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호

톱탤런트 마담뚜 재벌2세, 그 ‘부절적한 관계’

  • 백미정기자 < 일요신문 연예팀 기자 >

    입력2006-10-10 14: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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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부 연예인들의 매매춘행위에 대한 끝없는 소문. 그 소문의 중심에는 내로라는 유명 여자 탤런트들과 정·관계 실력자, 재벌 및 재벌 2세들의 이름이 자리잡고 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가. 놀랍고도 믿기지 않는 ‘연예계 매매춘’의 실태를 정밀 추적했다.》
    지난 5월8일 오전 11시경, 기자는 여의도의 한 음식점으로 가기 위해 택시에 올라탔다. 12시에 시작하는 연예인노동조합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택시 안에서 기자회견과 관련, 타 신문사 기자와 통화를 했다. 통화가 끝나자 택시 운전사는 “거 연예인 매매춘 다 알고 있는 일 아닙니까. 새삼스러운 것도 아닌데… 20년 전 우리도 한때 잘 나갈 때 술집에 가보면 유명한 연예인들이랑 함께 술 마시고 2차도 가고 그랬습니다”라고 말했다.

    연예인 매매춘이 별일 아니라는 듯 그렇게 한마디 내뱉은 운전사는 20년 전 언제 어떤 술집에서 어떤 연예인들과 함께 술을 마셨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때 요정에서도 먹었고 70년대 후반 룸살롱이 거의 처음 생겼을 때 룸살롱에서도 마셨다”고 말했다. 그 택시 운전사에 따르면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들이 요정, 룸살롱 등에 호스티스로 나왔다는 것이다.

    그 운전사는 “OOO도 있었고 또 △△△도 있었다”며 4∼5명의 연예인을 거론했다. 그중 두 사람은 꽤 유명하던 연예인이고 그중 한 명은 지금도 활동을 하는 연예인이었다. 연예인과 2차를 갈 경우 돈은 얼마나 줬느냐는 질문에는 “보통 호스티스보다는 팁도 그렇고 2차 가격도 비싸지 않았겠느냐. 주로 접대를 받았기 때문에 돈은 잘 모르겠다. 로비 때문에 그런 곳에 가고 또 호기심에 연예인을 부르고 그랬다. 지금 와서 보면 아무 것도 아닌데…. 연예인이라고 특별한 것 있냐. 다 돈 벌려고, 그런 일 안 하는 연예인이 어디 있냐”고 말했다.

    그 말을 100퍼센트 사실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일 안 하는 연예인이 어디 있냐”고 말한 것처럼 대부분의 연예인이 매춘행위를 하는 것으로 ‘믿고’ 있는 정서였다. 비단 그 택시 운전사만 그럴까. 모 시사주간지는 최근 자사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방문한 네티즌을 상대로 ‘연예인 매춘’에 대한 생각을 묻는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설문조사에 응한 응답자의 80%가 “연예인 매매춘은 일반화돼 있다”고 대답했다.

    5월2일 SBS ‘뉴스 추적’팀이 보도한 ‘연예계 브로커의 은밀한 거래’ 편이 삽시간에 화제를 몰고온 것도 일반 국민들의 이런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고 정말 모든 연예인이 매매춘에 노출돼 있는 것일까. 연예인노동조합의 이경호 위원장은 “일반 사람들은 아직도 연예인을 폄하는 인식을 갖고 있다. 매매춘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그런 생각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모든 연예인이 매매춘에 노출돼 있는 것은 아니다. 극히 일부 연예인이 사악한 브로커에게 노출돼 있을 뿐인데도 건전한 파트너십을 가져야 하는 방송사에서조차 연예인 매매춘이 보편화된 양 보도한 데 대해서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연예인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연예인 매매춘’ 관련 내용을 보도한 SBS를 상대로 공식 사과와 ‘뉴스 추적’팀 담당자 파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전 조합원의 SBS 출연을 거부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다. 그러나 SBS는 “극히 일부의 연예인 매매춘 실태를 고발한 방송내용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 법적으로 사과방송을 명령받으면 그때 가서 생각해볼 일이다”며 여유를 보인다. 방송출연 거부 부분에 대해서도 각각의 연기자가 소속사와 계약을 한 상태고 또 개인적으로 방송사와 장기 출연 계약을 한 연예인도 있어 전 노조원의 출연거부는 구조적으로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노조측 역시 “SBS가 오판을 하고 있다. 결과를 지켜봐달라”며 자신감을 내보인다. 그에 따라 극히 일부 연예인의 매매춘행위에 관한 보도가 연예인들의 방송출연 거부라는 사상초유의 사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일부 연예인들은 어떤 방법으로 또 어떤 상대들에게 매춘행위를 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갑자기 사회 문제로 떠오른 연예인 매매춘의 단서가 된 것은 바로 얼마 전 있었던 사기골프단 사건이다. 사기골프단 사건에서 피해자를 ‘유혹’하는 역을 담당한 장씨, 홍씨 두 여성이 탤런트 출신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사기골프가 있기 전날 밤 피해자들과 술자리를 갖고 술시중을 들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받은 돈이 500만원이다. 하루 저녁의 술시중 대가 치고는 큰돈이다.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정씨 등은 “단지 술시중만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차’ 값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그 부분에 대해서 “수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말할 수 없고 나중에 사건이 끝나면 얘기하겠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그러나 연예인 매니저들은 “뻔한 일 아니냐”는 식이다. “그 사건에도 매개 노릇을 한 코디네이터가 등장하지 않느냐. 직업도 다양한 그런 브로커들에 의해 연예인 매매춘이 일어난다”는 주장이었다. 현직 매니저 입에서 터져 나온 연예인 매매춘. 그는 계속해서 “이번 사건은 무명 탤런트가 연루된 경우지만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심지어 결혼한 탤런트들도 스폰서라는 명분 아래 사실상 매춘행위를 하고 있다”고 충격적인 얘기를 쏟아 놓았다. 연예인노동조합에서도 인정한 극히 일부 연예인의 매매춘. 그 중심에는 권력가의 이름과 대기업 소유주 혹은 그 자제들의 이름이 거론되기 마련인데, 그 요지경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정·관계 실력자와 연예인의 은밀한 만남

