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호

재계판도 바꿀 재벌2세들의 벤처사냥

  • 김기영 싸이버저널 기자

    입력2006-10-10 13: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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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대한 재력을 무기로 한 재벌들의 '벤처사냥'이 시작됐다. 삼성현대 롯데 코오롱 등 재벌기업의 인터넷 비즈니스를 선도하는 이들은 바로 재벌 2. 3세들이다.》
    인터넷비즈니스는이제 더 이상 벤처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기업들도 속속 인터넷 비즈니스에 뛰어들고있다.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상거래가 기업간 거래의 기본 방식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런데 대기업들의 인터넷 세상 진입과정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 중 두드러진 점은 해당 재벌의 차세대 후계자들이 유독 인터넷 비즈니스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 다는 점.이들 중 일부는 직접 인터넷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전문가 이상의 식견으로 이 사업을 이끌고 있다. SK주식회사의 최태원 회장이 그러고 제일제당의 이재현 부회장 이 그렇다.삼성 현대 코오롱 롯데 등 재벌마다 2, 3세들의 진출이 눈부시다.

    과연 그들은 인터넷 세상에서 자신들의 사업영토를 얼마나 확보했을까. 2000년도 중반을 가로지르는 시점에 재벌 2, 3세들의 인터넷 세상을 향한 꿈을 점검해 보았다.

    ‘역시 삼성‘이었다. 삼성그룹이 인터넷 사업에 발을 들여놓은 과정을 보노라면 왜 삼성이 재계 리더 그룹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 삼성이 자동차산업에 진출한 뒤 첫 승용차를 공개하면서 슬로건으로 사용했던 표현이다. 비록 자동차 사업은 실패로 끝났지만 인터넷사업으 로 발을 들이밀면서도 삼성은 예의 ‘삼성 브랜드 앞세우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최근 오픈한 삼성물산의 B2C의 경매 사이트 삼성옥션닷컴(samsungauction.com)이나 삼성증권의 삼성에 프엔닷컴(samsungfn.com)등이 그 대표적 예,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도메인의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에 서는 다른 재벌에서는 읽을 수 없는 자신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발빠른 벤처기업들도 삼성의 이런 공세에는 주춤하는 듯하다. 벤처기업의 한 CEO는 ”최근 삼성의 공 격적 인터넷사업 진출을 보노라면 지금은 벤처가 주도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 시장 역시 삼성 등 재벌들의 자본에 완전히 잠식당할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삼성이 보여주는 바로 이런 인터넷 비즈니스의 배후에 이재용씨가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삼성그룹 차원에서 인터넷 비즈니스로 사업 확장을 재가하고 결정하는 사람은 이건희 회 장이다.1998년 이회장은 그룹 임원들을 모두 모은 자리에서 인터넷 기업으로의 변신이 21세기 삼성이 추구할 기업목표라고 제시했다.

    이회장이 2000년대 삼성의 주력사업이 인터넷 사업이라고 천명한 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인터넷 사업 전담팀을 구성해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임원들이 인터넷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를 방문하는 것 은 물론, 계열사별로 인터넷 사업 전담팀을 만들어 인터넷 기반을 착실히 다져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의 인터넷 세상 공략을 이회장 개인의 아이디어나 구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누군가 젊은 리더가 있어 삼성의 새 바람을 이글어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주인공으로 이회장의 아들 재용씨를 꼽고 있다.

    삼성은 최근한 달 새 수십 건에 달하는 인터넷 비즈니스 전략을 발표, 실행햇다. 쇼핑몰, 웹 포털 등 B2B 시장에서 직접 장사에 나서는 한편, 유망 벤처 기업과 벤처 동아리에 자금을 투자하는 ‘간접 장 사‘, 즉 키워서 잡아먹는 장사도 빼놓지 않으며 지주회사로도 자리잡고 있다.

    이재용과 새롬

    삼성SDS는 3월 들어 유니텔을 분사시키며 벤처사업부, e-서비스 사업부,커뮤니티사업부 등을 신설, 주력사업으로 삼고 그간 국내 최고라 평가받아온 SI사업 비중을 차차 줄여나간다는 경영혁신안을 발표했 다. 또 높은 이직률을 기록해온 삼성항공은 삼성테크원으로 상호를 바꾸며 디지털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삼성물산은 국내 최대의 B2B업체로 자리잡았고 전자 생명 등의 계열사도 인터넷 분야에서는 업계의 강자로 나선 지 오래. 나아가 최근에는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직접 벤처투자에도 나서는 등 인터넷 업계와 접촉면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바로 이런 작업 모두가 2~3년 전부터 인터넷 세상으로 진출하려고 준비해온 삼성의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 한 것들이다.

