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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반란 통해 정치개혁 싹 틔울것”

386 정치인들의 정치개혁 실험

  • 정리·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창조적 반란 통해 정치개혁 싹 틔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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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화:지난 91년 당시 야당의 모의원이 ‘신동아’에서 ‘이 당으론 정권교체 못 한다’고 했다가 92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고생한 적이 있어요. 분명 현재의 정치구조는 정당중심의 구조예요. 국회 중심의 정치가 돼야 한다고 누구나 얘기하지만 구조가 그래요. 그런 구조를 누가 어떻게 깰 거냐 이거죠. 지금 우리 국회엔 개혁적인 사람들이 꽤 많이 들어와 있어요. 정당에도 그래요. 개혁적인 정당인에 반(反)개혁적인 정당, 개혁적인 국회의원에 반개혁적 국회, 이렇게 구조와 개인 사이에 모순이 있어요.

김영춘:정치를 하는 목적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정치를 바꾸자고 들어온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속한 당, 자기가 충성을 바치고 있는 보스, 그게 대통령이건 총재건, 이런 것에 대한 충성심이냐,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가치에 대한 충성이냐, 개인적으론 그 딜레마 때문에 고민하다가 애초에 내가 왜 정치를 하려 했는지 차츰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자기를 상실해버리면서 정치인으로 변질돼버리는 것 같아요. 정치를 바꿔보려고 들어온 정치운동가가 아니라 정치인이 돼버리는 게 아닌가, 내용으로 볼 때는 다른 정치인과 별 차이가 없는 그런 정치인이 돼버리는 것 같아요. 아니면 돈키호테처럼 고함이나 한번 꽥 지르고 앞으로 돌진하다가 쫓겨나거나 망가지는 거예요.

문제는 정치운동을 통해서 사회를 바꾸겠다는 사람들끼리 세력화가 안된다는 거예요. 정치에 들어와서 처음에는 같이 좀 모이고 고민하다가 조직의 중심, 특히 보스가 빨아당기는 힘이 워낙 강하게 작용하면서 모조리 해체돼버리는 거죠. 해체되어 기존 중심으로 다 빨려들어가버림으로써 세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속으로는 쓰라린 고뇌를 하면서도 기존의 조직논리에 굴복하고 따라가 버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정치운동가로 규정하면서 이를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자세와 또 한편으론 세력화하는 게 필요한 거죠. 전 그게 당 안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내가 여기서 정치를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내 전부를 바쳐서, 내 영혼을 바쳐서 도전하겠다는 자세가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유시민:다음번에 공천 못 받더라도 말이에요? 송영길 의원에게 하나 묻고 싶어요. 특히 민주당에는 (386의) 선배들이 많잖아요. 4선급으로는 이해찬 박상천 의원이 88년에 들어왔고 3선만 해도 장영달 임채정 이상수 의원 등이 그런 멤버고 재선에도 신계륜 의원 등 좋은 분들이 많지만 당은 철저히 1인 지배 정당 아닌가요?

송영길:우리 민주당 같은 경우는 이제 대통령의 공천권 행사가 끝났기 때문에 앞으로 1인 지배는 아무래도 약화되지 않겠습니까? 한나라당 같은 경우는 이회창총재가 대세론을 앞세워 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개연성이 있다고 봅니다. 우리 당은 김대중 대통령이 또다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설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포스트 DJ를 바라보는 새로운 세력들이 나설 경우 훨씬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당내 여건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영춘: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각 분야에 영향력 있는 386세대

유시민:근데 이번에 들어온 (386)사람들과 당내에서 친정이 비슷한, 말하자면 한때 개혁을 표방하고 정치권에 들어왔던 선배의원들과는 논의가 있어요?

송영길:아직 논의는 안 해봤습니다. 이상현 민주노동당 대변인이 그러더군요. 소위 386들이 왜 진보의 세계로 가지 않고 딴 당에 붙어서 국회의원이 되려 하느냐고. 그러나 김영춘씨도 저하고 생각이 비슷하겠지만, 저희는 공천을 받기 위해 보스들 쫓아다니지 않았고 지역에 토대를 가지고, 그동안 고생한 데서 얻은 힘으로 공천받았다고 생각합니다(송영길 의원은 김영춘 의원과 함께 84년 각각 연세대와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 민주화운동을 함께 주도했던 사이다-편집자)

또 아버지가 날 낳아주셨다고 해서 우리가 다 아버지 말씀을 듣는 것은 아니잖아요. 국회의원이란 게 공천을 받았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고, 어느 한 사람 때문에 국회의원이 되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사람의 피와 땀과 애정과 스킨십을 모아서, 즉 민심을 모아서 된 겁니다. 그야말로 국민의 대표로서 자기 정체성(Identity)을 찾아야죠. 아까 13, 14, 15대 때도 평민연을 비롯해서 선배님들이 나름대로 한다고 나섰는데 왜 정치를 못 바꿨느냐고 하셨는데 지금은 과거와 여건이 다르다고 봐요.

유시민:무엇이 다릅니까?