    두당 800만원짜리 ‘비밀요정’ 매매춘.

    과거 밀실정치가 유행이던 시절이 있다. 밀실이란 다름 아닌 요정. 지금도 서울 강북의 한적한 동네를 지나다보면 “저곳이 박정희 대통령 때 그 유명한 요정이었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과거 화려하던 요정들은 대부분 고급 한정식 집으로 바뀌어 있다. 인사동에서 고급 한정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는 “지금은 ‘그 옛날의 요정’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연예계 일부와 강남의 유명한 유흥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최근에도 이른바 ‘비밀요정’이 화제로 등장하곤 한다. 옛날 명성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요정이 있다는 소문이다. 소문에 의하면 이런 비밀요정에는 유명 연예인이 호스티스로 출연한다. 그렇지만 아무에게나 출입을 개방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출입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곳을 출입하려면 신분이 확실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강남에 그런 요정이 있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 실체는 잡히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기자는 우연히도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해주는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현역 대기업 임원이면서 비밀요정 회동에 주선자로 활동했던 이 사람의 말에 따르면 현재도 비밀요정은 옥수동, 압구정동, 여의도 등지에서 성업중이다. 비밀요정이란 대기업에서 정·관계 실력자를 상대로 로비를 벌일 경우 사용되는 80평 이상의 아파트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겉모양은 평범한 아파트지만 속내는 로비와 매매춘이 거래되는, 말 그대로 ‘비밀요정’이라는 것. 매일 영업을 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고객이 예약을 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범하게 주거용으로 쓰인다.

    비밀요정의 주인은 여자들로, 보통 각자의 성에 맞춰 ‘○마담’으로 불린다.

    비밀요정의 메뉴는 고급 한정식과 외국산 최고급 양주라고 한다. 가격은 두당 300만원부터 800만원선이라고. 가격이 이처럼 엄청나게 비싼 이유는 술과 음식 외에 등장하는 ‘메인 메뉴’ 때문이다. 연예인 등장이 그것으로, 술시중은 기본이고 2차 가격이 포함되기 때문인데, 바로 어떤 연예인이 등장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는 것. 가장 싼 300만원짜리 상에는 접대부로 신인급 연예인이 등장한다고 한다. 그리고 500만원짜리 상을 주문하면 CF에 1∼2회 등장한 연예인이 호스티스로 나온다. 물론 당연히 2차가 포함된다. 가장 비싼 800만원짜리 상이 차려지면 톱스타 연예인이 술시중과 2차를 책임진다.

