니다. ‘토월회’라는 극단이 있다. 발은 현실이라는 땅에 딛고 있지만 머리로는 항상 이상을 생각한다는 뜻이 있는 이름이다. PD도 마찬가지다. 방송사 직원이라는 현실에 놓여있지만 이상을 항상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몇 년 전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을 연출할 때다.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낸다고 파격적으로 30대인 황신혜를 MC로 내세웠다. 첫 출연자로 ‘성공한 두 김혜자’인 가수 패티김(본명 김혜자)과 탤런트 김혜자를 모셨다. 나름대로 성인층도 겨냥한 아이디어였지만 결과는 완전한 실패였다. 시청률이 낮아 얼마 안 가 막을 내렸다. 이상만으로 방송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일선 연출자인 PD와 방송사 윗사람들 사이에 낀 CP는 서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후배들의 이상과 부딪치는 경우는 없었는가?

“오히려 일부 젊은 PD 중에 시청률만 의식해 그저 그런 프로를 기획하는 이가 있다. 시청률이 높으면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물론 후배들의 건의를 위에서 수용하지 못해 없어진 경우도 있다. MBC 예능국에 국악프로를 신설하자는 주장을 계속했던 후배 PD가 있다. 나도 전적으로 동감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가 만들고자 했던 ‘샘이 깊은 물’ 같은 국악 프로는 그냥 있으면 되는 프로다. 다행히 시청률이 높으면 좋고 또 그것을 위해 노력을 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는 일이다. 그러나 ‘샘이 깊은 물’은 얼마 안가 막을 내렸다. 그런 프로에서 왜 시청률을 따지는지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KBS나 교육방송이 상당히 부러울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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