송영길:우선 ‘더 이상 이런 정치를 눈뜨고는 못 봐주겠다’는, 인내의 한계랄까 임계점에 도달한 국민의 여론이 있고, 둘째는 우리 386이라는 30대가 상당히 세력화돼 있다는 거예요. 그냥 정치권에 있는 몇 명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 대단위로 끼어 있어요. 87년 6월항쟁 때 사회변혁 흐름에 대중적으로 참여해서 승리를 확인한 세력들이죠. 제가 있는 법조계만 해도 3분의 1은 돼갑니다. 판사나 검사들 사이에도 이게 쌓이고 있어요. 물론 조직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거대한 흐름으로 되고 있어요. 또 이 세대는 경제적 부(富)도 없는 게 아니에요. 벤처기업가군을 보면 오히려 구시대 기업가들을 능가하는 부를 축적한 사람도 있어요. 하나의 사회적 힘을 갖고 있는 세력이에요. 30대는 벌써 다른 세대보다 빨리 힘을 갖게 된 세력이 뒷받침돼 있는 세대예요. 원내 의원수는 비록 적지만, 이 386에 부여된 긍정적 시대정신과 시대적 과제를 과감히 담당해보겠다고 나선다면, 시니컬하게 보고 있던 사람들도 ‘아, 이게 진짜 되는 거다’라며 지원해줄 거예요.

유시민:지금 사실 운동권 출신이 아주 많아요. 최대 세력이에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대학생활 때 징역살고 같이 데모하러 다니고 밤새워 술먹고 눈물로 부대끼고 살았던 사람들이 (금)배지 달고 나면 바쁘고, 자기만 잘났어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와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일단 배지를 달면 옛날의 동지애라든가, 이념적 결속이라든가 이런 것은 찾을 수 없어요. 그냥 공천받을 때 자기를 영입했던 실세라인 또는 어려울 때 돈으로 도와준 사람, 그 다음에 상임위원회라도 하나 배정받고 당직이라도 하나 맡으려면 그걸 배정해주는 사람에게, 결국 정당 내부 권력시스템에 끌려다닌단 말이에요. 그렇게 1년 지나고 2년 지나면 발언도 슬슬 눈치보기 시작하고 사람 만나는 것도 달라져요. 가령 A라는 사람이 한쪽에 콱 찍혀 있으면 그 사람하고 술도 잘 안 먹으려 해요. 얼핏보면 이 사람들이 모여서 뭘 하면 잘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과거 우리가 민주화운동하던 때를 생각해보면 조직을 만든지 한 달 또는 세 달이 지나면 조직의 발전방향과 앞으로의 과업과제를 토론하고 전략전술을 만들었잖아요.

김영춘: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력화의 관점을 견지해야만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선배들이 뿔뿔이 개인으로 흩어져서 기존 조직의 구심력에 빨려들어갔던 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이라도 새로 들어온 초선들과 먼저 들어온 재선 3선 선배들, 그 위에까지도 ‘야, 이건 아닌데, 내가 왜 여기 와있나’ 고민하는 선배들을 다시 모아야 해요. 하나의 세력으로서,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저는 우리가 주류의 입장에 서면 절대로 안 된다고 봐요. 우리가 정치를 바꾸고 변화시키고 개혁하는 그 정신을 끊임없이 실천하기 위해서는 비주류의 관점에서 세력화해야 할 겁니다. 과거 (91년 민주당에서) 이해찬 의원이 당에 관해 언론에 대놓고 쓴소리한 것 때문에 공천을 못 받을 지경에 처하니까 노무현 의원이 ‘그럼 나도 탈당한다’고 나선 적이 있었죠. 이런 정도의 동지적 결속만 있다면, 우리가 주류로서 정치를 이끌어나가지는 못하더라도 정치를 바꾸고 개혁해내는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차적으로는 여기에 목표를 두어야 할 것 같아요. 욕심을 너무 많이 부리면 실패할 수 있다는 거죠.

송영길:그래서 저희도 지속적으로 던지는 메시지가 정책적 분파를 만들자는 거예요. 당도 그걸 인정해야 해요. 지금까지는 분파라는 게 한계가 있었어요. 국민정치연구회는 김근태, ‘젊은 한국’ 하면 김민석, 이런 식으로 어느 한 개인의 입지를 위한, 또는 그 밑에 또 하나의 유사한 모조품 비슷하게 되어버리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단 말이죠. 중요한 것은 횡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정책적 분파를 만드는 거예요. 우리 386이 만들고 선배그룹들도 만들고 같이 목소리를 내고 공동연구하고 그러자는….

“정치운동가의 입장에 서야”

정대화:그러나 의원이 돼서 1년 정도 해보면 기존의 사회적 관계나 인간관계와는 다른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될 겁니다. 또 관료조직을 느끼게 되고요. 저도 그런 친구들과 얘기해보면 그런 느낌이 들어요. ‘야, 정대화, 네 말이 다 맞아, 나도 옛날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더 큰 문제가 있어’ 이렇게 되는 거예요. ‘나 옛날에 운동권 때는 요런 걸 가지고 목숨을 걸었는데 지금은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를 내가 다루고 있어. 그런 걸 갖고 얘기하면 못써. 나도 옛날엔 그랬어’ 이러는 거예요.