    두당 800만원짜리 술상

    세인들의 눈이 두려운 정·관계 실력자들은 같은 장소에서 2차도 해치운다. 극비리에 진행되기 때문에 접대를 받는 사람들도 한번에 3명 이상 모이는 법이 없다. 2명이 접대를 받는 경우가 보통이고 많아야 3명이 모여 접대를 받는다는 것. 또 이들 정·관계 실력자들이 비밀요정을 선호하는 이유는 비밀이 철저하게 유지되는데다 뒤탈이 우려되는 뇌물수수보다는 ‘여자 상납’이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흔적이 남는 금품은 사양하는 대신 유명 연예인의 수백만원짜리 매춘을 ‘선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비밀요정의 연예인 공수는 마담 몫. 기업관계자가 술자리를 예약하면 마담은 가격에 맞춰 연예인을 예약한다. 수수료를 뗀 후 화대를 건네는 사람도 당연히 마담이다. 술 접대를 하는 쪽이나 받는 쪽 그 누구도 연예인에게 직접 돈을 건네는 일은 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문제가 생겼을 경우 ‘연예인과 식사를 같이 한 것일 뿐’이라는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들어 놓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비밀요정을 드나드는 연예인 중에는 이름만 대면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스타도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유명 여자 연예인은 비밀요정에서 하룻밤 파트너로 만난 실력자와 가까운 사이로 발전, 이후로는 더 이상 비밀요정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또 이미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있는 유명 연예인도 결혼 전에 비밀요정에 자주 출입했다고 말했다.

    과거 정권의 실력자 P 전의원이 로비자금을 건네받은 장소가 바로 비밀요정. 그가 드나들던 비밀요정에는 놀랍게도 톱스타 연예인 H, K 등이 나타났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날의 그런 자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재벌과 연예인

    98년. 강남 일대에는 유명 연예인 K와 꽤 유명한 업체의 사장 K씨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당시 기자는 취재에 나서 그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문제는 남자 쪽이 이미 가정을 갖고 있어 불륜관계라는 것이었다. 당사자들이야 처음부터 결혼을 염두에 둔 만남이 아니었기에 일반인들의 도덕적 잣대가 남의 일처럼 느껴졌을 터.

    두 사람은 강남의 유흥업소에 나란히 등장, 은밀한 공간이었지만 애인관계임을 드러냈고 캐나다, 홍콩 등 해외여행도 함께 다녀왔다. 당시 연예인 K는 잠시 연예활동을 접은 상태로 경제적으로 곤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연인’(?)처럼 가깝게 지낸 시간은 약 6개월. 그동안 남자는 여자에게 경제적으로 얼마만큼 도움을 줬을까. 돈 거래는 당사자들만 알 수 있는 일. 확인된 것은 여자가 살고 있던 집의 전세금 8000만원을 남자가 마련해 줬다는 것. “그냥 준 게 아니라 빌려줬다”지만 그 말을 누가 믿으랴. 두 사람은 6개월 정도 애인관계로 지내다 K씨의 집에서 이런 사실을 알게 돼 한바탕 소란을 겪은 후 관계가 소원해졌다.

    그러나 ‘개버릇 남 못 준다’는 말처럼 K씨는 이후에도 연예인 편력으로 이름을 날렸다. 요즘 그는 강남 일대에서 과거 유명 연예인 O와 스캔들을 일으켰던 H그룹 P씨의 뒤를 이은 새로운 황태자로 불린다. “유명 연예인 B의 고기집을 차려줬다” “요즘에는 톱탤런트 S와 사귄다”는 등 끊이지 않는 소문과 함께 연예인 편력가로 회자되고 있다.

    재벌 혹은 그의 2세들과 연예인의 만남이 소문나는 곳은 주로 강남의 몇몇 룸살롱. 단골 룸살롱 등에 연예인을 대동하고 나타나는 재벌 혹은 그의 2세들은 자신이 그 연예인에게 얼마만큼 투자하고 있는지에 대해 호기 있게 떠들어댄다고 한다. “오늘 까르띠에 시계를 사줬다” “어제는 OOO 매장에 가서 옷, 구두, 핸드백까지 완벽하게 장만해줬다”는 등 자랑을 늘어놓기 일쑤라고 한다. 연예인들이 선호하는 외제 시계인 까르띠에 같은 경우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최고가품인 1500만원짜리 시계를 사주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또 의상과 구두, 핸드백을 일괄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최하 500만원부터 1000만원 넘게 지출하는 예도 허다하다고 전해진다.

    남자들이 연예인에게 투자한 내용을 공개하는 이유는 그 세계에서 ‘자신의 낯을 세우기 위해서’다. “신사답고 화끈하고 돈 잘 쓰는 남자”로 소문이 나야 일류급 스타들과 만날 수 있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는 것. 기분 좋으면 벤츠를 사주는 예도 있는데, 그런 선물공세를 마담, 사장 등에게 자랑하듯 떠벌린다고 한다. 또 둘이 함께 떠나는 해외 여행 계획도 자연스럽게 털어놓는 등 두 사람의 관계를 솔직하게 공개한다.

