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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하진 한글과컴퓨터 사장

“중국어워드프로세서 文杰로 중국진출 감잡았다”

  • 안기석 daum@donga.com

“중국어워드프로세서 文杰로 중국진출 감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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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진 사장은 영업의 귀재니까 더 이상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도 있는데 한글은 계속 개발할 겁니까.

“그렇죠. 조직적으로 보면 9개의 유니트 중 핵심역량을 새로운 시대에 어떻게 접목시키느냐가 중요한 것인데 우리의 핵심기술인 글을 무시할 수 없죠. 넷피스도 글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한컴리눅스도 마찬가지죠. 우리가 글을 개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큰돈 들여 아파트까지 빌려서 퇴근 못하는 직원들을 잠잘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한 손에 잡을 수 있는 소형 컴퓨터(PDA)가 앞으로 일반화될 텐데 여기에 쓰일 한글도 개발할 계획입니까.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몇군데에 용역을 줘서 개발하고 있어요. 아주 다양한 버전을 만들어낼 겁니다.”

―결국 수익은 인터넷 사업을 통해 얻겠다는 것인데….



“그동안 인터넷 사업을 하지 않고 글 개발팀만 쳐다보고 있었으면 벌써 망하고 말았죠. 글 개발하지 않고 인터넷에만 신경쓰느냐고 따지는 사람에게 우리 회사 책임질거냐고 따지고 싶어요.”

무척 부드럽게 이야기하던 전사장도 이 대목에서는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글 개발 실무 책임자인 양왕성씨도 “수익은 인터넷사업을 통해서 얻는 것이 글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마음이 휠씬 편하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개발산업은 수익 모델로서 부적절하다는 말인가. 소프트웨어 산업 일반에 대한 문제로 화제를 바꿔보기로 했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 미국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고 비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단지 PC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만 있는 것이 아니고 각종 하드웨어를 작동하는 것이 모두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산업 전망은 밝고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분야입니다.”

―소프트웨어라면 세계적으로 뻗어나가야 할 터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불리한 조건이 너무 많지 않습니까.

“소프트웨어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일단 소프트웨어를 접한 기간이 너무 짧습니다. 두 번째는 소프트웨어를 그 자체로만 봤지 시장과의 연관성을 보지 않았다는 겁니다. 인도의 소프트웨어산업은 미국과의 연관성을 고려해서 성장한 겁니다. 작은 것부터 맡아 점차 기술수준을 높여나간 겁니다. 즉 해외시장의 필요성과 접목돼 커나간 과정입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외부의 필요에 의해서보다는 자생적으로 성장한 경우가 많죠. 즉 소프트웨어 개발보다는 관리 기술이 떨어진다고 봐요. 가령 시장에서 결함이 있더라도 단순한 기능의 소프트웨어를 원하는지 결함이 전혀 없는 완벽한 소프트웨어를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중국어 버전은 금상첨화”

―한컴리눅스에서 만든 중국어 워드프로세서인 ‘문걸(文杰)’이 중국대륙에 본격적인 진출을 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특별한 공을 들였습니까.

“중국과학기술원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만나보니 리눅스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그런데 중국에서는 리눅스 응용프로그램이 없어요. 우리는 이미 리눅스 글을 개발했기 때문에 이것으로 중국어 버전을 만들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한컴리눅스를 설립했고 작년 12월부터 중국과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컴 리눅스의 박상현 사장은 날밤을 새워가며 두달만에 문걸을 내놓았어요.”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볶듯이’ 문걸을 내놓았는데 두달만에 가능한 작업입니까.

“물론 쉽지 않죠. 컴덱스쇼에 내놓기 위해 서둔 겁니다. 타이밍을 놓치면 안되니까요. 다른 소프트웨어개발업체보다는 6개월이나 1년을 앞서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글은 운용프로그램(OS)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엔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리눅스 버전으로 변환하기가 비교적 쉬워요. 그러나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들은 윈도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리눅스버전을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리눅스 한글을 만들어봤기 때문에 두달만에 중국어 버전을 만들 수 있었어요.”

