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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여론조사

잠들지 않는 변수 영남후보론

한나라당 대의원들의 차기대권후보 예상

  • 박성원 swpark@donga.com

잠들지 않는 변수 영남후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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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와 관련한 질문에서 한나라당 대의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인물은 이인제(李仁濟) 의원이었다. 이의원은 차기 여당후보에 대한 예상을 묻는 질문에서 29.4%를 얻었다. 아직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당정에 대한 장악력이 확고한 상태에서 차기경쟁이 본격화되지 않은 점을 반영하듯 절대적 수치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민주당 주자로 거명된 다른 인사들에 비하면 이의원의 수치는 거의 압도적이랄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지역적으로 이인제 후보를 예상하는 응답비율은 호남권(44.3%) 영남권(31.7%)에서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였다.

이의원 이외에 거명된 인물로는 고건(高建·1.3%) 한화갑(韓和甲·0.9%) 정대철(鄭大哲·0.6%) 권노갑(權魯甲·0.4%) 김민석(金民錫·0.3%) 등이 고작이었다. 한나라당 사람들이 바라보는 ‘적진’의 동향으로는 이인제의원 외에 민주당에서는 내세울 별다른 인물이 없을 것이라는 ‘민주당판 대안부재론’이라고나 할까?

이의원이 비교적 높은 응답비율을 얻은 것은 지난 총선에서 선대위원장으로 맹활약, 차기 레이스에서 상대적으로 선두에 나가 있는 데다 총선을 전후해 김대중 대통령과 동교동계 내부에서 기울이고 있는 적잖은 관심과 배려 등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 총선에서 특히 영남지역 등에서 나타난 강한 반(反)이인제 기류에서 보듯 이의원에 대한 한나라당 사람들의 깊은 거부정서에도 불구하고 이의원은 차기 대선에서 한판 승부를 겨뤄야 할 적장(敵將)으로 한나라당 대의원들에게 각인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은 누가 되겠느냐는 질문에서 한나라당 대의원들은 이회창총재를 예상하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75%로 나타나 정권창출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인제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는 응답은 0.5%에 그쳤다. 희망사항이 일부 반영됐을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전체적인 차기 대선경쟁에서 민주당 후보에 대한 전망이 유동적인 상태에서 이회창총재가 독주하고 있는 양상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역적으로는 호남권에서 이회창을 차기 대통령으로 예상하는 응답이 62.4%로 전체 평균보다 낮은 특징을 보여 같은 한나라당 대의원이라도 호남 대의원의 정치적 기류가 약간 다름을 엿볼 수 있다.

다음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강력한 영남후보’를 내세워야 이긴다는 이른바 ‘영남후보론’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60.9%로 나타났다. 그러나 ‘동의한다’는 응답비율도 3명중 1명 꼴인 32.4%로 나타나 ‘이회창대세론’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아직 영남후보에 대한 미련이 무시못할 정도로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강한 결속력을 보였던 한나라당의 기반지역인 영남권에서는 영남후보론에 동의를 표시한 응답이 44.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미묘한 지역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영남후보론’에 32.4% 동의

따라서 이총재에게 영남권은 최대의 지원세력이면서도 ‘싹이 보이는 영남주자’가 부상할 경우 등을 돌릴 잠재성이 상대적으로 가장 큰 지역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강삼재 강재섭 박근혜 의원 등이 총재 또는 부총재 경선에 나선 것도 이와 같은 ‘영남후보론’을 감안, 차기 또는 차차기 주자로서 입지를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또한 영남에 기반을 둔 이들 ‘잠재적 도전자’들에 대해 이총재측이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한 이총재와 이들 영남주자들 사이에는 일정한 긴장관계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다.

여당에서 영남후보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현재 압도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성향을 보이고 있는 영남표가 동의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74.2%에 달했다. 다소 또는 많이 흔들릴 것이라는 응답은 17.4%에 불과했다. 특히 영남권에서는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78.8%로 평균보다 높게 나타난 반면 호남권에서는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62.2%로 평균보다 낮게 나왔다. 같은 한나라당 대의원들 사이에서도 영남표의 한나라당 귀착성향에 대한 확신은 영남쪽이 더 강함을 알 수 있다. 서울과 경기·인천에서는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각각 74.6%, 77.11%로 전체 평균과 엇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김대중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관한 평가와 관련, 김대통령이 잘하고 있는 분야로는 남북관계(47.3%)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남북정상회담 성사 등 햇볕정책을 기조로 한 김대통령의 대북정책이 한나라당에서도 상대적으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다음이 IMF위기 극복과 관련지을 수 있는 ‘경제위기 극복’(22.1%)이 꼽혔으며 이어 재벌개혁(11.4%) 정치개혁(6.9%) 노사관계(3.5%) 등이 꼽혔다. 반면 잘한 정책으로 ‘지역감정해소‘를 꼽은 응답비율은 3.4%, ‘교육개혁’을 꼽은 이는 3.2%, ‘인사정책’을 꼽은 이는 2.2%에 불과했다.

김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는 분야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에서 ‘지역감정해소’를 꼽은 비율(30.1%)이 가장 높았으며 다음이 인사정책(18.0%) 교육개혁(13.6%) 정치개혁(10.3%)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잘못한 분야로 남북관계를 꼽은 이는 9.3%에 불과했으며 경제위기극복(8.3%) 재벌개혁(6.0%) 노사관계(4.4%)를 꼽은 비율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DJ에 가장 큰 불만은 인사 및 지역감정문제

이처럼 김대통령은 ‘지역감정해소’ 또는 이와 밀접한 연관관계에 있는 ‘인사정책’과 관련, 한나라당 사람들의 가장 큰 불만을 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양자가 모두 ‘지역적 편중인사’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한나라당 사람들은 무려 48.1%(30.1+18.0)가 지역적 편중인사를 김대통령의 최대 ‘실정(失政)’으로 꼽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역별로 볼 때 잘못하는 분야로 ‘인사정책’을 꼽은 비율은 역시 영남권이 가장 높은(21.0%) 것으로 나타나 같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영남권에서 DJ의 인사정책에 대한 피해의식이 가장 큰 것을 알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김대중 정부에 대해 취해야 할 태도에 관해서는 대의원의 절대다수인 81.9%가 ‘사안별로 협조와 견제를 병행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응답은 10.5%, ‘적극적으로 비판·견제해야 한다’는 답변은 3.1%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 대의원들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응답(13.3%)이 여성대의원들(7.8%)보다 많았고 지역별로는 호남(15.7%) 충청(13.8%)권 대의원들 사이에서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응답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여야를 통틀어 국회의장감으로 가장 적합한 국회의원을 거명해달라는 질문에는 당내 최다선의원으로 의장직에 도전하고 있는 박관용(朴寬用)의원이 5.9%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 질문은 부총재후보 때와 마찬가지로 예시를 주지 않고 응답자가 떠올리는 인물을 한 사람만 답변하는 개방형을 썼다. 다음으로는 이회창총재를 최고의 국회의장감으로 꼽은 이가 3.9%였고, ‘50대 국회의장론’을 내세워 의욕적으로 대시하고 있는 5선의 서청원(徐淸源)의원은 2.6%를 얻어 3위에 랭크됐다.

의장감으로는 이밖에 김덕룡의원(金德龍·2.3%)과 이한동(李漢東) 자민련총재(1.6%), 국민회의 소속인 조순형의원(趙舜衡·1.6%), 총재경선에 도전한 강삼재의원(姜三載·1.0%) 등이 거명됐다.

신동아 200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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