    술자리에서 오가는 이런 얘기들을 듣고 애정표현 등을 직접 목격한 룸살롱 관계자들은 또 자기네들끼리 이런 얘기를 화제로 삼는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인들도 이런 소문을 접하게 된다. 역삼동에서 유명 룸살롱을 경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재벌 2세와 그 윗선의 재벌 오너들이 단골로 드나드는 역삼동 부근의 룸살롱에 취재원을 한두 명만 두면 연예인 특종기사는 날마다 쓸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할 정도다.

    톱스타 K. 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매춘행위를 하고 있음을 ‘폭로’해 화제가 됐던 주인공. 지난해 K는 화장품 광고촬영을 앞두고 메이크업을 받는 중에 “나 어젯밤 L회장이랑 같이 잤다. 다른 연예인들은 1000만원도 못 받는데 나는 그보다 많이 받았다”며 으스댔다고. 당시 시중에는 두 사람이 심상찮은 관계라는 소문이 파다한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자신의 입으로 ‘매춘’을 발설했다는 K. 당시 이런 상황을 기자에게 전해준 메이크업 담당자는 “자신이 유명 여자 연예인들 중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 같다. K는 평소에도 어디에서 누구랑 술을 마셨다는 등 보통사람들이 껄끄럽게 생각하는 부분도 쉽게 말하는 스타일이다”라고 말했다.

    K의 매춘의혹은 또 있다. 한때 K의 열애설 파트너로 소문났던, 모 중소기업 회장의 2세인 K씨의 고백은 연예인 매매춘의 단면을 엿보게 한다.

    “지금은 친구처럼 지내는 K와 작년까지도 종종 만나 술자리를 가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밤중에 이모라는 여자로부터 휴대폰 연락을 받고 어딘가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이모라는 사람은 친이모가 아니라 흔히 말하는 재벌 형(증언자가 말하는 형이란 40대 이상의 재벌을 지칭하는 말이다)들과 만나게 해주는 그런 여자였다. K는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투덜거렸다. 그러면서도 꼭 자리를 떴다.”

    톱 탤런트

    또 다른 탄탄한 중소기업 O회사 소유주의 2세는 “K의 소유차인 외제 승용차도 모 재벌 형(S그룹 K씨)이 사줬다. 우리 그룹에서는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우리 그룹’이란 다름 아닌 비슷비슷한 환경에 있는 돈 많은 집안의 2세들로, 30대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한국일보가 ‘특금층’ 관련 시리즈 기사를 내보냈을 때 기사에 등장했던 취재원도 바로 이 그룹에 속했던 모 재벌그룹의 2세 S씨다. 이 그룹에 속해 있는 증언자는 “우리가 연예인들과 노는 것은 매매춘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한다. 전문 브로커를 통해서 연예인을 만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 만날 경우에는 제3자의 힘을 빌리지만 그후로는 직접 연락을 취해 만난다고 한다. 그리고 잠자리를 할 때마다 돈을 건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관계가 오래 가면 6개월 이상도 가기 때문에 자신들의 행위는 매매춘이 아닌 교제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결혼을 전제로 교제를 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이 연예인을 처음 만날 때 도움을 받는다는 제3자는 누구일까. 그리고 어떤 경로를 통해 만남을 주선할까. 증언자는 “형들은 전문적으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 SBS ‘뉴스 추적’에서 증언한 브로커는 아마도 B급이었을 것이다. 세상 사람이 다 알만한 집안 사람들은 그런 브로커들에게 부탁하지 않는다. 우리는 TV에 새로운 인물이 나오면 광고쪽 사람들이나 패션쪽 사람들을 통해 만나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증언자는 “그렇다고 사람을 소개하는 사람들을 전문 브로커라고 할 수는 없다. 단지 만날 수 있도록 주선만 해줄 뿐이지 그 이후의 일은 각자가 알아서 한다. 어떤 때는 연예인 한 명을 놓고 서로 만나겠다고 다투기도 하는데, 어느 한쪽이 금방 양보한다. 그렇게 몇 번 만나다 보면 오빠 동생 사이가 되고 그 연예인이 또 주변 연예인을 소개해 주고 그런다. 좋아서 만나는 사람에게 용돈 주고 옷 사주고 여행 다니는 게 매매춘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용돈이라고 말하는 돈의 액수가 몇백만원에 이르는데다 1000만원대 선물의 규모로 봤을 때, 언제라도 또 다른 연예인을 만날 준비가 돼 있는 이들의 행동이 과연 순수한 것일까. 연예인 역시 마찬가지다. 증언자의 말대로 비슷한 환경에 속해 있는 또 다른 그룹의 부유층 자제와 언제라도 새롭게 교제를 할 준비가 돼 있는 상황은 보통 사람들의 교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증언자에 따르면 이들의 술자리에 자주 어울리고 또 잠자리를 같이 하는 연예인들은 톱스타급은 아니다. 그러나 이름을 대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알 정도로 지명도가 꽤 높은 그런 연예인들이다.