교제범위가 넓어지다 보면 세계가 넓어지는 거예요. 우리 사회의 힘을 가진 제도권(establishment)과 만나게 되는 거예요. 국회의원은 굉장한 권력자거든요. 게다가 본인의 생각이 변할 수 있어요. 과거의 생각을 버리는 것은 아니에요. 말하자면 ‘아, 내가 참 좁았구나’고 자각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본인의 시각이 적어도 운동권 시각보다는 훨씬 넓어지고 희석돼요.

우선 개혁적 인사가 당선됐을 때 어떤 힘을 갖고 당선됐느냐를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어요. 말하자면 내 권력의 원천은 뭐냐, 첫째는 공천이에요. 공천을 받았으니까 당선된 거예요. 둘째는 일정한 정당대결구도, 특히 지역대결구도에서 당선됐어요. 이 두 가지 구조가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거라는 걸 알게 돼요. 또 국회에서 초선으로서 4년 동안 일하다 보면 수많은 결정에 부딪히는데 이 수많은 결정 하나하나가 개인적으로는 풀어나갈 수 없는 거예요. 상임위 배정도 그렇고 당직을 맡는 것도 그리 쉽지 않아요. 하나하나에 대해 의원끼리 상호관계를 하게 되고 상의하게 되고 부딪히게 되는데 이때마다 만나 얘기할 사람이 생겨요. 그게 누구냐, 과두적 힘을 형성하고 있는 당의 고위관료란 말이에요. 한 1년쯤 지나고 나면 다음 선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내가 공천받을 수 있느냐, 당선될 수 있느냐, 이런 게 목전의 최대 과제가 되죠. 그러다 보면 본인의 생각을 사실상 바꾸지 않을 수 없어요. 이런 구조에서는 말이에요.

그러면 자기의 생각을 유지하면서 국회의원을 할 방법은 없느냐? 있어요. 하나는 운동권 마인드를 견지하는 거예요.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운동가, 또는 개혁가의 입장에 서는 거예요. 나는 이 방식으로 정치하겠다, 공천을 못 받으면 지역구민에 호소해서 지역구민의 지지를 받겠다, 그래도 안되면 이번으로 끝내겠다, 이런 생각이 있으면 돼요. 그런데 이게 웬만한 결심이 아니면 유지하기 어려워요. 개인적으론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이럴 때는 집단적으로 나가면 돼요. 예를 들어 민주당 내에서는 개혁적인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탈당하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힘이 있거든요. 그런데 실은 못해요.

유시민:왜 못하냐 하면, 3김 시대엔 그게 불가능해요. 3김 시대엔 10명 20명이 나가도 조만간 다 아웃이에요. 공천은 지역대결구도나 돈과 관련돼 있는데 이게 모두 당총재와 관련있는 문제들이에요. 실제 누군들 굴욕적 처우를 받으면서, 동원대상으로 전락하면서 그렇게 정치를 하려고 하겠어요? 그런데 실제 (당을) 뛰쳐나가면 다 끝나버리는 거잖아요. 이미 우리가 다 경험한 예로 박계동씨나 ‘꼬마민주당’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전 여기서 송영길 김영춘 두 의원에게 정말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아까 얘기한 ‘투명한 절차, 공정한 경쟁’ 이런 것 당 안에서 돼야 하고 국회에서도 돼야죠. 그런데 이런 것은 절차의 문제예요. 또는 환경적 문제랄까. 근데 문제는 노선이에요. 나는 386에게 뭔가 있다는 걸 인정해요. 진보적이고 개혁적이고 합리적 마인드도 있고 경험도 소명의식도 있다고 봐요. 그런데 지금 386들이 지금 양당에 나눠져 있어요. 이 386들이 추구하는 것 중에 정당개혁 정치개혁과 관련해서 ‘투명한 절차, 공정한 경쟁’ 이런 것은 어디서나 할 수 있어요. 각 당 안에서 다 할 수 있어요. 386들이 각 당 안에서 각자 열심히 해서 두 당을 전부 투명하고 공정한 당으로 만들었다 칩시다. 그 다음은 뭐냐는 거예요.

옛날에 재야민주화 세력은 주로 ‘DJ당’과 같이했어요. 다른 당과는 같이할 수가 없었어요. 지금은 이게 세력으로 양(당)쪽으로 나뉘어 있는데 크로스 보팅 얘기가 나오잖아요. 그럼 ‘너희들, 당 선택은 뭐냐, 너희가 소속된 당은 아무것도 아니냐’ 이런 말이 나올 수 있어요. 이들이 각 당에 흩어져 있다는 것을 지금 사람들이 용인하는 이유는 노선문제를 따지기 전에 정치구조를 민주화하고 투명화하는 것이 선결과제이기 때문이라고 칩시다. 그런 과제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난 다음엔 하나의 정치적 목표 아래 결속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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