    그러면삼성의 인터넷 비즈니스에 서재용씨의 역할은 어느 정도일까. 항간의 소문처럼 삼성의 인터넷비즈니스 배후 인물이 과연 재용씨일까. 삼성그룹은 일단 이에 대해 부정적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룹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재용씨가 무얼 하는지 삼성 내부에서는 아는 사람이 없는데, 이는 그만큼 재용씨가그룹과는 무관하게 지낸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재용씨의 행적을 살펴보면 그가 삼성의 정책결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와 상관없이 인터넷비즈니스 자체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1998년 재용씨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 진 학했다. 당시 일본 유학을 마친 재용씨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선택했다고 한다. 어차피 기업경영을 맡을 바에야 정치보다는 경제 분야에서 실력을 쌓자는 판단에서였다는 것.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그의 연구 과제가 바로 ‘인터넷 비즈니스‘분야다. 이를 위해 재용시는 미국에 있을 때는 실리콘 밸리 등 IT 관련 벤처기업들이 모여 있는 지역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그곳 벤처기업가 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재용씨의 인터넷 세상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서도 이어졌다. 유학 도중 잠시 귀국했을 때 만난 사람들도 주로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가들이었다. 지난해 11월 할머니의 병 환때문에 학기 중간에 일시 귀국한 재용씨는 새롬기술의 오상수 사 장을 비롯한 벤처기업가들과 잇다라 접촉햇다.

    재용씨는 지난해말 삼성SDS에서 유니텔이 분사하는 과정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지난 1월에는 삼성전자등을 통해 다이얼패드 사업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새롬기술과의 전략적 제휴에 관 여하는등 인터넷벤처기업을 향한 투자를 선도하고 있다는 게 삼성그룹 주변의 정설이다.

    재계의 한 소식통은 ”현 정권의 재벌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은 탓에 재용씨가 주인이 되는 삼성시대를 열기 위해 삼성은 인터넷을 주테마로 정한 것 같고 내부적으로 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의 벤처인맥

    이런 조심스러운 진단과는 반대로 업계 한편에서는 재용씨가 이미 경영자로서 인터넷 세상에 깊이 발을 들여놓았다는 얘기도 떠돌고 있다. 그 대표적사례가 삼성의 비상장 계열사인 서울통신기술의 실제주인이 재용씨라는 사실이다.

    서울통신기술은 1993년 설립된 교 환기 시공과 전송ㆍ선로ㆍ전기공사 및 엔지니어링 등 통신설비 용역사업을 하는 업체.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아파트 홈오토메이션 설비도 주된 사업영역이다.

    설립 당시 자본금은 5000만원.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비약적으로 성장해 1999년 12월말 현재 자본금은 55억원에 이른다.지난해 매출액은 1722억여원으로 매출액이 기본적으로 조 단위를 넘나드는 삼 성의 다른 계열사와는 비교도 안되는작은 회사다.직원도 700여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바로 재용씨라는점이 관심을 모은다. 1998년12월 현재(1999년 이후 지 분 현황은 공시하지 않음)재용씨는 30만4000주를 보유, 이 회사 주식의 50.67%를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전자가33.33%로2대 주주였다.

    21세기 인터넷 비즈니스의 최종 종착점이 인터넷방송, 즉 인터넷과 TV의 결합이라고 할 때 전송 선로사업은 알짜 중에 알짜 비즈니스라 할수 있다.삼성그룹에서 이 사 업을 총괄하는 서울통신기술을 재용씨가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 가 재용씨의 이후 행보를 예측하게 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해 서울 통신기술의 거래내용. 서울통신기술은 삼성전자로부터 사업을 수주해 1023억원의 매출을 올렷다. 삼성물산의 아파트에도 홈오토메이션 설비권을 따내 15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기타 삼성 SDS 등 다른 삼성 계열사로부터도 매출을 올려 특수 관계인으로부터 총 125억여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인 재용시는 삼성과의 거래에서 얻은 수익으로 이익 배당을 받았을 개연성이 높다는 점에 서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재용씨외에도 삼성가 2세들의 관심사는 한결같이 인터넷 비즈니스였다. 고 이 병철 선대회장의 맏손주인 이재현 제일제당 부회장은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업체인 드림라인 회장에 취임, 이 사업을 진두지 휘하고 있다.얼마 전 경영권 분쟁에 휘말렷던 인터넷 기업인 골드뱅크도 이재현 회장의 친누이인 이미경씨가 사실상 대주주인 까닭에 분쟁의 배후인물로 미경씨가 거론되기도 했다.미경씨는 CJ엔터테 인먼트 이사로도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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