    같은 증언자에 따르면 그들이 형이라 부르는 40∼50대 재벌들이 만나는 연예인 중에는 톱스타도 있다. 과거 언론에도 크게 보도됐던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O와 재벌가 P씨가 3년 이상 특별한 관계로 지낸 사실은 꽤 널리 알려졌다. P씨는 O양의 집과 외제 승용차 등을 사줬다는데 이후 P는 K(앞에 언급한 톱탤런트 K와는 또다른 톱탤런트)와도 관계를 맺었으며 K가 몰고 다니는 벤츠 승용차 역시 P의 선물이라는 얘기다. 그밖에 H사의 B회장과 톱탤런트 K, J그룹의 K사장과 80년대초 고위층 인사와 불미스런 소문에 휘말렸던 톱탤런트 J등이 특별한 관계였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매춘 유혹은 유부녀 연예인이라고 비켜갈 수 없다. 모 신문사의 편집국 부장은 석달 전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공무원 친구와 저녁 약속을 했는데 그 자리에 최근 신흥 재벌 소리를 듣는 쟁쟁한 재력가가 동석했던 것. 자신의 친구와 꽤 가까워 보이는 그 재력가는 일행을 데리고 룸살롱으로 향했다. 그 재력가는 두 명의 호스티스를 부른 후 자신의 파트너는 금방 도착할 것이라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이후 얼마 안 있어 재력가의 파트너가 등장했는데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유명 탤런트 K였다.

    그 K는 결혼 전 톱스타였던 만큼 결혼 후에도 지명도를 유지하고 있는 인기 탤런트였다. K와 함께 술자리에 등장한 또 한 사람은 K의 이모라고 소개했는데 친이모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한다. 술자리에 동행했던 공무원 친구 말에 따르면 K와 재력가는 스폰서 관계라는데, 이모라는 여성이 K의 친이모라면 그런 만남을 묵인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어쨌든 음주가무에 능한 K의 등장으로 술자리는 더욱 흥이 났다고 한다. 유명 연예인과 화끈한 술자리를 난생 처음 가져본 부장은 신분을 속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또 K는 상대방의 신분에 대해 의심하는 눈치도 없어 술자리는 매우 만족스럽게 끝났다고 한다. 하지만 그 다음날 K가 아이까지 낳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는 후배 기자의 말을 듣고는 까닭 모를 배신감이 치밀어 올랐다고 한다.

    ▲외국 손님 접대도 연예인 매매춘으로

    유명 연예인 매매춘은 외국에서 유명한 손님이 왔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그중 한 관계자는 “몇 년 전 어느 미국인 가수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유명 여자 연예인들이 벌인 행동은 한마디로 추태였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미국 본토에서는 그다지 유명하지도 않은 그 가수의 공연이 끝난 후 뒤풀이가 있었다. 뒤풀이를 주최한 측에서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잠자리 파트너로 유명 연예인을 대기시켰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찌된 영문인지 두 명의 탤런트 O, K와 VJ로 활동하는 C 등 3명이 동시에 나타나 서로 “내가 약속한 파트너“라며 객실 행을 놓고 실랑이를 벌인 것. 주최측이 ‘완벽한 준비’를 하려다 혼선이 빚은 것인데 이때 여자 연예인을 ‘섭외’한 사람 중 한 명은 국가기관에 속해 있었다는 게 관계자의 증언. 이 관계자는 “정말 망신살 뻗치는 일이었다. 아무리 그 가수가 막강한 정치력을 업고 있었다 해도 국가적 망신임에 틀림없는 일이었다. 먹고 살 만큼 버는 스타들이 그런 일에 ‘노’라고 대답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개탄했다.