―중국측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금상첨화라고 하더군요. 중국에는 그만한 리눅스 워드프로세서가 없습니다. 지난주에 신제품을 발주했는데 중국소프트웨어 산업 관계자들이 방문했고 중국 국영텔레비전방송(CCTV)이 와서 촬영을 했어요. 처음에는 단순하게 신제품들을 촬영하는 줄 알았는데 인터뷰까지 요청했어요. 그리고 인터뷰 직후 바로 ‘연상(燕想)’이라는 중국 컴퓨터회사가 문걸을 수입하기로 했어요. 연상은 연간 120만대의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중국 최대의 컴퓨터제조업체인데 해피(HAPPY)라는 리눅스 계열 운영체계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응용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다가 우리가 만든 문걸을 보고 전격적으로 사인을 한 겁니다.”

―문걸의 수출로 어느 정도 수익을 올리게 됐습니까.

“돈은 별로 안돼요. 그러나 중국 사용자들이 우리 소프트웨어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죠.”

―중국 시장에 대해 어떤 전망을 갖고 있습니까.

“중국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큰 시장이기 때문에 선점효과를 얻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앞으로 문걸을 더욱 중국 현지상황에 맞는 워드프로세서로 만들어나갈 겁니다.”

전사장은 중국시장의 소비자를 로우엔드와 하이엔드로 구분한 뒤 하이엔드에 접근하는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중국에 들어간 기업들은 값싼 제품을 사는 로우엔드를 노리는 기업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소프트웨어는 로우에서 하이까지 다 포괄하는 것이지만 하이엔드에 포커스를 맞출 수 있어요. 이제는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이 하이엔드에 포커스를 맞춰야 성공합니다. 중국에는 하이엔드에 맞는 경제인구가 우리나라보다 많다는 것 아닙니까. 우리 한컴의 파트너인 광명그룹은 우리나라보다 세 배나 더 비싼 가구를 팔아요.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 정도 되는데 이것으로 성공한 기업입니다.”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가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노리고 있을 텐데 이들보다 우리가 유리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중국은 우리나라를 형제처럼 생각하지만 일본이나 미국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죠. 물론 우리 기업의 진출에 대해서도 경계는 하겠지만 상대적으로 덜 하다는 거죠.”

―한컴은 중국 시장에 대해 어떤 전략을 갖고 있습니까.

“중국이 각급학교에 리눅스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는데 그러면 리눅스에 맞는 응용소프트웨어가 더 많이 필요하겠죠. 그래서 한컴리눅스는 중국 현지 법인화해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생각입니다.”

100억원 들여 만든 예카 모델

한컴이 현재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바로 예카라는 비즈니스모델. 미국 실리콘밸리에 의뢰해 만든 한컴의 독자적인 모델로 인터넷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예카모델은 100억원을 들여 개발한 것으로 아는데 얼마나 걸렸습니까.

“1년 걸렸습니다.”

―예카 비즈니스모델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인터넷기업의 핵심 역량은 고객에 대한 정확한 정보파악 능력이 있느냐는 겁니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축적할 수 있느냐는 거죠. 일반 미디어의 경우도 대체로 시청자나 독자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새로운 내용물을 채우지만 그래도 일방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인터넷 기업은 온라인상에서 고객들과 직접적인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인터넷기업의 최대 장점이죠.”

―예카는 고객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습니까.

“네띠앙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가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현재 회원수가 220만명인데 모두 실명입니다. 가입신청을 하면 주민등록번호를 조회해서 실명을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회원들의 반응도 다른 사이트에 비해 아주 적극적입니다. 가령 네띠앙에는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있는데 재즈동호회 회원들은 어떤 성향인지 파악하기가 쉽죠. 네띠앙에는 라면동호회로부터 골프동호회에 이르기까지 회원수가 1만명이 넘는 동호회가3000개 정도 있습니다. 어느 동호회에 가입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보면 고객들의 요구를 알 수 있죠. 그렇게 직업, 학력, 나이, 취미, 행태 등을 파악해 여러 가지 유형을 만들고 그 유형에 적합한 구매정보를 전자우편으로 각자에게 알려주는 게 예카의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자기의 욕구를 가장 잘 알아주는 모델이죠. 제품이든 콘텐츠건 타게팅 마켓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고객이 상점을 찾아 다니는 것이 아니라 상점이 고객을 찾아가는 거죠. 사이버상의 방문판매라고 할 수 있죠. 차이점이라면 일반적인 방문판매는 고객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초인종을 누르지만 예카는 고객이 누구인지 무슨 욕구를 갖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초인종을 누른다는 겁니다.”