    ▲재일동포와 연예인 매매춘

    연예인 매매춘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돈 많은 재일동포와 관련된 소문. 98년말 검찰은 일본 관광객을 상대로 매매춘행위를 알선한 조직을 적발, 조사를 했다. 당시 검찰이 발표한 매춘 명단에 모델, 탤런트, VJ 등 다양한 연예인의 이름이 올라 있어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재일동포를 상대로 한 연예인 매춘행위가 사실로 드러났던 것.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지난달 유명 에로배우 L이 “제작자가 재일동포를 상대로 매춘행위를 강요했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수사결과 매춘행위를 알선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강남의 모 유흥업소 여사장이 그 당사자로 일본에서 꽤 성공한 재일동포 K씨에게 여대생, 룸살롱 호스티스 등 많은 한국 여성을 잠자리 파트너로 소개했다. 더욱 충격적인 일은 그 여사장이 소개한 여성에 유명 탤런트를 포함, VJ, 가수 등이 끼어 있었던 것. 그중에는 아직은 신인급이지만 모 광고를 통해 유명세를 탔던 연예인 S도 있다. K씨는 강남 청담동에 집까지 마련해 놓고 두 달에 한 번꼴로 한국을 방문, 카지노와 섹스를 즐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람은 호텔 커피숍 등에서 소개받은 여자를 심사하는데, 마음에 안 들면 택시비 명목으로 100만원을 건넬 만큼 돈을 화끈하게 쓰는 사람이다. 한번 잠자리를 하면 1000만원 정도 화대를 주는데 그 중 30%가 소개비다.”

    K씨 측근이 전하는 말이다. 측근에 따르면 K씨는 또 여성을 소개받는 자리에서 자랑이라도 하듯 그동안 자신이 상대했던 유명 여자 연예인의 이름을 거론하는 버릇이 있다고. 이는 잠자리를 같이한 여성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OOO와 3년 정도 만났다. 나한테 오빠라고 한다. 나한테 문자 메시지도 보낸다. 본명도 최근에 알았다. 기자들이 냄새를 맡은 것 같아 요즘에는 조심한다”는 등 일반 사람들이 들으면 폭탄선언과도 같은 말을 거침없이 뱉었던 것.

    K씨가 언급한 연예인 S는 연예계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다 알 만한 국내 톱클래스 연예인. K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내 연예계가 발칵 뒤집힐 만큼 큰 사건으로 기록될 일이다. 그러나 당사자는 물론 K씨 역시 그런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채홍사는 누구? 선배 탤런트, 매니저, 술집 마담, 전문 브로커 등 다양

    연예인 매매춘은 어떤 통로를 거쳐 이뤄질까.

    과거 30대 재벌에 속했던 모 그룹 회장은 외국에서 온 손님들을 접대할 때 유명 연예인을 동원해 화려한 파티를 자주 연 주인공으로 기억된다. 유명 연예인을 파티의 호스티스로 활용하고 그 대가로 돈을 지불했다는 것. 또 그 자신이 연예인을 좋아해 개인적으로도 자주 만났다는 얘기도 있다. 이때 연예인 동원을 담당했던 이는 따로 있었는데 한때 인기 가도를 달렸던 코미디언 K. 20여년 전 재벌 오너로부터 처음 그런 일을 제의받은 사람은 또 다른 유명 코미디언 J였다. 그 코미디언에 따르면 “그 오너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대단한 신사였다. 2년 정도 내가 그 일을 했는데 더 이상 못하겠다 싶어 후배 코미디언에게 물려줬다. 그 뒤로는 그 후배가 15년 넘게 그 일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코미디언이라는 직업을 갖고 재벌 오너 옆에서 장기간 채홍사 노릇을 병행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유명 재벌의 경우 연예인을 연결시켜주는 채홍사들은 따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창구를 한곳으로 통일해 연예인을 만나고 그 연예인의 연예활동도 적극적으로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뉴스 추적’에 등장했던 브로커는 어떤 사람들을 상대로 연예인을 소개하는 것일까. 올해로 8년째 연기자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모 매니저는 “알 만한 재벌이 아니더라도 돈 많은 부유층은 상당히 많다. 그런 사람들이 주로 브로커를 통해 연예인을 만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매니저는 “사실 그런 브로커들 중에는 연예계쪽에서 일했던 사람도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명함은 OO기획사, 모델 에이전시라고 씌어 있지만 사실 사무실도 제대로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사람들은 사무실도 자주 옮긴다. 스폰서를 구하는 열악한 환경의 매니저 혹은 연예인 지망생 등을 상대로 매매춘을 알선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대학로에 모델 에이전시 사무실을 열고 회사를 운영했던 한 관계자는 당시 기자에게 충격적인 증언을 했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조연급 연기자, 모델, MC, VJ 등이 상반신 나체 사진을 찍어 스폰서를 구한다”는 것이었다. 그 관계자는 유명 MC인 L의 상반신 나신이 찍힌 사진을 보여주며 “스폰서를 구하는 홍보용 사진”이라고 말했다. 500만원에서 1000만원이 넘는 거액을 하룻밤 쾌락의 대가로 지불할 준비가 돼 있는 남정네들이 연예인의 상반신 누드 사진을 보고 파트너를 선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뉴스 추적’에 출연해 여러 차례 매춘 제의를 받았다고 증언한 에로배우 정세희의 속칭 ‘마담뚜’는 룸살롱 마담이었다. 정세희는 “성 고백서 출판을 준비중이던 작년 가을 스포츠 신문, 연예주간지 등에서 책 내용을 미리 기사화하면서 내 기사가 많이 났다. 그때 한 달에 3∼4회 정도 마담들로부터 매춘 제의를 받았다”며 “내가 그 제의를 거절하자 마담뚜는 ‘모 재벌 회장님은 백지수표까지 건네겠다고 했다’며 매춘 제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마담뚜가 정세희에게 제의했다는 백지수표의 주인공은 국내 5대 재벌의 2세였다.

    선배 탤런트의 매매춘 알선은 몇몇 신인 탤런트들의 자조 섞인 증언에서도 확인된다. 모 드라마에 출연, 얼굴을 알린 후 광고에도 출연했던 여자 신인탤런트 B는 “그런 제의가 수도 없이 온다. 인터뷰에서는 진정한 연기자가 되겠다고 말하지만, 속마음은 학비 정도 벌어 유학을 다녀온 뒤 의상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다. 정말 자신을 스스로 단속하지 않으면 망가지는 일은 한순간이다”고 고백한다.

    ▲연예인 지망생, 신인 연예인 “스폰서 구합니다.”

    광고 전단에 상품 모델로 출연한 경력만 있어도 연예인이라고 자처하는 여성들과 이제 막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신인의 경우 매매춘행위는 더욱 더 빈번하다는 게 연예계 관계자의 증언이다.

    신인탤런트들을 상대로 채홍사 노릇을 하는 사람은 매니저 혹은 선배 연기자들. 한두 명의 신인 연예인을 둔 영세 매니지먼트 회사의 일부 매니저들은 ‘스폰서를 구한다’는 명분 아래 소속 연예인을 ‘불나비’로 둔갑시킨다. 또 일부 선배 연기자들은 “너 이 바닥에서 크려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며 매춘을 부추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일부이긴 하지만 신데렐라를 꿈꾸는 몇몇 신인은 방송출연을 몸값 올리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모 드라마 PD는 재계 실력자(A그룹 2세)가 벌이는 룸살롱 술파티에 자사에서 뽑은 공채 신인탤런트들을 몽땅 불러 소개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마음에 드는 신인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는 셈.

    그날 그 자리에서 ‘간택’된 신인은 광고 출연과 드라마 출연 등이 빈번해지는 등 앞길을 보장받는다. 매매춘을 통해 불공정 거래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 상황이 이런만큼 일부 신인들은 재계 실력자와 끈이 닿기를 은근히 기다리기도 한다. 하지만 끈이 닿았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마음에 안 든다”며 소개받은 신인을 ‘거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매니저의 노력 끝에 유명한 재벌(K그룹 L회장)과 어렵게 만났다. 그러나 그 사람은 내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신인도 있다.

    ▲방송PD들과 연예인 성상납

    방송가에는 캐스팅과 관련된 갖가지 ‘설’이 난무해 그 실상에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게 사실. 내용도 돈거래에서부터 술자리 시중, 성성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 방송사의 예능PD와 드라마 PD는 ‘여자 연예인 킬러’ 혹은 ‘황소개구리’로 소문이 나 있다. 그들이 ‘건드린’ 연예인들은 주로 신인급이지만 지금은 스타가 된 연예인도 없지 않다는 소문이다. 매니저들은 ‘그런 스타일이 오히려 공략하기 편한 상대’라고 말할 정도다.

    연예인 노조는 연예인 매매춘에 대해 “캐스팅 권한을 갖고 있는 간부급 PD들에게 밉보이면 배역을 딸 수 없고, 배역을 따지 못해 잊혀진 존재가 될 경우 고정수입은커녕 연기의 맥도 끊기는 최악의 환경이 근본적인 문제다”며 “연예인 매매춘의 1차적 책임에 대해 일부 방송PD들도 심각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 9월 연예인노조는 조합원 12.9%가 연출자로부터 성적인 요구를 받았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는데 최근 ‘뉴스 추적’ 보도와 관련, 연예인노조 부위원장인 박철이 폭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성상납 요구 PD 명단’도 그때 만들어졌다. ‘명단’에 대한 연예인노조 이명렬 정책실장의 설명.