―포털사이트나 허브사이트도 이런 비즈니스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방문자수가 많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 방문자가 어떤 유형인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퍼스널라이즈(personalize)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포털사이트나 허브사이트는 고객들의 취향과는 관계없이 무조건 똑같은 하나의 관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강제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예카는 구태어 예카 사이트에 들어오지 않고도 각자 좋아하는 사이트에 들어가 모든 사이트를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예카는 당장 빛이 나지 않지만 고객들에 대한 정보가 쌓이면 쌓일수록 빛이 나게 돼 있습니다.”

예카모델 중국에 수출

―전사장은 예카에 큰 승부를 거는 겁니까.

“그렇게 볼 수 있죠. 예카는 인터넷 마켓의 인프라입니다. 지금 쇼핑몰이나 언론사이트는 온라인화돼 있지만 오프라인 형태입니다. 즉 고객들이 인터넷 사이트의 내용물을 찾아가는 형태입니다. 그러나 예카모델은 고객들의 특성을 파악해 찾아가는 겁니다. 고객들이 점포들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은 가만히 있고 점포들이 자기 고객을 찾아나서는 것이죠.”

―예카에 참여 의사를 밝힌 업체는 어느 정도 됩니까.

“참여의사를 밝힌 회사는 150개 정도 되고 이중 117개사가 사인을 했습니다. 일단 20개 업체를 선정해 6월경에 예카에 올릴 생각입니다.”

―예카 비즈니스 모델을 수출할 수도 있죠.

“이 모델이 성공하면 얼마든지 가능하죠. 인터넷 생태계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나라에서는 이 모델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일국 내의 커뮤니티가 가능한 나라들입니다. 아마존이나 야후 모델은 일국보다는 글로벌한 모델이죠. 올해안에 예카에 매출이 생기더라도 초기투자비용 때문에 적자이겠지만 큰 그림이 그려질 겁니다. 그러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로 갖고 나갈 계획입니다. 일종의 국가적 사업이 될 수 있는 엄청난 프로젝트입니다.”

이 말은 4월 중순 첫 인터뷰때 전사장이 한 말인데 그후 중국 북경에 예카 모델을 수출했다. 불과 한달도 안되어 전사장의 전망이 이뤄진 것이다.

“광명그룹과 손잡고 예카시스템을 수출합니다. 북경의 테헤란밸리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예카스테이션을 만들 계획입니다. 컴퓨터 100여대 규모의 PC방인 셈이죠. 영업허가가 나왔어요. 북경과 상해에 직영점을 시작하는데 앞으로 예카스테이션을 프랜차이즈할 생각입니다. 엄청나게 늘어나겠죠.”

―일본 진출은 어떻습니까.

“조용하게 타진하고 있습니다. 노무라증권에서 우리 회사에 대해 알고 싶다며 얼마전에 관계자를 보내왔어요. 그래서 9개의 유니트를 보여주면서 우리는 1년6개월만에 비즈니스모델로서 인터넷 생태계를 만들어나간다고 하니까 놀라더군요. 자기들은 한국의 인터넷 비즈니스모델에 대해 회의적이었다는 겁니다.”

―결국 예카라는 것은 한컴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까.

“그렇죠. 이(e)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상에 충분한 고객이 있어야 하고, 그 고객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이들에게 제품이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오프라인 기업들은 앞의 두가지를 갖추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역할 분담을 하자는 겁니다. 네띠앙의 회원들은 고객들이고 예카는 이들과 제품이나 콘텐츠를 갖춘 회원사들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한컴은 국민이 살린, 국민들이 소액주주인 회사입니다. 그래서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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