    “‘PD들의 성상납과 금품요구’ 사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주관식’ 설문조사를 토대로 리스트가 작성됐다. 그중에는 이름을 밝힌 노조원도 있고 익명으로 사례를 적은 조합원도 있다. 성상납 부분은 설문 사례를 근거로 조합원들의 자술서까지 받아놓았다. 그런 명확한 근거들을 토대로 리스트가 작성됐다.”

    이실장은 또 “최근에는 리스트에 포함된 한 PD가 노조사무실을 찾아와 ‘제발 명단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며 “괜히 있지도 않은 명단으로 겁주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분명히 리스트는 갖고 있다”고 말했다. 명단 공개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명단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법적 문제 등 이후 벌어질 파장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 그런 일들을 준비하고 있다. 완벽하게 준비되면 당연히 명단은 공개된다”고 말했다.

    한편 PD협회는 연예인노조의 명단 공개 방침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PD협회 윤동찬 회장은 “제발 명단이 공개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그는 “어느 조직이나 ‘고온다습’한 환경에는 몇 마리의 벌레가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그게 대세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모든 PD들이 연예인에게 성상납이나 돈을 요구하고, 전 연예인이 예외 없이 그런 요구에 응하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SBS의 한 중견PD도 “막연하게 모두 매도할 것이 아니라 연예인 매매춘은 매매춘대로, 성상납은 그것대로 분명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PD경력 5년이 채 안 되는 한 예능 PD는 “우리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일을 하지만 간부급 선배들에 대해서는 안 좋은 소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다만 그런 일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이너써클’에 들어간 사람들만 알 수 있고, 우리 같은 피라미 PD들은 노예에 버금가게 일에만 치여 살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사 PD의 성상납 요구가 극히 일부 사람들이 벌이는 행동임을 암시하는 얘기들이다. 실제로 연예인 노조가 확보하고 있다는 명단에 오른 PD의 수는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체 어떤 PD들이 성실하게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대부분의 PD들 명예를 훼손하는 걸까. 또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여자 연예인에게 성상납을 요구하는 것일까. 사실을 증언하는 당사자는 거의 없다. 여자 연예인으로서 치명적인 데다 방송계를 영원히 떠난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 한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덮어둘 수는 없다. 몇 년 전 여자 연예인과 매니저간에 있었던 ‘계약파기’ 소송은 연예인과 PD 간의 은밀한 거래가 법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예다. 매니저를 상대로 ‘계약 파기’를 주장, 고소장을 낸 여자 연예인은 소장에서 “매니저가 방송 PD에게 술시중을 강요해 더 이상 계약관계를 이어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매니저는 “방송PD를 상대로 하는 술시중은 관행이다”고 주장했다.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술시중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리 매니저의 강요가 있었다 해도 15회 이상 술시중을 든 책임은 해당 연예인에게 있다”고 기각했으나 ‘다른 사유’로 연예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2년 넘게 법적 공방이 이어졌던 이 사건은 공판 과정에 PD를 상대로 한 술시중과 연관된 ‘이후의 또 다른 행동’에 대한 증언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 부분 역시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공방이 계속되지는 않았을 뿐 아니라 판사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현재 간부급 PD로 활약하고 있는 모 방송사의 드라마 PD는 8년 전 그 해 공채로 뽑힌 신인 탤런트에게 잠자리를 강요했다가 회사에서 쫓겨날 뻔한 일도 있다. 저녁 식사자리에 신인 탤런트를 불러낸 그 PD는 자연스럽게 잠자리를 요구했고 신인 탤런트는 이를 거부했다. 끈질기게 강요하자 그 탤런트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탤런트 시험에 합격한 후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모 신문사 기자에게 연락, 급하게 만났다. 그리고 분을 삼키지 못하고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당시 신인 탤런트의 아버지는 고급공무원이었는데 그 탤런트는 “나는 물론이고 우리 아버지를 모욕하는 일”이라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

    잠자리 강요한 PD

    이런 일이 있고 며칠 후 몇몇 방송출입기자들은 문제의 PD를 찾았다. 그 다음 일은 불 보듯 뻔한 일. 그 PD는 “한번만 살려달라”며 기자들에게 며칠 동안 통사정을 했다. 기자들은 “이 일을 우리에게 알린 탤런트에게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는 약조를 받아낸 후 그 사건을 덮었다. 그날 이후 그 PD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기자들에게 몇 년 동안 ‘자의 반 타의 반’ 선물공세를 그치지 않았다. 문제는 그 사건 이후에도 PD가 관련된 사건이나 성상납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그의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사실이다. 연예인노조가 확보하고 있는 성상납 요구 PD 명단에도 그의 이름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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